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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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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지부지 끝난 일본-베트남 대형 경제무역 협력 프로젝트

쉬창원(徐长文) 소속/직책 :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 아태연구중심 2014-03-25

몇 년 전, 연평균 7%의 경제성장률, 9,000만 명의 인구, 저렴한 노동력과 잠재력이 큰 수요 시장을 갖춘 베트남은 일본 정부와 기업에 매력적으로 다가갔다. 베트남은 빠른 경제발전을 위해 일본과의 협력에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일본은 아베 신조가 집권한 뒤, 중국의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를 차지하기 위해 중국 주변국과 손잡기에 바빴다. 또, 일본은 자원을 획득하고 오랜 고질병인 디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베트남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양국은 원자력 발전소, 국제공항, 국제항구와 일본식 신칸센(新干线) 고속철도 건설 등 대형 경제무역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협의를 봤다.

 

일본 정부는 경제 이익 창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베트남에 대형 경제무역협력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을 지원했다. 이 ODA 자금은 매년 2,000억 엔(19억 6천만 달러)에 달했는데, 베트남 전체 ODA 규모의 30%를 차지했다. 이로써 일본은 베트남의 최대 ODA 지원국 중 하나가 되었다. 이외에도 일본 기업의 대(對) 베트남 FDI는 나날이 증가했다. 베트남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 일본 기업의 FDI 건수는 2,103개이며, 실질투자규모도 350억 달러에 달했다. 일본은 베트남을 ‘중국+1(일본 기업은 대 중국 투자를 늘리는 동시에, 중국을 대신할 수 있는 투자시장이 필요했다.)’로 칭했고, 이렇게 일본은 베트남의 최대 FDI 유입국으로 자리 잡았다. 또, 일본은 베트남과의 무역 협력을 증진하는 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2009년 10월 ‘일본-베트남 경제동반자협정(EPA)’이 발효되면서 일본은 전기 기계 제품, 완성품과 주요 부품의 베트남 수출 규모를 확대하는 동시에 베트남으로부터 대규모의 농산품, 섬유∙의류 제품, 석유 및 자원 제품을 수입했다. 이에 양국의 무역규모도 팽창했다. 베트남의 통계에 따르면, 2013년 양국의 무역액은 250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일본은 중국, 미국을 이어 베트남의 3대 무역 파트너국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최근, 일본과 베트남이 추진키로 했던 대형 경제무역 협력 프로젝트들이 연기되거나 중단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양측은 협력 추진을 위해 여러 차례 협상을 진행했지만 아무런 진전을 얻지 못했다. 그중 원자력 발전소와 고속철로 사업은 원래 계획보다 5~10년 뒤로 미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베트남에서 개최된 에너지 회의에서 응웬 떤 중(Nguyen Tan Dung) 베트남 총리는 “원자력 발전소의 건설은 2020년으로 미루어질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베트남은 자국의 남부 지역에 원자력 발전소 두 곳을 건설할 계획이었다. 그중 1호 발전소는 2014년에 착공해 2020년부터 전력을 생산할 예정이었지만, 베트남 정부는 여태까지 건설 일정을 발표하지 않았다. 이에 전력 생산은 6년 뒤로 미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본래 호찌민 부근에 건설하기로 했던 국제공항 프로젝트 일정도 미루어졌다. 타잉 포 하이 퐁(Thành phố Hải Phòng)시에서 추진키로 한 국제항구 프로젝트 역시 작년 말 일본과 베트남의 협상 과정에서 의견 충돌이 일어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이 밖에도 일본 정부가 제의한 하노이-호찌민을 잇는 남북 고속철로 프로젝트에도 제동이 걸렸다. 양국 정부는 2020년부터 부분적으로 고속철로 착공을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작년 12월 베트남 운수부처가 응웬 떤 중 총리에 ‘시속 350km로 달리는 신칸센 고속철로 유치 사업은 2030~2050년에 재검토 바람’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해 원래 계획을 뒤엎었다. 이는 베트남의 신칸센 고속철로 프로젝트가 사실상 좌초됐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양국의 대형 경제무역 협력 프로젝트가 잇달아 좌초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베트남은 일본 측이 제시한 고액의 금액을 감당하지 못했다. 원자력 발전소 설립 시, 한 유닛에 약 50억 달러가 소요된다. 또 일본이 제의한 신칸센 고속철로 프로젝트에는 600억 달러의 투자액이 필요한데, 이는 베트남 국내에서 천문학적인 거액 투자라는 비난이 일었고 반대 여론이 심했다. 이처럼 베트남이 감당할 수 없는 초고가 투자 사업은 2010년 6월에 열린 베트남 국회에서 부결됐다. 그 후에 일본은 베트남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시범적 순환로 건설 프로젝트를 제의했지만,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베트남의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이 외에도 일본은 베트남의 남부 지역에서 총 투자 규모 70억 달러에 달하는 국제공항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베트남 언론으로부터 ‘돈 잔치 프로젝트’라는 악평을 받았다. 응웬 떤 중 총리가 나서 이 프로젝트를 무마시킨 후로는 다시 거론되지 않았다.

 

둘째, 일본 측의 부족한 준비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현의 방사능 유출 사태의 원인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자, 일본의 원자력 안전은 국제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고 베트남도 이에 대해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또, 일본은 기술 및 인력 개발 등 문제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셋째, 일본 기업은 베트남 정부가 애초에 약속했던 외국자본 유치 우대정책을 시행하지 않는 데에 불만이 있었다. 작년 말, 일본에서 개최된 일본-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아베 총리는 응웬 떤 중 총리에 일본 기업의 의견서를 건네며 일본 기업의(베트남에서) 정상적인 투자 활동을 위해 관련 우대 정책을 시행할 것을 요청했다. 

 

넷째, 현재 베트남의 당, 정부와 국회의원의 관심은 2016년에 있을 베트남 공산당 대표대회 총선에 쏠려있다. 이러한 때에 대규모 인프라 시설 건설을 추진해 대량의 토지를 점용하면 ‘논쟁과 불만을 야기해 선거에 실패할 수 있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국내외 금융계 인사들은 분석하고 있다.

 

다섯째, 베트남의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재정 적자가 증가해 대규모의 공공 투자를 진행할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2001년부터 10년 동안 베트남은 매년 7%에 달하는 놀라운 경제성장률을 보였다. 그러나 2012년부터 경제성장률은 5%대로 떨어졌고 재정 적자가 증가했다. 2013년, 베트남의 재정 적자는 90억 달러에 달해 공공 투자, 특히 대형 인프라 시설 건설 프로젝트를 줄여야만 했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은 베트남이 현재의 경제상황, 즉 현재의 발전 전략에 조정을 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트남과 일본의 대형 경제무역 협력 프로젝트에 제동이 걸리면서 일본 기업은 최대 피해자가 되었다. 원자력 발전소 사업에는 일본의 미쓰비시 중공업, 도시바와 히타치 제작소 등 기업이, 고속철로 사업에는 가와사키 중공업과 스미토모 상사 등 기업이 입찰을 위해 오랫동안 치열한 경쟁을 펼친 바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일본 언론은 일본 정부와 기업이 베트남 인프라시설 건설 수출 전략을 재고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 일본 상사의 책임자는 “베트남은 인프라시설 건설에 많은 시간을 투입하기 때문에 효율이 매우 떨어진다. 앞으로 일본은 농업 등 발전 전망이 밝은 분야에서 투자∙협력 기회를 찾아야 할 것이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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