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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한-쿠바 수교의 의미와 한계

중남미 기타 곽재성 경희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2024/05/13

들어가며: 수교의 동력은 쿠바의 경제난
대한민국과 쿠바는 2024년 2월 14일 미국 뉴욕에서 양국 주UN 대표부 간 외교 공한(公翰) 교환을 통해 양국 간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하였다. 외교부에 따르면 쿠바는 대한민국의 193번째 수교국으로, 한국은 시리아를 제외한 모든 UN 회원국과 수교를 맺게 되었다.1) 이처럼 쿠바와의 수교는 한국의 외교 지평을 확장하는 데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 정부는 다각도의 노력을 통해 쿠바와의 수교를 추진했으나, 쿠바와 오랜 혈맹관계를 유지했던 북한이라는 변수 탓에 쉽게 뜻을 이룰 수 없었다. 물론 그동안 점진적으로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사실이다. 2005년에는 아바나에 KOTRA 무역관이 처음 개관했고, 2006년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가 동생 라울 카스트로(Raúl Castro)에게 권력을 이양했고, 2015년 오바마(Barack Obama) 정부 시절 미-쿠바는 국교를 회복했다. 이듬해 피델 카스트로가 사망했고, 2018년에는 라울이 물러나면서 차세대 테크노크라트 출신의 미겔 디아스-카넬(Miguel Díaz-Canel)이 국가수반의 자리에 올라 포스트 혁명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2016년에는 당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전격적으로 쿠바를 방문하여 브루노 로드리게스(Bruno Rodriguez) 쿠바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갖고 강력한 수교 의사를 전달한 바 있다.2) 그 사이 2012년 김정은이 집권하는 등 북한도 세대교체의 변화를 겪었다. 

그동안 한국의 수교 노력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쿠바가 왜 이 시점에서 전격적으로 화답했을까?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극심한 경제난을 한국과의 수교를 통해 일부라도 해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쿠바 경제의 어려움은 어제 오늘의 사정은 아니나, 2021년 이후 식료품 부족과 에너지 고갈, 잦은 정전, 높은 물가, 그리고 코로나 19 등으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GDP도 10년 전 수준으로 하락하였다. 지난 2년간 인구 4%가 해외로 이주했을 정도로 견디기 힘든 고난의 기간(Periodo Especial)3)이 다시 온 것이다. 위기의 핵심은 유류 부족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인데, 우선 쿠바의 주요 에너지 공급국인 베네수엘라가 국내 석유 수요량도 맞추기 어려워졌고, 운송 단계에서 미국의 제재가 강화됨은 물론, 쿠바 정부에서 지원받는 석유 제품을 외화 벌이를 위해 재수출한다는 루머도 나돈다. 에너지원이 없으니 주민 이동이 원활하지 않고, 물류가 막혔고, 농업생산과 유통도 문제가 발생했다. 

이와 같은 상황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의 제재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쿠바는 오바마 정부 시절인 2015년 관계를 정상화했지만, 2017~2021년에 집권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은 쿠바를 ‘테러 지원국’으로 재지정하며 미국인의 쿠바 방문 금지, 경제제재 등의 조치를 시행하였다. 미국의 제재는 전례 없는 수준으로 확대, 심화되었는데, 헬름스 버튼법 3조/4조(Helms-Burton Act Title III/IV)에 따라 쿠바에 투자하는 제3국의 투자자들에게도 소송 가능성이 커졌고, 쿠바의 금융 및 상업 거래에 대한 제재가 확대되어 대금 지급이 어려워졌다. 미국은 쿠바에 원조를 제공하는 국가에 대해서도 제재에 나섰고, 對쿠바 송금은 물론 여행 및 방문도 제한했다. 아울러 쿠바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민간 기업에 대한 위협도 가해졌는데, 미국 정부는 선박 및 해운회사를 집중 모니터링하여 제3국의 27개 회사, 54척의 선박 및 3명의 개인에 대한 제재를 부과했다. 미국의 제재 조치로 대외시장 접근성이 제한되면서 쿠바 경제의 손실규모는 2022년에만 50억 달러(약 6조 6,196억 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며, 지난 60년간 누적 손실액은 1,440억 달러(약 190조 6,400억 원)로 추정된다.4) 바이든(Joe Biden)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항공기 운항 재개 등이 이루어졌지만, 제재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배경을 고려하여 본고에서는 한-쿠바 수교의 의의와 한계를 △남북관계를 포함한 정무적 관점 △무역 투자 중심의 경제협력 관점 △개발 협력의 인도주의적 관점 등 세 방향에서 조망하고자 한다. 

첫째, 쿠바 수교를 통한 한반도 긴장완화 및 대북 관계 개선 가능성
쿠바 수교 카드를 대북 압박 또는 대북 관계 개선의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있으나, 다소 부정적이다. 오랜 한-쿠바 수교 노력에 가장 큰 변수로 작동한 것이 바로 북한이었으나, 쿠바 수교 카드로 역으로 한반도 이슈를 움직이기엔 동북아 지역 정세에 쿠바 이슈가 끼어들 여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과 일본의 관계 정상화를 향한 하나의 매듭이 풀린 것은 분명하다. 우선 한-쿠바 수교에 관한 뉴스가 북-일 수교 관련하여 일본 언론에서 매우 비중 있게 다루어졌다. 그리고 한-쿠바 수교 발표 다음 날인 2월 1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일본과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5) 한국과 쿠바가 전격 수교를 발표한 지 하루 만에 그리고 전격적으로 발표가 나온 것으로 보아, 적지 않은 충격 속에 북한이 급히 북-일 수교 카드를 띄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양국의 협상에 뚜렷한 진전이 있다는 시그널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북한은 아바나 주재 쿠바대사를 교체하고, 그동안 매체에서 자주 언급되었던 쿠바 관련 기사도 굳이 내지 않으면서 불편함을 드러냈다.

그렇다고 해서 한-쿠바 수교로 인해 북-쿠바 관계에 금이 가거나 북한의 변화가 쉽게 오리라고 판단하는 것 역시 무리다. 양국 간 무역, 투자, 개발 협력 등 실효적 경제 및 인적 교류가 미비한 것은 사실이지만, 형제 국가로서의 역사적 연대감 및 반미 사회주의라는 이데올로기적 동질성은 살아있다. 정무적 우호 관계나 립서비스는 곧 복원될 것이다.

둘째, 한-쿠바 경제협력의 가능성
수교를 계기로 한국과 쿠바 간 경제협력이 추진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 부정 의견이 비슷한 수준을 보인다. 회의적인 시각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낮은 교역규모, 투자가 용이하지 않은 시장 상황, 쿠바 정부와 국민의 낮은 구매력, 그리고 미국의 제재 등을 꼽을 수 있다. 우선 한국과 쿠바의 교역규모는 2023년 기준 수출 3,500만 달러(약 463억 3,650만 원), 수입 700만 달러(약 92억 6,730만 원)로 매우 낮은 수준인데, 한국은 쿠바에 자동차 부품, 승용차, 기계류, 발전기 등을 주로 수출하고, 고철, 해산물, 주류(럼주), 시가 등을 수입한다. 對쿠바 무역 흑자는 서비스 부문(관광)의 적자로 어느 정도 보전된다. 코로나 19 이전 쿠바를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은 연 1만 4,000명에 달했다.

한편, 쿠바는 이차전지 생산에 필수적인 니켈과 코발트의 주요 매장지로서 향후 광물 공급망 협력 잠재력도 있으나 현재 캐나다와 중국으로 대부분 수출되고 있어, 이는 아직 잠재력에 불과하다. 현재 대부분의 광산 개발 프로젝트는 현지와의 조인트벤처(JV) 형태로 캐나다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쿠바에 대한 경제개발 수요가 많아 인프라 및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 기회가 언급되고 있으나, 이 역시 낮은 구매력과 열악한 정부 재정으로 여의치 않다. 다만, 대금 회수만 원활하다면 전력 에너지, 정보통신, 항만개발 등 핵심 인프라 서비스를 중심으로 기회가 열려 있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KOTRA에 따르면 향후 협력이 기대되는 분야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이다. 쿠바는 2030년까지 국가 총 전력 수요의 37%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전력원을 수력,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분야로 다양화하려고 한다. 2050년에는 국가 전력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하려고 하는데, 현재 전체 전력의 5%만이 신재생 에너지원에서 생산되고 있어 향후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6) HD 현대중공업은 약 20년 전 쿠바에 이동식 발전설비(PPS: Packaged Power Station)를 대규모 납품하여 도시 전력난 해결에 큰 역할을 했는데, 쿠바 정부는 감사의 표시로 자국 지폐에 이 발전설비를 그려 넣기까지 했다. 당시 쿠바 전체 전력 생산량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큰 규모였고, 계약액은 7억 달러(약 9,267억 원)였다.7)

쿠바와의 경제협력에 있어서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은 원활한 대금 결제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계약 성사 여부와 무관하게 확실한 결제 방안을 찾기 전에는 섣불리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성적인 경제위기로 공공기관과의 계약에서도 대금 지급이 지체되거나 연장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상황이므로, 대금 결제와 관련하여 충분한 대응책을 마련한 후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또한 미국의 제재에 대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제3국에 대한 송금 업무에 미국계 은행을 경유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미국계 은행은 쿠바와의 대금 거래가 금지되어 있다. 미국 은행 발행 신용카드도 쿠바에서 통용되지 않는다. 미국의 쿠바 관련 제재는 법 조항에는 존재하나 적용을 유예하거나 적용이 안되는 경우도 있고, 또 그렇다고 해서 제재 대상이 아닌 것은 아니니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셋째,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개발 협력의 확대 가능성 
한-쿠바 수교 이후 가장 주목받고 있는 영역은 개발 협력이다. 지난 10년간(2013~2022년) 국제사회의 對쿠바 원조액은 총 68억 달러(약 9조 25억 원)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대규모 외채 탕감이 있었던 2016년을 제외하면 연간 5억~10억 달러(약 6,620억~1조 3,240억 원) 수준에 머물러있다. 이는 미국의 제재와 경제 여건의 문제로 대규모 차관을 들여오기가 어렵고, 개발 협력 프로젝트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을 정도의 제반 여건이 갖추어 지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러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원조는 인도적 지원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주요 공여 주체는 유럽연합(EU)과 UN 등 국제기구가 주류를 이루고 있고, 단일 공여국으로는 스웨덴, 독일, 프랑스 등이 있다. 핵심 협력 영역은 쿠바의 상황을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는데, EU는 ‘낙후지역(Matanzas 등)의 사회경제 발전’ 및 ‘정책 노하우 전수 및 민간부문 발전을 위한 기술협력’, 스웨덴은 ‘인권과 젠더, 민주적 질서’, ‘환경과 기후변화’, ‘생활 여건 개선’에 집중한다.


<그림 1> 국제 사회의 對쿠바 원조액(단위: 백만 달러)


자료: https://data.worldbank.org/


스웨덴의 SIDA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개발협력에 있어서도 쿠바의 한계는 명확하다. 우선 1당 독재의 정치적 한계성이 뚜렷한데, 이는 사업의 효과성 및 지속가능성을 확보 하거나 제도개선을 유도할 필요가 있을 때 결정적인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카리브 섬나라가 가진 공통적 도전과제인 기후변화 이슈와 에너지-식량-의약품 등의 만성적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경제위기 상황 또한 협력을 망설이게 하는 주요 요인이다.8)

한국은 그동안 미수교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對쿠바 개발 협력을 추진해왔는데, 인도적 지원을 위해 국제기구를 통한 KOICA의 다자성양자(Multi-bi) 사업을 전개하고, 제도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경제발전경험공유(KSP) 사업을 진행하였다(<표 1> 참조).

<표 1> 한국의 對쿠바 개발협력 사업 (2015년 이후)

 

자료: 저자 정리

對쿠바 개발 협력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쿠바의 한계와 어려움을 고려하여 맞춤형으로 진행해야 한다. 첫째, 타 수원국과 차별되는 쿠바의 독특한 환경과 조건 때문에 원조액을 급격하게 늘리거나 우리 수행기관을 투입한 직접 사업 수행이 여의치 않다. 둘째, 물자 및 인적교류에 대한 제재 탓에 인도적 지원으로 대부분의 사업이 한정된다. 따라서 지금까지와 같이 UN 전문기구를 통한 지원을 지속하되, 한국의 성과관리팀을 별도 투입하는 것도 고려함이 바람직하다. 셋째, 대부분의 중남미권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쿠바에서도 스페인어가 통용되며,9) 기본적으로 중남미 문화와 관습, 사회주의 제도 등에 대한 문화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넷째, 이질적인 쿠바의 거버넌스 및 제도, 경제환경의 한계를 충분히 감안하여 협력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에너지 부족 및 경제난으로 인한 사업 효과성, 효율성, 지속가능성 확보가 어렵다. 

결언
한-쿠바 수교는 우리의 외교 지평을 넓히고, 제3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남북관계의 복잡한 공식에 얽혀 있던 하나의 실타래를 풀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고 긍정적인 사건이다. 특히 수교 이후 정식 공관이 개설되면 우리 국민의 보호를 위한 영사 기능이 본격적으로 작동하게 되어, 천혜의 자연과 문화자원을 보유한 쿠바에 코로나 19 이전 수준보다 더 많은 한국인 관광객이 방문하여 안전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쿠바는 카리브의 핵심 국가로서 지정학·지경학적 중요성을 모두 갖고 있고 미래 동반자로서의 잠재성이 큰 파트너임은 분명하나, 본고에서 살펴본 바와 마찬가지로 쿠바를 통해 한반도 평화 정착의 전기를 마련한다거나, 새로운 경제협력 파트너로서 호혜적인 구조를 만들기 위한 주변 여건 조성은 다소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지나친 환상이나 낙관으로 성급하게 협력을 추진하기 보다는,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까지 한 걸음 씩 관계를 심화시켜 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각주
1) 외교부 2024
2) 김진철 2016
3) 고난의 기간 (Periodo Especial)은 구 소련의 몰락으로 외부의 지원이 일시에 사라져 쿠바 사회주의 체제가 위기에 몰렸던 1990년대 초-중반의 어려움을 표현하는 말이다. 이후 카스트로는 해외송금 자유화, 개인 비즈니스 허용, 외국인 투자 유치 등 자본주의적 요소를 도입하여 위기를 극복했다.
4) ICO 2020
5) 정영교 외 2024
6) 유성준 2024
7) 김민영 2024
8) SIDA 2024
9) 영어나 심지어 통역을 통해서도 정확한 소통이 어렵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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