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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세미나]취푸(曲阜)-입장권 가격 인상문제로 어수선한 공자의 고향

이상훈 소속/직책 : KIEP 중국 권역별 성별 연구팀 부연구위원 2010-07-01

사상가이자 철학가인 공자(孔子)·맹자(孟子)·증자(曾子), 병법가인 손자(孫子), 정치가이자 전략가인 제갈량(諸葛亮)·방현령(房玄齡), 의술가 편작(扁鵲), 문학가 왕희지(王羲之)·이청조(李淸照)·신기질(辛棄疾)·포송령(蒲松齡)·공상임(孔尙任), 경학자 정현(鄭玄) 등등. 이들의 공통점은 고향이 산둥성인 역사적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유구한 역사, 방대한 국토와 거대한 인구규모 등으로 수많은 역사적 인물들이 있었지만 시간을 초월해 향우회를 연다면 아마도 산둥성 향우회에  유명인사가 가장 많지 않을까? 물론 이들 중에서도 으뜸은 공자(孔子)일 것이다.


공자(BC 551~BC 479)는 춘추전국시대를 살았던 사상가이자 철학가·정치가로, 고향은 춘추전국시대 노(魯, Lu)나라의 도읍지였던 산둥성의 취푸(曲阜)이다. 산둥성의 대부분의 지역이 제(齊, Qi)나라 지역(도읍은 현재의 濟南)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취푸 주변 일대의 작은 나라였던 노(魯)를 현재 산둥성의 약칭으로 사용하는 것은 사상적으로 공자의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공자의 사상은 근현대로 넘어오면서 시대적 해석에 따라 부침(浮沈)을 겪었다. 20세기 중국문학의 거장 루쉰(魯迅)은 공자를 중국의 봉건적 악습의 근원이라고 공격하였으며, 또한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한 마오저둥(毛澤東) 역시 공자를 반동(反動)의 근원이라 지적하며 철저히 배척하였다. 공자의 ‘극기복례(克己復禮: 자기자신을 극복해 예를 회복함)’라는 가르침이 봉건 노예제로의 복귀를 의미하며, 이는 지주와 자산계급의 전제정치를 복귀시키려는 것이라며 신랄하게 공격하였던 것이다. 특히 문화대혁명이 한창이던 1973년에는 공자의 사상을 철저하게 배격하고자 했던 ‘비림비공(批林批孔)운동’이 전국적으로 진행되면서 취푸에 있는 공자의 유적지인 삼공(三孔), 즉 공묘(孔廟)와 공부(孔府), 공림(孔林)이 심하게 훼손되었다.


그러나 덩샤오핑(鄧小平)이 집권하면서 비림비공운동이 반대파를 제거하기 위해 사용된 정치적 도구였다는 결론이 나면서 삼공(三孔)이 복원되었으며, 1994년 12월에는 공묘와 공림, 공부 등 공자유적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최근 중국에서는 공자의 유가사상에 대한 재해석과 적극적인 부흥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부흥운동의 미학적 최고봉은 논어의 문구를 화려한 디지털 영상효과를 가미하여 화려하게 그려낸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개막식이 아니었을까? 또한 1989년부터 산둥성 취푸에서 매년 공자의 탄생일(양력 9월 28일)을 전후로 국제공자문화제(中國曲阜國際孔子文化節)를 개최하고 있다. 이 행사에는 한국과 일본, 대만의 관련 기관에서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중국문화의 해외진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공자학원일 것이다. 공자학원이란 세계 각 나라에 있는 대학교들과 교류해 중국의 문화나 중국어 등의 교육 및 전파를 위해 세운 교육기관을 일컫는 것으로, 2004년 서울에 세계최초의 공자학원이 설립된 이후 2009년 말 현재까지 세계 85개국에 282개소가 설립되었다. 물론 공자의 유가사상을 교육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중국의 소프트파워(soft power)를 보여주는 예가 될 것이다.


산둥성 지닝(濟寧)에 위치한 취푸는 공자의 고향으로 도시 곳곳이 공자의 흔적으로 가득한 곳이다. 특히 삼공(三孔)이라 불리는 공묘(孔廟), 공림(孔林), 공부(孔府)가 대표적이다. 공묘는 공자의 사당을, 공림은 공자와 그 후손의 묘지를, 공부는 공자 후손들의 주거지를 일컫는다. 바로 삼공으로 대표되는 문화유산으로 인해 취푸는 중국 내에서도 유명한 역사문화 유적지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공자로 인해 이 지역민들이 먹고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통계에 따르면 2009년 三孔 관련 관광업이 창출해낸 가치가 32.4억 위안으로 취푸지역 전체 생산총액의 15%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입장권 판매수입이 1.5억 위안이었으며, 취푸의 도시인구 65만 명 중 1/7 이상이 삼공과 관련된 관광업에 직접적으로 종사하고 있으며, 공자 브랜드를 이용해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삼공맥주(三孔啤酒), 공부가주(孔府家酒) 등의 기업들이 이곳에 소재하고 있다.


성인(聖人)의 고향 취푸시가 요즘 술렁이고 있다. 공자 유적지인 삼공(三孔)의 입장권 가격 인상안 발표가 발단이 되었다. 孔廟의 입장권 가격을 90위안에서 110위안으로, 孔府의 경우는 60위안에서 75위안으로, 孔林의 경우는 40위안에서 50위안으로, 세 곳을 모두 볼 수 있는 패키지 입장권은 150위안에서 185위안으로 인상한다는 것이다.


인상안을 주장한 측의 논리는 이렇다. 2007년 이후, 공자 유적지의 유지보수에 매년 1억 위안 이상이 투입되고 있으며, 운영비로 매년 5,000만 위안이 든다는 것이다. 현재 입장권수입이 공자 유적지의 유지보수를 위한 필요재원의 전부인데 이것만으로는 유지관리 및 보수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다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우며, 예전에 성 정부가 지원해주던 고정적인 보조금도 지금은 없어졌다는 것이다. 입장권 수입이 유일한 재원인 상황에서 재원부족으로 孔廟의 1/3과 孔府의 1/4이 수리 및 보수를 하지 못해서 관광객에게 개방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입장권의 가격을 인상할 경우 매년 2,500만 위안이라는 추가수입이 발생해 유지보수를 위해 필요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입장권가격의 인상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만만치 않다. 문제해결을 위해 입장권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은 장기적으로 볼 때 결코 유익하지 않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더군다나 2004년과 2007년에 이미 입장권 가격을 인상시킨 바 있으면서 또 다시 인상하게 된다면 잦은 입장권 가격인상에 따른 반발과 입장권 가격에 민감한 관광객들의 방문이 줄어들어 전체적인 관광수입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항저우(杭州)의 시후(西湖)는 입장권 징수를 폐지한 후 오히려 지역의 관광수입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입장권 가격의 인상보다는 관광 프로그램을 더욱 풍성하게 해서 1일의 관광여정을 2일 또는 3일의 관광여정으로 다양화시키는 것이 관광산업의 발전과 지역의 소득을 올리는 방법이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금전적인 문제, 즉 商의 문제로 취푸가 소란스러워진 것인데, 원래 공자의 유가사상은 士農工商에 기반을 두고 신분을 엄격히 구분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商을 가장 낮은 곳에 두었다. 그러나 옛 성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현대를 살아가는 공자 후손들은 그 대다수가 상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공자가 남긴 유적과 유물을 상업적으로 이용하여 살아가고 있으니, 공자가 살아 돌아온다면 이 모습을 보고 후손들에게 어떤 말씀을 하실까? 또한 공자는 문턱 없는 교육, 즉 배움을 원하던 모든 사람에게 교육을 개방하기를 원했는데 오히려 그 후손들은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을 원하고 있으니 이에 대해서는 또 뭐라고 하실까?


비용-편익에 기반한 입장권 가격의 인상을 묵인할지 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찾게 해 그의 사상을 더욱 널리 보급하라고 할지 알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앞으로 입장권 가격의 인상과 중앙정부의 지원금 780만 위안을 포함해 2,600만 위안을 들여 올해 공자 유적지와 주변 환경을 개선할 예정이라고 하고, 공자 관련 전시관과 유적지로 통하는 도로망을 개선한다고 하니 앞으로 보다 더 깨끗하고 편리하게 단장될 성인(聖人)의 고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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