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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나이로비 중산층의 라이프 스타일로 본 케냐의 정치경제

케냐 김은경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 교수 2018/06/21

나이로비 중산층의 라이프 스타일과 소비 성향


국가의 경제성장은 도시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경제성장과 도시화는 중산층을 확산·강화한다. 한편, 케냐의 중산층은 전체 인구의 44.5%로 추정되며 1990만 명 정도이다. 중산층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나, 이 수치는 아프리카개발은행의 ‘일인당 하루 평균 US$2-20를 소비하는 계층’이라는 정의에 따른 것이다. 이 중 3분의 1이 수도 나이로비에 거주한다. 케냐의 중산층 대부분은 서비스업에 종사하며, 특히 금융과 보험업의 비중이 높다. 그 외, 중산층이 종사하는 주요 경제부문으로는 교육, 제조업, 무역업, 건축업이 있고, 농업의 비율은 매우 낮다. 이들은 원자재 수출가격 인상과 외국인 투자에 힘입어 성장하고 있는데, 특히 새롭게 등장한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의 투자는 중산층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의 도시화나 중산층 확산과 비교했을 때, 케냐에서 인상 깊게 나타나는 현상은 그들이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빠르게 채택하고 활용한다는 점이다.


한 예로, 우버(Uber)가 케냐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지 4년만인 2017년, 이용자는 363,000명으로 증가하였고, 이는 아프리카에서 남아공 다음으로 높은 수치이다. 케냐보다 인구가 3.5배 이상 많은 나이지리아에서 우버 이용자가 267,000명인 것과 비교하면 그들의 빠른 변화를 더 실감할 수 있다. (그렇다고 나이지리아에서 우버를 대체할만한 경쟁사들의 활약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케냐에서의 승승장구에 힘입어 최근(2018년 5월 29일) 우버는 음식배달 서비스인 우버이츠(Uber Eats)를 런칭했다. 우버이츠는 주로 상위층 거주지역인 킬레레샤(Kileleshwa), 킬리마니(Kilimani), 라빙턴 (Lavington), 웨스트랜드(Westlands) 등에서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중산층 증가에 따라 휴대폰 사용률이 증가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케냐인의 90% 이상이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으며 73%가 모바일 뱅킹을 이용한다. 휴대폰의 사용은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커뮤니케이션 부재 등의 장벽을 허물고, 인터넷 활용도를 높여 정보 이용을 돕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중개되는 에어비앤비도 나이로비의 높은 주거환경 수준과 시민들이 발 빠르게 수익창출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7년, 케냐 에어비엔비는 1,800개의 리스팅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 1,000개가 나이로비에 있다. 이는 우간다 캄팔라에 비해 세 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나이로비의 리스팅 증가율은 매년 100퍼센트 이상이며, 해외여행을 하는 나이로비 시민이 에어비엔비를 이용하는 횟수도 2014-2015년 사이 223퍼센트나 늘었다. 또한, 주목할 점은 에어비엔비 호스팅으로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여성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가계 지출의 1/3 정도를 이 사업으로 벌어들여 여성 인권 신장에도 기여하고 있다.


케냐의 중산층과 경제발전


아프리카의 중산층은 최저생계비로 사는 빈곤층과 달리 부가적 소비가 가능하며 이로 인한 경제효과를 창출한다.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소비자층으로써, 위에서 살펴본 휴대전화, 음식, 주택 분야 외에도 자동차, 의류, 엔터테인먼트, 금융 서비스 등에 대한 수요가 높다. 특히 낮은 금리의 신용대출이 가능할 때, 비싼 자동차나 유명 디자이너가 제작한 의류에 대한 수요는 더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소비가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것은 사실이나 지나친 상업주의와 소비지상주의를 조장하고 개인 간 빈부의 격차를 심화한다는 우려도 있다. 또한, 대출 시 정교한 신용평가와 투명한 정보제공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지속적인 경제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기업이나 개인 투자자들은 중산층의 취향과 기호의 패턴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안전한 지역에 위치한 비교적 큰 규모의 주택에 거주하며 냉장고, 대형TV 등 가전제품을 소유한다. 외식문화도 패스트푸드 및 프렌차이즈 중심이다. JAVA, KFC 등 서구 브랜드뿐 아니라 Savannah, Ocean Basket, Steers 등 아프리카 국가들의 프렌차이즈도 즐겨 찾는다. 휴가철 가족여행지로 모리셔스, 잔지바르, 두바이, 남아공 등을 선호하고 화려한 관광을 즐기기도 하지만, 국내 관광 수입의 대부분을 이들이 뒷받침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나이로비의 대형 쇼핑몰을 구경하거나 카페에 앉아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이 즐겨 듣는 음악, 패션, 헤어스타일과 대화방식까지도 서구 문화를 모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이로비의 한 사업가는 나이로비 중산층의 취향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 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등의 무역 파트너들에게 최신 유행에 대한 조언을 얻는다고 털어 놓았다. 아프리카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빠른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고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아프리카의 중산층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케냐의 중산층과 민주주의


휴대폰 활용도와 인터넷 접근성이 높은 중산층은 국내외 뉴스를 쉽게 접하며 인터넷상의 여론형성을 주도하고 국내정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케냐에서 온라인 여론형성이 부족 간 갈등을 심화시켜 선거 후 폭력을 부추기기도 하였지만, 중산층은 국민 대다수가 시행하는 종족투표보다는 정책과 이슈를 고려한 경제투표를 하는 경향이 크다. 한편, 아프리카 국가들은 다당제 도입 후 표심을 의식하여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농민이나 저소득 계층에게 초점을 맞춘 정책을 실시하였다. 그러나 중산층의 비중과 소비가 확대됨에 따라 케냐 및 여러 아프리카 정부들은 중산층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을 채택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중산층은 교육과 보건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대개 중산층 가정은 교육수준이 높고 맞벌이 부부인 경우가 많다. 게다가 자녀의 수가 적어 교육이나 보건비에 높은 지출이 가능하다. 교육, 보건 분야에 관심이 높은 만큼 이들은 정치인과 공무원들에게 공공서비스 제공 행위에 대한 책임성을  강하게 요구한다. 사실 공공서비스의 적절한 공급은 지방자치단체장과 의원의 지지율과 직접적 연관성이 있다. 이와 같이 중산층의 자발적 정치과정 참여는 공공서비스 공급 및 타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며 민주주의의 발전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


케냐타 정부의 자유 시장주의 경제정책과 중산층


케냐는 역사적으로도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에 비해 자본주의적 경제정책을 채택해 왔고, 현 케냐타 정부도 시장경제의 원활한 운영을 돕는 정책에 초점을 둔다. 시장경제에 기반을 둔 제도는 경제적 효율성과 공정한 경쟁을 중시하며 외국인 투자를 장려한다. 케냐 역시 민영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장려한다. 아프리카 성장과 기회창출을 위한 법률(African Growth and Opportunity Act: AGOA)는 케냐의 섬유, 의류산업이 자유 시장을 통해 미국에 수출을 증진시키고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최근 세계은행은 케냐의 사적부문이 동아프리카 국가 중 가장 활발하고 역동적인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 비해 외국인 투자율도 높은 편이다. 특히 최근 해외직접투자는 원자재 수출 분야가 아닌 기술개발 등 혁신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또한 케냐의 금융기업들(Equity Bank, Kenya Commercial Bank, Nation Media Group)은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활발한 투자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과 민간 기업의 투자는 일자리 창출을 가능하게 하고 있으나, 비공식 부문 고용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14년 82.73%에 달했다. 이는 1985년 17.41%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비공식 부분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케냐의 경제 현황은 중장기적 지속 성장에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 성장의 한계가 있는 비공식 부문은 생산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우며 공식 부문 일자리보다 낮은 임금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중산층을 확장, 강화하기 위해서는 공식 부문의 일자리 확보와 안정적 고용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중산층의 강화와 삶의 질 변화는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케냐의 중산층은 빠른 시대의 변화에 잘 적응하고 있다. 휴대폰과 인터넷 활용도가 높고 새롭게 도입되는 사업 아이템과 상품에 대한 투자와 소비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 소비패턴으로만 중산층을 특징지을 수는 없다. 사실상 많은 케냐인들은 형편에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모기지론으로 집을 마련하고 대출금으로 소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에어비엔비 호스팅을 하는 것도 높은 집세를 갚기 위한 경우가 많다.) 진정한 중산층을 확대하려면 정부의 교육, 보건서비스 질 제고 노력과 공식부문 일자리 확대로 꾸준히 가계소득 증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이는 민주주의 발전에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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