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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군과 이슬람주의 사이에서 기로에 선 알제리 민주주의

알제리 임기대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강의전담교수 2013/07/12

2012년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인 벤 벨라와 샤들리 벤제디드 대통령의 사망, 2013년 4월 알리 카피 전 대통령의 사망으로 많은 알제리인들은 알제리 독립전쟁 세대의 역할이 끝날 것으로 기대했다. 게다가 알제리 독립전쟁에 가담했던 마지막 인물인 현 대통령 압델라지드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중병(출혈성 궤장)으로 두 달 이상 국정을 돌보지 못하고 있기에 미래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에 대해 국민들의 불안을 불식시키고자 총리와 군 수뇌부는 직접 대(對)국민 설득을 해가며 대통령의 건강 호전을 강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의구심을 떨쳐버리기엔 뭔가 미흡했다. 결국 6월 12일 총리와 군 참모총장이 파리에서 대통령을 면담하고, 면담 장면을 알제리 TV에 방송했지만 화면에 비친 대통령의 모습에 국민들은 오히려 큰 충격을 받았다. 간단한 단어조차 발음하기 힘들어 하고, 앉아 있기도 힘들어 하는 최고 통수권자의 모습에서 알제리 국민들이 받았을 충격은 어땠을까? 2014년 대선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자신들의 국가가 현재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희망보다 불안감이 더욱 가중될 것이다. 그래서 <부테플리카 후계자는 누구이며 알제리는 누가 다스리게 되는가?>, <알제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각종 언론에서도 이와 관련 국정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빠른 조치가 있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을 위임하든지, 아니면 조기 대선 등을 실시하든지. 여러 다양한 요구가 있어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혼란한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서 최근 한 달 사이 군과 이슬람주의 정당의 움직임을 언론에서 계속 주시하고 있고, SNS 등에서는 이들의 활동과 관련하여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알제리 민주주의가 실제로 위협받을 수도 있고, 민감한 경제 문제 또한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랍의 봄’의 여파는 어떠한가? ‘아랍의 봄’으로 인접 튀니지는 물론, 이집트, 리비아, 모로코 등까지 많은 영향을 받고 있으며 부패와 심각한 실업률로 젊은이들이 동조하는 이슬람 세력이 알제리 곳곳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형국이다.

알제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구를 말할 때 알제리인들이 주저 없이 꼽는 정당이 있다. 알제리 현대사와 맥을 같이 하고, 현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당선되는데 가장 큰 지원군이었던 ‘국민해방전선’(FLN)이다. 이 정당은 현재 군인으로만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군이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다당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FLN의 힘은 막강하고, 타 정당은 거의 들러리에 불과할 정도로 군의 막강한 후원을 업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50년 이상 행사하고 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군과 군의 지원 정당인 FLN을 등에 업고 집권 초기부터 다른 지역이나 부족정당, 그리고 이슬람주의자들을 포섭하여 권력 분점 방식의 정책을 펴왔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군이 어떤 식으로든 현 상황을 타개할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 점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군 출신 인물, 라민느 제루알Lamine Zeroual(1941~ )이 있다.

알제리에서 군은 독립전쟁이 끝난 1962년부터 대통령직을 독점해왔다. 초대 대통령 벤 벨라부터 국민적 영웅인 후아리 부메디엔의 장기 집권을 통해 절정에 달했으며, 이후 작년에 사망한 샤들리 벤제디드, 테러리즘 시대인 90년대를 통치한 제루알 대통령까지 모두 군 출신이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군 출신은 아니지만 군의 지원 하에 대통령에 당선되어 군의 기득권을 청산하고자 베르베르 정당, 이슬람 정당 출신 등을 각료로 임명하였다. 그렇다고 그가 군을 통제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을 갖게 한다. 특히 2010년부터 군 출신 대통령 측근들이 저지른 각종 부패 스캔들은 군의 파워가 여전히 건재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게다가 현재 대통령 부재 상황에도 측근들의 부패 스캔들, 특히 군과 정보국, 치안 담당 부서의 부패가 심각하다고 알제리 언론(El Watan지, 6월 13일)은 지적하고 있다.

이런 각종 부패 스캔들과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현재 군부에서는 부테플리카 이후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하고 있는데 알제리에서는 권력층을 중심으로 꽤나 설득력을 얻고 있는 듯하다. 이미 한 번의 대통령 경험이 있고, 독립전쟁 세대로 유일한 생존자인 제루알 때문이다. 제루알은 군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로부터 나름 청렴한 인물로 각인되어 있어 신뢰를 받고 있다. 제루알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군은 여전히 부테플리카 시대에서 이후의 과정까지를 조정하고 통제하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가 독립 전쟁 세대로 고령이며 현재의 권력 지형과는 거리가 먼 곳에 있다는 점이다. 샤우이족(베르베르족의 일파로 알제리 동부 오레스 산맥을 거주지로 하고 있으며, 독립 전쟁 시 프랑스에 맞서 가장 격렬하게 투쟁했던 집단 중 하나이다. 같은 베르베르족 일파인 카빌리와는 많은 점에서 경쟁적 관계에 있다)으로 현 정부의 권력층을 일구고 있는 서부 틀렘센지역과 경쟁적 관계에 있다는 점이 현재로서는 가장 걸림돌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병세가 호전되지 않고, 내년 대선에 앞서 헌법을 개정하지 않는다면 어떤 식으로든 제루알을 앞세운 군부의 개입이 있을 것이라고 알제리 언론은 예상하고 있다 (Algerie Focus지 6월 25일).

둘째, ‘아랍의 봄’ 이후 알제리에서 이슬람주의 정당의 부활 조짐이 주목받고 있다. 이슬람주의 정당은 이미 90년대 한 때 집권을 했지만 군부에 의해 해산된 경험을 갖고 있기에 내년에 치러질 대선을 통해 권토중래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 6월 11일 압데레작 모르크리의 사회평화운동당(Mouvement de la Société pour la Paix, MSP), 파타 레비아이의 Ennahda당, 쟈히드 윤시의 El Islah당, 압델마지드 메나스라의 변화전선당(Front du Changement, FC), 압달라흐 자발라흐의 El Alala당이 모여 이슬람 정당의 정권 탈환을 의논하였다. 그중에서도 알제리 제 3 정당인 MSP의 압데레작 모르크리가 정치권은 물론 서방세계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알제리 이슬람 정당의 대부라 할 수 있는 부게라 솔타니를 이었다는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정치권에서는 53세의 젊고 신선한 이미지에 독실한 무슬림이라는 점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올해 5월 당수로 취임한 그는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추진해 온 대화합 정책 일환인 FLN과 다른 야당과의 대연정에 종지부를 찍으며 독자 노선을 걷겠다고 공언했다. 그가 주장한 것은 단지 알제리 이슬람정당들과의 연대, 그리고 이슬람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이런 적극적인 노선을 취하는 것은 부테플리카의 중병설과 국민들의 불만에 힘입은 바가 크다. 심지어 같은 이슬람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오랜 기간 적대 관계를 유지한 FC와 협력 관계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무슬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은 잃어버린 지난 90년대를 이번 대선에서 탈환해야할 필요성에 서로 공감하면서 헌법 개정을 통한 조기 대통령 선거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이슬람주의 정당이 세를 규합하고는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마그레브 알카에다’, ‘무자오’ 등과 같은 이슬람 테러 단체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최근 국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실제 알제리 언론 El Watan지(6월 28일)는 <아메나스에서 테러리스트들의 비밀스런 계획>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알제리 사하라사막의 가스 인질 사태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테러리스트들이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6월 26일 ‘마그레브 알카에다’ 역시 트위터를 통해 부테플리카 통치의 종말을 선언하고 자신들의 집권이 도래하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우리의 입장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진출하고 있어 경제적인 측면에서 민감하게 주시해야할 상황이다.

이슬람주의 정당과 테러리스트들의 움직임, 이들과 군의 갈등에서 국민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분명한 점은 알제리 국민들이 지난 90년대 이슬람극단주의자들의 무자비한 살해를 너무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집트와 튀니지 등의 인접 국가들이 장기 독재 지배를 청산하고 이슬람정당이 집권했지만 혼란스럽고 여전히 혼란스러울 것이라는 사실을 알제리인들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슬람주의가 알제리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한 이유이다. 게다가 알제리인들이 유럽인들과 같은 교양 수준을 갖고 있다는 점, 표현의 자유가 지극히 잘 보장되어 있다는 점, 투명하지는 않지만 시민사회의 영역이 상당히 활발하다는 점, 그리고 알제리 사회가 젊은 피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 등은 이슬람주의가 아닌 다른 식의 민주주의 과정이 알제리에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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