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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봉쇄로 애플 탈중국 가속"…외자기업 이탈 계기되나

2022-05-04

"상하이 봉쇄로 애플 탈중국 가속"…외자기업 이탈 계기되나
미국, 신냉전 속 중국 고립 추구…제로코로나가 중국 전략이익 해칠 수도


'경제수도' 상하이의 경제를 마비시킨 중국의 극단적 봉쇄 정책이 애플의 탈중국 행보를 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미중 신냉전 와중에 미국은 중국을 세계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의도를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경제를 질식시키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외국 기업들의 탈중국 행보를 자극하는 계기가 되면서 중국이 결과적으로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애플 전문가인 대만 TF인터내셔널증권 궈밍치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이미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것을 고려하고 있었는데 최근 봉쇄로 이런 흐름이 더욱 가속하게 됐다"며 "중국 내 일부 생산 시설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것은 이제는 제안 단계를 넘어 액션 플랜의 단계가 됐다"고 진단했다. 중국 경제에 큰 충격을 준 상하이 봉쇄는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에어팟 등 다양한 제품 생산을 절대적으로 중국에 의존하는 애플에도 커다란 피해를 안길 것으로 전망된다.

궈 애널리스트는 상하이와 장쑤성, 저장성 등 주변 지역을 연결하는 광역 경제권인 창장삼각주 봉쇄의 영향으로 이번 분기 애플의 출하량이 대략 30∼40% 급감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애플이 다른 공급자를 잘 찾아야만 출하량 감소율이 15∼25%까지 완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봉쇄가 특히나 중국 전자·반도체 공급망에서 중요 역할을 하는 창장삼각주를 강타하고 있다는 점이 애플에 큰 타격 요인이다.

랩톱 제품인 맥북의 경우 전량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사인 대만 광다컴퓨터(Quanta) 상하이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이 공장은 봉쇄 여파로 3월부터 가동을 멈췄다가 지난달 하순에야 부분적으로 가동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맥북 프로 제품의 경우 주문 고객 배송이 최대 5주까지 지연됐다고 궈 애널리스트는 전했다.

또한 세계 전자산업 공급망에서 매우 중요한 장쑤성 쿤산시가 봉쇄되면서 아이폰 등 다양한 애플 제품을 조립·제조하는 대만 기업 폭스콘의 공장 두 곳이 운영을 중단하는 일도 있었다. 상하이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에서 전면 또는 부분적 봉쇄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면서 중국 전역의 애플 공급망이 영향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3월에는 중국의 기술 허브로 불리는 선전시가 봉쇄되면서 폭스콘 선전 공장들이 수일간 가동을 중단했다. 전 세계에 공급되는 아이폰 대부분이 만들어져 '아이폰의 고향'이라고 불리는 허난성 정저우의 폭스콘 공장도 이 일대 부분 봉쇄의 영향으로 근로자들을 충분히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콘 정저우 공장은 애플의 출하 정책에 따라 임시 근로자를 채용하는 식으로 인력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데 많을 때는 무려 35만명까지 늘어난다.

애플도 상하이 봉쇄의 여파가 반영되는 2분기에 실적 악화를 예상한다. 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28일 콘퍼런스 콜에서 코로나19 및 반도체 칩 부족 등 공급망 차질로 2분기 매출액이 최대 80억 달러(약 10조 2천억 원)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은 그간 중국과 뗄 수 없는 끈끈한 관계를 형성해왔다.

첨단 기술 인프라, 거의 완벽한 공급망 생태계, 풍부한 숙련 노동력을 보유한 중국은 가장 합리적인 가격에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의 다양한 제품군을 대량 생산해 전 세계에 공급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로 인식됐다. 애플에 중국은 생산 기지이면서 동시에 거대한 시장이기도 했다. 애플은 중국의 중산층 소비자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브랜드 중 하나다.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를 확보한 애플은 테슬라와 더불어 심각한 미중 갈등에도 거의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오히려 폭발적 성장을 거듭해왔다. 애플에 중국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그렇지만 애플의 변함 없는 '중국 사랑'도 점차 식어가는 모습이다. 애플은 인도와 베트남 같은 다른 나라로 생산 기지를 서서히 옮겨왔는데 상하이 봉쇄 사태는 이런 애플의 움직임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 SCMP는 "중국의 주요 금융·제조업 중심지인 상하이와 장쑤성 일대의 엄격한 봉쇄로 애플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에 의구심을 갖게 됐다"며 "코로나19 혼란 이후 정상화하는 베트남과 인도가 애플의 공급망에서 더욱 큰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구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애플의 핵심 OEM 협력업체인 폭스콘이 제2의 생산 기지로 육성 중인 인도는 가장 주목받는 중국의 '대체재'다. 3월부터 중국의 공급망이 심각하게 교란된 상황에서 1분기 폭스콘 인도 공장의 아이폰 13 생산량은 작년 동기 대비 50% 급증했다. 인도의 첨단 제조업 기반은 아직 중국 수준으로 성숙한 것으로 평가받지는 않지만,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주목받은 상황에서 인건비와 토지비가 중국보다 싼 인도의 장점이 상대적으로 더욱 부각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상하이 대봉쇄에 놀라 중국의 사업 환경을 재평가하는 기업이 비단 애플 한 곳 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면서 사람들이 수주 이상 격리 생활을 해야 하는 중국 일대 파견 근무를 꺼리게 되자 중국 본토와 홍콩의 글로벌 기업들은 필요한 임직원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중국은 아직도 해외 입국자 비자 발급을 극도로 제약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외국 기업의 중국 파견자들이 가족과 동반해 중국에 가서 살 수 없어 '이산가족' 생활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미국 정부는 일관되게 전략 경쟁 상대인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극도로 복잡하게 형성된 세계 공급망의 특성 탓에 미국을 비롯한 세계 기업이 완전히 중국과 거래를 끊게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세계 기업의 중국 의존도를 최대한 낮추고 첨단산업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한편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중국의 전략산업 발전 속도를 최대한 지연시키는 것이 미국 정부가 의도하는 큰 방향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하이 봉쇄 사태가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서 발을 빼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중국에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아직도 진행 중인 상하이 봉쇄 사태가 천문학적인 경제 손실을 야기할 것이 자명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이 느끼는 투자 매력 감소는 장기적으로 중국에 더욱 큰 전략적 손실이 될 수 있다.

궈밍치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할 조짐은 거의 없다"며 "산업 가동이 재개돼도 엄격한 격리 정책은 더 큰 비용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효율성은 감소하고 새로운 불확실성이 남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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