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행정부 관세 조치로 흔들리는 미·브라질 외교와 무역
지난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 재집권 이후 미국과 브라질의 관계는 무역 갈등을 중심으로 급격히 악화되었다. 그리고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이 브라질산 수입품에 대해 50% 관세라는 이례적으로 높은 추가 관세를 예고 및 부과하면서 양국 간 외교 마찰이 최고조에 달했다. 특히, 일부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미국의 일련의 조치가 통상적인 산업 보호 문제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브라질 국내 정치 상황과 연관된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했다.
브라질–미국 무역·외교 관계 구조
브라질과 미국은 상호 중요한 교역 상대지만, 무역 구조와 외교 노선의 차이가 명확히 존재한다. 중국에 이어 미국은 브라질의 2대 교역 대상국이며, 2024년 기준 양국 교역에서 미국은 약 68억 달러(약 9조 4,300억 원)의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주요 교역 품목을 보면, 브라질은 미국에 커피·오렌지주스·설탕·쇠고기·에탄올 등 농축산·식품과 철강·원유 등 원자재를 수출하고, 미국은 브라질에 항공기·기계류·화학제품 등을 수출해왔다. 이러한 상호보완적 무역에도 불구하고, 양국은 과거 솜보조금 분쟁, 철강 수입쿼터 등 무역마찰을 겪어왔고, 브라질은 2010년 미국의 면화 보조금 정책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보복관세를 준비하는 등 강경 대응한 전례가 있다.
외교적으로는 정권 성향에 따라 양국 관계가 급변하기를 반복해왔다. 2019~2020년, 보우소나루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는 브라질을 나토 비회원 동맹국으로 대우하고 OECD 가입을 지지하는 등 협력을 강화하며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다. 2023년 출범한 룰라 정부는 다자주의와 비동맹 외교를 중시하며 중국, 러시아 등과의 BRICS 협력을 확대해왔는데,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중·반이란 노선과 충돌하며 양국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했었다. 예컨대 브라질이 BRICS+에서 달러 대체 통화 도입 논의를 주도하고 우크라이나·중동 문제에서 미국과 대비되는 입장을 고수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반미적인 BRICS 정책’으로 지목하여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대수의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브라질의 대외정책 노선과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강압적인 수사를 미국의 이익과 역내 안보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했고, 이는 2025년 관세 분쟁의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트럼프의 50% 관세 서한… 브라질-미국 무역분쟁에서 정치 갈등으로 번진 외교적 충돌
양국 간 긴장은 공개적인 말싸움과 외교적 설전으로 표면화되었다. 지난 7월 6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BRICS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브릭스 국가들에 대해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을 언급하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Luiz Inácio Lula da Silva) 브라질 대통령은 “세상은 변했다. 우리는 황제를 원하지 않는다”고 응수했다. 또한, 미국 대사관이 브라질 사법부의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 전 대통령 수사를 공개 비판하는 성명을 내자, 브라질 외교부는 즉각 미국 대사대리를 초치해 강력 항의하는 등 외교적 마찰이 고조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 7월 9일, 트럼프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 앞으로 공개서한을 보내 50% 관세 부과 방침을 공식 통보했다. 동 서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산 모든 제품(any and all products)에 대해 8월 1일부터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하면서, 그 배경으로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 2023년 1월 8일 발생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쿠데타 모의 사건에 대한 브라질 정부의 기소가 “근거 없고 정치적으로 의도된 마녀사냥”이라는 주장. 둘째, 브라질 연방대법원의 일련의 결정들이 자유선거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여 민주적 가치에 반한다는 점. 셋째, 브라질이 디지털 무역 등에서 불공정한 관행을 일관하고 있다는 점.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앞의 두 사안이 모두 브라질 사법부, 그 중에서도 알렉산드리 지 모라이스(Alexandri de Moraes) 브라질 대법관의 조치와 연관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한에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마녀사냥'이자 '국제적 망신거리'라고 규정하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고, 모라이스 대법관이 SNS상 허위정보 확산을 막기 위해 미국 소셜미디어 기업들에 벌금·계정차단 명령을 내린 것을 두고 미국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 경제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서한에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하라고 지시, 브라질의 디지털무역 정책 등을 겨냥한 추가 제재 가능성도 시사했다.
* 미국 대통령에게 외국의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해 조사하고, 시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보복 관세 등 무역 제재를 가할 권한을 부여하는 법적 근거
일부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7·9 서한이 단순한 엄포가 아니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조치를 미국 경제에 대한 비상사태 대응이라고 규정하고자, 무역적자를 국가비상사태로 간주하는 행정명령(Reciprocal Tariff Executive Order)을 내려 둔 상태였다. 브라질의 경우 미국이 무역흑자를 보고 있기 때문에 논리가 맞지 않았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 정부의 최근 행위가 미국의 국가안보·외교·경제에 이례적이고 중대한 위협” 이라고 선언하며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했다.
한편, 브라질 측은 즉각 반발했다. 룰라 대통령은 7월 9일 밤 부통령·재무장관 등과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하고, 회의 후 SNS 장문의 글을 통해 “미국이 브라질과의 무역이 불공정하다고 하는데 사실 미국이 흑자를 보는 중”이라 반박하며, 주권과 브라질 국민 이익의 수호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대미 관계를 이끌 것이라고 천명했다.
또한, 룰라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옹호 발언을 일축하며 “브라질 사법부의 재판은 외부 위협으로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 못박았다. 7월 9일 서한으로 촉발된 미국의 관세 위협은, 표면적으로는 무역분쟁 형태를 띠었지만 실제로는 양국 정상 간 인식 차와 정치적 갈등이 폭발한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미국, ‘브라질 정부 위협 대응’ 행정명령 발동… 브라질산 수입품에 50% 관세 확정
트럼프 대통령은 예고한 대로 7월 30일 행정명령을 통해 브라질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공식화했다. 동 행정명령은 “브라질 정부가 가하는 미국에 대한 위협 대응(Addressing Threats to the United States by the Government of Brazil)”으로 명명되었고,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근거한 새로운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담았다. 미국은 브라질산 모든 제품에 대해 기존에 부과되던 10% 관세에 40%p를 추가해 총 50%의 관세를 확정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 정부가 “정치적 박해, 검열과 인권유린을 지속하여 법치주의를 훼손하여 미국에 이례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브라질 당국자들이 미국 IT기업을 협박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미국 국민의 데이터를 넘기게 강요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7월 30일 최종 행정명령에는 일부 품목을 예외로 두는 내용이 부가되어 초기 발표보다 다소 완화된 형태가 되었다. 행정명령 부속 Annex I에서 추가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는 품목들이 열거되었는데, 여객기 및 항공부품, 철광석·선철(pig iron), 주석, 목재펄프, 실리콘 금속, 비료, 에너지 제품(원유·석탄 등), 귀금속 등이 명시되었다. 또한, 농산품 중에서는 견과류, 오렌지주스 등 일부 품목이 예외 목록에 포함되었다. 전문가들은 약 4,000개 품목에 걸쳐 694건의 품목이 예외 품목으로 인정되었으며, 일례로 엠브라에르(Embraer)사가 생산하는 브라질제 소형 항공기, 브라질산 원유·연료, 오렌지 주스 등이 관세 대상에서 빠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브라질의 주요 대미 수출품인 커피와 육류 등은 예외 없이 관세 대상에 포함되어, 미국 소비자 물가에 영향이 크지 않은 품목 위주로만 면제가 이루어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한편, 미 재무부는 브라질 연방대법원의 모라이스 대법관에 대해 인권 탄압을 사유로 미국 내 자산동결 제재를 부과했고, 국무부도 앞서 7월 18일 모라이스 및 브라질 사법관계자들의 미국 비자를 취소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는 단순 관세 조치를 넘어 브라질 사법부 인사에 대한 직접 제재와 압박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브라질 정부를 다각도로 응징하고자 했음을 보여준다. 지난 7월 30일 미국은 관세가 8월 6일 0시 EDT부터 발효될 예정이라고 공표했으며, 전문가들은 앞서 언급한 품목 예외 설정으로 일부 전략품목과 소비재의 충격은 피하는 절충이 이루어졌다고 평가했다.
브라질, 미 관세 위협에 강경 대응과 외교적 해법 병행
브라질의 초기 대응 전략 분석
브라질 정부는 미국의 관세 위협 직후 강경 대응과 외교적 해결 모색을 병행하는 기조를 채택했다. 우선 룰라 대통령은 7월 9일 서한에 즉각 반박 성명을 내고 “미국의 조치는 브라질의 사법 주권에 대한 침해”라 규정하는 등 강한 어조로 대응했다. 이어 브라질 외교부는 가브리엘 에스코바르(Gabriel Escobar) 주브라질 미국 대리대사를 초치해 공식 항의하고 미국 발표의 부당성을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브라질은 한편으로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외교 채널을 통한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룰라 대통령은 초기 성명에서 브라질이 미국과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할 의향이 있음을 밝혔고, 실제로 7월 15일 마우루 비에이라 (Mauro Vieira)브라질 외교부장관과 카를로스 파바로 (Carlos Favaro) 통상부장관이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미 국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Jamison Greer)무역대표부 대표 앞으로 공동서한을 보내 “직접 협의를 통한 관세 회피”를 공식 요청했다. 동 서한에서 브라질 측은 그간 대화 제안이 미국 측의 무응답으로 지나갔음을 지적하며, 양국 고위급 소통 부재가 사태 해결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를 전달했다.
동시에 브라질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국내 법·제도 정비에도 나섰다. 브라질 기존 법률상 WTO 분쟁 절차를 거쳐 승소하지 않으면 상대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없고, 설령 부과하더라도 모든 교역 상대에 동일하게(MFN 원칙) 적용해야 하는 제약이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브라질 의회는 2025년 4월 ‘경제적 상호주의법(Economic Reciprocity Act)'을 통과시켜, WTO 승인 없이도 특정국에 선택적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정부에 부여했다. 룰라 대통령은 미국의 위협이 고조되던 7월 14일 해당 법의 시행을 위한 대통령령에 서명함으로써, 즉각적인 대응조치 발동 준비를 마쳤다. 동 법령은 긴급시 사전 공청회 없이 임시(countermeasures provisórias) 보복조치를 취하고 사후에 의견수렴을 할 수 있는 1단계와, 일반적 상황에서 공론 과정을 거쳐 정식 보복조치를 취하는 2단계를 규정하고 있어, 미국 관세 부과 시 브라질도 지체 없이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되었다.
또한, 브라질 정부 고위 인사들의 발언도 협상 여지와 보복 준비를 병행하는 톤이었다. 지난 7월 9일 미국의 관세 위협 직후 룰라 대통령은 “협상으로 문제를 풀되, 미국이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 브라질도 최근 마련된 상호주의법에 따라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실제 룰라 대통령은 7월 중순까지도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면서 한편으론 “미국이 관세 부과를 강행하면 똑같이 대응할 것”이라고 언급해, 협상 결렬 시 보복관세 불사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브라질 정부는 미국의 관세가 현실화하기 전까지는 섣불리 맞불을 놓기보다 국제공조와 여론전에 주력하는 전략을 펼쳤다. 이러한 초기 대응 기조는 “원칙에서는 양보하지 않지만, 국제 규범 내에서 최대한 해결을 모색” 한다는 룰라 행정부의 전략으로 요약된다. 브라질은 즉각적 보복보다 WTO 제소와 다자외교 등 외교적 대응에 무게를 두면서 사태를 관리하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외교적 해결 노력…장관급 협상 차질
룰라 대통령은 8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 장관들이 미국 측과 접촉 창구를 열려고 애쓰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토로했으며, 양국 고위급 소통 부재로 협상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7월 한달 간 트럼프 대통령과 룰라 대통령 간의 직접 통화는 없었으며, 룰라 대통령은 현 시점에서 정상 간 협상은 무의미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이유 중 하나로 트럼프 대통령이 내건 조건의 비현실성이었다고 분석했다. 미국 측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마녀사냥 중단”을 공개적으로 요구했지만, 이는 브라질 정부가 관여할 수 없는 사법부의 영역으로, 브라질 헌법상 행정부가 특정 재판을 중단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며 설사 가능하더라도 룰라 정부로서는 국내 법치제도를 무너뜨리고 지지 기반을 포기하는 정치적 자살행위에 가까웠다. 따라서 미국이 요구한 핵심 사안 2가지(보우소나루 재판 중단, SNS 검열정책 철회)는 어떠한 협상 타결안에도 포함시키기 어려운 의제였다.
또 다른 요인은 양국 간 신뢰 및 채널 부족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브라질에 신임 대사를 아직까지 보내지 않아 대사대리가 업무를 보는 상태였고, 미국 측 외교 채널은 최소한으로 유지되는 분위기였다. 한편, 브라질 측도 미국과 직접 맞서기보다는 다자무대에서 풀어보려는 계산이 있었고, 양자협상에 소극적으로 나섰다. 오히려 브라질은 미국에 공식 협의를 제안하고 답변을 기다리는 동안 WTO 제소 준비와 국내법 대응책 마련에 더 주력한 모습이었다. 전문가들은 미국 관점에서 브라질이 실질적 양보안을 제시하거나 대화를 시도하지 않는 것으로 비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브라질이 미국 요구를 들어줄 만한 의제는 대중 외교 노선 변경이나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정도 있었고, 이는 룰라 정권의 대외·대내 정치외교적 정체성과 상반되는 노선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룰라 대통령은 오는 9월 유엔 총회나 11월 기후회의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밝힌 바, 정상간 만남의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과거 남아공, 우크라이나 정상에게 했던 모욕적인 언행을 언급하며 굴욕적인 만남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브라질, WTO 분쟁 해결 절차 착수… 미국 고율 관세에 다층적 대응 전략 모색
브라질 정부는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응하여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 절차에 즉각 착수했다. 관세가 발효된 직후인 8월 6일, 브라질은 WTO에 공식적으로 미국과의 양자 협의(request for consultations)를 요청하는 서한을 제출했다. 이는 WTO 분쟁 해결의 1단계 절차로서, 미국의 조치가 WTO 규범에 위배됨을 공식 제기하고 쟁점 해결을 위한 양자 협상을 60일 내에 시도하겠다는 뜻이다. 브라질 정부 관계자는 AFP와 AP통신 등에 익명으로 “WTO 협의를 요청했다”고 확인하면서, 이번 조치의 부당성을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아 관세 부담을 완화하려는 의도임을 밝혔다.
브라질의 WTO 제소 근거는 미국이 부과한 50% 관세가 관세 양허 위반이고 최혜국대우 의무 위반이라는 점이다. 협의 요청 단계에서는 이러한 법적 쟁점을 일일이 명시하지는 않지만, 브라질은 조만간 미국이 협의에 응하지 않거나 결렬될 경우 WTO에 분쟁해결패널(panel) 설치를 요청하여 정식 재판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다만 브라질도 WTO 체제의 한계를 인지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상소기구 회원 임명 거부로 WTO 상소 기구가 마비되어 있어, 1심 패널에서 브라질이 승소하더라도 미국이 상소해버리면 최종 확정이 무기한 지연되는 “빈틈에 상소(appeal into the void)” 상태가 된다. 결국 미국이 끝까지 버티면 브라질로서는 WTO에서 실질적 구제를 얻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이 WTO 절차에 나선 데는 국제 여론전과 연대를 염두에 둔 측면이 크다. 룰라 대통령은 8월 인터뷰에서 “여러 나라와 함께 WTO에 집단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이는 미국 관세로 피해를 보거나 우려하는 국가들과 공동전선을 형성하려는 것이다. 브라질은 인도, 남아공, 중국 등도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에 반대하고 있어, 이들과 연대해 WTO에서 미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 룰라 대통령은 BRICS 동료국인 중국의 시진핑 주석, 인도의 모디 총리 등과 직접 통화하여 공동 대응을 논의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브라질이 8월 말 열릴 G20 회의에서도 해당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루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할 것이며, G20 의장국인 인도와 공조하여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공동 우려 표명 등을 이끌어내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론적으로, 브라질은 WTO 협의 요청을 통해 법적 대응의 틀을 갖추면서, 동시에 다자간 연대와 여론전으로 미국을 압박하는 다층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비록 WTO 제소 자체가 즉각적인 해결책은 아닐지라도, 이를 통해 브라질은 도덕적 명분을 쌓고 미국 조치의 부당성을 알리는 효과를 얻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보호무역에 맞선 브라질의 다자외교… BRICS·Mercosur 공조 확대
브라질은 이번 사태를 단독으로 대응하기보다 여러 파트너국과의 공조를 통해 돌파하려 하고 있다. 특히 BRICS 국가들은 2025년 들어 모두 미국과 마찰을 빚고 있어, 공동 대응 가능성이 주목된다. 중국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잦은 제재 대상이 되고 있고,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 문제로 트럼프 행정부와 갈등을 겪고 있다. 남아공 역시 대러시아 정책 노선에서 미국과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BRICS 전체에 10% 추가 관세를 언급하기도 했는데, 이는 오히려 BRICS가 공동전선을 형성할 유인을 제공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브라질은 또한 여타 중남미 국가들과 관세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일례로 메르코수르(Mercosur) 차원에서 미국 관세에 대한 우려가 언급됐으며, 라틴아메리카 국가연합(CELAC)에서도 브라질에 대한 지지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브라질은 오랜 기간 지연된 EU-Mercosur 무역협정의 조기 타결을 추진 중이며, 동시에 중동과 아시아로 수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이 장기화될 경우, 브라질은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유럽과의 협력에 더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다. Atlantic Council은 이번 관세 사태가 브라질의 지정학적 균형을 중국 쪽으로 이동시키고, 이를 미국과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브라질은 BRICS와 개도국 연대를 포함한 다자외교를 이번 분쟁 대응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대체 시장 확보의 한계… 향후 전망
브라질은 미국 시장을 대체할 새로운 시장을 물색하고 있지만, 이를 단기간에 메우기는 쉽지 않다. 세계 경기 둔화로 대체 수요 자체가 줄고 있으며, 유럽과 중국 등 기존 주요 시장도 수입 여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품목별로 보더라도 한계가 뚜렷하다. 커피의 경우 미국은 단일국으로서 가장 큰 수출 시장이었다. 미국 수요를 여타국이 모두 흡수하기 어렵고, 가격을 낮춰 판매하면 국제 커피 가격의 전반적 하락만 초래할 수 있다. 쇠고기의 경우는 미국이 주로 수입하던 초저지방 냉동육(햄버거 패티용)과 달리 중국은 냉장육이나 특정 부위를 선호해 미국향 물량을 그대로 중국으로 전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해산물과 과일은 상황이 더 어렵다. 유럽시장 진입이 제재와 규제 탓에 막힌 상황에서 중동과 아시아로 판로를 넓혀야 하지만, 검역 기준 충족, 물류 인프라, 브랜드 인지도 등이 부족해 단기적 시장 개척이 쉽지 않다.
브라질 정부는 대체 수출국을 찾는 동시에 국내 소비 촉진과 비축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쇠고기와 생선을 정부가 매입해 급식이나 복지용으로 공급하거나, 저장시설 확충을 지원해 시장 충격을 완화하려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근본적 해법이 아니라 일시적 대응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결국 브라질의 대체 시장 확보는 단기적으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으며, 장기적인 수출 다변화 전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경제 당국은 이번 사태를 미국 의존도를 줄이는 계기로 삼아 향후 5~10년 내 새로운 수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기업과 시장참여자들이 장기 불황 국면을 버틸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