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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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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EU의 TTIP 협상, 넘어야 할 고비 많아

쉬만(徐曼) 소속/직책 : 상무부 세계경제연구소 미주-오세아니아연구부 부연구원 2014-06-18

2011년 말부터 제반 작업을 시작한 미국과 EU의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이 2013년 공식적으로 협상을 개시했다. 미-EU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식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경기 회복을 노리고 있지만, 현재의 협상 상황을 보면 양측의 입장 차가 커 앞으로 넘어야 할 고비가 많아 보인다.

 

2013년 7월부터 2014년 5월까지 미-EU의 TTIP는 5차례 협상을 통해 기본적인 프레임 설정과 금융 분야에 대한 관리 감독 범위 등에 있어 공감대를 형성했다. 양측은 중소기업에 대한 독자 조항을 추가하기로 했으며 협정 본문에 대한 협상에 돌입했다. 6차 협상은 올해 7월 브뤼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렇듯 미-EU 간 협상이 큰 진전을 거뒀지만, 협상이 진행되면서 난관과 갈등 역시 가시화되고 있다.
 

1. 양측의 협상은 배타적이며 협상 과정이 불투명하다. TTIP의 첫 협상이 끝난 뒤 카렐 드 휘흐트 EU 통상담당집행위원은 “협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공식 사이트에 협상 타임 테이블과 주요 의제를 공개할 예정이다. 또한, EU 위원회는 인터넷 통신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협상 소식을 전하고 대중의 궁금증 해소에 노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올해 EU는 전문가 컨설팅 팀을 꾸려 TTIP 협상에 자문을 제공할 예정이다. 마이클 프로먼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역시 일련의 조치를 통해 미-EU 간 TTIP 협상의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재차 약속했지만, 아직까지도 투명성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으며 ‘내부 조작’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2. TTIP의 포괄 범위가 기대에 못 미친다. TTIP 협상에서의 핵심과 난제는 바로 관리 감독 기준으로, 미국과 EU는 ‘구동존이(求同存異)’ 식의 방식을 택했다. 즉, 관리 감독 기준이 비슷한 분야에서 양측 기관 간에 협력 강화를 촉구하는 식으로 기준을 통일해 이중 기준으로 인한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양측이 동의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현행대로 각자의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EU는 1989년부터 시행한 호르몬 소고기의 수입 금지 정책을 계속 고수할 것이며 염소 살균 처리를 거친 닭고기에 대한 제한도 풀지 않을 것이다. 미-EU 모두 각자 엄격하게 관리 감독하고 있다고 여기는 분야에서 통일된 기준 때문에 관리 감독이 소홀해질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금융 관리 감독 분야에 있어 미국은 EU보다 기준이 엄격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화학품, 식품첨가물, GMO 등의 안전 규정에 있어서는 EU가 미국보다 더 까다롭다. 관리 감독의 규정을 수정하려면 협상 대표 간 합의가 이뤄져야 할 뿐만 아니라 다른 정부 기관까지 관여해야 한다. 미국의 FDA는 강렬한 시위에 부딪혔고 EU 역시 내부의 압박으로 TTIP 협상에서 소비자 보호, 환경, 개인 정보 및 식품 안전 등 분야의 기준을 하향 조정하지 않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앞으로도 성장촉진 호르몬제를 사용한 미국 소고기의 수입을 금지하며 GMO 수입은 EU의 관련 법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즉, 조속히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갈등을 초래하는 민감한 문제를 잠시나마 보류한 셈이다.

 

현재까지의 TTIP 협상은 ‘자연인의 이동’을 다루지 않았다. 하지만 EU 상공회의소가 최근에 내놓은 문건은 시설 설치와 근로자 교육 등 단기 임시직에 대한 비자의 종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향후 서비스 무역과 중소기업 조항에 대한 협상을 진행할 때 언급될 것이다.

 

3. 미국의 ‘프리즘’ 사태로 불거진 데이터 보호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유럽에서는 국민의 프라이버시권과 데이터 보호가 ‘무역 장벽 해소’의 희생양이 되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얼마 전, 유럽 의회는 EU 국민의 프라이버시권이 보장받지 못한다면 미-EU의 TTIP를 부결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물론 이러한 결정은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유럽 의회는 데이터 보호 조항의 경우 단독으로 협상이 진행되어야 하지 TTIP 협상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확실히 밝혔다. 이에 부담감을 느낀 EU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EU의 이익을 희생하면서까지 타협하지는 않겠다고 밝혀야 했다.

 

4. 2014년 1월 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연두교서를 통해 국회가 무역 협상에 대한 권한 위임(TPA), 즉 ‘신속 승인 절차’를 인정함으로써 무역 협정에서의 협상과 비준 과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속 승인 절차’에 대한 권한 위임법안은 이미 국회에 제출되었지만, 민주당과 공화당 보수파의 반대에 부딪혀 지지부진한 상태다. 올해 말 미국 국회는 중간 선거를 치르게 되는데 통상 선거 전에는 보호무역주의가 대두되므로 TPA가 통과되기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5.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S) 조항에 대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투자 보호는 TTIP 중 중요한 항목으로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S)도 포함하고 있다. ISDS는 외국 기업이 투자국에 과거 손실에 대한 배상뿐만 아니라 ‘예측 수익’에 대한 보상도 요구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다시 말하면, 투자 대상국 정부가 일부 산업의 이익에 반할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법률을 제정•시행할 시(더욱 엄격해진 환경보호법 같은 경우) 일부 기업은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처리 시설 비용을 늘려야 하므로 손해를 보게 된다. 이럴 경우 ISDS를 통해 소재국의 정부가 배상을 책임지도록 요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일부 노조와 환경보호 단체는 이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ISDS는 일방적인 조항으로, 기업이 정부에 책임을 전가할 수는 있지만, 정부와 개인이 이에 상응하여 기업의 책임을 추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ISDS는 대기업에만 유리하며 수많은 국민의 이익을 희생한다는 주장이다. 유럽 의회 역시 ISDS를 통과시키는 것은 EU의 법망을 피해 이익을 취하도록 대기업들을 부추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2013년 10월 3일, ISDS로 인한 분쟁에 대해 EU 위원회는 기업이 경제적 손실을 이유로 투자국을 기소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투자국 정부가 ‘투자 보호 기준’을 위반한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며 이 문제에 대해 정식으로 해명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투자 보호 기준’ 자체가 매우 모호하다는 것이다. EU가 과거 서명했던 ISDS 조항을 포함한 양자 투자 협정은 대부분 신흥국과 체결한 것으로 여기서 EU는 투자국 정부가 아닌 투자자로 보호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미국과 EU의 지방 법원 역시 투자 분쟁 안건에 대해 ‘차별적인’ 판결을 내리지 않았으므로 ISDS의 조항이 필요치 않았고 미국과 EU는 현행법을 통해 충분히 투자와 관련된 분쟁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미국과 EU 모두 상대방의 법원이 ‘차별적인’ 판결을 내린다고 비판하며 반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카렐 드 휘흐트 EU 통상담당집행위원은 2014년 1월 21일, 일부 조항에 대한 협상을 중단할 것이며 3개월 동안 대중의 질문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결코 조항을 삭제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ISDS를 ‘수정하고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관련 규정 협상에 대한 투자자의 우려를 해소하고 투자자 이익 보호와 국민 이익 보장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겠다는 의도이다. 한편, 중소기업의 이익을 대표하는 EU 상공회의소는 2013년 말 발표한 최신 문건을 통해 TTIP 협상에 ISDS이 포함되는 것을 반대하기는커녕 ISDS의 보호 대상에 중소기업까지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그나시오 가르시아-베르체로 EU 측 협상 수석대표는 4차 협상이 끝난 후 ISDS가 TTIP 협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혀 반대 측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위에서 밝힌 이러한 이유로 양측의 협상 대표는 협상 조기 타결 여부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들은 협상에 속도를 올리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2015년 말까지 합의를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EU의 재계 인사는 오바마 정부가 무역 정책의 중심을 TPP 협상에 둘 뿐, EU 시장은 소홀히 생각한다고 여긴다. 게다가 곧 치러질 유럽 의회 선거와 미국 국회의 중간 선거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원문은 첨부파일을 참조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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