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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세미나]평균시속 350㎞, 우한-광저우 고속철(武廣高鐵) 시승기

정지현 소속/직책 : KIEP 중국 권역별 성별 연구팀 부연구위원 2010-12-15

 2009년 12월, 후베이성 우한(武漢)시와 광둥성 광저우(廣州)시 간 1,068㎞의 거리를 3시간대에 돌파하는 우한-광저우 고속철(武廣高鐵)이 개통되었다. 이 고속철의 평균시속은 350㎞로 시범운행 시 최고시속은 무려 394.2㎞에 달했다. 평균시속 350㎞는 한국의 KTX, 프랑스 테제베, 독일의 이체, 일본의 신칸센보다 무려 50~120㎞/h 빠른 속도로서, 눈 깜짝하는 1초 동안 평균 97m를 이동할 수 있는 속도이다.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기 전인 6월 말, 섭씨 37~8도를 넘나드는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에서 하늘이 아닌 육지를 날아다닌다는 우한-광저우 고속철을 탑승하게 되었다. 창사역은 우한-광저우 고속철의 중간 정차역으로 넓은 실내와 쾌적하고 깔끔한 인테리어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평일 오전임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한산한 역사의 모습은, 이 고속철이 개통되기 전부터 논란이 되었던 비싼 기차표 가격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우한-광저우 고속철 전체 구간의 가격은 1등석(특석)이 780위안, 2등석(일반석)이 490위안으로 56~280위안 정도인 일반 기차표 가격에 비하여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중국 네티즌들은 이 고속철의 가격을 비행기티켓 가격과 자주 비교하는데, 평상시 정상가(930위안)의 절반도 안 되는 330~470위안으로 동일 구간의 항공권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콧대 높은 고속철 가격을 실감할 수 있다.  
  


  창사역의 대합실은 일반석 승객용 대합실과 1등석 승객용 대합실이 구분이 되어 있고, 1등석 승객용 대합실에는 친절한 도우미 아가씨가 고객들이 기다리는 기차의 시간 및 탑승구 등에 대해 설명해 주는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1등석 승객용 대합실의 모습.




▲ 창사 남(南)역에서 우한역까지의 기차표.
- 창사-우한 구간 1등석 좌석 가격은 280 위안.
- 열차 편명인 G1022의 "G"는 고속철(高速動車,Gaosudongche)을 의미.
1)


▲ 기차표를 제시하고 무료로 받은 생수 한 병. 


 고속철이 창사역에 정차하는 시간은 불과 4~5분 정도. 승객들이 분주하게 승ㆍ하차를 하는 이 짧은 시간동안, 어디선가 나타난 미화원 아주머니들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허셰(和谐)호의 외부를 빠르게 청소하였다.




 

 고속철 내부는 널찍하고 안락한 의자와 넓은 통로, 깨끗한 화장실 등을 기본으로 1등석, 일반석, 식당 칸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중국의 국내선 비행기를 타면 제공되는 간단한 간식과 음료도 무료로 즐길 수 있었고, 스튜어디스처럼 깔끔한 제복으로 단장한 철도 승무원들도 눈에 띄었다. 이렇듯 항공편을 이용할 때 제공되는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점 외에, 이 고속철과 KTX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의자의 각도와 방향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한-광저우 고속철은 승차 후 10분이 채 되기도 전에 이미 시속 300㎞를 넘어서 최고시속 351㎞로 달리고 있었다. 육지 위를 날아가는 듯한 빠른 속력을 유지하면서도 불편한 흔들림은 느낄 수 없었고, 일행들과 간식을 먹으며 소곤소곤 담소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소음도 거의 없었다. 또한 1등석 열차칸 뒤쪽에는 큰 짐을 놓는 공간이 있었는데, 그 곳에 쌓여있는 고급 골프채 세트들이 이 고속철을 사용하는 소비계층을 짐작케 하였다. 10여 년 전쯤, 하얼빈에서 광저우까지 2박 3일을 기차로 이동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열차의 수준은 물론 승객의 수준도 높아진 중국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일반 열차로 짧게는 3시간 20분, 길게는 5시간 정도가 걸리는 창사-우한 구간을 약 1시간 10분 만에 돌파하여, 여유로운 점심은 물론 꽉 찬 오후 일정까지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었다. 물론 창사에서 우한까지의 고속철 가격은 동일 구간의 일반 기차에 비해 2~7배 까지 비싸긴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교통편이 다양해졌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또한 창사와 우한 간 하루 평균 열차 운항 횟수도 기존의 49회에서 고속철 50회가 추가되어 총 99회에 이르러, 시내 교통편만큼이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지난 10월 26일에는 우한-광저우 고속철에 이어 상하이-홍콩 간 고속철도의 첫 구간인 상하이-항저우 노선이 개통되었다. 이 구간 고속철의 평균시속 역시 350㎞이었으며, 시범운행 시에는 최고 416.6㎞/h을 기록하여 세계 최고기록을 다시 한 번 갱신하였다. 이렇듯 고속철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중국은 최근, 시속 500㎞ 이상의 고속철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2007년 최고시속 200㎞의 고속철 시대를 맞이했던 중국의 비약적인 발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중국 최대의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고속철 확장계획의 재검토를 촉구하는 보고서를 국무원에 제출하였다. 이유인 즉, 2008말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여 추진된 경기부양책의 일환인 교통 분야에 대한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감당하기 벅찬 차관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이의 운용도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향후 몇 년간 중국 각 지방정부의 고속철 건설계획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하고 있다. 실제로 우한-광저우 고속철의 평균 탑승률은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대규모 고속철 건설의 투자금을 회수하는데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고속철 확장계획은 매우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하는 사안이긴 하다. 
 고속철 확장에 대한 중국 내 찬반 논쟁 속에서도, 고속철 발전으로 인한 다양한 사회변화와 지각변동을 기대해볼만 하다.


1)  일반적으로 고속철은 최고속도가 200㎞/h 이상인 열차를 의미하며, 이 기준에 따라 중국의 고속철 편명의 첫 글자는 G, C, D 등으로 분류된다. G는 고속열차를 의미하는 高速動車(Gaosudongche)의 이니셜로서, 최근 개통된 시속 350㎞ 이상의 고속철인 우한-광저우 고속철, 정저우(鄭州)-시안(西安) 고속철, 상하이(上海)-항저우(杭州) 고속철 등이 해당된다. C는 도시간 고속철을 의미하는 城际高速(Chengjigaosu)의 이니셜로서, 베이징-텐진 고속철 등이 포함되면 D는 고속철의 일종인 動車組(Dongchezu)의 이니셜로서, 일반적으로 G나 C로 시작되는 고속철에 비하여 속도가 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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