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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2025-2026 이란 시위의 배경과 전망
이란 구기연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조교수 2026/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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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시위의 현황 및 전개 양상
2025년 12월 28일 일요일, 테헤란 중심부 하페즈 거리의 이란 모바일 센터와 알라에딘 모바일 쇼핑센터 앞에 휴대전화 판매 상인들이 모여들었다. 가파른 물가 상승과 통화 가치 하락에 항의하며 상점 문을 닫고 거리로 나온 것이다. 상인들의 구호에 행인들이 합류하면서 시위 규모는 빠르게 확대되었고, 시위대들은 반정부 구호를 외쳤다. 같은 날 테헤란의 차르수 쇼핑몰에서도 시위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었으며, 시장 상인들 역시 리알화 가치 하락에 항의해 작업을 중단하고 상점 문을 닫았다.1)
이란 경제의 중심지인 테헤란 그랜드 바자르(Grand Bazaar)까지 동맹 휴업에 동참하면서 시위는 본격적인 국면에 접어들었다. 역사적으로 바자르 상인들의 파업은 단순한 경제적 불만을 넘어 정치적 저항의 신호로 여겨져 왔다.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에도 바자르 상인들의 총파업이 팔라비 왕정 붕괴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던 만큼, 이번 움직임은 이란 사회 내부에서 예사롭지 않은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위의 직접적 배경은 리알화의 급락이었다. 12월 28일 기준 공개 시장 환율에서 리알화는 달러당 약 142만~145만 리알까지 하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약 115만~120만 리알 수준에서 거래되었다. 한 달 사이에 통화 가치가 약 20% 이상 급락한 셈이다. 이란 통계청에 따르면 전년 동월 대비 인플레이션은 52.6%에 달하며, 연평균 인플레이션율은 42.2%를 기록했다. 지난 1년간 식료품 가격은 약 72% 상승하였다.2)
시위는 실업과 경제적 소외에 시달리던 외곽 소도시들에서 촉발되어, 수도 테헤란을 포함한 전국 31개 주 전역으로 급속히 확산되었다. 이란 당국은 인터넷 접속을 전면 차단하고 수천 명을 체포하는 한편, 시위대에 대한 무력 진압을 감행했다. 인권단체와 국제 언론은 수천에서 수만 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으나, 2026년 1월 15일 현재 정확한 희생자 규모를 파악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확실한 것은 이번 시위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최대 규모였으며,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초래한 유혈 진압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번 시위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가장 강력한 결집력을 보여준 저항 운동 중 하나로 평가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시위 담론의 급진적 변화다. 경제적 불만에서 출발한 시위는 빠르게 현 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었고, 파흘라비 왕정 복귀를 요구하는 구호들이 공개적으로 등장했다. 과거 정권의 핵심 지지 기반이자 시아파 성지로 간주되는 마샤드(Mashhad)와 종교도시 곰에서조차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반체제 구호가 울려 퍼졌다. 이는 2022년 마흐사 아미니 사망으로 촉발된 "여성, 생명, 자유(Woman, Life, Freedom)" 시위보다 더욱 광범위하고 근본적인 체제 저항의 성격을 띠는 것으로,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 직면한 정당성 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이란 리알화 가치 폭락과 경제 붕괴의 배경
이번 시위를 촉발한 가장 직접적인 경제적 요인은 이란 리알(Rial)화의 전례 없는 가치 폭락이다. 리알화는 2025년 한 해 동안 달러 대비 가치의 약 90%를 상실했으며, 특히 2025년 6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적 공습 이후 하락세가 가속화되어 2025년 12월 암시장 환율이 달러당 140만 리알을 돌파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란-이스라엘 간 12일간의 전쟁이 진행되던 2025년 6월 당시보다 전쟁 종료 이후 리알화 가치가 더욱 급락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군사적 충돌 자체보다 그로 인한 경제 구조적 취약성과 국제 제재 강화가 통화 가치에 더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한다.
그림 1. 2025.5.31.-12.31 달러 대비 리얼화 환율
출처: https://www.bonbast.com/graph
이러한 통화 가치 붕괴는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촉발하여 중산층조차 생계 유지가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식용유, 닭고기, 곡물 등 기초 식료품 가격이 폭등하면서 서민층의 생존권이 위협받자, 이번 시위는 단순한 경제적 불만을 넘어 ‘굶주린 인구의 폭동’ 혹은 ‘생존을 위한 투쟁’으로 규정되기 시작했다. 이는 정치적 이념이나 개혁 요구가 아닌 생존 자체가 시위의 동력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정부의 정책 실패 또한 위기를 심화시켰다. 이란 정부는 재정 적자 해소를 위해 필수재 수입업자에게 제공하던 우대 환율제를 폐지하고 시장 환율 적용을 강제했으며, 2025년 12월 휘발유 보조금 시스템을 3단계 가격제로 개편했다.3) 이러한 조치들은 수입 물가와 생활비를 즉각적으로 상승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정부가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긴축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대중의 경제적 고통을 가중시켰다는 점이다.
여기에 2018년 이후 8년 이상 지속된 미국의 포괄적 제재가 겹치면서 원유 수출이 제한되고 외화 수입이 급감했다. 더욱 문제적인 것은 이 과정에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엘리트 집단이 제재 회피 경로를 독점하며 암시장 프리미엄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구조적 부패가 심화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제재 경제의 사유화"는 일반 국민과 권력 엘리트 간의 경제적 격차를 극대화시켰고, 체제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증폭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월 13일 보도에서 아얀데 은행의 붕괴를 이란 체제 위기의 가장 명확한 전조로 분석했다.4) WSJ는 이 은행의 파산이 단순히 경제적 파탄의 징표를 넘어, 결국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촉발하며 이슬람 공화국 수립 이후 약 50년간 직면한 가장 심각한 정치·사회적 격변을 야기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사태는 이란에게 더없이 불리한 시점에 전개되었다. 작년 6월 이스라엘과 미국의 군사 공격을 받은 소위 '12일 전쟁'에서 이란 당국이 자국민 보호 역량의 한계를 노출하면서 정권의 신뢰는 이미 바닥을 친 상태였다. 설상가상으로 이란이 핵 개발 협상에서 타협을 거부하면서 제재 해제 가능성마저 희박해졌다. 작년 11월에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핵 문제를 구실로 재차 군사 행동을 시사했으나, 이란은 실질적인 대응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란 리알화는 가치 하락의 악순환에 갇혔고, 정부는 이를 저지할 역량을 상실했다. 이라크를 통해 유입되던 달러 자금은 미국의 제재 집행으로 차단되었고, 석유 판매 수익과 해외 보유 외환도 제재로 인해 접근조차 불가능한 상태로 동결되었다.
정부는 아얀데 은행의 채무를 떠안았으며, 이 은행을 최대 국영 은행인 멜리 은행과 통합시켰다. 자금난에 시달리게 된 이란 은행들은 비상 유동성 체계를 통해 중앙은행으로부터 차입한 자금에 의존해왔다. 이 체계는 이자율은 높지만 담보 제공이 불필요했다. 그 후 은행들은 권력층과 연결된 엘리트들에게 대출을 제공하여 투기와 대규모 건설 사업에 투자 자금을 공급했으며, 이러한 채권들은 급속도로 부실화되었다. 이란 중앙은행은 대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화폐를 증발시켰고, 이로 인해 물가가 급등하고 리알화 가치 폭락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5)
다시 말해, 강력한 국제 제재와 전쟁이라는 외부적 요인뿐 아니라 국내의 정경유착 부패와 고질적인 경제난이 결합되어 오늘날 이란의 경제 파탄을 초래한 것이다. 이에 따라 수입품을 주로 취급하던 전자상가 상인들과 환율 위기에 직격탄을 맞은 전통시장 상인들이 2025년에 이어 2026년 이란 시위의 도화선이 되었다.
복합 위기에 빠진 ‘저항의 축’
2026년 1월 이란 시위를 촉발한 핵심 요인 중 하나는 경제적 궁핍과 더불어 이란 정권이 직면한 지정학적 시아 벨트의 붕괴와 체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었다. 2025년 6월 이스라엘 및 미국과의 12일 전쟁은 이란 정권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안겼다. 이 전쟁에서 이란은 군사 지도부의 상당수가 암살당하고 핵 시설이 집중 폭격을 받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었으며, 무엇보다 정권이 국가의 안보 위기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신뢰는 무너졌다.
외교전문지 『Foreign Policy』는 이번 시위가 발생한 배경으로 "이란 정권이 역사상 가장 취약한 상태에 있다"고 진단하면서, "헤즈볼라에서 시리아 아사드 정권에 이르는 대리 세력들이 중동 전역에서 산산조각 났고, 자랑스러워하던 미사일 전력은 2025년 6월 이스라엘과의 12일 전쟁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지적했다.6) 이는 이란 정권이 수십 년간 공들여 구축해온 지역 패권 전략과 시아 벨트의 신화가 한순간에 무너졌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전략적 패배는 단순한 군사적 손실을 넘어 이란 정권의 통치 정당성 자체를 위협하는 정치적 위기로 확대되었다.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붕괴는 이란이 40년 이상 유지해온 시리아 육로 보급선을 완전히 상실했음을 의미하며, 이란의 지정학적 영향력이 지중해까지 확장되던 시대가 종말을 고했음을 상징했다. 또한 레바논 헤즈볼라의 약화는 단순히 한 조직의 쇠퇴가 아니라, 이란이 1980년대 초부터 공들여 구축해온 레반트 지역 전체의 영향력 붕괴를 의미했다.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역시 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군사력이 크게 약화되었고, 예멘의 후티 반군도 사우디아라비아 및 미국의 압박 속에서 고립되고 있다. 이처럼 이란이 수십 년간 구축해온 '저항의 축'이 동시다발적으로 와해되면서, 이란 정권의 지역 영향력 투사 능력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이르렀으며, 이는 이슬람 정권의 무능함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로 작용하였다.
이란이슬람공화국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란은 내부적으로도 심각한 정치적 분열에 직면하고 있다. 개혁파 성향의 마수드 페제슈키안 대통령과 보수파가 장악한 의회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건강 악화설과 함께 권력 승계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정권 내부의 균열이 가시화되고 있다. 국회의장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를 비롯한 보수파 인사들은 정부의 경제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으며, 특히 우대 환율제 폐지를 둘러싼 예산안 갈등은 정권 내부의 단합이 무너지고 있음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내부적으로는 생존의 위기를, 외부적으로는 전략적 고립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한 이란 국민들은 체제 근본 변화를 향한 거센 요구를 분출하고 있다. 시위 현장에서는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과 함께 이슬람 공화국 체제 자체의 전복을 요구하는 구호를 공공연하게 외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일부 시위에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 팔라비 왕조 시대의 상징인 '사자와 태양' 깃발이 등장하고, 망명 중인 레자 팔라비 왕세자에 대한 지지 구호가 들려온다는 사실이다. 이는 현 이슬람 공화국 체제에 대한 근본적 거부와 세속적 정치 질서로의 회귀 열망을 상징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군사적 패배, 지정학적 고립, 정치적 정당성 상실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이란이슬람공화국이 1979년 건국 이래 가장 심각한 실존적 위기에 봉착해 있음은 분명하다. 정권이 수십 년간 의존해온 억압 기제와 이념적 동원력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란 국민들은 단순한 경제 개선이나 정책 수정을 넘어 체제 전환이라는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며 목숨을 걸고 거리로 나왔다. 경제적 실패는 이슬람 이념의 정당성을 훼손했고, 지역 대리세력 네트워크의 붕괴는 "저항의 축" 담론의 설득력을 약화시켰으며, 내부 갈등은 벨라야테 파기(Velayat-e Faqih, 법학자 통치론) 체제 자체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슬람 공화국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란의 미래는 향후 정권의 통제 능력과 시위 세력의 조직화, 그리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개입 정도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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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https://www.iranintl.com/en/202512282220
2) Iran International, "Iran economy contracts despite modest oil growth as inflation and rial slide," December 28, 2024, https://www.iranintl.com/en/202512280124. Gulf News, "Iran's rial in free-fall: How future looks for the currency, economy," January 13, 2026, https://gulfnews.com/business/banking/iranian-rial-in-free-fall-how-future-looks-for-the-currency-economy-1.500406283.
3) AP news, “Iran adds new gasoline price tier starting in December”November 27, 2025, https://apnews.com/article/iran-gasoline-price-fuel-subsidies-f86235ce71107d7e2adf0e1ce98547d4
4) THE WALL STREET JOURNAL, “The Obscure Bank Collapse That Sent Iran Into a Tailspin”, Jared Malsin, Jan 13 2026, https://www.wsj.com/world/middle-east/bank-collapse-iran-protests-83f6b681
5) 연합뉴스, “이란 체제위기 도화선된 건 '아얀데 은행' 파산 사태”. 2026년 1월 14일 기사(https://www.yna.co.kr/view/AKR20260114138600009)
6) "Will Iran's Protests, Economic Crisis Finally Topple the Government?," Foreign Policy, January 9, 2026, https://foreignpolicy.com/2026/01/09/iran-protests-rial-currency-economy-cri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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