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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신용위험이 주변국에 미칠 영향

조용찬 소속/직책 : 미중산업경제연구소 소장 2014-04-02

중국 장쑤성(江蘇省) 옌청시(塩城市)에 있는 장쑤써양농촌상업은행(江蘇射陽農村商業銀行)이 곧 파산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면서 예금인출사태가 일어났다. 해당은행 여러 지점에 3월 24일부터 수 천명의 예금자가 몰려들었고,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번지면서 황하이 농상은행(黄海農商銀行) 등 옌청시 다른 은행지점으로 예금인출사태가 확산됐다. 사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경찰이 루머를 퍼트린 용의자를 체포하고 소문에 현혹되지 말라고 호소했다. 또 3월 26일 중국은행업협회까지 나서, “농촌지역의 상업은행은 적절한 자본과 유동성수준을 갖추고 있어 경영상태가 ‘건전’하다”고 밝힌 뒤에야 예금인출사태는 진정됐다. 

중국 금융전문가들은 뱅크런 사태가 벌어진 은행이 소규모 지방은행이기 때문에 중국 금융권 전반에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연 사실일까? 도마뱀처럼 소문의 꼬리 자르기일까? 

중국 금융시장의 구조적 모순

서방국가들과 달리, 중국의 경우에는 은행이 대부분 국유형태다. 만일 지방 은행이 부실채권 문제로 파산한다면 공산당의 위기로 비화될 수 밖에 없어 모든 자원을 동원해서 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는다. 그래서 리먼쇼크 뒤에 미국과 영국에서 일어난 금융기관의 연쇄적인 유동성부족 사태를 중국에선 상상하기 어렵다. 옌청시의 뱅크런이나 대기업의 잇따른 디폴트 발생에서 보듯, 미국 서브 프라임과 같은 금융위기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도 깨졌다.

중국 금융시장과 관련해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그 첫째는 그림자금융의 존재다. 중국에선 은행의 예대금리가 규제돼 있어 대출금리는 높게, 예금금리는 낮게 설정돼 있다. 따라서 은행은 높은 예대마진을 챙기는 대신, 20%에 달하는 높은 수준의 예금준비율이 부과된다. 이것은 예금자가 은행이나 차주에게 보조금을 주는 것과 같다. 이 때문에 개인들은 높은 금리를 주는 그림자금융시장(은행의 부외거래나 신탁회사, 투자조합 등을 통한 금융거래)에서 자산을 운용하면서 그 자금이 부동산대출이나 이재 상품 등 자산투자의 자금원이 됐다. 

이런 상황은 1970년대 초까지 미국에서 유행했던 디스인터미디에이션(disintermediation)과 비슷하다. 상업은행과 같은 예금취급 금융기관은 당시 레귤레이션Q에 의해 예금금리의 상한을 규제 받았는데, 특히 금융 긴축 시(단기금리 상승시)에는 예금금리 규제가 미치는 않는 은행 이외의 비화폐적 신용중개기관(증권회사 등)로 자금이 유출됐다. 자유금리상품인 기업어음(CP),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단기증권시장(머니마켓)이 커지면서 이러한 단기금융상품에 집중 투자해 여기서 얻는 수익을 되돌려주는 실적배당상품으로 자금이 대거 몰렸다.  

알리바바가 지난해 6월 첫 선을 보인 ‘위어바오(餘額寶)’라는 이름의 온라인 MMF상품의 가입자 수가 2월말 현재 8100만 명을 넘었다. 계좌에 몰린 자금은 5000억위안(약 86조7,6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전 세계 MMF 가운데 4위 수준이다. ‘위어바오’가 등장한 지 1년도 안 된 온라인 MMF에 돈이 몰린 것은 온라인 MMF가 은행예금과 마찬가지로 수시입출금은 물론 소액 투자가 가능한 데다 금리가 6%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수시입출금이 되는 중국 은행의 예금금리는 0.35%에 불과하다. 급증하는 부채가 중국 경제의 최대 위험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데, MMF투자열기는 자칫 중국의 부채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중국금융과 관련해 또 다른 주의점은 자본유출 가능성이다. 2007~2008년 금융위기이후, 선진국 은행과 투자자는 저금리의 달러자금을 차입해 신흥국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가 유행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과거엔 자본수입의 대부분은 직접투자에 의존했지만, 최근 다른 형태의 자본이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경상수지흑자는 누계로 약 1조880억 달러였지만, 이 5년 동안 중국의 외환준비금은 약 1조9,000억 달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8,000억 달러의 차액만큼 핫머니가 유입된 것을 의미한다. 

국제결제은행(BIS)자료에 따르면 외국은행의 지난해 중국 대출 잔액은 1조 달러에 달한다. 그 중에 홍콩 은행이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 홍콩금융관리국(HKMA)는 대출 잔액이 4,300억 달러로 홍콩 국내총생산(GDP)의 165%에 달한다. 홍콩과 금융센터를 놓고 라이벌 관계에 있는 싱가포르도 중국기업 대출 잔액은 GDP 대비 15% 수준이다. 홍콩과 싱가포르 은행은 2008년 국제금융위기 뒤, 낮은 조달 금리, 중국기업의 강한차입 의욕, 중국의 높은 성장률 등을 지렛대로 다른 외국계 은행을 대신해 중국 대출에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왔다. 앞으로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선다면 이러한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셋째 주의점은 환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홍콩 은행 등 국제투자은행의 중국기업에 대한 대출 내역을 보면 중국본토에서 사업을 하는 홍콩의 우량기업을 대상으로 한 무역금융 등 리스크가 낮은 분야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무역금융은 위안화 절상을 노린 핫머니가 위장거래로 즐겨 사용해 왔다. 유입된 핫머니는 중국 이재 상품, 회사채 등 고금리상품에 투자돼 왔는데, 올해 2월말부터 위안화 평가절하로 차주의 상환능력이 저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대출은 대부분 담보가 설정돼 있어도 완전한 환헤지가 안되면 은행 측이 거액의 손실을 입게 된다. 중앙은행의 역할을 하는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홍콩 은행의 자본버퍼(capital buffer)가 국제적 기준을 크게 앞서 있어, 지금까지 중국대출에 대해서 경고하지 않았다. 물론 대출의 질을 검증한 적도 없다.   

(참고) 자본버퍼(capital buffer) 즉, 완충자본규제는 금융위기 기간 동안 은행이 손실을 흡수하거나 신용공급 기능을 지속하면서도 최저 규제비율 수준 이상으로 자본비율을 유지하는데 충분한 자본량을 의미

넷째는 중국 기업의 외국자회사를 통한 외화채권발행이 최근 몇 년간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미국 달러로 조달한 자금은 중국내 이재상품 등 고금리 상품에 투자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항간에서는 이재상품 등을 둘러싼 신용불안은 미국 서브 프라임 문제와 달리, 판매된 상품이 국제적으로 확산되지 않아 2008년의 리먼 쇼크와 같은 위기가 생길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재상품이나 회사채가 국제투자자에게 판매되지 않은 경우에도, 국제투자자는 간접적으로 이재상품 등의 익스포저를 가질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면, 홍콩의 중국계 은행은 미국 달러화로 자금을 조달하고, 이 달러자금으로 중국 기업은 구리나 철광석을 수입한다. 그리고 수입한 원자재는 중국 본토 수요자에게 매각하는 과정에서 취득한 위안화로 고금리의 이재상품이나 회사채에 투자한다. 이 과정에서 국제은행은 간접적으로 이재상품 등의 익스포저를 갖게 되는 것이다. 중국기업은 낮은 금리로 미국 달러화를 조달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의 신탁상품이나 회사채를 운용함으로써 그 매매 차익을 얻게 된다.

중국정부가 회사채의 디폴트를 어느 정도 용인함에 따라 향후 다른 회사채나 이재상품이 디폴트 될 경우, 중국 본토 기업은 미국 달러표시 대출의 상환이 막혀, 홍콩 은행은 부실채권이 발생한다. 홍콩의 은행이 발행한 외화채권도 상환이 확실히 이뤄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에 빠지게 되면서 국제적으로 신용경색이 생길 확률이 높다.

 

체제 구조적 모순에 따른 신용경색 장기화 

 

중국에서 2분기는 계절적으로 자금경색이 자주 발생한다. 작년 6월에도 단기금리가 급등하면서 유동성위기를 겪었다. 중국기업의 디폴트는 재무제표상의 차입증가, 경기침체, 재무상황이 악화되는 3가지 경우가 일반적인데, 지금은 이 3가지가 모두 진행 중이다. 중국경제의 성장률 둔화와 위안화 환율의 변동폭 확대, 미국의 금리인상과 맞물려 자금유출이 진행되면 중국 금융시장의 유동성위기는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이다.

 

중국정부는 신용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 금융시스템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 구조적 위험을 발생시키지 않게 중요하다. 그러나 투자 자금원이 해외에 있는 경우, 그 모든 것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중국경제는 규제완화와 개방으로의 이행 과정에 있다. 한국과 더 많은 금융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금융감독 당국과 정부연구기관들은 금융시장의 동향을 주시해 중국발 신용위험이 점염되는 것을 사전에 방비할 필요가 있다.
 
 

※원문은 첨부파일을 참조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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