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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미국 관세정책 변화에 따른 중·동부유럽 국가의 경쟁력과 성장 전망

중동부유럽 일반 Mihajlo Djukic Institute of Economic Sciences, Belgrade, Republic of Serbia Senior Research Associate 202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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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를 인용, 보도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 EMERiCs 중동부유럽 ”으로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최근 미국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단행한 관세 부과만큼 세계 무역 질서의 근간을 크게 흔든 사례는 드물다.  세계 무역의 약 15%를 차지하는 미국의 경제적·지정학적 위상을 고려할 때, 이러한 통상정책의 근본적 전환은 특정 국가나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광범위한 파급 효과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지난 10년간 중·동부유럽(CEE: Central and Eastern Europe) 경제는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해 왔으며, 코로나19 팬데믹과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중대한 외부 충격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회복력을 보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무역 환경의 구조적 변화는 중·동부유럽 경제의 성장 경로와 경쟁력에 새로운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중·동부유럽 경제가 유럽연합(EU)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과 긴밀히 통합되면서,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취약성 역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 EU의 최대 수출 상대국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최근 도입된 새로운 무역 장벽은 중·동부유럽 국가들의 향후 성장 전망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수출 확대를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아 온 중·동부유럽의 기존 성장 모델은 이러한 통상 환경 변화 속에서 구조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본고는 국제 무역 질서의 변화와 지속되는 불확실성 속에서, 중·동부유럽 국가들의 중·장기 성장 전망과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들을 검토한다. 이를 위해 먼저 중·동부유럽 경제의 대미 무역 의존도를 살펴본 뒤, 미국의 관세정책 변화가 단기 및 장기적으로 미칠 잠재적 영향을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주요 분석 결과를 종합하여, 향후 중·동부유럽과 여타 국가 간 경제 관계를 규정할 주요 변수들을 제시한다.

중·동부유럽 국가의 성장 전망

중·동부유럽(CEE: Central and Eastern Europe)이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과거 공산주의 체제를 경험한 유럽 국가들, 즉 이른바 동구권(Eastern bloc) 국가들을 지칭한다. 이 가운데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체코, 헝가리,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와 발트 3국인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11개국은 이미 유럽연합(EU)에 가입하여 EU-CEE 지역을 형성하고 있다. 이와 달리 알바니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몬테네그로, 코소보,  북마케도니아, 세르비아  등은 현재 EU 가입 절차를 진행 중인 서발칸 국가들로 분류되며, 이들 국가를 포함한 중·동부유럽 전체의 인구는 1억 2천만 명을 상회한다. 한편 일부 국제기구와 연구기관은 중·동부유럽의 범주에 몰도바,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 구소련(SSSR)에 속했던 유럽 국가들까지 포함하여 정의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중·동부유럽 국가들은 소득 수준이 유럽연합(EU) 평균보다 낮은 상태에서 출발했지만, 점차 EU 평균에 근접해 가며 개발 격차를 축소해 온 지역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이미 EU에 가입한 EU-CEE 국가들의 경우, 1인당 GDP는 2000년 EU 평균의 48% 수준에서 2022년에는 78%까지 상승 한 것으로 나타나, 중·동부유럽의 소득 수렴 과정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지난 10년간 중·동부유럽 국가들은 EU-27 평균을 웃도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하였고(그림 1 참조), 이러한 성과의 배경으로는 국제 경쟁력을 제고한 제조업 부문의 성장을 들 수 있다. 제조업의 고도화와 수출 역량 확대를 통해 중·동부유럽 경제는 글로벌 가치사슬과의 연계가 강화되었다. 

그림 1. 중·동부유럽 국가의 평균 성장률(2015~2024년) 및 2025년 전망
 
출처: 유럽연합 통계청(Eurostat). EU-27은 영국의 공식 탈퇴 이후 27개 회원국을 의미함.

이러한 흐름을 고려할 때, 중·동부유럽 국가들의 성장세는 향후에도 EU-27 평균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중·동부유럽 국가들의 소득 수준이 EU 평균에 점차 가까워지는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의미한다. 전망치에 따르면 EU-CEE 지역의 GDP 성장률은 2025년 2.5%, 2026~2027년에는 2.8%로 예상되며, 서발칸 6개국(WB6: Western Balkans Six)은 각각 2025년 3.0%, 2026~2027년 3.6%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비해 EU-27 전체의 성장률은 2025년 0.9%, 이후 2년간 약 1.6%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러한 성장 흐름이 지속되고 중·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각국이 혁신 역량 제고를 위해 얼마나 효과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특히 숙련 노동력의 안정적 확보와 기업의 창업 및 기술 개발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본 유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변화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응해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에너지 집약도를 낮추고, 산업 구조를 보다 지식집약적인 가치사슬 중심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제들은 중·동부유럽 국가들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달성하고, 대외 충격에 대한 회복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중·동부유럽 국가는 대미 무역에 얼마나 의존하는가?

미국은 유럽연합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다. 2024년 기준으로 미국은 EU 전체 수출의 20.6%, 전체 수입의 13.7%를 차지하였다. 품목별로 보면, EU의 대미 주요 수출 품목은 의료·의약품, 의약제제, 자동차 및 차량이었으며, 주요 수입 품목은 석유와 의료·의약품으로 나타났다.

EU-CEE 국가 가운데 대미 수출 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는 슬로바키아로, 전체 수출의 18.9%가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헝가리,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역시 전체 수출의 약 15%를 미국으로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 측면에서는 리투아니아와 폴란드의 대미 수입 비중이 가장 높았으며, 미국산 수입이 각각 전체 수입의 12.4%와 10.3%를 차지하였다.

크로아티아와 리투아니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EU-CEE 국가는 대미 무역에서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EU-CEE 국가들의 대미 수출 실적이 전반적으로 양호했음을 시사한다. 반면 서발칸 국가들은 분석 기간 동안 일관되게 대미 무역적자를 기록하였다(그림 2 참조).

그림 2. 대미 무역에서 무역흑자·적자의 비중(해당 기간, %)
출처: 유럽연합 통계청(Eurostat)


미국 통상정책 변화가 중·동부유럽 국가에 미칠 잠재적 영향

그간 EU와 미국 간 무역 관계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최혜국대우(MFN) 원칙에 기반해 형성되어 왔으며, 비교적 안정적인 국제 무역 환경을 유지해 왔다. 최근 통상정책 전환 이전까지 양측의 관세 수준은 역사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는데, 미국의 대EU 수입품 평균 관세율은 약 1.47%, EU의 대미 수입품 평균 관세율은 약 1.35%에 불과했다. 이러한 관세 환경 속에서 EU와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양자 무역 관계를 구축하였으며, 양 경제권의 교역 규모는 세계 무역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 

관세 인상 방침이 처음 발표되었을 당시, 2023년 기준 무역 규모를 바탕으로 개정된 관세 체계가 전면 시행될 경우 미국의 대EU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15.2%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이후 실제 정책 집행 과정에서 관세 인상 폭은 초기 예상보다 확대되었다. 2025년 8월 21일 미국과 EU는 무역 합의의 기본 틀을 담은 공동성명(Joint Statement on a Trade Framework)에 합의하였으며, 이에 따라 대부분의 EU 대미 수출품에는 15%의 관세가 적용되었다. 항공기와 의약품 등 일부 품목은 예외로 인정된 반면, 철강과 알루미늄을 포함한 여러 품목에는 최대 50%에 달하는 고율 관세가 부과되었다. 이는 중국이 직면한 추정 수입관세율 47.5%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당초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인상된 것이다. 

중·동부유럽 경제가 수출 확대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고율 관세의 도입은 향후 수출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그 영향의 정도는 국가별로 상이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아일랜드와 벨기에와 같은 기존 EU 회원국의 경우, GDP 대비 대미 수출 비중이 높아 관세 인상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을 수 있다. 이에 비해 EU-CEE 국가 가운데에서는 슬로바키아와 헝가리가 특히 취약한 국가로 지목되는데, 이들 국가의 대미 수출 비중은 GDP의 5% 미만에 불과하지만 자동차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슬로바키아와 헝가리는 자동차 산업 비중이 높아, 관세 인상이 이루어질 경우 다른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 부문 수요가 감소하면, 슬로바키아의 수출은 약 1.1%, 헝가리의 수출은 약 0.3%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중·동부유럽은 독일을 비롯한 주요 EU 경제권의 경기 둔화를 통해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특히 독일은 이미 중국과의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관세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기술 격차와 낮은 생산성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동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변화는 독일과 생산·무역 측면에서 밀접하게 연계된 중·동부유럽 국가들의 역내 가치사슬 전반에 부정적인 파급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서발칸 경제권은 미국 시장에 대한 노출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새로운 관세 체제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을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세르비아의 경우 일부 품목에 최대 38%의 높은 관세가 적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수출에서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직접적인 충격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판단된다. 중·동부유럽과 서발칸 국가들의 무역 대부분이 유럽 역내, 특히 EU 회원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적인 위험 요인은 존재하나 전반적으로는 관리 가능한 범위에 속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맺음말

수출 확대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중·동부유럽은 단기적으로 수출 감소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지역의 핵심 경쟁력 과제는 단기적인 무역 충격과 관련된 문제라기보다는 주로 구조적인 성격을 지닌다. 장기적으로 볼 때, 중·동부유럽의 경제적 성장은 특정 무역 상대국에 대한 의존도보다는 기술 경쟁력, 인구구조 변화, 녹색 에너지 전환과 같은 구조적 변수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동부유럽 국가들은 미국과의 무역 조건 개선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장기적인 회복력을 높이기 위한 내부 경제 시스템 개혁에 보다 주력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글로벌 통상 환경은 높은 수준의 불확실성을 동반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중·동부유럽에서 활동하는 기업을 포함해 EU 전반의 투자 결정에도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외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각국 정책당국은 연구개발, 에너지, 안보, 첨단 제조업 등 핵심 분야에서 자국의 전략적 위치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미래지향적인 전략은 외부 도전에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의 적응력을 높이는 내부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와 함께 대외 통상 환경의 구조적 변화에 대한 대응 전략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

미국과의 통상 협상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베르그의 지적처럼  EU는 미국과의 무역 갈등에 충분히 대비되어 있지 않으며,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중립을 유지하는 데에도 구조적 제약을 안고 있다. 또한 중국은 EU 상품에 대한 시장 개방에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고, 최근 수년간 유럽의 대중 수출도 감소 추세를 보여 왔다. 이러한 대외 여건은 미·중 양대 경제권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유럽 경제에 구조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미국과의 통상 협상을 병행하되, 글로벌 무역·혁신·투자 흐름에서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중국 및 기타 아시아 경제권과의 관계를 재검토하고, 보다 균형 있고 다변화된 무역 파트너십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의 통상정책이 추가로 강화될 가능성에 대비하여 수출 시장 다변화를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과제는 아직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가입을 추진 중인 중·동부유럽 국가들에도 동일하게 중요한 정책 방향으로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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