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남미 주요국의 친환경 모빌리티 정책
2025년 중남미의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은 규제를 선도하는 칠레, 생산 허브로 부상하는 멕시코, 그리고 독자 노선을 걷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주요국들이 각기 다른 전략적 행보를 취하며 다각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공통 과제로는 충전 인프라의 지역 격차, 전력 믹스 탈탄소화 속도, 재정 여력과 정책 연속성 등이 지목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전기차·수소 산업을 향한 초기 전환 전략
지속가능 모빌리티 촉진법안과 정책 방향
아르헨티나는 전기차(EV) 및 친환경 모빌리티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나, 2020년대에 들어 여러 정책과 법안으로 E-모빌리티 산업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의 세제 혜택 도입 이후 전기차 판매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2021년 약 5,900대였던 저탄소 배출 차량 판매는 2022년에 7,800대로 33% 증가했고, 2023년에는 9,601대로 늘어났다. 특히, 2023년 말 아르헨티나 에너지부는 충전 인프라 등록제(2023년 도입된 의무 등록 절차)를 폐지하여 충전소 설치의 규제 장벽을 낮추었고, 2024년부터는 16,000달러(약 2,240만 원) 이하의 전기차·하이브리드 수입에 대해 관세를 0%로 인하해 수입비용을 대폭 절감했다. 기존에는 브라질, 멕시코 등 역내협정 대상이 아닌 국가(주로 중국)에서 들여오는 전기차에 35% 관세가 부과되었으나, 해당 조치로 르노 Kwid E-Tech 등 중국 생산 보급형 전기차가 관세 없이 수입되어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다. 반면, 현지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향후 3년에 걸쳐 전기차 수입 관세를 다시 35%까지 순차적으로 복원할 계획도 거론되었으며, 이는 중국산 전기차의 급속한 유입에 대한 국내 완성차 업계의 대응으로 해석된다.
전기 모빌리티 관련 법·전략 측면에서, 아르헨티나 정부는 2021년 말 ‘지속가능 모빌리티 촉진법안’을 의회에 제출하며 장기 계획을 수립했다. 동 법안에는 전기차와 부품 국내생산을 장려하는 세제 혜택과 그린 보너스(Green Bonus) 도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 보너스는 전기차 구매 시 차량 가격과 충전기 비용의 일부를 직접 할인해주는 인센티브로, 2030년에 100% 지원을 시작해 2035년 66%, 2040년 33%로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침이라고 알려졌다. 또한, 전기차 제조·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부가가치세 환급, 법인세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국산화 비율에 따라 고용부담금 감면 등 국내 생산 연계형 혜택도 계획했다.
동 법안은 2022년 초 국회에서 처음 논의되어 국가 차원의 지속가능 모빌리티 계획 수립과 국립 지속가능 모빌리티 기금(FODEMS) 및 국가 지속가능 모빌리티 기관 설립 근거를 마련하고자 했다. 다만 해당 법안의 최종 입법은 정치적 여건 등으로 지연되어, 2025년 현재까지도 의회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에, 2024년 출범한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는 이러한 국가 주도 계획 대신 시장 개방과 규제 완화를 통한 '바텀업(Bottom-up)' 접근법을 채택했다.
충전 인프라 확대와 민간 기업과의 파트너십 증가
공공교통 전기화 및 인프라 분야에서, 아르헨티나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전기버스 도입과 철도 전철화를 조금씩 추진 중입니다. 2022년 기후변화 전략에는 2026년까지 83km의 전철화 철도 노선을 추가 구축하는 내용이 포함되었고, 대도시권 교통개선을 위해 2008년부터 BRT(간선급행버스체계) 도입을 장려하여 2020년까지 18개의 BRT 시스템을 운영 중이며 2030년까지 2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기버스의 경우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보다는 멘도사주와 같은 지방 도시가 선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멘도사는 2021년 중국 BYD로부터 전기버스 12대를 도입하여 아르헨티나 최초의 전기버스 노선을 개통했다. 다만 재정 제약으로 대규모 전환은 더디며, 전기버스 도입 대수는 칠레 등 주변국에 비해 훨씬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24년 11월 세계은행은 5억 달러 규모의 대중교통 개선사업을 승인하여, 부에노스아이레스 광역권(AMBA)의 취약계층 교통비 지원과 함께 저배출 버스 차량으로의 전환 전략 수립을 지원한 바 있다.
충전 인프라는 아직 초기 단계로, 2025년 기준 전국에 250여기의 공공 EV 충전기가 설치된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2025년 1월, 아르헨티나 정부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국가 등록제'를 공식적으로 폐지했으며, 이는 과거 민간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되었던 규제를 완전히 없앤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
일례로, 주요 정유사인 YPF, Shell 등이 주유소 내에 충전기를 구축하기 시작했고, 아르헨티나 국영석유기업 YPF는 산탄데르 은행과 협력하여 첫 도심 외부 설치 급속 충전소를 개소하는 등 네트워크 확장에 나서고 있다. 전력 인프라 측면에서, 아르헨티나는 전기차 증가에 대비해 전력망 여유와 지역별 충전수요 분석을 진행 중이며, 전력 생산의 탈탄소화를 병행하려 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2024년 현재 발전 mix에서 재생에너지가 약 30%를 차지하지만 아직도 천연가스 발전 의존도가 50% 이상으로 높아 EV 도입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전력 부문의 친환경화도 과제로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주요 산업 및 민간 이니셔티브 사례: 아르헨티나에서 친환경 모빌리티와 관련해 주목되는 산업 분야는 자동차 제조업과 배터리 원자재(리튬) 산업이다. 아르헨티나는 중남미 지역에서 브라질, 멕시코에 이어 자동차 생산 규모가 큰 국가로, 완성차 및 부품 산업이 중요한 바, 정부는 EV 전환을 위협이 아닌 기회로 삼기 위해 ‘미래 모빌리티 기술의 국산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와 모터 분야에서 국내 공급망이 취약하여, 2023년 아르헨티나 산업부는 ‘아르헨티나 생산전략 2030’ 계획에 전기모빌리티 산업을 핵심축으로 포함시켜, 전기 파워트레인 관련 부품 국산화를 위한 세제 지원과 투자유치 방안을 발표했다. 동시에 내연기관차 대비 부가가치가 높은 전기차 부품 분야에 국내 기업 참여를 독려하고, 해외 기업과의 합작 투자를 통해 기술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일례로 중국의 BYD는 2017년부터 아르헨티나 현지에 전기버스 조립공장을 설립하여 약 1억 달러(약 1,400억 원)를 투자했고, 2023년에는 아르헨티나 내 승용 전기차 생산을 위한 등록을 마치는 등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한편, 아르헨티나는 2022년 기준 세계 4위 리튬 생산국이며, 살타(Salta)와 후후이(Jujuy) 지역의 염호에 광산 투자를 진행 하고 있다. 정부는 리튬 자원의 부가가치 향상을 위해 2021년부터 범국가적 리튬 개발 전략을 논의해왔고, 국영 기업을 통한 참여 및 배터리 소재 국내생산 유치를 모색해왔다. 다만 밀레이 정부는 화석연료 개발(셰일 가스 등)에 무게를 두고 있어, 전문가들은 전기차 보급 촉진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는 2050년 탄소중립을 공식 목표로 채택했으며, 이에 따라 천연가스 차량(CNG)의 과도기적 활용(아르헨티나는 차량용 천연가스 보급이 세계적 수준)과 전기차의 장기적 전환을 병행하는 이원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즉, 아르헨티나는 단기적으로는 내연기관 차량의 LPG/CNG 개조를 통해 배기가스 감축을 유도하고, 장기적으로는 전기차로의 전환을 지향하고 있다.
수소 에너지 전략과 국제 협력
수소 에너지 부문에서도 아르헨티나는 새로운 정책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2023년 9월, 아르헨티나 정부는 ‘국가 수소전략’을 발표하여 2050년까지 연간 최소 500만 톤의 저탄소 수소를 생산하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해당 전략은 풍부한 풍력·태양광 자원을 바탕으로 녹색 수소를 대량 생산하여 80%를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고 20%는 국내 탈탄소화에 활용한다는 구상을 담고 있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거점 항만과 인프라 개발, 투자 인센티브 부여, 인증체계 구축 등의 정책이 논의되었다. 2025년 현재, 밀레이 정부는 2050년 500만 톤 목표는 유지하되 에너지 비상령·전력 자유화와 함께 30년 수준의 세제 안정성을 골자로 한 수소법 제정을 추진 중이며, 법률은 아직 국회 심의 단계에 머물러 민간 FID 전환은 제도 확정·인프라 확충에 달려 있다.
그럼에도 다국적 기업들은 아르헨티나 남부 파타고니아 지역의 우수한 풍력 조건에 주목하여 몇몇 그린수소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며, 2022년 독일 및 호주 기업이 수소 암모니아 생산 투자 의향을 밝힌 바 있다. 정부는 별도로 ‘수소 촉진법’ 제정을 추진하여 재생에너지 수소와 천연가스 기반 청색수소를 모두 포괄하는 법적 틀을 마련하려 했으나, 이 역시 의회에서 계류 중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법안이 국회에 통과가 지연되는 것이 산업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하였다.
브라질, 무버(MOVER) 프로그램과 전기차 전환 전략
전통적 바이오연료 정책과 전기차 전환 전략 동시 추진
브라질은 중남미 최대 자동차 시장이자 전통적인 바이오연료 강국으로서, 친환경 모빌리티 정책을 적극 추진해오고 있다. 브라질은 오랫동안 연료 에탄올과 바이오디젤을 통한 운송부문 탈탄소화에 주력해왔으나, 최근 전기차 혁신에 대응하여 전기 모빌리티 촉진 전략을 강화하는 추세이다. 룰라 대통령은 환경정책을 재정비하며 자동차 산업의 전기화 전환을 지원하기 시작하고 있으며, 연방 차원의 전기차 육성 정책의 일환으로 2024년 6월 ‘무버(MOVER) 프로그램’을 출범했다. 이는 기존 자동차 산업 정책인 “Rota 2030”을 대체하는 새로운 녹색 모빌리티 프로그램으로, 엄격한 환경기준과 세제혜택을 골자로 한다. 무버 프로그램은 2024~2028년 동안 약 48억 달러 규모의 연구개발(R&D)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차량 연비·온실가스 배출 수준에 따른 IPI(상품공업세) 보너스-말루스 제도를 도입했으며, 즉, 저탄소 고효율 차량에는 세율을 인하하고, 연비가 낮고 배출이 많은 차량에는 높은 세율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내연기관차의 경쟁력을 상대적으로 낮추는 목적을 담고 있다. 이러한 규제/지원 패키지에 힘입어 이미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브라질 내 EV 생산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며, 2024년 기준 약 26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였다. 그러나 기존 내연기관차 중심의 국내 제조사들에게는 생산공정 개선과 비용 증가의 과제가 대두되고 있는 바, 브라질 정부는 무버 프로그램을 통해 현지 생산 확대와 기술 혁신을 유도함으로써 중국산 완성차의 공세 속에서도 자국 산업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자 한다.
브라질은 Rota 2030(2018~2023)에서부터 전기차 혜택을 추진해왔으며, 전기·하이브리드차에 대한 IPI(공업세) 인하 혜택 등이 그 예이다. 예를 들어, 일정 조건을 만족하는 전기차에는 IPI 세율을 7% 또는 0%까지 낮춰주었고, 동 프로그램 하에서 각 기업은 매출의 1.5%를 전동화 기술 연구개발에 투자하면 세액 공제를 받는 등의 인센티브 구조를 시행했었다. 이러한 조치로 브라질에서 토요타가 에탄올-전기 하이브리드 차량(코롤라 플렉스 하이브리드)이 출시되었고, 폭스바겐, GM 등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시장에 선보이는 등 전기구동화 차량의 출시가 지속적으로 이어진 바 있다. 그 결과 전기 동력차(완전EV+하이브리드) 판매는 급증하여 2023년 약 17.7만 대로 2022년의 9.4만 대 대비 89% 성장했고, 누적 보급 대수 기준으로 브라질은 중남미 최대 전기동력차 시장이 되었습니다. 다만 이 중 대부분은 하이브리드 차량이고 완전 전기차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제·관세 정책과 지방정부 인센티브
세제 및 현금 인센티브 외에도 브라질은 연방정부와 주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우대조치를 시행 중입니다. 예를 들어 연방 정부는 2015년부터 일정 대수의 전기차 수입에 대해 관세를 한시 면제하거나 인하하는 조치를 취해왔으나, 2023년 9월 이를 종료하고 앞으로 3년간 수입 전기차 관세를 단계적으로 35%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서 언급한 국내 생산 유인책의 하나로, 2026년까지 수입 EV 관세를 원상복구하여 현지생산을 촉진하려는 의도이다. 대신 전기차 보급의 초기 활성화를 위해 주요 도시에서의 세금 감면이 도입되었다.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 등 여러 주 및 시는 전기차에 대한 자동차 재산세(IPVA)를 면제하고 차량 번호 끝자리에 따라 운행을 제한하는 홀짝제(로따지오) 에서도 전기차를 제외해주는 혜택을 제공했다. 이러한 지방정부 조치는 전기차 소유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도심 주행의 편의를 높여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또한 리우, 꾸리찌바(Curitiba) 등의 도시는 전기 택시, 전기 쓰레기수거차 등의 공공 친환경차 전환을 추진하고, 구매 보조금이나 금융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전기버스 도입과 도시 교통 혁신
상파울루시는 2018년 시 조례 16.802를 통해 시내버스 배출량을 2028년까지 50%, 2038년까지 100% 감축하도록 목표를 설정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경유버스를 순차적으로 전기버스나 바이오연료 버스로 교체하고 있다. 상파울루는 이미 2019년 중국 BYD 및 스카니아 전기버스를 도입하여 노선 투입을 시작했고, 민관 협력을 통해 충전 차고지(일렉트로터미널)를 확충하고 있다. 2023년에는 상파울루 광역권 버스노선 입찰에서 전기버스만 운행하는 조건이 포함되었고, 그 결과 여러 운수업체가 1,800대 규모의 신규 전기버스 투입을 제안하여 대대적인 전기차 전환이 예고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2025년 상파울루 내 전기버스 비중이 50%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상파울루 외에도 리우데자네이루, 살바도르, 브라질리아 등 다수 도시들이 수십 대 규모의 전기버스를 시범 운행 중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북부 포르탈레자시는 2022년 BYD 전기버스를 도입했고, 남부 쿠리티바는 전기 굴절버스를 BRT 노선에 투입했다. 지역개발은행(BRDE) 등 금융기관 또한 브라질의 전기차 전환을 지원하고 있는 바, 2024년 파라나주의 카스카벨시는 BRDE 자금으로 전기버스 15대를 구매하기도 했다.
이러한 적극적인 전기차 전환 정책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내 충전 인프라는 미비한 것으로 집계되며, 2023년 기준 대부분의 공용 충전기가 저속 AC 충전기이며, 고속·초고속 충전 시설은 일부 대도시와 고속도로 휴게소에 제한적으로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연방정부는 전국 충전망 구축 계획을 수립했으며, 업계에서는 2035년까지 브라질에 약 140억 레알 규모의 충전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또한, 정부는 30% 충전소 투자 세액공제(앞서 ENEM에 언급)와 기술 표준화를 추진하여, 차량-충전기 플러그 규격 통일과 결제시스템 개선 등을 도모하고 있다.
관련 산업 동향: 브라질 자동차산업은 전기화 전환 과정에서 커넥티드 산업으로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2025년 2월 브라질 전기차협회(ABVE)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브라질의 전기모빌리티 관련 산업 시장 규모는 1,200억 달러(약 168조 원)로 추산되며, 이 중 인프라 부문이 837억 달러(117조 4,400억 원) 규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충전설비, 전력망, 배터리 재활용 등 새로운 밸류체인이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브라질 정부는 전기버스 제조를 국가 주력 산업으로 육성하려 하고 있다. 또한, 브라질은 리튬 등 배터리 원료 생산에 있어 산업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나스제라이스주 리튬 채굴을 기반으로 배터리 셀 공장 유치도 논의 중이다.
칠레, 국가 전기이동성 전략과 친환경 모빌리티 선도
칠레는 중남미에서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로 꼽히며, 명확한 목표와 다각적 정책을 추진 중이다. 특히 2021년 발표된 ‘국가 전기이동성 전략(ENEM, Estrategia Nacional de Electromovilidad)’을 통해 화석연료 차량의 신규 판매 종료 시점을 최초로 제시한 바 있다. 동 전략에 따르면 2035년부터 모든 신규 판매 승용차, 중형 상용차, 시내버스, 택시(공유택시 포함)는 100% 무공해 차량(ZEV, Zero-Emission Vehicle)으로 전환되며, 2040년에는 대형 화물차와 장거리 버스까지 신규 판매를 전부 무공해화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계획은 2022년 제정된 기후변화 프레임워크법(법률 21.455)에 반영되어 법적 구속력을 갖게 되었고, 칠레는 해당 목표를 국제사회에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이행의 핵심으로 천명한 상태이다.
전기차 인센티브와 보급 정책 현황
칠레는 시장 친화적 방식으로 EV 보급을 촉진하고 있다. 직접 보조금 대신 세제 혜택과 공공사업 연계를 통해 수요를 견인하고 있으며, 2022년 10월에는 EV 보유자에 대한 자동차 재산세(Permiso de Circulación) 면제 조치를 법제화하여 처음 2년간 100% 면세, 이후 2년간 75% 감면 혜택을 부여하기도 했다. 또한, 2020년 「에너지효율법(법률 21.305)」을 제정하여 신차에 연비·이산화탄소 효율기준을 도입하고, EV에 대해서는 가중치를 두어 연비기준 충족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제조사들이 EV를 더 공급하도록 유도했다. 뿐만 아니라, 법인 기업이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감가상각 자산으로 가속상각(약 2억 칠레페소) 혜택을 주고, 가정용·상업용 충전기 설치시 인증기준을 마련해 전기차 충전기 표준화를 진행했다. 이에 정부 전력청(CNE)은 2022년 충전기 인터페이스 표준 규정을 발표하여 모든 신규 충전시설이 OCPP 표준과 Type 2 커넥터 등을 사용하도록 해 호환성을 높였다.
전기택시·콜렉티보 현대화 지원 사업 등 EV 보급 추진
칠레 정부는 ‘미 타시 엘렉트리코(Mi Taxi Eléctrico)’와 ‘콜렉티보 현대화 프로그램(Renueva tu Colectivo)’ 지원 사업을 통해 개인택시 및 합승택시(colectivo) 운전자를 대상으로 내연기관 택시를 전기차로 교체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추진했다. 2021년 파일럿 단계에서 50대의 전기택시에 약 9,800달러(약 1,300만 원)의 보조금과 가정용 충전기 설치를 지원했고, 2022~2023년 본격 확대하여 수백 대 규모로 늘렸다. 또한, 노후 합승택시 폐차 후 전기차 구매 시 약 8,600달러(약 1,200만 원)를 지원하는 콜렉티보 교체 보조금 정책도 운용하고 있다. 칠레 정부는 2035년부터 신규 택시 면허 발급을 전기차만 가능하도록 규정할 방침이며, 이에 민간 측면에서는 전기차 공유서비스와 리스(lease) 시장이 성장하여, 2024년에는 주요 차량공유업체가 전기차를 투입하고 택시조합 등이 전기차 리스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기버스 도입 확산에 따른 충전 인프라 구축
전기버스 부문에서 칠레는 세계 선도 국가로 자리매김했으며, 특히 산티아고는 2018년 남미 최초로 BYD 전기버스 100대를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약 800여 대의 전기버스를 운행하여 중국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버스 도시 중 하나가 되었. 2023년에는 산티아고시 대중교통 시스템(Red Metropolitana)의 버스 노선 재입찰에서 100% 전기버스 운행 조건이 명시되어, 1,800대의 신규 전기버스 투입이 결정된 바 있다. 이에 따라 2024년 말 산티아고시의 전기버스는 2,500대를 넘어서고 전체 버스의 50% 가까이가 전기버스로 채워졌다. 정부는 이러한 혁신 모델을 전국으로 확대하기 위해 전기버스 충전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고 있고, 현재 산티아고에 28곳의 버스 전용 충전차고(일렉트로터미널)가 있으며, 2025년까지 50곳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산티아고 외에도 안토파가스타, 탈카, 콘셉시온 등 주요 도시들이 전기버스를 도입하고 있으며, 2023년 8월 칠레 북부 안토파가스타에 40대 규모의 전기버스가 처음 투입되어 전국적으로 전기버스가 확산되고 있다. 아울러, 칠레 정부는 2040년까지 모든 대중버스를 무공해 차량으로 전환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칠레는 비교적 작은 국토와 높은 전기 보급률로 EV 인프라 구축에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2024년 1/4분기 기준 칠레 전역에 약 1,000기 이상의 공공 이용 가능한 충전기가 설치되어 있으며, 이는 1인당/차량당 비율로 중남미 최고 수준이다. 주요 고속도로를 따라 150kW급 급속충전기가 200km 간격으로 배치되었고, 수도 산티아고 시내에는 쇼핑몰·슈퍼마켓 등지에 AC완속 충전기가 다수 설치되어 있다. 민간 에너지 기업 Copec은 ‘일렉트라루타(ElectroRuta)’ 프로젝트를 통해 전국 100여 곳의 급속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정부는 신축 건물 주차장에 충전설비 의무배선을 포함하는 건축기준을 도입하여 향후 거주지 충전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2023년에는 상호운영성 플랫폼을 도입해 서로 다른 충전사업자 간의 통합 결제 및 정보공유를 가능하게 하여, 운전자들이 하나의 앱으로 모든 충전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전력망 측면에서 칠레는 풍부한 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를 기반으로 2024년 기준 전체 발전량 중 60% 이상을 무탄소 전원으로 공급하고 있다. 칠레 전력청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80%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고, 이를 위한 송전 인프라 보강과 저장 기술(배터리, 양수발전 등) 투자를 추진 중으로 알려졌다.
풍부한 리튬·구리 자원과 산업 개발 전략
칠레는 리튬 및 구리 자원이 풍부한 국가로, 전기차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핵심 원료 공급국입니다. 칠레는 세계 2위 리튬 생산국이자 1위 구리 생산국으로서, 이들 광물은 각각 EV 배터리와 전기모터·충전 인프라에 필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칠레 정부는 이를 녹색 산업화 기회로 인식하고 2023년 4월 ‘국가 리튬 전략’을 발표했다. 동 전략은 리튬을 국가전략 자산으로 관리하되 민간과의 협력을 통해 생산을 확대하고, 리튬 염수를 단순 수출에 그치지 않고 국내에서 정제·양극재 생산 등 고부가가치 공정을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칠레 정부는 이를 위해 국영 기업인 코델코(Codelco)와 ENAMI가 리튬 개발 컨소시엄을 추진했으며,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과 함께 라틴아메리카 리튬 협의체를 구성하여 가격 협상력 제고와 지속가능한 채굴 방안을 논의했다.
칠레는 다각적인 지원책을 통해 라틴아메리카에서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을 선도하고 있다. 2025년 현재 칠레의 EV 시장 점유율은 2~3% 수준으로 아직 낮지만, 2021년 대비 3년간 275%의 판매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칠레가 향후 10년간 전기차 및 연료전지차 보급에서 역내 모범국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멕시코, 북미 EV 생산 허브로의 도약
ENME로 그린 모빌리티 비전 제시
멕시코는 북미 자유무역지대(USMCA)를 중심으로 탄탄한 자동차 제조 산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전기차 생산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 친환경 모빌리티 정책 측면에서 멕시코 정부는 공식적인 내연차 퇴출 시한을 법제화하지는 않았으나, 행정전략인 ‘국가 전기모빌리티 전략(ENME)’을 통해 2035년까지 화석연료 차량을 단계적으로 퇴출하는 비전을 제시했다. 2022년 환경부(SEMARNAT)는 ENME를 수립하여 2030년대 중반까지의 전기차 전환 청사진을 마련했고, 리튬 자원 개발(LitioMx), 태양에너지·반도체 중심의 소노라 계획(Plan Sonora), 모빌리티종합법(Ley General de Movilidad y Seguridad Vial) 등의 전기차 전략을 제시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LitioMx가 원료를 확보하고, 소노라 계획이 산업 기반을 만들며, 모빌리티 종합법이 사회적, 법적 환경을 조성하는, 매우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국가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ENME의 목표는 전기차를 삶의 질 향상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지속가능 대안으로 확립하는 것이며, 여기에는 기술표준 정비, 금융메커니즘 구축, 산업 육성, 대중 인식제고 등이 담겨있다.
멕시코 연방정부는 EV 확산을 위해 여러 세제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신차취득세(ISAN) 면제는 그 중 하나로,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에 대해서는 신차 구매 시 부과되는 특별소비세(ISAN)가 전액 면제된다. 또한, 기업이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소득세법상 비용처리 한도 상향을 적용하여, 일반차는 1만 달러(1,400만 원)까지만 비용 처리가 되나 전기차는 1만 4,700 달러(약 2,000만 원)까지 인정된다. 또한, EV 충전설비 투자에 대해서도 투자액의 30%를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혜택이 도입되었고, 2024년까지 한시적으로 전기차 수입관세를 일부 면제하는 조치도 시행되었다. 이처럼 멕시코는 연방 차원에서 전기차 구매·운용에 유리한 조세 환경을 조성함과 동시에, 멕시코시티와 일부 주정부 차원의 우대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멕시코시티와 인근주의 경우 전기차에게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진입 혼잡통행료 면제, 차량 1부제 운행제한 면제 등을 제공하여 전기차 소유자의 편익을 높였다.
멕시코 EV 산업 성장… 글로벌 생산기지로 부상
멕시코의 친환경차 시장은 하이브리드 위주로 성장해왔으나, 최근 BEV(배터리전기차)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25년 들어 멕시코의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5년 상반기(1~6월)에 판매된 완전 전기차(BEV)는 이미 약 12,000대에 육박하며, 연간 판매량은 25,000대를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2024년의 15,000대 대비 약 60%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또한,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체 전동화 차량 시장 역시 크게 확대되어, 2025년 신차 판매에서 전동화 차량(하이브리드 포함)의 점유율은 사상 처음으로 15%를 돌파하기도 했다.
멕시코 정부는 최근 전기차 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으며, 북미 자유무역협정(USMCA) 체제 아래 미국의 EV 시장과 긴밀히 연계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멕시코는 최근 테슬라·GM·BMW 등 글로벌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으며, 일례로 2023년 테슬라는 누에보레온주에 연산 100만 대 규모의 신규 기가팩토리 건설을 발표했다. 또한, 포드는 이미 쿠아우틸라(Coahuila) 공장에서 Mustang Mach-E 전기차를 양산 중이며, 그 생산량은 2023년에만 94,000대를 넘어서 멕시코가 주요 전기차 수출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기여했다. 이러한 제조 생태계 발전에 힘입어 멕시코의 국내 전기차 생산도 폭증했는데, 2020년 6,717대에 불과하던 EV 생산량이 2023년에는 109,695대로 16배 이상 성장했다. 이는 멕시코가 내수뿐 아니라 글로벌 EV 생산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2022년 ‘외국인 투자법’을 개정,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을 우선 투자분야로 지정하고 행정 절차를 간소화했다.
멕시코는 국토가 넓고 지리적 다양성이 커서 충전 인프라 보급에 지역 편차가 있다다. 2024년 초 기준 공공 충전소는 약 3,273기 존재하며, 이 중 92.5%가 수도권과 북부 산업지역 등 도심에 몰려 있는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충전 인프라 증설은 민간 투자에 의존하는 측면이 크므로, 정부는 2023년 EV 충전기 설치·운영을 위한 기술 규정(NOM-001-SEDE-2023)을 제정해 표준을 명확히 하고 절차를 간소화했다. 전력망 면에서, 멕시코는 아직까지 전력 생산의 75% 이상을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어 EV 증가에 따른 전력수요의 청정화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5%로 높이겠다는 기존 목표에 따라 풍력·태양광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약 3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럼에도 멕시코 북부 소노라 지역은 일사량이 풍부해 대규모 태양광 발전단지가 개발 중이며, 멕시코는 해당 전력을 활용한 EV 충전이나 그린 수소 생산도 장려하고 있다.
멕시코 정부, EV 개발 프로젝트 주도… 주변국과 리튬 개발 확대
멕시코 정부는 초저가 국민전기차 개발을 직접 주도하고 있는 바, 지난 2023년 멕시코시티 정부 주도로 ‘프로젝트 Olinia’를 추진했다. 멕시코 당국은 2026년 출시를 목표로 약 90,000~150,000페소(한화 600만~1000만원) 가격대의 초소형 전기차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전했으며, 오리니아(Olinia)는 2인승 경형차로 도심지역 내 이동에 적합하게 설계된 차량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멕시코 고등교육기관과 현지 스타트업들이 참여하는 오픈소스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2026년 6월까지 수백 대의 시범 차량을 생산하여 관공서와 공공서비스용으로 배치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멕시코 정부가 직접 EV 보급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했으며, 향후 보급형 EV로서 도시 대기질 개선과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 봤다.
한편, 멕시코는 2022년 에너지 광물법 개정을 통해 리튬 광물 국유화를 선언하고 국영기업 LitioMX를 설립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멕시코 북부 소노라주 등에 있는 리튬 매장지 개발을 국가 통제하에 두고, 추후 배터리 산업까지 연계하려는 포석으로 분석했다. 멕시코 정부는 리튬 개발을 위한 민간·해외 파트너 물색에 나섰고, 이미 중국, 미국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멕시코는 칠레 등과 리튬 개발 협력 의지를 밝히며, 향후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남미 협력체제를 모색할 방침이다. 아울러, 멕시코는 전통적인 자동차 생산 강국의 이점을 살려 친환경 모빌리티 산업 전환에 주력하고 있으며, 전기차 제조-부품-원자재로 이어지는 밸류체인 국내화 달성을 국가 전략으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