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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인터뷰]시진핑 그리고 중국의 꿈(中國夢,중꾸어멍)

질문자: 전가림, 답변자: 장공자 소속/직책 : 호서대학교 교수/ 충북대학교 명예교수 2013-05-14

2013년 3월 18일 한국의 국회에 해당하는 중국의 제 12기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약 보름간의 일정을 끝으로 향후 중국을 이끌 새로운 지도부를 출범시키고 막을 내렸다. 이번 회의를 통해 국가주석 자리에 오른 시진핑(習近平)은 폐막연설에서 “중국의 꿈(중꾸어멍)”을 강조하는데 상당부분을 할애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중국전문가포럼(CSF)에서는 시진핑이 역설하고 있는 “중국의 꿈”은 무엇이며,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시진핑이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 중국 전문가를 모시고 대담을 하였다. 이번 대담은 4월 27일 서울 강동구에 있는 전가림 교수의〔중국연구실〕에서 전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 충북대학교 장공자 명예교수와 질의응답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전가림 교수: 안녕하십니까? 장 교수님, 오늘은 교수님을 모시고 ‘중국의 꿈(中國夢, 이하 중꾸어멍)’에 대한 말씀을 나누려고 합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꿈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나라도 꿈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장공자 교수: 네, 안녕하세요. 낮의 생각이 밤엔 꿈이 된다고 해서 주사야몽(晝思夜夢)이란 말이 있습니다만, 개인이나 국가도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꿈을 꿀 수밖에 없겠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 하는 것 때문에 그런지는 몰라도 꿈에 대한 이야기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을 긴장시키기도 하고, 설레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전 교수: 교수님, 지금 설레십니까? 아니면 긴장되십니까?
 
장 교수: ‘중꾸어멍’을 말한다고 해서 그런지 긴장되거나 설렌다기보다는 흥미와 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사실상 꿈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 있는 건 꿈에는 길몽과 흉몽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전 교수: 말씀하시니까 생각이 나는데, 저는 “몸에 날개가 생기면 대길하다.”, “돼지를 보면 먹을 것이 생긴다.”, “똥이나 오줌을 뒤집어쓰면 큰 행운이 따른다.”는 건 길몽 이야기와 “목욕을 하면 감기가 든다.”, “모르는 사람하고 함께 술을 마시면 구설수에 오른다.”, “윗니가 빠지면 집안 어른이 죽는다.”고 하는 흉몽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습니다. 그런데 태몽이라는 것도 있지 않습니까?
 
장 교수: 그렇습니다. 태몽에 관한 이야기는 수없이 많습니다. 훌륭한 선비, 임금, 장군이 잉태되거나 태어날 때, 태몽을 꿨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삼국사기』․『삼국유사 』․『고려사』와 같은 문헌에도 태몽에 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지금도 강릉에 있는 오죽헌에 가면 신사임당신씨가 율곡을 용꿈으로 잉태해 낫다고 해서 ‘몽룡실(夢龍室)’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전 교수: 저도 중국에 있을 때, 기원전 천 년경 주나라의 주공이 만들었다는 『몽서夢書』라는 꿈에 관한 책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왜 장자 같은 사람도 그의 「제물론」의 ‘호접몽’을 보면, 꿈을 또 하나의 중요한 현실로서 객관적인 삶의 현실과 대비시키고 있는 것은 매우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장 교수: 중국에는 꿈을 풀어보는 해몽서가 많이 전해지고 있는데, 어떤 해몽서에서는 꿈이 없는 상태가 가장 건강한 상태이고, 참된 사람, 즉 진인(眞人)은 꿈이 없다고 하는데, 꿈이 없는데 무슨 해몽서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전 교수: 꿈에 관한 해몽이야 어찌됐건 사람은 꿈을 꾸기도 하고, 이루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살고 있지 않습니까? 국가도 마찬가지인 줄 압니다. 개인이든 국가든 간에 이루고자 하는 꿈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꿈이야말로 이정표와 같아서 목적지로 인도하는 안내서와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꿈이 없다는 것은 미래와 소망이 없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장 교수: 그렇습니다. ‘아메리칸 드림’이니 ‘코리안 드림’이니 하면서 꿈의 실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미국으로 가고 한국으로 옵니까? 그들에겐 미래가 있고 소망이 있기 때문에 고통스런 현실 속에서도 그것을 쉽게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는 것 아니겠습니까?

 
전 교수
: 그런데 이런 드림과 다른 드림이 중국의 지도자들에 의해서 논의되고 있는 것이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중꾸어멍’인데, 이에 대한 교수님의 견해를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장 교수: 네, 알겠습니다. 중국 지도자들이 국가 차원에서 꿈을 말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매우 중요한 관심의 대상입니다. 왜냐하면 그 꿈은 우리나라는 말할 것도 없고, 국제사회와도 무관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
전 교수: 교수님, 역설적인 말 같지만, 국가 차원에서 꿈이 논의되고 있다는 것은 중국에는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과제나 이루고자 하는 희망 사항이 많다는 이야기가 아닐까요. 왜냐하면 여러 나라에서 비교적 소외된 사람들이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넉넉한 삶을 살아보려고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미국으로 가는 것처럼 지금의 중국에는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과제는 물론, 소외계층이 많아서 그런 건 아닌지 해서 말씀입니다.
  
장 교수: 그렇습니다. 해결해야 하는 과제나 소외계층은 어느 나라에도 있게 마련이지만, 중국에는 상대적으로 많은 게 사실입니다. 길게는 아편전쟁(1840-1842) 이래, 짧게는 1920년대 국공내전으로부터 공산정권 수립 이후, 경제는 피폐해졌고, 사회적 혼란과 이념적 갈등으로 다수의 소외계층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1978년 개혁개방으로 인한 괄목할 만한 발전 이면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 또한 적지 않습니다.

 
전 교수: 말씀하신 어두운 그림자라면 어떤 것을 들 수 있을까요?
 
장 교수: 다 아시다시피 중국은 지난 30여 년 동안 개혁개방정책에 따른 실용주의 노선으로 눈부신 발전을 이룩함으로써 이른바 G2국가로 부상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같은 발전 결과로 초래된 빈부격차, 도농격차, 동서격차, 구조적인 부패, 상대적인 박탈감 등은 많은 중국인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좌절감과 절망감을 안겨주는데 그치지 않고, 극도의 불평과 불만을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크고 작은 어두운 그림자들은 얼마든지 들 수 있습니다.

 
전 교수: 그렇다면 ‘중꾸어멍’은 이런 부정적인 것들과는 다른 희망적인 소망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장 교수: 그렇습니다. ‘중꾸어멍’은 긍정적이면서도 낙관적인 미래의 중국 모습으로 중국지도자들이 이루하고자 하는 중국의 목표이자 이상이라 하겠습니다. 지난 1백여 년 이래 중국의 지도자들은 표현을 달리했을 뿐, 하나같이 주창한 것은 ‘중꾸어멍’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1911년 신해혁명을 일으킨 손운(孫文)의 ‘삼민주의’를 비롯해서 마오쩌둥의 ‘사회주의 혁명’, 덩샤오핑의 ‘사회주의 건설’, 장쩌민의 ‘강대하자(强起來)’, 후진타오의 ‘조화사회(和諧社會)’는 다름 아닌 그들이 이루려했던 ‘중꾸어멍’, 즉 ‘China Dream'을 위한 슬로건들이었습니다.

  
전 교수: 아편전쟁 이후 지금에 이르는 170여 년 동안 중국지도자들이 해결하고자 했던 것은 만성적인 가난과 불평등한 국제관계라는 두 개의 과제였습니다. 현재 이 두 과제의 해결은 이른바 G2국가로의 부상으로 증명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의 지도자들이 이에 결코 만족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위에서 말씀하신 ‘중꾸어멍’은 곧 그들 지도자들의 불만이자 소망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막 출범한 시진핑 주석이 이루고자 하는 ‘중꾸어멍’은 어떤 것일까요?
  
장 교수: 시 주석이 그리는 ‘중꾸어멍’을 말하기에 앞서 중국의 꿈을 논리적으로 비교적 잘 정리한 중국 국방대학 류밍푸(劉明福) 교수의 『중꾸어멍 中國夢』이란 저서가 있는데, 그가 그리는 중국의 꿈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세계 제일’의 중국을 건설해서 명실상부한 ‘중국의 시대’를 열자는 것입니다. 이는 역대 중국지도자들이 그리던 꿈과 본질적으로 같은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시진핑 주석의 꿈도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 3월 17일 그는 제12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23분간의 폐막연설을 할 때, 시 주석은 ‘중꾸어멍’을 무려 9번이나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가 이처럼 강조한 ‘중꾸어멍’은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전제로 한 현대판 부국강병책이었습니다. 그는 부국강병책을 통해 지금의 G2(초강대국인 미국과 강대국 중국)를 새로운 G2(초강대국인 중국
과 강대국인 미국) 시대를 여는 것이 그가 염원하는 ‘중꾸어멍’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시진핑 주석이 그리는 ‘중꾸어멍’은 이전의 지도자들이 그리던 ‘중꾸어멍’과는 좀 다른 데가 있습니다. 비록 ‘세계 제일’의 중국이라는 점에서는 같다고 하겠지만, ‘세계 제일’의 중국에 문화의 옷을 입혀 화려하면서도 위대한 중국을 만들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는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경제는 혈육이요, 문화는 영혼이다”라고 하면서 경제발전이 골간이기는 하지만, 문화가 따라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을 자주 했기 때문입니다.

 
전 교수: 그런데 문제는 시진핑 주석이 그리는 그런 중국의 꿈이 과연 실현 가능하냐는 것입니다. 개인이든 국가든 간에 꿈을 꿀 수는 있지만, 그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내외재적인 조건과 환경을 포함해서 여러 가지 여건이 구비되고 성숙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속담에 “꿈에 서방 맞은 격‘이라거나 ”꿈에 떡맛 본 격“이란 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장 교수: 앞에서 말씀드린 내재적인 ‘크고 작은 어두움 그림자들’을 해결하지 않고는 ‘중꾸어멍’은 실현 불가능합니다. 비록 내재적인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외재적인 것들, 특히 미국 케리 국무장관이 말하고 있는 이른바 ‘퍼시픽 드림(Pacific Dream)'과 시진핑 주석이 그리고 있는 ‘차이나 드림(China Dream)'은 여러 가지 면에서 충돌할 수 있는 개연성 때문에 낙관할 수만은 없지만, 지금 중국이 보여주고 있는 G2의 모습에서 성공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고 봅니다.
 
전 교수: 저도 교수님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시진핑 주석이 말하는 ‘중꾸어멍’은 경제력과 군사력 그리고 정치력에 문화를 결합시킨 것이지만, 본질적으로 부국강병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돌의 소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부국강병은 국가이익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이나 충돌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한국과 일본이 꾸는 꿈과도 일치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 또한 문제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에 있는 한국의 한 시민으로서 시진핑 주석이 그리는 ‘차이나 드림’이 ‘일장춘몽’으로 끝나지 말고 하루 속히 이루어져서 한ㆍ중관계가 더욱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교수님, 오늘 여러 가지로 귀한 말씀을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원문은 첨부파일을 참조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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