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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세미나]초고속으로 발전하는 중국의 고속철

이상훈 소속/직책 : KIEP 중국 권역별 성별 연구팀 부연구위원 2010-06-30

산둥성 칭다오(靑島)-지난(濟南)간 고속철 시승기




칭다오기차역(靑島火車站, http://www.qdhcz.net)은 시내 남단에 위치하고 있다. 서울역의 절반 정도의 크기로 고풍스러운 모습이다. 2009년 7월 1일 정식 개통된 칭다오~지난간 고속철의 개통에 맞추어 역사를 새롭게 단장해 1899년에 건축된 역사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외관뿐만 아니라 실내도 매우 깨끗했고 이용이 편리하게 꾸며져 있었다. 매표소와 개찰구를 구분해 놓은 것이 우리와는 다른 모습인데, 역시나 인구가 많은 나라여서 매표소의 혼잡은 피할 수 없었다.
고속철의 좌석은 일반석에 해당하는 이등석과 특석에 해당하는 일등석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칭다오와 지난 구간의 고속철은 일등석이 146위안, 이등석은 122위안이었다. 칭다오 류팅(流亭)국제공항에서 칭다오역까지 택시요금이 130위안이었으니 고속철이라 하더라도 대중교통수단으로 손색이 없는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인들도 마찬가지 생각이었을까.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빈 좌석이 없이 만석으로 운행되었다. 칭다오와 지난 간 매일 21편이 운행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이용객이 꽤 많다고 할 수 있겠다.

 


(사진1) 칭다오 역의 일부 모습                                                (사진2) 고속철 실내(이등석) 모습                      



시간대와 운행지역의 정보를 담고 있는 고속철의 열차번호는 영문자 D로 시작하며, 영문자 뒤에 두 자리의 숫자 또는 네 자리의 숫자로 열차번호가 구성되어있다. 두 자리 숫자의 경우는 산둥성과 베이징 또는 상하이를 연결하는 광역노선을 표시하고, 네 자리 숫자의 경우는 산둥성 내에서만 운행되는 노선을 표시한다. 어느 노선이든 목적지였던 지난을 거치기에 다양한 시간대의 열차편을 이용할 수 있어서 편리했다.
드디어 개찰을 마치고 탑승! 한국의 고속철도 이용해보지 못한 터라 사뭇 기대감도 든다. 비행기를 처음 타볼 때의 느낌이랄까. 날렵하게 생긴 열차 안으로 들어가니 깔끔한 실내에 한 줄에 다섯 좌석씩 놓여 있었다. 생각보다는 좌우 좌석 사이가 좁은 듯 했지만 앞뒤 좌석의 넉넉한 간격으로 불편함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사진3) 고속철의 외관(칭다오역)



출발시간 정각이 되니 서서히 육중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칭다오 시내구간이 곡선으로 되어있어 15분 정도는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조금은 답답하게 운행되었다. 그러나 직선구간으로 나오자 서서히 속도를 올리더니 이내 시속 200㎞까지 올라갔다. 이 정도의 속도면 컵 안의 물이 찰랑거리며 넘칠 줄 알았는데 흔들림을 거의 느낄 수 없는 훌륭한 승차감이었다.
최고속도 시속 210㎞에 내 몸을 맡기고 차창 밖을 보며 농촌의 풍경을 감상해본다. 한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싱그러움을 주는 푸른색의 농촌 모습을 보기가 힘들다. 건조한 기후 탓도 있겠지만 북방지역의 경우 대부분이 밭이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객차 안은 비교적 조용했다. 기차여행 하면 통상 한나절 이상을 가야했고 그 긴 시간의 여정에서 오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주변 사람들과 대화하며 떠들썩한 분위기를 보였던 다른 열차편과 달리 조용히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거나 책을 읽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서로 마주보는 좌석배치가 아닌 한 방향으로 배치된 좌석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예전에 경험해 본 열차여행과 고속철 여행을 비교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인 듯하다.

 


(사진4) 현재 시속이 198㎞ 임을 알려주는                      (사진5) 내부공사가 한창이던 지난역의 모습            
 열차내 전광판                                                                                                                                            



2시간 남짓을 달려 지난역에 도착. 14시 05분에 칭다오를 출발하는 D6014편을 탔으니 16시 20분이 도착예정인데 1분의 오차도 없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고속철이 운행되기 전에는 가장 빠른 쾌속열차편으로 6시간 가까이 걸렸다고 하니 새삼 고속철의 편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열차에서 내려 역사로 들어서니 칭다오와는 좀 다른 분위기. 깨끗했던 칭다오역과는 달리 아직은 중국의 전통적인(?) 기차역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대합실의 담배연기와 약간의 화장실 냄새. 하지만 새로운 단장을 위해 공사 중인 모습을 보니 이런 모습도 이제 중국을 기억하는 추억으로 남겨질 듯하다.
칭다오~지난 간 고속철 노선은 최고시속이 200㎞ 정도이지만 광역 고속철 노선은 시속 350㎞ 이상이라고 한다. 시속 350㎞로 달리는 고속철을 타면 어떤 느낌일까. 다음의 고속철 여행을 기대해본다.


▣ 덧붙이며


19C 중엽 중국의 많은 노무자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의 대륙횡단철도공사에 투입되어 대역사를 이루어냈다. 그로부터 140여 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세계 철도사를 새롭게 써 나가고 있다. 노무수출을 통해서 이루어낸 것이 과거의 일이라면, 현재는 자국의 기술과 자본을 바탕으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고속철도망은 2008년 8월 베이징~톈진 구간의 개통을 시작으로 올해 7,000㎞까지 확대되며, 베이징~상하이 구간이 완공되는 2012년 13,000㎞까지 확대되어 세계에서 가장 긴 고속철도망을 보유한 국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허셰(和諧)호로 불리는 고속철 전용차량은 초기에는 기술이전을 통해 시속 250㎞급 전용차량을 생산했으나 현재는 중국의 독자적인 기술로 시속 350㎞급 전용차량을 제작하고 있다. 초기에 도입한 기술이 어느 방식인가에 따라서 스웨덴 X2000 기술의 CRH1, 일본 신칸센 기술의 CRH2, 독일 ICE 기술의 CRH3, 프랑스 TGV 기술의 CRH5로 구분된다(CRH는 China Railways High-speed를 의미). 2008년 처음 고속철을 개통한 이후, 시속 350㎞로 운행되는 고속철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고, 또한 세계에서 가장 긴 고속철 구간인 우한(武漢)~광저우(廣州) 노선을 개통하였으니 중국의 고속철사업이 현재 초고속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듯하다.


산둥성 역시 고속철도망 건설에 많은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 현재 운행 중인 363㎞의 칭다오~지난 구간 외에 2013년까지 칭다오~옌타이(烟臺)~웨이하이(威海)~롱청(榮成)간 300㎞ 구간을 새로이 건설하기로 하였다. 완공 이후 산둥성은 주요 도시간 1시간대 생활권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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