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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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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인사이트] 中 “과잉생산, 과도기적 현상”

가오산원(高善文) 소속/직책 : 중국수석경제학자포럼 이사/안신(安信)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 2024-06-28

과잉생산 문제, 새로운 산업의 발전 과정 중 피할 수 없어

규모가 크고 기대치가 명확한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였을 때, 시장의 힘이 작용하여 심각한 과잉 생산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시장 참여자 중 누구도 해당 산업의 향후 수요가 어느 정도가 되어야 안정적인지 알지 못해 시행착오를 통해야만 이를 가늠할 수 있다.
  
시행착오 과정에서 생산 능력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 항상 발생하진 않는다. 생산 능력이 부족하면 가격 상승 압박이 발생하고 기업의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러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반대로, 심각한 과잉생산 문제가 발생할 경우, 많은 사람은 이를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고 여기며 향후 수요 증가를 통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기대한 대로 수요가 증가하지 않을 때에서야 시장은 어느 정도의 수요가 안정적인지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때쯤이면 해당 업계에 과잉생산 문제가 뚜렷하게 나타난 상태일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면 과잉생산과 그 해소라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는 것은 불가피하다. 과잉생산 단계가 끝난 후에야 진정한 의미의 성숙하고 안정된 시장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때 해당 업계 내 기업 역시 괜찮은 수익성을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배당을 실시하여 주주환원을 이룰 수 있다.

미국과 같이 경제 활동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거의 없고 전적으로 시장에 의존하는 국가에서도 철도, 자동차, 통신 인프라, 컴퓨터 등 시장에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이러한 현상이 보편적임을 알 수 있다.

과거 사례를 통해 중국 정부가 과잉생산을 환영하지 않음을 알 수 있어

일각에서는 중국의 산업 정책과 정부 보조금이 과잉생산을 초래했다고 비판하는데, 이는 매우 일방적인 주장이다. 

중국의 섬유 시장은 1980년대 이후 빠른 속도로 확장한 후 1990년대 후반에 매우 심각한 과잉생산 문제를 겪었다. 당시 시장의 적자생존과 출구 메커니즘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아 중국 정부는 행정적 성격의 대규모 ‘생산 규모 축소’ 정책을 펼쳐 과잉생산을 해소해야 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중국의 섬유 시장은 심각한 과잉생산 문제가 더 이상 겪지 않게 되었고, 비교적 안정적이며 성장이 제한적이긴 하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2016년 중국은 ‘3거 1강 1보(三去一降一补, 과잉 생산설비 해소, 부동산 재고 해소, 과대 레버리지 최소화, 기업의 원가 절감, 유효 공급 확대)’를 실현하였는데, 그중 과잉 생산설비 해소는 철강, 시멘트, 석탄 등 과잉생산 문제를 안고 있는 산업의 생산능력을 감축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러한 배경에서 2017~2019년 전반적인 생산량은 크게 늘어나지는 않았으나 이들 산업의 가격과 수익 수준은 대폭 회복되었다. 이는 중국 정부가 과잉생산을 반기지 않음을 보여준다. 시장의 적자생존 메커니즘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아 정부가 강력한 행정조치를 통해 생산능력 감축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음을 알 수 있다.

가전, 바이주(白酒) 등의 산업 역시 과잉생산 문제를 겪은 적이 있는데, 이들 산업은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수급을 조절하여 문제를 해결하였다. 이는 정부 보조금이 과잉생산 문제를 야기한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상술한 바와 같이 새로운 산업이 심각한 과잉생산 문제를 겪은 후 장기간 적자생존을 통해 안정을 되찾는 것은 일종의 자연적인 성장 패턴이다. 지방정부의 장려 방안이 과잉생산 문제를 악화시킬지 여부에 대해서도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미시적 관점에서 봤을 때, 해답은 분명하다. 지방정부가 기업에 저렴한 가격으로 토지를 제공하고 대출을 지원하는 한편, 각종 보조금 정책을 시행하면 생산 능력이 새롭게 증가하여 과잉생산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그러나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상황이 복잡하다. 지방정부의 보조금 지급으로 산업 경쟁력이 더욱 강화된다면 개방경제체제에서는 더 많은 수출로 이어지고 위안화 절상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다. 그러나 위안화 절상은 정부 보조금의 효과를 상쇄할 것이다. 또한 환율 상승은 지방정부의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기업에게 차별적으로 작용하여 이들 기업의 경쟁이 약화할 것이다. 일부 산업이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하는 요소가 다른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

따라서 재정 보조금은 미시적으로 특정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으나, 한 국가의 경쟁력을 체계적으로 강화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최소한 이론적으로는 보조금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흑자 폭 확대는 환율 상승으로 상쇄될 가능성이 있다. 균형 잡힌 상황에서 무역 흑자의 변동은 없을 가능성이 있으며 규모상으로도 다른 나라의 경쟁력을 저해하지 않을 것이다.

무역 파트너 입장에서 다른 나라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산업은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산업의 경쟁력은 반대로 강화될 수 있다. 따라서 반드시 손해를 본다고 할 수 없다. 변동환율제도 하에서는 정부 보조금의 거시적 효과가 명확하지 않다.

미국이 보는 현재 과잉생산 논쟁의 주요 원인...중국의 수출이 미국의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

1970년대 말~1980년대 초 이후, 신자유주의 사조가 미국의 경제정책을 이끌었다. 신자유주의는 자유와 방임, 자유 무역, 정부의 규제 완화를 주장하였다. 냉전 종식과 중국의 개혁개방이 이루어짐에 따라 신자유주의는 전 세계 경제 통합 속도를 높였으며 전례 없는 호황을 가져왔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가 터지고, 이후 중국이 부상하는 등 전 세계 지정학적 환경과 경제 질서가 변화하면서 신자유주의는 쇠퇴하기 시작했다. 소득 분배, 안보 문제, 사회적 평등 등 신자유주의가 오랫동안 무시했던 이슈가 정책 의제의 핵심으로 부상하였다. 이는 현재 과잉생산에 대한 논쟁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배경이 된다.

이론적으로 신자유주의 사조가 추앙하는 경제 정책은 파레토 최적(Pareto optimum) 원리를 목표로 한다. 밀턴 프리드먼과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신자유주의 신봉자로서 경제학 관련 논의에서 소득분배 문제를 거의 다루지 않았다. 이들은 자유와 방임을 통해 파레토 최적을 실현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는 소득분배 문제와 관련하여 다음의 3가지 가설 중 최소 하나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 소득 분배 문제는 논의할 만큼 중요하지 않다.

둘째, 정부는 분배 정책을 통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을 돕고 자유방임주의를 통한 경제 성장으로 파레토 최적을 실현할 수 있다.

셋째, 자유 시장 경제 체제는 인구, 자본, 토지 등 요소의 자유로운 이동을 통해 이러한 요소의 재배분을 실현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이 받는 압박이 빠르게 해소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가설이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중국의 경제 규모가 싱가포르처럼 작다면, 노동자 수천 명의 실업 또는 소득 감소 문제가 미국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경제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가져오는 타격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국이 거대한 나라라는 점이다. 중국과의 수출 경쟁으로 영향을 받는 이들은 정치적으로 강력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중국의 부상으로 혜택을 받은 월스트리트, 다국적 기업, 일반 소비자 등은 분산되어 있거나 정치적 흐름에서 소외되어 있다. 이는 중미 무역 분쟁의 중요한 배경일 수 있다.

미국의 일부 학자는 중국의 WTO 가입이 미국 경제에 충격을 주었다고 보고, 이를 제1차 차이나쇼크라고 부른다. 이 쇼크로 인해 미국 러스트벨트 지역의 많은 지역사회가 붕괴하여 엄청난 사회적 고통이 발생했다. 러스트벨트의 쇠락 속도가 빨라진 것이 꼭 차이나쇼크 때문만은 아닐 수 있지만, 차이나쇼크는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기 가장 쉬운 원인임은 틀림없다. 

현재, 신에너지차 등 중국의 산업은 오랜 노력 끝에 미국과 다른 주요 서방 국가와의 경쟁에서 뚜렷한 경쟁우위를 확보하게 되었다. 미국 정재계는 이로 인한 제2차 차이나쇼크의 규모와 수준이 제1차 차이나쇼크를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한 기타 요인은 제쳐두더라도 미국의 국민정서상 디트로이트의 주요 자동차 회사 몇 곳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기업 도산으로 인해 발생한 실업자를 정부가 적절히 관리한다고 하더라도 정서적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조정과 코로나19 상흔 효과로 인해 대폭 확대된 무역 흑자... 현재 생산 과잉 분쟁의 주기적 배경이 돼

중국 경제 규모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이 2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첫째, 가격 요인으로 인한 영향을 제외한다는 전제하에서 현재 중국의 GDP 대비 제조업 무역 흑자는 2007~2008년 기록을 넘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둘째, 대규모 무역 흑자는 주로 중국 부동산 시장의 조정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수요 부족이 글로벌 시장으로 전이되면서 무역 흑자 폭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물론, 상흔 효과(Scarring Effect)로 인한 내수 약세가 해외 수요로 전환된 것도 한 요인이다.

중국의 무역 흑자에 나타난 대규모 변화와 조정은 시장 경쟁에서 다른 국가의 제조업에 압박을 가하였고, 이는 과잉생산 논쟁의 주기적 배경이 되었다.

대응 방안에 대한 고려 사항

관세 등 미국이 추진하는 보호정책이 유지될 경우 제조업의 강화로 이어지기보다는 도태되어야 할 산업만 보호하고 소비자의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는 오랫동안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사실, 관세 등 보호 정책은 중미 디커플링을 촉진하기 위함 외에 주로 미국 현지의 자동차 제조업 등 중요 산업이 산업 조정을 이루고 경쟁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다. 이는 미국에게 있어 여전히 불확실성이 많은 과정이자 큰 도전이다.

과잉생산 논쟁에 대해 중국이 취할 수 있는 대응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략적으로 내수, 특히 국내 소비 수요를 확대하여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총수요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경기 변동 완화를 위해 노력하며 환율 유연성을 유지하는 한편, 거시경제 정책에 있어 글로벌 공조와 대내외 소통을 효과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셋째, 새로운 산업이 경쟁 우위를 확보한 상황에서 관련 산업 지원책을 적시에 조정하고 공급망, 생산 및 판매 시스템의 글로벌화를 유도하여 무역 갈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탄력성을 높이며 산업의 시장화를 기반으로 비효율적인 생산 설비를 적시에 정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규칙을 기반으로 한 WTO 중심의 글로벌 무역 체계를 수호하고 자유무역을 계속해서 옹호하고 촉진하며 절제와 이성을 유지하는 한편, 합의된 분쟁 해결 절차를 통해 무역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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