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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세미나]후베이 화가가 그린 ‘최후의 만찬’

박진희 소속/직책 : KIEP 중국 권역별 성별 연구팀 연구원 2013-10-23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후베이(湖北) 사람들을 알고 있습니다. 굴원과 맹호연이 떠오르신다구요? 이런 옛 위인들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천녀유혼’ 리메이크작의 여주인공으로 한국에도 많은 남성 팬을 거느리고 있는 리우이페이(劉亦菲), 여자테니스 세계랭킹 5위로 아시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테니스 선수 리나(李娜), 이들도 모두 후베이 출신이에요.

 

최근 또 한 명의 후베이 출신 인사의 이름이 국내 언론에 오르내렸습니다. 바로 ‘쩡판즈(曾梵志)’라는 화가입니다. 쩡판즈는 장샤오강(張曉剛), 웨민쥔(岳敏君) 등과 함께 국제미술시장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중국 현대화가로, 최근 그의 작품 하나가 홍콩 소더비경매에서 2,330만 달러(약 250억 원)에 낙찰되며 아시아 현대미술 경매 사상 최고가를 경신해,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지요.

 

쩡판즈는 현재 베이징에 머무르며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고 있으나, 후베이성에서 나고 교육받았습니다. 미술 교육도 후베이에서 받았어요. 그가 다닌 후베이미술학원은 중국 대표 미술대학 중 하나로, 중국에서 꽤 지명도를 가진 곳입니다. 1920년에 설립된 이래, 원이둬(聞一多)등의 인사들이 교편을 잡았고 탕샤오허(唐小禾) 같은 유명 화가를 배출해왔습니다.

 

이번에 비싸게 팔린 그림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유명한 작품,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것입니다. 원작의 구도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소재만 중국식으로 바꾸었어요. 식탁에는 예수와 열두 사도 대신 붉은 스카프를 두른 소년선봉대가 앉아있고, 뒷벽에는 중국의 서예작품을 걸어놓는 식으로요. 괴상한 흰색 가면을 쓰고 있는 소년들 앞에는 빵과 포도주 대신 고깃덩이처럼 시뻘건 수박이 으깨져 나뒹굴고 있는데, 이는 폭력과 욕망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왼편 가운데 소년 한 명만은 다른 이들과 달리 노란색(다빈치 작품에서 배신자 유다의 옷과 같은 색) 넥타이를 매고 있는데, 이것은 붉은 스카프로 상징되는 공산주의 이상을 버리고 서방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것을 나타낸 것이구요.
 

네, 정치적·사회적 의미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작품입니다(화가는 원래 그림의 뒷 배경을 인민대회당으로 하려했다 합니다). 개혁개방 이후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며 급변해온 중국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중국의 여러 현대 미술작품 중 하나이죠.

 

쩡판즈의 이 작품은 어째서 그런 고가에 팔렸을까요? 서구의 작품을 차용해 이 그림을 그리고,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경매장에서 신기록을 갱신한 화가는, 붉은 스카프와 노란 넥타이 중 무엇을 매고 있을까요? 그리고 중국 정부는 이 그림을 과연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이 작품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직후 게재된 환구망(環球網, 중국 관영언론 환구시보의 인터넷판)의 기사를 통해, 마지막 질문의 답을 그려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장(浙江)대 교수가 작성한 이 기사에서는 쩡판즈의 그림이 예술적으로 가치가 없고, 오로지 정치적 색채만 농후한 작품이라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누가 이런 작품들에 거품과 같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지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1970년대 소련에서 정치적 비판의식을 강하게 드러냈던 ‘소츠아트(Sost-Art)’가 미국의 지원을 받아 유명해지고 비싸게 팔렸으나 소련 붕괴 후 순식간에 가격이 하락했던 것을 예로 들며,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현대미술계에서 예술은 종종 ‘이데올로기와 문화냉전의 무기’로 사용되니 주의할 것을 당부하면서요.

 

 

[참고자료: 연합뉴스, 환구망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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