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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프랑수아 올랑드 신정부, 프랑사프리크(Françafrique)와의 결별 가능한가?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이한규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2013/04/18

2012년 5월, 1996년 미테랑 이후 17년 만에 사회당 출신 프랑수아 올랑드가 프랑스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17년 동안 우파 정권에 실망한 프랑스 국민은 좌파 정권에 손을 들어 주었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사업하는 프랑스 기업인들의 대부분이 올랑드 후보를 지지했다는 점에서 지난 대통령 선거는 프랑스는 물론 불어권 아프리카 국가들의 주요 관심사였다. 현재 아프리카에는 약 2,900개의 프랑스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아프리카에 대한 올랑드 신정부의 정책(물론 집권 기간이 1년도 안 되었지만)은 확연하게 드러난 것이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아프리카 정책 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프랑사프리카'에 대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는 것이다. 특히 올랑드는 2012년 5월 대통령 후보 연설에서'프랑사프리카'와의 결별을 선언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올랑드의 신아프리카 정책이'신식민주의 표상,''시대를 읽지 못하는 프랑스'등으로부터 프랑스를 구해낼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프랑사프리카'는  코트디부아르 초대 대통령 페릭스 오부에 브와니가 프랑스와 아프리카 간의 관계를 묘사하면서 유래되었다. 최근까지'프랑사프리카'는 아프리카에서 프랑스의 국제적 위상을 높여주는 상징적인 단어였다. 또한, 일부 아프리카 지도자들에게 있어서'프랑사프리카'는   프랑스 정치 지도자들과의 돈독한 관계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서 자신들의 권력을 담보해 줄 수 있는 보증 수표나 다름이 없었다. 프랑스 대통령들은 한결같이'프랑사프리카'의 변화를 약속하였다. 그러나 1960년 이후'프랑사프리카'에 대한 역대 대통령들의 획기적인 변화는 없었다. 단지 구 식민지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관계 유형을 약간씩 변화시킬 뿐이지'프랑사프리카'의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다. 아프리카에 비교적 우호적이며'프랑사프리카'에 회의적이었던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도 아프리카가 없었다면 프랑스의 21세기도 없었을 것이다󰡓라고 함으로써'프랑사프리카'로  부터 자유로운 대통령은 없었다. 2007년 취임한 사르코지 대통령은'프랑사프리카'의  변화를 위해 아프리카 내의 군사 기지 철수 및 프랑스 기업들의 불공정한 비즈니스를 규제할 것을 밝히기도 하였다. 왜냐하면'프랑사프리카'로  인해 프랑스 기업과 아프리카 통치 엘리트 간의 긴밀한 관계가 아프리카 기업들의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르코지의 아프리카 정책은 이전 정부(시락 정부)에 비해서 크게 변화된 것은 없었다. 특히 리비아와 코트디부아르에 대한 사르코지 정부의 군사적 개입과 차드의 이드리스 데비(Idriss Déby) 독재 정부에 대한 지지가 이를 전적으로 입증해 준다.

그렇다면 올랑드 정부의 아프리카 정책에 대한 새로운 변화는 무엇인가? 물론 올랑드 대통령이 국정을 맡은 지 1년도 안 되었다는 점에서 아프리카 정책을 평가하는데 있어서는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변화는 프랑스 신식민주의 산실이라고 비난받고 있는 셀룰(Cellule africaine de Élysée)의 폐지다. 1960년 이후,'프랑사프리카'를  총괄하다시피 한 프랑스 아프리카 정책의 싱크 탱크라고 할 수 있는 셀룰은 대통령 직속 자문기관이다. 셀룰은 프랑스의 아프리카 정책을 구상하였으며, 외무부, 해외영토 부(Ministère d'Outre-mer), 협력부(Ministère de la Coopération), 특히 국회의 간섭 없이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프랑스 기업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지도자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미쳐왔다. 이 셀룰은 국회에서 한 번도 문제시되지 않았으며 정확한 실체도 국민에게 알려진 적이 없다. 따라서 올란드 신정부의 셀룰에 대한 폐지는 아프리카 정책에 대한 정부의 투명성과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정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프랑스-아프리카 간의 현실적인 무역 관계를 고려하였을 때,'프랑사프리카'와의 단절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기대는 프랑스 내에서뿐만 아니라 프랑스어권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도 크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올랑드의 프랑사프리카'와의 결별 선언은 도덕적으로는 매우 긍정적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아프리카에 있어서 제3 교역 국가이다. 아프리카 수출의 18%가 프랑스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아프리카가 해외로 수입하는 13%가 프랑스 국가로부터 들여오는 물품들이다. 세계 제2위 ODA 원조 공여국인 프랑스는 유엔이 권장하는 다자간 원조보다는 쌍무적 원조에 70%를 할애하고 있어 ODA를 상호의존적 유대 관계를 유지․강화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프랑스가 오늘날까지 자신들의 구 식민 종주국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은 셀룰이라는 대통령 자문 기구와 이를 이용한 네트워크의 확산 덕분일 것이다. 프랑스는 정․재계의 다양한 네트워크망을 통해서'프랑사프리카'를 유지해 왔다. 예를 들어 2010년 2010-663 법령에 따라서 설치된 국제무역고문(CCEF: Conseiller du commerce extérieur de la France) 기구는 해외 공관과 기업에서 대외 무역 자문 역할과 현지의 경제 정보를 수집․분석하여 프랑스 정부에 제공한다. 이러한 조직망은 재계에서도 활성화되어 있는데 아프리카의 프랑스 투자자 위원회(CIAN: Conseil Francais des Investisseurs en Afrique)가 대표적이다. CIAN에는 약 120개의 프랑스 기업들이 가입해 있으며 아프리카 49개국에 1,000개 넘는 지사를 두고 있다. 이 지사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제조업, 건설업, 금융업, 물류, 관광, 교통, 법률 등에서 자문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아프리카 국가)에서의 네트워크 구축, 로비 활동 지원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재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경험도 있지만, 프랑스의 최고 엘리트 교육 기관이며 정계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립행정학교(ENA, Ecole nationale d'Administration), 파리정치학교(IEP, Institut d'études politiques) 파리공과대학(École Polytechnique) 출신이다. 이러한 관계망은 엘리저 궁(대통령의 집무실)의 아프리카 밀실이라고 할 수 있는 셀룰과 깊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프랑사프리카'와의 완전한 결별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올랑드 대통령은 전임자의 정책 원칙과 다르므로 스타일도 다를 것이다. 하지만 올랑드 대통령이 취임 이전에 아프리카에 관련된 업무 경험이 전혀 없고 현재 외무부 장관인 로랑 파비우스를 제외하고는 측근에 아프리카 전문가(이전의 셀룰 핵심 구성원)가 없다. 올랑드 대통령은 ENA에서 1970년에 연수 형식으로 소말리에 다녀온 경험밖에 없다. 그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지도자들과의 친근 관계도 별로 없다.

따라서'프랑사프리카'에서'프랑스-아프리카 협력'이라는 올랑드의'신아프리카 정책'은  당분간 전임자들의 정책 일부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말리 사태에서의 프랑스의 신속한 개입이 이를 입증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 올랑드 대통령의 신아프리카 정책은'프랑사프리카'로 훼손된 아프리카인들에 대한 신용을 어떻게 회복하는냐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제까지 셀룰에 의해 운영되었던 '프랑사프리카'정책은 아프리카 국민과의 관계가 아닌 일부 아프리카 지도자들과 부정적 고리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랑드 대통령이 주장하는 프랑스와 아프리카 간의 '건전하고,' '투명하고,' '원활한' 새로운 관계 설정을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이전 아프리카 정책과의 차별화를 가늠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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