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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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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대립發 글로벌 공급망 변화와 우리경제

이치훈 소속/직책 : 국제금융센터 세계경제분석실 신흥경제부 부장 2024-06-28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한층 더 노골화되고 있다. 금년 들어 동맹국들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뿐만 아니라 서비스 수출도 제한하였다. 이에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와 경쟁이라도 하듯이 중국산 철강 관세율을 25%로 3배 인상(4/17)하였고 전기차도 100%로 4배 인상(5/12)하면서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미국의 지속적인 중국 디리스킹 및 기술 견제를 위한 동맹국 연합 전략이 효과가 있는 것 같다는 의견도 커지고 있다. 관련 통계를 살펴보면 미중 무역분쟁이 전면화되기 전인 2018년 미국의 대중국 수입 의존도는 21.3%였으나 2023년에 이 수치는 13.9%로 크게 하락하였으며 대중국 외국인직접투자(FDI)도 5년만에 처음으로 감소하였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미국의 기대와 다른 현상도 여기 저기서 발생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 견제 회피를 위해 아세안 등 지역에서 이른바 자국 중심으로 구축한 홍색공급망을 통해 생산기지를 이전하고 우회 수출을 하고 있다. 중국의 해외직접투자(ODI) 비중도 변화가 있었다. 2010년 6.4%였던 아세안의 비중이 2022년 11.4%로 상승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지난해부터는 아세안이 미국과 EU를 제치고 중국의 최대 수출 대상지역으로 바뀌었는데 <그림1>, 이는 2001년 WTO 가입 이래 처음 발생한 현상이다. 대표적인 대체 생산기지인 베트남에 대한 직접투자의 경우, 중국이 이미 2019년 우리나라를 제치고 1위로 부상하였고 작년에는 투자 비중이 약 1/4에 달해 격차가 두배로 확대되었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의 인접국이자 니어쇼어링 주요 수혜국인 멕시코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기관들은 중국의 우회 수출 등 수단으로 인해 미국의 대중국 수입 규제 중 약 70%가 무력화되었다고 분석하였다. 실제로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 규모는 크게 감소하였으나 멕시코 및 베트남에 대한 적자가 급증하여 전체 무역적자에는 큰 변화가 없다<그림2>. 


주목해야할 점은 단순한 우회수출뿐만 아니라 자체 첨단제품 생산 등 정면 돌파 방식으로도 글로벌 첨단 공급망에 대한 중국의 실질적 영향력이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중국은 GDP 대비 R&D 비중이 20년 연속 증가한 가운데 2022년부터 IT 등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 증가율도 일반 투자를 3배 가량 상회하였다. 금년 전인대는 처음으로 첨단산업 육성을 최우선 국가 목표로 제시하고 예산도 10% 증액하였다. 이에 따라 다수의 국외기관들은 오늘날 중국은 아킬레스건인 반도체 부문의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차세대 산업 기술력 측면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중의 첨단 기술력을 비교한 결과 미국이 인터넷 플랫폼, 합성생물학 등에서 앞선 반면 중국은 배터리, 5G 등이 우세하다. 반면 인공지능, 반도체, 차세대 통신 등 대다수 산업에서의 경합도가 높아 각국의 우위가 빈번하게 바뀔 소지가 있다. 

또한 중국은 자신의 아킬레스건인 반도체 산업 클러스터 개설 등에 정부 지원 등을 집중하는 한편 3세대1) 및 AI 반도체 등 새롭게 각광받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시장 개척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미래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주요 첨단 산업 관련 원자재 및 중간재 공급망도 장악하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 첨단 부품의 중국 중간재 점유율은 40%에 이르고, 리튬 등 주요 50개 전략물자 중 30개 원자재의 세계 평균 생산 점유율도 68%에 육박한다. 중국 정부는 전략물자를 무기화하여 작년부터 반도체 핵심 소재인 게르마늄, 갈륨, 흑연 등을 수출 통제 대상으로 지정하고 가공기술마저 수출을 금지하는 등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미국도 앞으로 중국의 우회 수출 및 공급망 장악 등에 대응하여 첨단산업 규제를 더욱 정교하고 노골적으로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무역 위축과 블록화, 공급망 분절 등의 부작용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반도체 등 첨단제품은 생산공정이 복잡하고 전후방 참여 국가도 많아 생산 효율성 저하 등 부정적 영향이 더 크고 파급 경로도 다양할 것이다. 한편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멕시코 등 중국에 비해 생산 인프라가 미흡한 지역의 쏠림을 발생시켜 결국 생산 및 수입 원가 등의 경로를 통해 글로벌 인플레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이는 다시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중국은 제조업은 산업클러스터가 잘 구축되어 있어 생산량이 아세안의 6배, 멕시코의 20배에 육박함에 따라 대체 생산이 미국 등 글로벌 수입물가를 약 10% 정도 상승시키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중 갈등은 오는 11월 미국의 대선과 큰 상관없이 및 장기화될 전망이다. 다만. 트럼프가 재당선될 경우, 자국우선주의 강화와 함께 중국에 추가 고율 관세는 물론 기술 및 투자규제 등에도 나서면서 G2 갈등에 따른 불확실성과 파급력이 한층 더 커질 수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수출의존도가 중국의 2배 수준으로 대외 경제 환경에 민감한 경제구조임에 따라 향후 미중 대립 장기화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다양한 국제경제 환경 변화 가능성에 대한 정교한 대비가 필요하다. 실제로 미중 대립이 확대된 최는 3~4년간 전 세계 무역 제재 건수가 과거의 2배를 상회하고 있다<그림3>. 

반면에 미중 대립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요인은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견제로 인한 풍선효과로 우리제품에 대한 미국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였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대미국 무역수지는 2023년 이후 대폭 증가하였고 그 규모도 과거 대중국 무역흑자 전성기의 80%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그림4>. 또한 2022년 시행되어 전 세계 핫 이슈가 되었던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으로 중국기업의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 유인도 대폭 증가하였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향후 미중간 균형 잡힌 협상을 통해 미국과의 기술연대뿐 아니라 중국시장 공략 등 양면적 실리 확보 노력도 강화해야 한다. 중국이 이미 미국을 제치고 수출뿐만 아니라 최대 수입국(홍콩포함)으로 부상한 것처럼 ‘보고싶은 중국과 봐야하는 중국’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향후 미중 대립이 첨단 분야에 집중되면서 전 세계 기술 국수주의가 한층 더 고조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초격차 기술 확보 등을 통한 비교우위 확보가 다른 어떤 전략보다 선행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인지해야 할 것이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우리나라가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차세대 반도체 HBM(High Bandwidth Memory) 등을 중심으로 초격차를 유지하는데 더욱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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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세대 반도체란 기존 실리콘이 아닌 탄화규소, 질화갈륨 등 신소재를 활용해 만드는 반도체로 구형 웨이퍼 공정을 활용하면서도 기존 반도체 대비 효율이 높고 미사일 등 군사적으로도 활용도가 높다는 장점이 존재. 일부에서는 고품질 레거시 반도체로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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