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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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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중국의 CSR (기업의 사회적 책임) 전략과 한국계 기업에의 시사점

이윤석 소속/직책 : InnoCSR 대표이사 및 국제지속가능성협회 아시아대표 2013-10-02

○기업의 사회적 책임 전략이란? 

 

유럽 연합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기업 스스로가 자신의 사업 활동을 행할 때나 이해관계자(stakeholder)와의 상호관계에서 자발적으로 사회적 또는 환경적인 요소들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좀 더 깊게 살펴 보기 위해, 우리는 ‘이해관계자’라는 단어에 주목을 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기업의 영업활동은 사회 곳곳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포춘 500대 기업들을 보면, 한 나라의 국가예산보다 더 많은 매출규모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조금 더 쉽게 설명을 하면,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제품이나 그에 관련된 마케팅 캠페인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받아들여지는 속도나 영향력이 국가의 정책보다 더 빠르고 더 강력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와 같이 기업의 사이즈나 영향력이 커지면서 과거 밀튼 프리드먼이나 아담 스미스 같은 경제학자들이 주창했던 기업의 역할, 즉, 이익을 창출하여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것 이상으로 훨씬 더 복잡한 사회적 소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제 기업은 주주들뿐 아니라, 언론, NGO, 정부, 임직원, 협력업체, 소비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어우러져 사회 안에서 조화로운 기업활동을 해야 하며, 이를 무시하였을 때에 기업들은 적잖은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은 물론 회복할 수 없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사회의 이해관계자들이 바라는 기업의 책임이란 지속적인 그들과의 교류 및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사회와 기업의 공존과 공동발전을 꾀하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단순한 이익활동에 대한 사회 환원이 아니라 (어떻게 돈을 쓰느냐), 어떻게 기업활동을 하는가 (어떻게 돈을 버느냐)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이다. 불법 고리대금업을 해서 극대화된 이익으로 학교를 지어주는 것보다, 합법적인 금융업을 하는 것, 즉 합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2010년 말에 제정되어 공표된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표준인 ISO26000은 지배구조, 인권 존중, 노동 관행, 환경, 공정관행, 소비자 이슈, 지역 사회 참여 및 사회 개발의 총 7가지 범주로 조직의 사회적 책임을 구분하고 있다.

 

이러한 7가지 분야의 지침 구조 역시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직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그들의 관심사를 다각도로 반영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따라서 CSR 이란 기업이 사회의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동반성장을 하는 전략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 사회공헌과 CSR

 

우리나라는 유독 사회공헌이라는 트랜드가 강하다. 이는 우리나라가 재벌기업들의 사회환원 사업을 통한 사회공헌이라는 개념이 약 10여 년 전에 먼저 등장을 했기 때문이다. 나라가 잘 살게 되면서 사회적 계층이 형성되었고, 빈부 격차가 자연스럽게 벌어지면서 유독 재벌기업에 대한 불만이 많아짐에 따라 사회의 이해관계자들은 사회구조와 노동력을 이용하여 부를 축적한 기업들에게 사회환원을 요구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삼성과 현대자동차 및 기타 재벌기업들이 앞다투어 나눔을 전재로 한 재단을 설립하기 시작하였고, 이들 재단에서는 지금도 활발하게 사회공헌 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반면, 국외에서의 CSR은 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의 원천이자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동반 성장을 하는 윤리적 기업 경영 전략으로 인식된다. 물론 예전이나 지금이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자선사업가들은 많지만, CSR은 지난 10여 년 동안 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 전략으로 자리를 잡았다. 앞서 언급한 ISO26000의 범주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회공헌은 CSR의 아주 조그만 일부분으로 작용할 뿐이다.

 

이러한 개념의 혼재와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상황 때문에 아직까지도 CSR을 사회공헌이나 기부, 자선활동 정도로 생각 하는 기업들이 많으나, 실제로는 환경, 사회, 노사, 운영, 지배구조까지 기업의 윤리적인 운영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야 한다.

 

○ CSR의 전략화? 일석이조의 전략

 

위에서 CSR은 이해관계자들을 관리하는 기업의 전략이라고 간단하게 언급하였는데, 이 전략을 잘 이용한다면 일석이조, 아니 삼조, 사조의 결과를 창출할 수가 있다. 

 

하버드의 마이클 포터 교수가 제시한 공유가치창출 전략인 CSV (Creating Shared Value)는 동반 성장을 전제로 한 CSR의 진화된 모델이다. 환경을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완벽하게 CSR로부터 창안된 이론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실용적인 측면에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성장을 추구한다는 면에서, 사회구성원들뿐만 아니라 기업의 입장에서도 바람직하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이다. 

 

중국의 다국적 기업들을 예시로 들어보자. 네슬레, 펩시, 스타벅스 등은 식품/음료 기업이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원자재를 구매하여야 한다. 네슬레는 흑룡강 쌍성시, 펩시의 Frito Lays 감자칩은 내몽고, 스타벅스는 운남성에서 각각 지역 주민들과 농가들에게 기술을 전수해주고, 양질의 식원자재를 공급받는다. 기업들은 중간 무역상들을 배제함으로써 원자재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고, 자신들의 기술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품질관련 리스크를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한편 지역 주민들은 기술을 전수 받고, 또 이들 기업에 안정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지속적인 공급을 할 수 있다. 이렇게 서로 윈-윈 하는 전략을 통해 기업들은 협력업체라는 이해관계자들과 동반성장을 이루는 것이다.

 

이렇게 이해관계자들을 고려하고, 사회의 이익과 자사의 이익을 동반 추구하는 전략을 수립하면 좋은 CSR 전략이 된다. 더욱이 중요한 점은 이러한 프로젝트는 기업 운영의 중요한 가치사슬에 포함이 되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모델이 된다. 우리가 흔히 보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이나 기증 사업 등은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기업의 수요창출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중국의 CSR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30년 동안 쉴새 없는 초고속 성장을 하면서 환경오염, 빈부격차, 도농 격차, 농민공 이슈 등을 포함해 산업마다 크고 작은 사회 문제들이 나타났으며 제반 사회갈등이 계속해서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1차 5개년 계획과 본 12차 5개년 계획에서 점진적 발전과 내수 소비 그리고 사회의 안정을 꾀하는 전략을 발표했다. 후진타오 정권에서는 ‘조화로운 사회’라는 모토를 사용하였으며, 현 시진핑 정권에서는 ‘아름다운 사회’라는 모토를 사용한다. 이는 성장성을 조금 반납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으로 각 산업의 문제점들을 해결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특히 눈앞에 보이는 환경오염과 같은 문제는 12차 5년 계획에서 몇 차례나 언급을 할 정도로 중국 정부의 개선 의지는 매우 확고하다.

 

사업을 하는 방식 역시 꽌시에 의존하던 인적 모델에서 부서 대 부서, 기관 대 기관의 관계를 지향하는 모델로 변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와 더불어 내부감사 및 관련 시스템 구축, 리스크 관리, 정보의 소통 등을 기반으로 한 反부정부패 운동이 확대되는 추세이다. 

 

’조화로운 사회’나 ‘아름다운 사회’ 두 모토에서 모두 사회의 이해관계자들을 두루 만족시키고자 하는 중국 정부의 의도가 엿보인다. 5개년 계획의 면모를 살펴보면, 산업의 구조화, 기업들의 관계 등에 있어 이해관계자를 두루 만족시키며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즉 ‘돈을 버는 방법’을 변형시키는 작업이 시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은 국제적인 경쟁력을 추구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세계의 이해관계자와 함께하는 지속 가능한 경영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중국의 다국적 기업들과 한국기업들

 

중국의 CSR 역사는 10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CSR은 외국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의 국제화를 막기 위해서 만들어낸 바리케이드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 올림픽을 개최한 2008년 SASAC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모든 국유기업들에게 CSR 보고서를 의무화하였으며, 2010년에는 ISO26000 제정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인 후 정부 주도 하에 레노보, ZTE, COSCO (물류회사), 중국이동통신 등 로컬기업들이 앞장서서 CSR의 전략화를 꾀하고 있다. 

 

많은 다국적 기업들 중에서 유독 우리나라와 일본 기업들만이 본사에서 재중 CSR 전략의 대부분을 결정한다. 물론, 많은 연구와 고민을 한 후에 실행하고 있는 전략이지만, 한국의 CSR 역사를 반영하듯이 사회공헌 사업에 많이 치중되어 있다. 가장 많이 하는 사업이 고아원, 양로원 자원봉사, 학교 지어주기, 식수사업, 장학금 사업 정도이다. 

 

물론, 사회가 기업으로부터 어떠한 형태로든 도움을 받으면 좋다. 하지만, 조금의 전략을 더하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사업에도 도움이 된다. 이러한 전략적인 CSR 이 재중 한국기업들에게는 필요한 시점인 듯 하다.

 

IBM은 Big Data 기술을 이용해서 중국 병원 관리시스템을 지원하고 있으며, 까르푸는 소외 계층에 제빵기술을 전수하며 매장에서 그 빵을 판매하고 있다. 또한 아디다스는 지진이 났을 때, 해당 지역의 자사 대리점주들의 재고 물건들을 재 구매하여 이를 다시 기부하는 방식으로 전략적인 CSR을 추진하고 있다.

 

재중 한국 기업들은 이제 단순한 기부나 자원봉사에서 벗어나 사회와 기업이 동반이익을 낼 수 있는 혁신적인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면 한다. 아울러, 더 광범위하게 나아가 전략적 CSR을 통해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동반 성장을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중국 사업 모델을 도입했으면 한다. CSR은 중국 사업의 기본이자 중국 현지시장에서의 성공을 가능케 하는 지속 가능한 전략이다.

 

 

※원문은 첨부파일을 참조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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