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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세미나]그 많은 돼지는 왜 떠내려 왔을까?

노수연 소속/직책 : KIEP 중국 권역별 성별 연구팀 부연구위원 2013-04-16

돼지 사체는 황푸강을 타고...
 

2013년 3월 11일 상하이 시를 동서로 가르고 있는 황푸강(黃浦江)에서는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다. 수백, 수천 마리의 죽은 돼지가 떠내려 온 것이다. 3월 말까지 황푸강 상류에서 건져 올린 돼지 사체는 13,000여 마리에 달했고, 2천만 상하이 시민의 식수인 황푸강의 수질오염과 죽은 돼지가 감염되었을지 모를 각종 전염병에 대한 우려로 한 달여간 상하이 시가 들썩였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한 달이 지난 지금, 상하이 시와 인근 지역에서 돼지사체유기사건은 이미 잊혀져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황푸강에서 돼지 사체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종전에도 황푸강에서는 양돈업자가 몰래 내다버린 돼지 사체가 발견되고는 했다. 다만 이번 경우에는 사체의 수가 10~20마리가 아니라 수천, 수만 마리에 달하기 때문에 특별히 언론의 주목을 받았을 뿐이다. 상하이 시 정부는 죽은 돼지의 출처를 파악하는 한편, 수질오염 및 전염병 발생 여부를 조사했고 최근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그렇게 이번 돼지사체유기사건은 마무리되는 듯하다. 
 
돼지 사체, 왜 강에 버려졌을까?
 
왜 그들은 죽은 돼지를 태연히 강에 버려 왔을까? 그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중국에서 돼지고기의 의미와 양돈업의 현실을 알아야 한다. 돼지는 닭과 더불어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육류이다. 또한 돼지는 인플레이션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소비자물가지수(CPI) 중 식품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항목일 만큼 중국인에게 있어 돼지는 매우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에 따라 중국은 세계 최대의 돼지고기 소비국이자 생산국이다. 
 
돼지의 자연 폐사율은 평균 3%이다. 비율로는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아도 2011년 말 중국의 돼지 사육규모가 4억 6,700만 마리를 넘고, 돈육생산량이 5,000만 톤을 넘는 것을 감안하면 1년에 어림잡아도 1천만 마리 이상이 자연 폐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엄청난 양의 돼지 사체를 중국은 어떻게 처리하고 있을까? 중국 정부는 사체의 위생적인 처리를 위해 각지에 위생처리시설을 건설하고 있으며, 대형 양돈업체도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받아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1마리 처리할 때마다 80위안씩 지원되는 정부의 보조금은 대형 양돈업체에게 할당되기 때문에 영세한 양돈업자로서는 돼지 사체를 합법적으로 처리하기가 어렵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지금까지는 죽은 돼지를 매매하는 암거래 시장이 성행해 이곳을 통해 죽은 돼지를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죽은 돼지 매매가 엄격히 규제되면서 판로가 막히게 되자, 결국 불법으로 유기하게 되었다. 그 결과 땅을 파서 묻는 것보다 손쉽게 강에 내다 버리는 양돈업자가 급증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번 경우처럼 수 천 마리가 떼죽음을 당해 버려진 사건은 그 내면에 또 다른 원인이 존재할 수도 있지만,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는 여기에서 그치고 있어 향후 보다 면밀한 관찰과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돼지 사체, 그들의 고향이 궁금하다
  
우리는 여기에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상하이로 떠내려 온 돼지는 도대체 어디에서 키운 걸까? 돼지 귀에 붙어 있는 표식을 감정한 결과, 이들 돼지는 저장성(浙江省) 자싱(嘉興)시에서 떠내려 온 것으로 판명되었다. 자싱시는 어떤 곳일까? 통계연감의 2011년 기준으로 인구 340만 명을 보유한 도시인 자싱은 예부터 “물고기와 쌀의 고향”, “비단의 도시”로 불리며 풍부한 천연자원과 관광자원을 보유한 도시로 유명했으며, 2011년에는 국무원이 국가급 역사문화도시로 지정하기도 하였다. 더욱이 [그림 2]에서 보듯이 저장성 동북부에 위치하면서 화동지역의 핵심도시인 상하이, 항저우, 쑤저우와 인접해 있어 지리적 입지가 매우 뛰어나다. 자연히 땅값도 비쌀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첨단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이 발전해야 할 것 같은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돼지를 사육하고 있기에 1만 마리가 넘는 돼지가 떠내려 온 것일까? 이해를 돕기 위해 자싱 시의 산업구조를 간단히 살펴보자. 
 
2011년 1차, 2차, 3차 산업이 전체 지역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저장성의 경우 순서대로 4.9%, 51.2%, 43.9%인데 반해, 자싱 시는 5.3%, 57.5%, 37.2%로 3차 산업의 비중이 현저히 낮고 2차 산업의 비중이 높아 여전히 2차 산업이 중심인 경제구조임을 알 수 있다. 반면 1차 산업의 경우 저장성과 비교할 때 0.4%포인트 높은 수준에 그쳐 그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또한 저장성 1차 산업의 부가가치에서 각 시(市)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더라도 자싱 시는 전체의 9.1%를 차지해 항저우나 닝보(寧波), 타이저우(台州) 등의 다른 시보다 비중이 낮다. 
 
그러나 양돈업만을 놓고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2011년 저장성의 목축업 총생산액은 562억 1,400만 위안이었다. 이 중 자싱 시는 99억 800만 위안을 달성해 전체의 17.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돼지의 2011년 연말 사육 규모를 보면, 전체 1,533만 마리 중 자싱 시는 294만 6,900만 마리로 전체의 19.2%를 차지했다. 또한 돼지고기 생산량도 107만 8,036톤 중 자싱 시가 31만 3,144톤으로 18.3%를 차지해 명실공이 저장성 최대의 양돈기지임을 보여준다. 1)
 

이처럼 자싱 시에서 양돈업이 발전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상하이 시와의 지리적 인접성 때문일 것이다. 대도시 거주 인구에게 식재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인근 지역에서 근교농업이 발달하기 마련이며, 목축업 또한 마찬가지이다. 특히나 돼지고기를 즐겨 찾는 중국인의 식습관을 고려할 때 2천만 상하이 시민의 돼지고기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상하이 시 근교의 양돈업자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실제로 상하이 시 근교에 위치한 쑹장(松江)구에서는 8만 마리, 진산(金山)구에서는 20만 마리 사육에 그치고 있다. 반면 자싱 시는 매년 200만 마리를 상하이 시에 공급하고 있다. 2)

  

보도에 따르면, 자싱 시는 13만 여 농가에서 700만 마리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다고 한다.3) 자싱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양돈기지인 신펑진(新豊鎭)의 경우에는 양돈역사가 30년이 넘고 전체 농가의 70% 이상이 양돈업에 종사하고 있을 만큼 자싱 시에서 양돈업은 여전히 중요한 산업이다. 그러나 사육규모 100마리 미만인 영세업자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돼지 사체를 위생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전문시설을 갖추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돼지사육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질, 토양 오염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친환경, 고부가가치를 강조하는 오늘날 중국에서 자싱 시 양돈업계가 직면한 문제는 중국 전역의 양돈기지가 공통적으로 직면한 문제일 것이다.
  
  
1) 浙江省統計局. 2012. 『浙江統計年鑑2012』.
2)『21世紀網』(2013. 3. 26). 「嘉興死猪事件深度調査:養猪大市的自我救贖」.
3) 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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