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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마약 청정지역 서아프리카가 몸살을 앓고 있다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이한규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2013/06/19

탈냉전 이후, 서아프리카 국가들은 여전히 정치적으로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코트디부아르와 말리에서 일어난 내전을 제외하고는 커다란 정치적 동요가 없음에도 선거 때마다 내홍을 겪고 있고, 그 여파는 정치․사회적 불안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민주화와 함께 공권력이 약해지면서 각종 범죄가 사회 불안을 야기 시키고 있으며, 이러한 가운데 마약 밀매가 성행하고 있어 당사국은 물론 아프리카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유럽까지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아프리카는 남미 대륙과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가장 가까이 인접해 있어서 남미의 마약이, 특히 코카인이 최근 몇 년 전부터 이 지역으로 흘러들어와 밀매되고 있다. 이 마약은 사하라 사막을 거쳐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들어가고 있는데, 유럽에서 유통되는 마약의 10%가 아프리카인들에 의해서 운반되는 것이라고 한다. 유럽으로 유통되기 전, 서아프리카에 유입되는 마약은 매년 50톤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엔 마약 범죄사무소(UNDOC)의 보고서에 따르면, 수십억 달러에 해당하는 양의 마약이 2005년부터 이미 이 지역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잘 조직된 마약 밀매는 주로 국경이 허술하거나, 보안 서비스와 체계가 잘 갖추어지지 않은 빈곤한 국가에서 성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 마약 밀매 활동이 공공기관에 의해 눈감아지고 있어 마약 밀매 근절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포르투갈 구 식민지인 기니 비소(1974년 독립)는 오래전부터 마약 밀매의 주요 플랫폼이기도 하였다. 한 경찰 고위층에 의하면, 기니 비소 경찰은 마약 밀매를 단속할 충분한 인력, 초계정, 헬리콥터 등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고위 경찰 간부들이 마약 밀매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미 수사 당국에 의해 ‘마약 두목’으로 알려진 기니 비소 전(前) 해군 사령관을 비롯한 공범자들이 서아프리카 연안에서 있었던 마약 밀매와 관련되어 지난 4월에 체포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마약 밀매 근절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은 서아프리카 마약 밀매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말리다. 말리는 북부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와의 무력 충돌과 이로 인한 국내 정치․사회적인 불안정으로 마약 퇴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대한 영토를 가진 말리 북부 지역에는 여전히 정부의 통치권이 미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반군들이 마약 밀매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최근 말리 북부의 한 지역의원이 마약 밀매 협의로 체포되었는데, ONUDC(l'Office des Nations Unies contre la drogue et le crime:UNDOC)에 의하면, 이 의원은 ‘마약 비행기 수송’ 사건에 연루 되어있다. 이 의원은 베네수엘라에서 출발한 보잉 727 항공기를 이용하여 말리 북부에 있는 가오(Gao)에 코카인과 유사 마약을 운반하고, 증거를 없애기 위해서 항공기를 완전히 소각하였다. 이처럼 근간에 일어난 말리 사태로 도로를 이용한 마약 운반이 어렵게 되었지만, 다른 루트를 통해서 마약은 여전히 밀매되고 있다. 특히 말리의 이슬람 급진주의 단체들은 마약 밀매, 밀수입, 무기 거래를 구분 없이 일상화하고 있다. 이슬람 급진주의 단체들은 말리 북부에서 자신의 지역을 통과하는 마약 밀매 상인으로부터 약 10%의 통과세를 받고 있어서 이슬람 급진주의 단체들에게 매우 중요한 수입원이 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것에 대해서 말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서아프리카에서 은밀히 확산되고 있는 마약 밀매는 더는 한 국가의 단속과 검거로는 해결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마약 밀매의 한 지역을 소탕하거나 통제하면 ‘풍선효과’처럼 다른 지역에서 유사한 마약 밀매가 성행한다는 것이다. 마약 범죄 전문가들이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유통되고 있는 마약을 단속하기 위해서 마약 유통지도를 작성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이들은 밝혀낸 마약 밀매 지역을 지도 위에 표시하려 했지만, 잉크가 마르기 전에 원래 지정했던 지역에서의 마약 밀매는 없어지고 순식간에 다른 지역에서 마약 밀매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거의 40여 년 동안 이 지역에서(남미-아프리카-유럽) 마약 밀매가 중단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서아프리카에서 확산되고 있는 마약 밀매의 근절을 위해서 지난 4월 세네갈 수도 다카르에서 유엔 전 사무총장 코피아난에 의해 서아프리카 마약 퇴치 위원회(WACD)가 출범하였다. 이 위원회는 의사결정 기관으로 출범한 것은 아니고 도덕적인 권한만을 행사할 뿐이다. 따라서 위원회는 마약 밀매를 근절하기 위한 환경 조성과 마약 퇴치에 관련된 인력을 관리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마약 퇴치의 가장 좋은 효과는 안정되고, 신뢰할 수 있는 강력한 국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정부가 효율적인 마약 밀매를 단속할 수 있도록 유럽연합은 1,500만 유로를 지원한 바 있다. 특히 유럽회원국 중에서 지리적으로 아프리카와 가장 가까운 스페인이 적극적으로 이들 서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공조를 강조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아프리카 국가보다 더 강하고 조직적인 마약 카르텔에 대항하기에 서아프리카 국가들의 추진하고 있는 마약 밀매 단속은 별 효율성이 없다고 판단되고 있다. 왜냐하면, 관련 국가 간의 법률적인 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마약 퇴치를 위한 국제위원회도 현재는 거의 활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서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마약 밀매 단속이 심해지자 앙골라, 콩고공화국지역으로 밀매 루트를 변경하고 있다. 마약 밀매자들에게 운반비용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지속적인 단속과 압수로 서아프리카에서 코카인의 유통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현지에서 생산 가능한 메탐페타민(속칭 ‘히로뽕’)이 증가하고 있어 또 다른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이 메탐페타민에 대한 단속공무원들의 인식 부족으로 서아프리카에서 검거가 제대로 되지 않고 다른 지역, 특히 아시아 지역으로 유출되고 있다. 유엔 통계를 보면, 2010년에 약 3,000kg 메탐페타민이 아시아로 수출된 것으로 보고되었다. 실제로 서아프리카에서 유통된 메탐페타민이 일본 수도 한복판에서 1㎏당 20만 달러에 팔리고 있다. 이는 서아프리카에서 1㎏당 2만 달러에 팔리는 것에 비해 10배가 넘는 이익을 가져다주고 있어서 아시아는 유럽 다음으로 중요한 마약 시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서아프리카 지역이 단순한 마약 기착지가 아니라 실질적인 마약을 생산할 수 있는 지역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서아프리카 지역에는 아프리카 빈곤 국가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탈냉전 이후, 대부분 아프리카 정부의 공권력은 민주화의 세계화로 강요된 시장 경제, 굿거버넌스 등으로 약해졌고, 반면에 시민사회로부터의 다양한 가치 요구가 강해지면서 국민 생활에 직접적이고 긴박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문에 대한 정부의 역할이 많이 축소된 경향이 있다.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급증하고 있는 마약 밀매의 근절은 무엇보다도 아프리카 국가들이 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필자가 말하는 ‘강한 국가’라는 것은 민주화 이전의 독재체제로의 회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즉 외부의 영향력에 의해서 국가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약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유엔과 서방 국가들은 마약 밀매 근절을 위한 인프라 제공보다는 정부의 안정화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근본적인 도움이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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