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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급증하는 잠비아 국가부채의 시사점과 대책

잠비아 김은경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교수 2019/04/25

자료인용안내

자료를 인용, 보도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 EMERiCs 아프리카ㆍ중동 ”으로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잠비아 국가부채 지난 5년간 두 배 증가


감당할 수 없는 외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계 빈곤국들을 돕기 위해, 1996년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과 세계은행(World Bank)에 의해 과다채무국(Heavily Indebted Poor Countries, HIPC) 이니셔티브가 발의되었다. 덕분에 몇몇 국가들이 다시 국제금융시장에 발을 붙일 수 있었고 국가 재정 대비 외채도 상당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2015년 전후부터 아프리카 국가들의 외채는 다시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15년 아프리카 평균 국가 재정 대비 5.9%였던 외채는 2017년 11.8%로 올랐으며, 아프리카 국가 중 절반 이상에서 GDP의 50% 가 넘는 국가부채가 발생했다. 잠비아의 경우, 2011년 GDP 대비 21%이던 국가부채가 2014년 35.6%로 상승했고 2018년에는 60%에 도달했다. 그중 3분의 2가량이 외채이며 중국정부나 유럽 투자자들로부터 대부분 들여온 것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잠비아의 금융위기를 예고하는 전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경제성장률은 2010년 10%대에서 정점을 찍고 하강 국면에 진입해 2017년에는 3.4%에 머물렀다. 또한 2013년 40.5% 였던 GDP 대비 수출 비율은 2017년 35.2%로 하락했다. 수출 둔화는 외환보유액 감소로 이어지고 외채 상환 부담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광물자원 무역의존도가 높은 잠비아와 같은 국가에서는 수출의 안정 성장이 어렵고 수출 하락으로 인한 여파가 클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2016년 채권시장의 이자율이 급상승하자 국제자본시장은 잠비아의 국가 재정 상황이 불안정한 상황임을 눈치채고 채무 상환능력을 의심하게 되었다. 잠비아에서 스탠빅은행(Stanbic Bank)으로 무역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는 스탠다드은행그룹 (Standard Bank Group)은 잠비아의 외환보유고가 올해 6월쯤 10억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며, 이는 유동성위기(liquidity crisis)에 가까운 수치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잠비아 정부는 유동성 위기가 채무 상환능력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며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금융위기 하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들이다. 국고에 큰 부담을 주는 채무 상환 행위로 인해 사회복지 등 정부 역할의 강화가 필요한 분야에 정부 지출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국가부채 증가는 국민의 삶의 질에 심대한 악영향을 주고 있다.


국가권력층의 도덕적해이가 금융위기 촉발


그동안 HIPC 이니셔티브의 계획 하에 이루어진 채무면제와 외채 유입증가로 잠비아의 교육과 의료, 보건 부문은 큰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2005년에는 에이즈를 치료하기 위한 항레트로 바이러스제를 10만 명에게 무료로 제공하였으며, 모자감염률도 현저히 줄였다. 또한 전국적으로 초등교육비를 지원해 실질적으로 국민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HIPC 이니셔티브가 제공한 이러한 유익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의 국가부채 및 재정 문제가 지속되는 것은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때문이다. IMF는 2005년부터 잠비아와 그 외 29개 아프리카 HIPC 국가들의 빚을 청산해 주었는데 각국 정부는 채무를 변제하기 위한 자구노력에는 소홀한 채, 국가부채를 오용 또는 횡령하는 경우가 많았다. 잠비아 정부는 GDP의 6%를 차지하는 구리 수출의 수출 가격 하락이 국가부채가 급증한 원인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그러나 실상은 정치인들과 정부 고위 관료들이 대출금을 함부로 사용한 것이 국가부채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 밝혀졌다. 그들은 싼 이자의 외채를 개인 용도로 사용하고, 도로, 공항 등 공공시설 준공 및 공공 기자재 구입 예산을 부풀려 책정한 뒤 빼돌리는 수법으로 개인의 이익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그 예로, 소방차를 구입하는 데 실제보다 가격보다 70% 이상 부풀려 예산을 편성하였고, 국제공항 운영예산은 사용률이 1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과대평가하여 책정하였다. 그 밖에도 정부의 예산 및 사업 관련 전횡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위기 속 외부세력의 개입


게다가 채권자들은 잠비아가 막대한 외채 부담을 겪는 중에도 무분별한 대출을 부추겼다. 특히 중국이나 터키 등 아프리카에서 세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국가들은 채무국의 재무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조건 없이 마구 대출을 해주고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중국의 대출이 잠비아 전체 외채의 4분의 1 내지 3분의 1가량 될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편, 영국, 핀란드, 아일랜드 등 유럽국들이 지원해온 사회복지 현 금지급사업에서 잠비아 고위공직자들에 의한 대규모 부정 수금과 횡령이 발생해 원조가 중단되는 일이 있었다. 이 일이 있은 지 2주가 경과한 시점에 중국이 잠비아 대출을 확대해 더욱 비판을 받고 있다.


중국의 부채를 토대로 하는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도 잠비아 및 여러 아프리카 국가를 부채의 함정에 빠지게 하는 요인이다. 중국의 인프라 프로젝트는 잠비아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만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기업이 잠비아 노동자 차별 대우와 노동력 착취로 국민의 반발을 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잠비아 대통령 애드거 룽구(Edger Lungu)는 적극적으로 중국에 대한 우호관계 증진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룽구 대통령은 중국인은 세계 곳곳에 퍼져있어 그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며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룽구 대통령은 국제적으로 중국-잠비아의 협력관계를 비판하는 목소리에도 맞서 중국을 지지하는 등 중-잠비아 관계 증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잠비아 정부는 국가 불안정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야권 지도자들과 정부 비평가들을 기소해 권위주의가 커지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룽구 대통령은 이런 비판을 잠재우고 집권을 정당화하기 위해 중국의 투자와 부채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2018년부터 잠비아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양국 간 양해각서(Memorandum of Understanding, MOU)를 체결하고 국제업무 협력 증진을 위해 긴밀히 논의하기 시작했다. 잠비아 정부는 사우디 정부로부터 싼값에 석유를 수입하는 등 양자간 무역 혜택을 노리고 있다. 또한 사우디 자금을 투입해 병원, 도로시설 확충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사우디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은 중국의 아프리카 개입에 대한 태도와는 상반되게 사우디의 적극적 활동에 대해서는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중국으로부터의 대출 규모가 사우디에 비해 훨씬 크다. 하지만 잠비아의 재정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외채를 부추기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서구 언론과 정부가 유난히 중국의 개입을 비판하는 데는 아프리카 내 중국 세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도 숨어있다.


반면, 지난해 8월, IMF와의 구제금융 논의가 실패하고 잠비아 담당 특사 알프레도 발디니(Alfredo Baldini)도 송환되면서 서구 국가들과는 더 소원해진 분위기다. IMF나 세계은행은 대출을 제공할 때 재정 긴축, 민영화, 시장 개방 등을 포함한 구조조정 조건을 내걸기 때문에 정부는 국제기구의 구제계획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민영화 과정에서 국내 자본조달이 어려울 경우, 공기업을 해외자본으로 매각하게 되면 국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뿐더러 정부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게 된다. 모든 부문에서 정부가 손을 떼고 시장경제에 맡기면, 공기업 부문에 존재하던 고용, 투자, 해외 활동이 축소되고 여러 제한 조치가 가해질 수 있다. 즉, 구제금융은 정치적 이슈이자 국가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쉽게 택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니다.


일본과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의 협력 필요


전문가들은 잠비아가 국가부채 지불 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디폴트(default)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염려하고 있다. 이미 물가가 상승하기 시작했고, 투자환경 악화와 소득, 소비 정체가 나타나고 있다. 재정적자를 화폐 발행을 통해 보전하려고 할 경우, 더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겪게 될 수도 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국가경영의 부진, 부정부패, 외부세력의 무분별한 개입 등이 재정 악화의 원인이다. 중국으로부터의 과도한 부채는 집권세력의 부정행위를 장기화하고 정치개혁을 지연시키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아프리카에 투명한 금융정책 마련과 성장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플랜이 필요한 상황에서 일본과 인도는 중국과 차별되는 협력 방안을 내놓았다. 아시아-아프리카 경제성장회랑(Asia-Africa Growth Corridor)계획은 중국의 일대일로사업에 맞서 아프리카에서 두 국가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의도가 들어있다. 일본과 인도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민주주의 국가들로서 아프리카에 경제개발과 민주주의 발전을 동시에 도모하고자 한다. 일본은 중국과 달리 사기업이 주도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아무런 조건 없이 원조를 제공하며, 자국민의 노동력을 거의 투입하지 않는다. 아프리카와의 오랜 교류를 기반으로 한 이들의 계획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중국에 의존함으로써 얻어지는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게 도울 것이다.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아시아의 대국들이 아프리카와의 협력 방안을 내놓는 가운데 한국 정부와 기업도 이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유럽 국가들이 EU를 통해 또한 개별적으로 아프리카 전략 모델을 짜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정부는 일본,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과 협력하는 동시에 한국의 독자적인 원조와 진출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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