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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정세변화] 심각한 전력난 겪는 아프리카 에너지 전환 필요성 활발히 논의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EMERICs - - 2023/02/28
아프리카 인구의 40%가 전기 없이 생활
사상 최악의 전력난 겪는 아프리카
아프리카의 14억 인구 중 6억 4,000만 명 이상이 전기 없이 생활
아프리카 각국이 심각한 전력난에 처해 있다. 시골 지역에까지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각국의 개발 프로젝트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개발은행에 따르면 아프리카 전체 인구 14억 명 중 6억 4,000만 명 이상이 여전히 전기 없이 살아가고 있다. 발전량을 현재 수준에서 5배 가량 늘리지 못하면 2050년이 되어도 아프리카 인구 중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비율은 40%미만에 불과할 것이라는 말도 있다.
전력난을 초래하는 근본적 원인은 전력 인프라에 대한 투자 부족이다. 이집트의 경우도 노후 인프라를 개선하고 새로운 시설을 구축할 자금 투자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전 세계적인 경제적 불안정으로 이집트 재생에너지 부문에 대한 투자 역시 감소하였으며, 이집트 정부의 기업 활동에 대한 강력한 통제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60년간 전력난에 시달리며 24시간 이상 정전이 이어지기도 하는 짐바브웨 또한 만성적인 전력 인프라 부족이 전력난의 이유로 지적된다. 나이지리아에서도 전력 인프라 부실로 인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총 206번의 정전이 발생했다.
기후 요인 또한 수력 발전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전력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전력을 공급받는 인구가 전체 인구 중 단 12%에 그치는 말라위는 국내 전력 수요량의 98%를 수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는데, 계속된 가뭄으로 수력발전소의 발전 용량이 감소함에 따라 심각한 전력난에 처했다. 마찬가지로 수력 발전 의존도가 높은 잠비아에서는 가뭄으로 카리바(Kariba) 수력발전소 발전 용량이 1,080메가와트(MW)에서 400MW로 감소하자 단전 시간을 하루 12시간으로 늘렸으며 전력 수출도 중단했다. 잠비아와 카리바 수력발전소를 공유하며 전체 전력 수요의 70%를 카리바 발전소에 의존하는 짐바브웨도 상황은 비슷하다.
인구 2억 명이 넘는 나이지리아는 2만 5,000MW에서 최대 4만 MW의 전력이 필요하지만, 실제 발전량은 1만 2,522MW에 불과하며 송전 용량은 4,000MW에 그치는 상황이다. 충분한 전력을 공급받지 못한 나이지리아인들 중 40%는 발전기에 의존하며, 발전기 가동을 위해 매년 지출되는 연료비 규모는 총 140억 달러(한화 약 18조 2,210억 원)에 달한다. 이처럼 열악한 전력 상황에도 불구하고 나이지리아 정부는 2022년 1,200억 나이라(한화 약 3,376억 원)를 전기요금 보조금으로 지출했다. 경제 활동 방해, 정부 재정 악화, 연료비 구입 압력 등 전력난이 초래하는 여러 경제적 문제로 인해 2020년 세계은행은 전력난으로 인한 나이지리아의 경제적 손실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2%에 달하는 280억 달러(한화 약 36조 4,28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에너지 위기로 인해 2월 9일 국가재난사태 선포
남아프리카공화국은 2022년부터 이어지는 전력난으로 인해 2023년 2월 9일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할 지경에 이르렀다. 시릴 라마포사(Cyril Ramaphosa) 남아공 대통령은 전력난으로 인해 국가 경제가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으며 시급한 조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남아공 정부는 조달 및 감사 절차를 간소화해 태양광 발전패널 등 발전시설을 조속하게 확보해 학교와 병원, 기업체 등에 공급하는 한편 해외에서 전력을 수입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전력난을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채 재난사태만을 선포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리라는 비판이 있다. 야당과 경제 전문가들은 조달 및 감사 절차 간소화가 비리와 방만한 예산 사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남아공 국영 전력기업 에스콤(Eskom)은 4,000억 랜드(한화 약 28조 2,976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부채를 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발전시설 확충과 개선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결국 전력난으로 인해 남아공에서는 2022년 9월부터 하루 수 시간씩 순차적으로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순환단전(Load Shedding)이 시행되어 200일을 넘긴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2023년 1월이 되어서는 전력난이 더욱 심해져 하루 6시간, 일부 지역에서는 하루 최대 12시간까지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전력난은 경제적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그웨데 만타쉐(Gwede Mantashe) 남아공 광물자원에너지부 장관은 전력난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하루 1억 랜드(한화 약 71억 원)에 달한다고 분석했으며, 세계은행은 2022년 전력난에 따른 남아공의 경제적 손실 규모가 240억 달러(한화 약 31조 2,24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았다. 전력난이 경제성장률을 2%p 낮추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한 남아공 중앙은행은 전력난으로 인해 2023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1%에서 0.3%로 하향 조정했다.
심각한 전력난에 아프리카 내부에서 에너지 전환 필요성 대두
나이지리아,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와 재생에너지 전환 로드맵 발표
전력난에 대응해 나이지리아는 국가 주 전력원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지난 1월 나이지리아 정부는 IRENA와 함께 재생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나이지리아는 2050년까지 전체 에너지 수요량의 60%를 재생에너지를 통해 확보하고 천연가스와 원유 의존도를 현재 수준에서 각각 40%와 65% 줄이기로 했다. 프란체스코 라카메라(Francesco La Camera) IRENA 사무총장은 나이지리아가 국민 전체에 에너지를 효율적인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전환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민간 부문을 통해 로드맵 달성에 필요한 연 360억 달러(한화 약 46조 8,360억 원) 규모의 투자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도전적인 재생에너지 전환 목표 세우는 아프리카 각국 정부
재생에너지 전환을 추구하는 아프리카 국가는 나이지리아만이 아니다. 풍부한 태양광, 풍력, 수력 에너지는 아프리카 국가에게 전력난을 해결할 새로운 해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케냐는 2030년까지 국내 전력 수요량의 전체를 재생에너지를 통해 확보하고,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100기가와트(GW)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미 태양광, 풍력, 지열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전체 발전량의 73%를 차지하며 전체 전력 수요량의 90%를 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해 확보한 케냐는 이미 아프리카 국가 중 재생에너지 전환에 있어 선도적인 위치를 달리고 있다. 모잠비크는 자국 내에 풍부한 수자원을 활용하고, 태양광과 풍력 발전 용량을 확대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62%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며, 르완다 역시 현재 53%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60%로 늘리고자 한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52%까지 늘릴 계획인 모로코는 2021년 3.9GW였던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022년에는 4.3GW까지 확대했다.
아프리카 국가가 재생에너지 전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투자다. 그러나 아프리카에 대한 민간 부문의 투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 또한 투자 여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2022년 기준 아프리카 국가의 GDP 대비 공공 부채 규모는 평균 65%로 2010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나이지리아의 경우, 오는 5월이면 부채 규모가 1,712억 달러(한화 약 222조 7,312억 원)에 달하게 되고 2026년이면 재정 수입의 거의 전부를 부채 상환에 투입하게 되는 상황에서 2060년까지 1조 9,000억 달러(한화 약 2,471조 9,000억 원)를 투자해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1조 2,200억 달러(한화 약 1,587조 2,200억 원) 규모의 재생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결국 성공적인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외부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아프리카 국가는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에 필요한 투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2021년 기준 전 세계의 재생에너지 부문에 투자된 3,820억 달러(한화 약 496조 9,820억 원) 중 아프리카에 투자된 액수는 단 3%에 불과한 130억 달러(한화 약 16조 9,130억 원)에 그쳤다. 재생에너지 부문 투자를 촉진할 정부 차원의 노력 부족도 투자 유치를 어렵게 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재생에너지 부문을 선도하는 케냐에서도 지방정부 차원의 노력은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케냐의 47개 주 중 단 2개 주만이 에너지 전환 계획을 수립한 상황이다. 재생에너지 부문에서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전 세계적인 추세는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프리카 국가의 재정 상황을 악화시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필요한 자금 확보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제 경영컨설팅 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PricewaterhouseCoopers)는 아프리카 국가가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총 2조 8,000억 달러(한화 약 3,642조 8,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신기루와 같다고 평가했다. PwC는 또한 탈탄소화로 아프리카 국가가 입을 경제적 손실 규모를 6조 7,000억 달러(한화 약 8,716조 7,000억 원)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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