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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세미나]허페이(合肥)의 구카이라이(谷開來)

박진희 소속/직책 : KIEP 중국 권역별 성별 연구팀 연구원 2012-08-14

    시 중심이 잔잔한 호수로 둘러싸인 아름답고 조용한 도시 허페이(合肥)시는 최근 생각지도 못한 일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중국 정치 최대 이슈를 일으킨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의 아내 구카이라이(谷開來)의 재판이 이 곳에서 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 1,2. 구카이라이의 재판이 열리고 있는 허페이의 법원(左), 재판을 받고 있는 구카이라이(右)


 

자료: The New York Times(左), The Straits Times(右).


    구카이라이는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를 고의 살인한 혐의로 허페이시 중급 인민법원에 기소되었습니다. 지난 9일 열린 첫 공판에서 그녀는 자신이 직접 헤이우드에게 독약을 먹여 살해했다고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함께 추진했던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가 무산되자 헤이우드가 경제적 보상을 요구하며 그녀의 아들 보과과(薄瓜瓜)를 위협했고, 이에 아들을 보호하고자 헤이우드를 충칭으로 유인해 독살했다는 것입니다.

    이 으스스한 사건이 일어난 곳은 충칭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재판은 사건과도 구카이라이와도 아무 관련이 없는 안후이(安徽)성의 성도 허페이에서 열리게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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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이는 무엇보다도 재판과정에서 보시라이의 영향력과 대중들의 관심을 최소화하여 재판을 진행하기 위함입니다. 충칭시 최고 권력자였던 보시라이는 충칭시 각 부처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부패·폭력 척결 활동 및 적극적인 경제발전 정책으로 대중들로부터 인기가 드높았습니다. 올 가을 제18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열리기 전에 본 사건을 조속히, 그리고 조용히 마무리 짓고 싶어하는 중국 정부로서는 구카이라이의 재판이 이뤄질 장소로 충칭시가 적합해 보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2008년 직권 남용 및 뇌물 수수로 실각한 천량위(陳良宇) 전 상하이시 서기의 재판이 천량위와 아무 연고가 없는 톈진(天津)에서 이뤄졌듯, 이번에도 사건 발생지인 충칭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수도 베이징(北京)도 아닌 제 3의 장소에서 재판이 열리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또한 상하이(上海)도 우한(武漢)도 아닌 허페이가 선택된 이유로는 △안후이성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부총리와 같은 현 실세들의 고향이라는 점 △중국 사법부 수장인 왕셩쥔(王勝俊) 최고인민법원장이 20여 년간 업무를 본 곳이라는 점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안후이성에 시행된 몇몇 우대정책들은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선물이다”라고 현지인들이 자연스레 말할 정도로, 또 지역의 주요 법조계 인사들이 대부분 왕셩쥔의 후배일 정도로, 중앙의 영향력이 큰 곳이기에 선택되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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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 이야기가 나오니, 허페이가 또한 포청천의 고향이라는 것이 떠오릅니다. 송나라 때 부패한 정치가와 제후들을 엄정하게 처벌하였다는 이야기로 유명한 그 판관 포청천 말입니다. 포청천은 허페이시를 대표하는 인물로, 허페이시 중앙엔 포청천의 묘와 그의 이름을 딴 호수 바오허(包河)가 자리잡고 있고, 시내 스타벅스 1호점에는 포청천의 모습을 담은 머그컵이 팔리고 있습니다.

 

그림 3,4. 허페이 시내의 포청천 묘(左), 바오허(右)

자료: 직접 촬영(2012.4).

 

   아이러니하게도 충칭시 당 서기 재임시절 보시라이는 ‘충칭의 포청천(薄靑天)’이라 불리웠습니다. 당 서기로 부임한 후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수천 명의 조직 폭력배를 검거하고 공무원과 기업인 등도 체포·사법 처리한 그에게 충칭시 시민들이 붙여준 별명이지요. 그러나 범죄 소탕이라는 그의 치적은 현재 불법 도청, 고문을 통한 강제 자백, 정적 숙청 등으로 무리하게 진행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얼룩이 졌고, 그의 별명은 충칭시 당서기직과 정치국 위원직과 함께 그를 떠났으며, 그의 아내는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판관 포청천의 고향에서, 포청천의 후예들이, 한 때 ‘충칭의 포청천’이라 불렸던 이의 아내 구카이라이에게 어떤 판결을 내릴지, 그리고 보시라이 사건은 어떻게 정리가 될지 궁금해집니다.

 

[참고자료: South China Morning Post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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