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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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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속철 산업 발전의 明과 暗

이은영 KDB미래전략연구소 2019.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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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산업은 중국이 첨단 기술 영역에서 단기간에 선진국과의 격차를 따라잡은 대표적 성공사례1)이다. 중국의 고속철 연장(실측 영업거리)은 2019년 1월 기준 3.1만 km로 세계 총 연장의 2/3에 달할 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 경쟁력 역시 일본, 독일 등 고속철 선진국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2008년 한국에 기술이전을 요청했던 중국은 7년 만에 고속철 선진국 일본을 위협하는 해외 수주 경쟁자로 성장하였다. 2015년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거쳐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반둥 구간(142km) 고속철 수주에 성공하였고 동 구간은 자국의 철도 기술 표준을 적용하여 건설 중이다. 최근에는 2021년부터 동 구간에서 운행될 고속철 차량으로 중국산이 선정되었는데, 이는 철도장비 매출 세계 1위인 중국중차(CRRC)의 자회사 쓰팡치처 (四方汽车)가 개발한 ‘푸싱호(復興號)’이다. 이 열차의 설계시속은 420km, 실제 운행 시속은 350km로 세계 최고 수준이며, 부품 국산화율은 84%에 달하고 고온 다습한 현지 기후에도 적합하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중국의 고속철 산업 경쟁력은 단순히 철도 건설에 국한되지 않고 열차 제조 및 신호시스템 등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중국 고속철 산업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중국은 국토가 넓고 인구도 많은 국가로 고속철에 적합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도시화의 영향으로 중국의 인구 25만 명 이상 중소 도시는 2000년대 초 376개에서 2010년 451개로, 인구 5백만 명 이상인 대도시는 59개에서 82개로 증가2)하여 도시 간 연결성 강화를 위한 교통 인프라 투자 수요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 

 

둘째, 중국 기업들은 고속철 도입 초기에 일본의 가와사키, 독일의 지멘스 등으로부터 이전 받은 기술과 설계 표준에 안주하기보다 중국 여건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고, 그 결과 선진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자체 기술을 개발해냈다는 점이다. 예컨대 일본은 고속철도 연선 인구 밀도가 비교적 높아 차량 경량화, 대량 수송에 초점을 맞춰 기술을 발전시켜왔던 반면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인구 밀도가 낮고 역 간 거리가 멀기 때문에 속도를 중시하는 기술 개발에 주력해왔다.3) 그런데 중국은 고속철도 연선 인구 밀도는 높고 역 간 거리도 멀기 때문에 대량 수송과 고속화를 모두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하였다. 중국중차(CRRC)가 이에 초점을 맞추어 기술 개발에 주력해온 결과물이 2019년 1월부터 베이징-상하이 노선에 투입된 ‘푸싱호’의 최신 모델(CR400AF-B)이다.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후 일본과 독일 기술을 개량하여 제작한 CRH 계열 모델들은 편성당 8량, 승객 정원은 600명대에 불과하였는데, 이번 푸싱호 최신 모델은 편성당 17량으로 시속 350km를 유지하면서 최대 1,283명을 실어 나를 수 있다. 

 

셋째 중국 정부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중국 정부는 2004년 <중장기 철도망 계획> 발표를 기점으로, 처음부터 자체 기술을 통해 고속철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포기하고 가와사키 중공업, 지멘스 등 선진 기업의 기술을 우선 도입한 후 이를 흡수, 자체 기술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선회하여 고속철 발전의 ‘엔진’을 가동하였다. 2008년에는 인구 50만 명 이상의 대도시 간 연결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중장기 철도망 계획>을 조정하였고, 2016년에도 수정 계획을 발표하여 현(縣)급 지역까지 연계되는 ‘8종 8횡’ 노선과 2025년까지 고속철 연장을 2015년 대비 2배인 3.8만 km로 확장한다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였다. 이러한 계획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고속철 산업에 투자가 집중되고 중국 자체 기술의 고속철이 개발된 것이다. 동 계획은 시기마다 변화된 여건을 반영하며 미세조정되긴 하였으나 전체적으로는 일관성 있게 추진되어 관련 부처와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케 하는 버팀목이 되었다.

 

한편 중국 정부는 고속철 발전을 국가 경제의 위상을 대내외에 드러내는 상징으로 활용하였다. 중국 최초의 베이징-톈진(징진) 고속철 구간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에 맞추어 개통되었고, 시진핑 정부 출범 초기인 2013년부터 공식화된 일대일로 구상은 중국 기업의 동남아 지역 고속철 수주로 구체화되었다. 또한 대내외 요인으로 실물경기가 위축될 시기에는 고속철 인프라 투자로 내수를 진작해왔다. 이에 따라 중국의 총 철도 연장 중 고속철도 비중은 2013년 10.7%에서 2018년 22.1%로까지 확대되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의 일대일로를 경계하는 시각에 점차 힘이 실리면서 중국의 해외 철도 사업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4). 2015년 중국철도국제그룹(CRI) 등이 미국의 라스베이거스와 캘리포니아 LA 370km 구간고속철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결정되었으나 2016년에 계약이 취소되었고 2017년 중국중차(CRRC)가 성사시킨 매사추세츠주 지하철 차량 수주 건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철도 부문 참여가 일자리,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미국 현지 여론과 정부의 대중 통상압력 강화, 이에 따른 중국산 열차 부품의 수입관세 부과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19년 3월 미국 상원의 「수송 인프라·차량 보안법(The Transit Infrastructure Vehicle Security Act」발의로 미국의 ‘안보위협’ 표적이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에서 고속철 장비 제조사인 중국중차 (CRRC)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시각도 제기되었다. 여기에는 중국 정부가 열차에 설치된 CCTV와 안면인식 기술을 조합하여 미국인들을 추적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는 다소 소설 같은 ‘공포심’도 일부 작동5)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고속철 사업에 대한 견제 움직임은 말레이시아, 러시아 등 일대일로 주요 연선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018년 쿠알라룸푸르-싱가포르 고속철 사업은 말레이시아의 정권 교체 이후 무기한 연기되었고, 중·러 고속철의 모스크바-카잔 770km 구간 건설 계획은 러시아 내부에서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의 고속철 기업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동력 삼아 ‘고속철 굴기’를 견인해왔으나 이제는 이로 인해 중국의 국가전략 수단으로 낙인찍혀 각국 정부와 여론의 견제가 집중되는 상황인 것이다.    

 

또한, 중국 내에서는 미국의 통상압력 강화 등으로 경기둔화가 심화되면서 철도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2020년까지 고속철 연장을 3만 km로 확장하여 중국 대도시의 80%를 연결한다는 계획이 조기에 달성되었음에도 최근 철도 투자가 더욱 확대되어, 지난 2년간 줄곧 감소세를 나타내던 철도운송업 투자는 2019년 들어 전체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철도 인프라 투자 실적은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제시된 목표치 8,000억 위안(약 136.9조 원)을 대폭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재원이다. 일부 간선을 제외한 고속철 건설 사업은 중국국가철도그룹(舊 중국철도총공사)과 지방정부가 주도하고 있다. 베이징 교통대학의 자오젠(Zhao Jian) 교수에 따르면, 중국국가철도그룹의 부채 잔액은 2018년 4분기 기준 5.28조 위안(약 903.7조 원)에 달하고 이 중 80%가 고속철 건설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6)된다.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여 적자경영을 지속해 온 同社가 무리하게 고속철 투자를 확대할 경우, 관련 산업의 일시적 부양 효과는 나타날 수 있으나 결국에는 중국의 재정 리스크로 축적될 수밖에 없다. 지방정부 역시 사정이 비슷하다. 중국 정부는 이례적으로 지난해 12월에 2019년 지방채 발행 한도를 발표7)하여 이를 조기 발행할 수 있도록 하였고, 지난 6월 10일에는 지방정부 특별채권 발행 규모를 확대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특별채권 발행분은 철도, 수로, 농업 시설 등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와 같은 소위 ‘수익성 사업’에 투입되기 때문에 재정적자에 포함되지 않는다8). 그러나 실제로는 이들 인프라 사업의 수익성이 현저히 낮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특별채는 만기 도래 시 토지사용권 양도 수입으로 상환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 중국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로 지방정부의 토지 사용권 양도 수입이 감소세로 전환되고 있어 고속철 등 인프라 관련 지출 확대에 따른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 위험은 한층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은 1인당 GDP 7천 달러 이하 단계에서 유일하게 고속철 산업을 발전시킨 국가로, 고속철 산업은 중국의 고속 경제발전과 대외 영향력의 상징이 되었다. 중국의 고속철 산업이 자국의 소득수준에 부합하는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다양한 자연환경을 극복해온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여 일본, 독일에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추게 된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경쟁력이 여타 글로벌 기업들이 수익성 문제로 입찰을 포기한 동남아 고속철 사업, 경기부양 목적으로 결정된 자국 고속철 사업 등에 따른 부채 위험을 극복할 수 있을 정도인지는 확언하기 쉽지 않다. 중국국가철도공사와 지방정부의 고속철 투자 확대가 중국의 ‘회색 코뿔소’, 즉 인지하고 있으나 무시하기 쉬운 부채 리스크를 계속해서 증대시키고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참고 문헌>

 

□ 이은영(2019), ”중국의 선진국 추격 성공사례, 고속철 산업“, KDB미래전략연구소 차이나넥스트 제5호, 산업분석 

 

□ 주예성, 김서(2019), “중국의 고속철 굴기를 견인하는 중차그룹”, KDB미래전략연구소 차이나넥스트 제5호, 기업분석

 

□ 한국기술연구원(2010.12), “해외 고속철도 기술발전 동향 및 우리나라 발전방향 연구”

 

□ 한국은행 상해주재원(2019), “최근 중국 지방정부의 지방채 발행 급증 요인”, 한국은행 현지 정보

 

□ Martha Lawrence 외(2019), “China’s High-Speed Rail Development”, World Bank, International Development In Focus

 

□ IRJ(2019.4.9.), “China plans largest-ever rail investment in 2019”(http://www.railjournal.com)

 

□ The Economist(2019.3.30.), “A giant Chinese trainmaker hits the buffers abroad” 

 

□ 前瞻产业研究院(2019.2.17.), “预见2019: 2019年中国 高铁产业全景图谱"(http://www.qianzh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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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공사례 이은영(2019), “중국의 선진국 추격 성공사례, 고속철 산업”, KDB미래전략연구소, 차이나넥스트 제5호 pp.1~3

 

2) Martha Lawrence 외(2019), “China’s High-Speed Rail Development”, World Bank, International Development In Focus, p.81

 

3) 한국기술연구원(2010.12), “해외 고속철도 기술발전 동향 및 우리나라 발전방향 연구”, p. 200~202

 

4) 주예성, 김서(2019), “중국의 고속철 굴기를 견인하는 중차그룹”, KDB미래전략연구소, 차이나넥스트 제5호 p.17

 

5) The Economist(2019.3.30.), “A giant Chinese trainmaker hits the buffers abroad”

 

6) IRJ(2019.4.9.), “China plans largest-ever rail investment in 2019”(http://www.railjournal.com)

 

7) 일반적으로 지방채 연간 발행 한도는 매년 3월에 개최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결정되고 그 이후부터 발행 가능

 

8) 한국은행 상해주재원(2019), “최근 중국 지방정부의 지방채 발행 급증 요인”, 한국은행 현지 정보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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