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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4선 성공과 혼탁한 알제리 정국

알제리 임기대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강의전담교수 2014/04/23

4월 17일 실시된 알제리 대통령 선거가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승리로 끝나 4선에 성공하면서 2019년까지 권좌를 지킬 수 있게 되었다. 6명의 후보가 끝까지 완주하여 치른 선거에서‘국가 안정’의 절대적인 필요성을 호소했던 부테플리카를 국민들은 선택한 것이다. 대선투표 집계 결과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81.53%의 지지율을 획득하였다. 강력한 맞수 알리 벤플리스가 12.18%에 불과한 득표율을 보여 투표와 관련한 공정성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벤플리스를 중심으로 야권은 이번 선거에서 광범위한 부정선거가 저질러졌고, 그로 인해 대선 결과에 승복할 수 없음을 천명하고 나섰다. 특히 벤플리는 모든 지역의 국민들 가운데 80%는 자신을 지지하였고, 당선자는 자신이라고 대내외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지 언론은 여러 의심쩍은 부분이 있지만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압도적인 승리에 대해 이변은 없을 것이라 전하고 있다. 선거 5일 후인 4월 22일 알제리 헌법재판소는 알제리 국내외에서 실시된 투표를 감독한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투표 보고서를 검토한 뒤 최종 결과를 발표하였다. 언론에서 제시한 수치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큰 변화는 없어 보인다. 전체 유권자 22,880,678명 중 투표자 11,600,984명이 참여하여 국내외 투표율 50.7%를 기록했다. 헌법재판소에 의해 공표된 수치가 공개적으로 드러났지만, 언론과 일반인들은 이 수치에 쉽게 동의하지 않고 있다. 수많은 알제리인이 투표를 거부했고, 여러 정당이 조직적으로 투표 불참 운동에 동참해왔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투표층을 형성하고 있는 젊은 층 또한 대거 투표에 불참함으로써 이번 선거에 대한 대대적인 부정 의혹을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선거 운동 내내 단 한 번도 공식선거 운동에 나서지 않은 인물이 이리 압도적으로 대통령으로 뽑히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실제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선거 운동 기간 내내 단 한 번도 유세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압델말렉 셀랄 총리와 FLN 관계자들만이 선거 유세를 하는 기현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투표 당일인 4월 17일이 되어서야 휠체어를 탄체 투표를 한 것이 선거 기간 동안 그가 언론에 비친 유일한 모습이다 (그때도 현장 취재차 온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에 그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알리 벤플리스가 부정선거 의혹을 공식적으로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알리 벤플리스는 부정 선거에 맞서 싸우기 위해 새 정당을 만들어, 오늘날 알제리가 갖고 있는 일련의 부정부패를 없애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현재 10여 개의 정당이 알리 벤플리스의 새 정당(가칭 ) 참여에 긍정적이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4선에 성공했지만, 알제리 내 상황은 극도로 불안정하다. 이미 대통령 선거 이전에도 전국의 곳곳, 그중에서도 베르베르어권인 카빌리와 오레스지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고 있었다. 선거 결과와 동시에 이 지역에서 반정부 시위와 베르베르 자치권 요구로 인한 시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어 부정선거 투쟁과 연계되고 있다. 게다가 4월 20일은 베르베르어권 카빌리에서 이른바‘베르베르의 봄’(Printemps de Berbere)을 추모하는 열기가 고조되었다. 1980년 일어난‘베르베르의 봄’은 카빌리인이 일으킨 대규모 민중봉기로 아랍 이슬람화를 추진한 중앙 정부가 언어 탄압에 나서면서 베르베르인들이 들고일어난 대규모 민중 봉기 사건이다. 당시 무자비한 진압으로 시위는 꺾였지만, 베르베르인들의 저항은 이후로도 계속됐고 현 정부에 맞서는 정당들이 생기는 계기가 되었다. 그들의 투쟁은 2002년 베르베르어를 국가어로 지정하게 하였으며, 현재까지 알제리 내에서 문화적 독자성을 어느 정도 인정받게 만들었다. 지난 4월 20일 바로 이‘베르베르의 봄’을 추모하기 위한 행사가 대규모로 개최된 것이다. 여러 정당과 베르베르 문화를 줄기차게 옹호해 온 베르베르족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이 행사는 비교적 평화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하지만 4월 19일 자정부터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 테러 집단이 카빌리의 Iboudranene구(區)에서 ANP(알제리 인민해방군)와 교전을 벌이면서 사태는 급변했다. 4월 20일 행사가 시작되면서 이미 14명이 사망하였고, 교전은 단순한 진압 사건이 아닌 소요 사태와도 같은 분위기로 수일 동안 지속되었다. 현재까지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받아 16명 사망, 15명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알제리 당국은 발표했으며, 대부분 ANP 병사들이다. ANP 병사들은 알제리 대선 동안 치안 담당을 하기 위해 카빌리에 파견 왔다가(실제 알제리 정부는 대선 치안 유지를 위해 전국에 30만 명 정도의 병력을 배치했다) 본대로 복귀하는 중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받았다. 교전 중 테러리스트 또한 3명이 사망했고, 4월 23일 현재 카빌리 전체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작업이 펼치면서 3명을 추가 사살, 2명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제리 정부 발표에 의하면 테러리스트는 알카에다 마그레브지부(AQIM) 소속 대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카빌리는 물론 야권과 알제리 국민들은 그 발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의 선거 결과에 대한 불신을 AQIM과 같이 테러집단의 소행으로 돌림으로써 국민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정부에 대한 신뢰, 나아가 지금과 같은 안정적 정국의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호소하려 한다는 것이다. 때마침 2014년 1분기 알제리 정부의 테러리스트 소탕 결과가 발표되었다(Le Maghreb 04.21). 알제리 국방부는 2014년 1분기 ANP의 테러집단 소탕작전으로 37명의 테러리스트를 사살했고, 주요 살상 무기를 회수했다고 발표했다. 37명의 사살된 테러리스트 중 21명이 AQIM이라고 한다. 지난 3월 사살된 테러리스트는 22명으로 1분기 중 최고를 기록했으며, 이들이 대선 기간 동안 카빌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알제리를 혼란스럽게 했다고 알제리 정부는 발표했다.

 

4선 연임에 성공한 대통령 부테플리카의 건강 상태는 휠체어에 의존해 움직일 정도로 좋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주변 인물들은 자신들의 기득권과 이권을 유지하기 위해 국내 치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4선에 성공한 대통령이 당장 국내 현안 문제에 주력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한 야권의 대대적인 반정부 투쟁 선언과 알리 벤플리스의 신당 창당, 젊은이들의 대 정부 불신, 카빌리에서의 소요 사태와 테러집단의 활동 등은 당분간 알제리 정국을 혼란스럽게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평화적인 집회조차 허용하지 않고 테러 진압과 국가 안정이라는 명목으로 알제리인을 불안에 떨게 하는 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경찰 진압이 알제리인을 충격 속에 빠트리고 있다>라는 4월 23일 El Watan지 1면 기사는 대통령 선거 5일이 지난 현재의 알제리 정국 상황을 극단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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