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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케냐 디지털 미디어 산업 전망과 우리 기업의 아프리카 시장 진출 시사점

케냐 이재훈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 교수 2019/05/13

콘자 테크노폴리스의 부상(浮上)


케냐 정부는 지금 수도인 나이로비에서 60km 정도 떨어진 거리에 연면적 2,000 헥타르(hectare, ha), 약 600만 평에 달하는 디지털 미디어 허브를 건설하려 하고 있다. 콘자 테크노폴리스(Konza Technopolis)라고 명명된 이 디지털 미디어 단지는 케냐의 국가개발계획인 「Vision 2030」과 우후루 케냐타(Uhuru Muigai Kenyatta)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Big 4’의 일환으로서 케냐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케냐 정부는 이 디지털 허브의 개발을 위하여 2013년에 정보통신부 산하에 콘자개발청(Konza Technopolis Development Authority : KoTDA)을 설립하고 개발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 디지털 허브는 2000년대 들어 케냐가 꿈꾸어 오던 아프리카의‘실리콘 사바나(Silicon Savannah)’를 실현하려는 개발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케냐의 콘자 테크노폴리스와 우리의 관계는 매우 밀접하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케냐판 한국과학기술원(Korea Advanced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 KAIST)인 「Kenya Advanced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일명 케냐 카이스트)」가 우리 해외개발협력기금의 지원으로 이 지역 내에 조성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상암 디지털 미디어 시티, 대덕연구개발특구, 판교 테크노 밸리 등 ‘한국형 디지털 미디어 시티’를 벤치마킹한 파일럿 프로젝트인 약 65ha, 약 20만 평 규모의 디지털 미디어 시티(Digital Media City) 조성을 위한 예비 타당성 조사가 기획재정부/코트라 주관의 Knowledge Sharing Programme(KSP)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케냐 디지털 미디어 산업의 동향과 전망


디지털 미디어 산업은 ICT 기술과 콘텐츠가 결합한 융합산업이며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산업 분야이다. 특히 영화, 간행물, 라디오, TV 등을 통하여 콘텐츠를 생산하는 디지털 문화콘텐츠(Entertainment and Media : E&M) 산업은 향후 202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4.4%일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가상현실(Virtual Reality : VR) 분야는 40% 이상의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산업의 기반인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기술적 패러다임의 중심축을 PC 등 하드웨어 시스템에서, 네트워크 그리고 콘텐츠로 변화시키며, 산업 전반에 걸쳐 기술적 융합을 유도하고 디지털 미디어의 컨버전스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케냐 정부도 디지털 산업의 급속한 발전 추세에 동참하고자 2007년 디지털 산업의 기반이 되는 광섬유 기간망(基幹網 : backbone Network) 구축에 빠르게 착수하였다. 국가 광섬유 기간망(National Optic Fiber Backbone : NOFBI)이라고 명명된 광섬유 백본망 구축 계획은 2007년에 1단계, 2014년에는 2단계 사업으로 나누어 시행되고 있다. 2007년에 시작된 1단계에서는 4,300km의 광섬유 케이블망 구축을 완성하고 2단계인 2014년부터는 2,100km의 케이블망을 구축하여 케냐의 47개의 군(郡 : county)을 모두 연결하는 계획으로 거의 완성 단계에 와있다. 이제 케냐의 평균 유선 인터넷 속도는 2017년 기준 약 12.2 Mbps로, 아프리카의 디지털 산업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남아공과 비교하여 2배 정도 빠른 속도를 과시하고 있으며, 평균 모바일 인터넷 속도도 미국보다 빠른 약 13.7 Mbps로 세계 14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 같이, 아프리카 디지털 미디어 산업의 선두주자가 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와 열망을 바탕으로 케냐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인텔, 노키아, 보다폰 등의 글로벌 IT 업체를 유치하였으며, 2013년에는 IBM이 세계에서 12번째로 IMB연구소를 나이로비에 설치하였다.


콘텐츠 분야의 혁신적 성과 또한 인상적이다. 휴대전화기를 통한 송금 〮 지불 시스템이라고 말할 수 있는 M-pesa(음페사 또는 엠페사)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일 것이다. 2007년 영국의 보다콤과 케냐의 사파리콤 등 두 통신회사에 의하여 케냐에 소개되어 아주 커다란 성공을 이루었다. 2017년 4분기 M-pesa의 분기별 거래액은 전 분기 대비 약 53% 증가한 109억 불을 넘어서고 있으며, 이는 월평균으로 보아 약 36억 불의 놀라운 거래 실적이다. M-Pesa는 지금 아프리카, 동유럽, 중동 등 개발도상국에 널리 퍼져 있으며, 2018년 말 글로벌 전신환 회사인 웨스턴 유니언과 손을 잡고 M-Pesa Global이란 글로벌 송금 시스템 업무를 개시하였다.


M-Pesa의 경제적 성과만큼이나 사회적 의미 또한 중요하다. 거의 모두가 소유하고 있는 휴대폰으로 은행이 없는 금융 서비스 소외지역까지 송금 등 금융활동이 가능하며 식당, 소매점 등 M-Pesa에 가입하고 있는 모든 사업체에 모바일 화폐로 재화 및 서비스의 지불이 가능하다. 이와 같이, 휴대전화의 크레딧이 현금 대체 효과를 제공함으로써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을 현저히 줄이고 있다. 또한 소규모 금융활동(micro-financing)을 가능케 함으로써 기존 금융 서비스망에서 소외되어 있는 사회계층의 금융접근성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M-Pesa의 사회적 의미는 대단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소외계층이 그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앱(mobile application)인 우샤히디(Ushahidi) 역시 소수의 케냐 블로거들에 의하여 소개되어 널리 퍼졌다. 이 앱은 ‘활동가 매핑(activist mapping)’ 앱으로 정의되며, 공간 정보와 개인의 제보, 개인의 사회참여 등의 요소가 복합된 앱이라고 할 수 있다. 우샤히디는 개인이 입력한 정보를 구글 지도에 얹게 됨으로써 특정 지역에서 발생한 사안에 대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계속 업데이트되는 장점이 있다. 이 앱은 2010년 아이티의 지진 때나 동유럽의 폭설 등 자연재난을 비롯 케냐의 선거후 폭동 사태 등 정치 〮 사회적  이슈의 진전 상황에 대한 최신 정보를 제공하였으며, 유엔 등 국제기구 활동은 물론 나이지리아, 모잠비크, 미국의 선거 등을 모니터 하는데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케냐의 디지털 문화콘텐츠 산업의 발전도 매우 밝은 전망을 보이고 있다. 케냐의 E&M 산업은 2017년 기준 17%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동년 기준 미화 17억 불의 산업은 2022년에 29억 불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같은 성장률은 2017년 기준 25.8%의 성장률을 기록한 인터넷 부문이 이끌고 있으며, 16.8%의 성장세를 보이는 게임 부문이 뒤를 잇고 있다.


이와 같은 긍정적인 전망만큼이나 케냐의 디지털 문화콘텐츠 산업은 숱한 과제도 안고 있다. 예를 들어, 할리우드의 유명한 영화들의 로케이션이었던 케냐는 정작 영화 산업의 경우 낙후된 인프라와 기술 부족, 그리고 금융, 장비 및 홍보 부족 등으로 인하여 나이지리아, 남아공, 모로코 등과의 경쟁에서 뒤지고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개발도상국의 니즈에 의하여 지속적으로 창출되는 사회문화 콘텐츠는 케냐 디지털 문화콘텐츠 산업의 앞날이 매우 희망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케냐 정부 역시 2017년 기준으로 1%의 국민총생산 기여도에도 미치지 못하는 케냐의 디지털 산업을 2020년에는 국민총생산의 2% 수준으로 발전시키고자 관련 정부 정책을 정비하고 있다.


케냐 디지털 문화콘텐츠 산업의 전망과 우리기업의 아프리카 진출에의 시사점


우리 기업은 2000년 이후 아프리카 진출을 위하여 부단히 애써왔으나, 소비시장으로서 아프리카의 제한적 규모, 인프라 부족, 정치적 불안정, 부패 등을 비롯한 열악한 비즈니스 환경 등에 의하여 그 성과는 매우 미미하였다고 평가된다. 특히 지리적인 거리와 더불어 정보와 인식 부족에서 야기되는 ‘정보와 인식의 거리’로 인하여 아프리카와의 교역은 지금도 정체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가장 최근인 2018년 통계로 보아도 우리의 對아프리카 교역액과 수출액은 우리 총 교역액 및 수출액 약 1.1%에 해당하는 총 수출 약 64억 불, 총 수입 약 61억 불에 불과하다(<그림 1> 참조). 수출 품목도 대부분 기계, 화학공업제품, 전자전기제품, 합성수지, 차량, 섬유 등 공산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이마저도 소수의 대기업에 의한 성과가 대부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케냐의 디지털 문화콘텐츠 산업의 전망은 우리 디지털 중소기업이 글로벌화할 수 있는 틈새시장의 여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2016년부터 케냐에 지사를 열고 활동 중인 IT 기술 기업 이엠캐스트(e-러닝)의 사례는 중소기업의 아프리카 진출 가능성과 더불어 교역 업종의 다변화에 있어 기존 패러다임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17년 11월 이래 시장의 다변화는 물론, 상품 교역 중심에서 기술, 문화예술, 인적 교류로 우리 교역 영역의 확대를 목표로 한 신남방 정책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 신남방정책의 초점이 우선은 아세안 국가와의 협력에 맞추어져 있기는 하지만, 기술, 문화예술 및 인적 교류 등 교역의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아프리카와의 교역과 경제협력에 있어서도 우리 정책적 개념의 기본 틀이 될 수 있다고 하겠다. 또한 콘자 미디어 시티의 개발과 더불어 디지털 문화콘텐츠 산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케냐의 정부 정책은 우리 디지털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글로벌 콘텐츠 제작 시스템 구축에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우리 디지털 기업, 특히 디지털 중소기업의 아프리카 진출의 전진기지로서 케냐의 콘자 디지털 미디어 시티에의 투자 진출을 신중히 고려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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