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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세미나]탕산, 바다를 향해 봄을 맞이하고 꽃을 피울까?

김부용 소속/직책 : KIEP 중국 권역별 성별 연구팀 부연구위원 2010-07-07

중국의 현대시인 하이즈(海子, 바다의 아들이란 뜻)의 시중에 <바다를 마주하고 화창한 봄날 꽃이 피다>라는 시가 있다.


내일부터 행복한 사람이 되리.
말에게 먹이를 주고 장작을 패며 세계를 떠돌아다니리.
내일부터 양식과 채소에 관심을 가지리.
나의 집은 바다를 마주하였으니 화창한 봄날에는 꽃이 피리.
···

낯선 이여, 나 또한 그대를 축복하리.
그대에게 찬란한 앞날이 있기를.
끝까지 함께 하는 연인이 있기를.
속세에서 행복을 얻게 되기를.
나는 단지 바다를 마주하고 화창한 봄날 꽃이 피기를 바랄뿐이네.


- 하이즈(海子)의 <바다를 마주하고 화창한 봄날 꽃이 피다(面朝大海, 春暖花開)>에서 절취


이 시에서 시인은 “바다가 보이는 곳에 집을 짓고 내일부터 행복한 사람이 되련다”는 소박한 소망을 표현하였다. 하지만 그에게 ‘꽃피는 봄날’은 그토록 멀리 있어 결코 실현되지 못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러나 필자가 오늘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하이즈의 ‘꽃피는 봄날’이 아닌, 허베이성(河北省) 탕산시(唐山市)의 ‘꽃피는 봄날’이다. 탕산, 우리에게는 대지진이 일어났던 곳으로 유명한 도시, 이 도시는 과연 어떤 도시이며 현재 그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탕산은 과거 바다를 끼고 있음에도 항구가 없어 누구도 그를 연해도시로 여기지 않았다. 20세기 80년대 중기 중국정부가 지정한 14개 연해개방도시들을 보면 모두 소위 ‘비교적 큰 도시’였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비교적 큰 도시’인 탕산시는 이 명단에서 제외되었는데, 이것만 봐도 탕산은 그리 주목받는 연해도시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역사적 서러움을 떨치고자 탕산시는 힘을 모아 차오페이덴(曹妃甸)과 징탕(京唐) 2개 항만을 건설하고 있으며, 진정한 연해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차오페이덴은 항만을 건설하기에 적합한 자연조건을 갖고 있다. 수심이 30미터로 깊어 보하이(渤海)만 해역에서 유일하게 항로와 내만을 굴착하지 않고 즉각 30만톤급 대형 화물선의 입항이 가능하다. 순중산(孫中山)은 1912년 일찍이 탕산의 공업과 교통을 시찰한 뒤 1919년 제기한 <건국계획(建國方略)>에서 탕산에 항만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따구코우(大沽口)와 친황다오(秦皇島) 중간의 해안선 골짜기는 즈리(直隸)만에서 가장 깊은 곳이다. 이곳에 항만을 건설해 뉴욕과 대등한 대외무역의 창구로 만든다.” 그가 말한 따구코우는 톈진시 동남쪽에서 50km에 위치해 있으며 하이허(海河)강이 바다로 흘러드는 곳으로, 즈리만은 보하이만을 가리킨다.


그로부터 85년이 지난 2004년, 차오페이덴항을 포함한 <보하이만지역 연해항구 건설계획>이 국무원의 비준을 받아 차오페이덴항은 그 이듬해부터 착공에 들어갔다. <탕산항 종합계획>에 따르면 차오페이덴항의 60여km에 달하는 해안선상에 30만톤급 대형 부두 16개, 10~15만톤급 부두 50개, 5~8만톤급 부두 200개가 세워져 광석, 석탄, 원유, 천연가스, 컨테이너, 벌크, 잡화 등 다양한 화물을 취급하게 된다. 차오페이덴항과 기존의 징탕항을 하나의 항구로 묶은 탕산항은 현재 화물처리량이 1.7억톤을 초과하였으며, 오는 2030년까지는 부산항의 2배가 넘는 5억톤을 처리해 중국 최대의 항만으로 성장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대규모 항만 이외에 차오페이덴은 철강, 장비제조, 석유화학, 물류를 중심으로 하는 중국 북부 최대의 중화학공업기지로 건설될 예정이다. 국가급 순환경제시범구인 차오페이덴은 2005년부터 갯벌 매립 사업이 시작돼 현재 140km2 매립에 성공했다. 개발계획에 따라 오는 2030년까지 310km2에 달하는 광활한 공단이 조성된다. 중국 최대 철강 단지로 육성되는 이곳에 서우두강철(首都鋼鐵) 제철소가 이미 2007년 베이징으로부터 이전해 왔으며, 국영 정유업체인 페트로 차이나(PetroChina)도 이곳에 원유 부두를 세웠다. 현재 매일 4억 위안이 차오페이덴에 투자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누적 투자액은 4,500억 위안을 넘었다. 25만톤급 부두와 연간생산량 500만톤의 제철소, 줄지은 주택가...차오페이덴의 변화는 그야말로 빠르다.

 

 


                          바다를 메워 공단을 만들고 있는 차오페이덴                             베이징에서 이전한 서우두강철(首都鋼鐵) 제철소
                         사진출처: www.image.baidu.com                                               사진출처: www.image.baidu.com



인근 각 지역에서 탕산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탕산시 내부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탕산강철그룹을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탕산의 옛 구역에서 동남 연해신구로 옮겨가는 소위 ‘동남비(東南飛)’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줄곧 내륙형 자원도시를 표방했던 공업도시 탕산의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탕산, 탄광에서 태어나고 철강으로 강성해졌으며 오늘날 항만으로 번영하고 있는 도시, 이 도시가 파란 꿈을 맘껏 펼쳐 바다를 향해 봄을 맞이하고 꽃을 피울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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