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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동유럽의 재정적자와 정책 대응: 루마니아의 현황과 과제
루마니아 Alina Cristina Nuta Danubius International University Professor 2026/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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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자의 개념과 이론적 논의
재정적자(fiscal deficit)란 정부의 재정지출이 재정수입을 초과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흔한 원인으로는 조세 회피나 세수 규정의 미집행 등 조세 행정의 비효율에 따른 세수 감소이다. 또는 사회적·경제적 요인으로 인한 재정지출 확대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재정적자에 대한 이론적 평가는 경제학적 관점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난다. 고전학파 경제학은 일반적으로 공공부채가 민간 부문의 자원을 잠식하여 경제성장을 저해한다고 본다. 같은 맥락에서 통화주의 경제학은 재정적자가 고금리를 유발하여 민간투자를 위축시키는 이른바 구축 효과(crowding-out effect)를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케인즈학파는 재정적자가 총수요를 진작하며 특히 경기침체기에 고용 창출과 성장 회복에 기여한다는 입장이다.
리카도 등가 정리(Ricardian Equivalence)는 비교적 낙관적인 시각을 대표한다. 재정적자가 결국 미래의 증세로 귀결될 것을 예상한 소비자들이 저축을 늘림으로써 재정적자의 효과가 상쇄된다는 논리다. 한편 통화론을 비롯한 일부 경제학 이론들은 재정적자의 상환 가능성보다 그것이 유발하는 인플레이션을 더 심각한 위험으로 본다. 내채(內債)와 외채(外債)를 구분하는 시각도 있다. 자국민을 대상으로 조달한 내채는 국가 전체의 재화·서비스 총량을 감소시키지 않지만, 외채는 원리금 상환을 위해 재화와 서비스의 해외 이전을 수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실질적인 경제적 부담으로 간주된다.
예기치 못한 돌발 사건 또한 재정적자를 급등시키고 예상치 못한 지출을 유발하여 공공재정에 상당한 부담을 초래한다. 동유럽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 계획이나 방위비 목표 달성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2050년 탄소중립과 2030년 중간 목표를 위한 녹색 전환(green transition) 역시 공공재정에 적지 않은 부담을 추가하고 있다. 다만 구축 효과의 실제 영향은 고용 상황, 통화 공급량 및 금리 수준 등 전반적인 거시경제 여건에 따라 달리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유럽 재정 건전성의 두 축: 공공부채와 재정적자
국가 재정 건전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로는 공공부채(public debt)와 재정적자(fiscal deficit)가 있다. 공공부채가 여러 채권자에게 상환해야 할 누적 차입금이라면, 재정적자는 단일 회계연도 기준으로 재정수입이 재정지출에 미치지 못하는 연간 적자 규모를 가리킨다. 유럽연합(EU)의 안정성장협약(SGP: Stability and Growth Pact)은 회원국의 재정적자를 GDP 대비 3% 이내, 공공부채를 GDP 대비 60% 이내로 관리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공공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유로화(Euro)를 기반으로 하는 공동 경제권의 안정적 운영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유럽 공공재정에 상당한 압박을 가하였다. 2020년부터 2023년 무렵까지 경기침체 속에 재정지출이 급격히 확대되었으며, 유럽 그린딜(Green Deal)과 탈탄소화 정책도 각국 정부에 추가적인 재정 부담을 안겼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에너지 안보 취약성과 러시아산 석유·가스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또 다른 복합위기를 야기하였다.
이러한 대외환경의 변화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속화하는 한편, EU 회원국의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한 추가적인 재정투자 수요를 확대시켰다. 그 결과 공공재정은 다시 한 번 상당한 압박에 직면하게 되었다. 현재 유럽의 재정 상황은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 공공부채 수준이 높은 국가일수록 추가적인 부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긴축적 재정 운용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으며, EU 안정성장협약(SGP)에 따른 재정준칙 역시 이러한 유인을 더욱 강화한다. 이에 따라 높은 공공부채를 누적한 일부 국가는 재정적자 측면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반면, 평균 이하의 공공부채를 유지하는 국가들은 오히려 대규모 재정적자에 직면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루마니아의 신용등급과 재정적자
루마니아는 공공부채 비율이 GDP 대비 60% 미만임에도 9%를 초과하는 대규모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부정적 전망을 동반한 BBB- 등급에 머물고 있어, 향후 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는 투자 환경을 저해하고 차입 비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루마니아는 사법부 연금 개혁 등 재정지출 관련 핵심 개혁을 추진할 기회를 활용하지 못했으며,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이 신용등급에도 반영되고 있다.
이러한 격차는 비교국가군과의 대조를 통해 보다 명확히 드러난다. 포르투갈·이탈리아·프랑스·벨기에 등은 높은 공공부채 수준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우수한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 이탈리아는 BBB+, 프랑스는 A+, 벨기에는 AA 등급을 유지하고 있으며, 포르투갈 역시 A+ 등급을 보이고 있다. 이들 국가는 견고한 경제 구조와 낮은 차입 비용을 바탕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투자 목적의 차입이 유효한 재정정책 수단으로 기능한다.
또한 폴란드는 루마니아와 유사한 공공부채 수준임에도 더 활발한 국내경제 기반을 바탕으로 보다 양호한 신용등급(A-)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양국 간의 차이는 EU 자금 흡수 역량에서 나타난다. 폴란드는 2014~2020년 배분액의 약 97%를 집행하였으며, 2021~2027년 재원의 약 20%를 2024년 말 기준으로 이미 소진하였다. 반면 같은 시점 루마니아의 흡수율은 2%에 불과하다. 이러한 격차는 재정 건전성과 신용등급의 차이로 이어진다.
비교집단으로서 불가리아는 유로존 가입 요건 충족을 위해 재정지출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재정을 운용하였으며, 2026년 1월 1일 유로존에 공식 편입되었다. 다만 유로존 편입 이후 복지 후퇴에 대한 우려와 만연한 부패에 대한 불신이 맞물리면서, 사회적 불안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루마니아 재정적자의 지속과 정책 대응
루마니아는 2020년부터 EU의 과도재정적자 시정 절차(EDP: Excessive Deficit Procedure)를 적용받았다. 당초 2년 이내에 종결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같은 해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그 기간이 2024년까지 연장되었다. 팬데믹이 장기화되는 가운데서도 신중한 재정 운용과 국가 경제회복·회복탄력성 계획(NRRP: National Recovery and Resilience Plan) 승인에 힘입어, 유럽통계시스템(ESA) 기준 재정적자는 한동안 정부의 재정 조정 일정에 부합하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에너지 가격 급등, 인플레이션 등 연이은 충격과 미흡한 정책 대응이 맞물리면서 루마니아의 재정적자는 GDP 성장에도 불구하고 2023년 오히려 확대되었고, 유럽이사회(European Council)는 2024년 6월 루마니아의 EDP 이행 노력이 불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루마니아는 2024년 10월 말 2025~2031년을 대상으로 한 국가 중기 재정·구조 개혁 계획을 제출하였다. 이 계획은 일련의 투자 및 재정 조정을 통해 재정적자를 GDP 대비 3% 이내로 축소하고, 2031년까지 공공부채를 GDP 대비 약 60% 수준으로 관리하여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계획의 성공적 이행은 EDP 절차 종결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수년간 루마니아 정부는 세입 확충과 세출 절감을 동시에 추구하는 다양한 재정 조치를 시행해 왔다. 세입 측면에서는 세제 혜택·공제·감면 폐지, 과세 한도 조정 등이 이루어졌다. 세출 측면에서는 공무원 보수 및 수당 조정, 공공기관 채용 동결, 연말 공공조달 제한 등이 시행되었으며, 특히 연말 공공조달 제한은 예산 잉여가 발생한 기관에서 자주 활용되는 방식 중 하나이다. 아울러 국세청(ANAF: National Agency of Fiscal Administration)의 행정 개혁과 디지털 기술 도입을 통해 조세 회피 축소, 세수 징수 역량 강화, 자발적 납세 순응 제고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2026년 2월 루마니아 재무부(Ministry of Finance)는 마지막 재정 패키지를 발표하였다. 주요 내용으로는 일정 기한 내 영세기업 소득세 할인, 영수증 부가가치세(VAT) 적용 한도 상향, 전략적 투자 지원, 핵심 광물·탄소중립 기술·연구개발·첨단기술·방위 산업 등 특정 분야에 대한 국가 보조금 제도(보조금·세액공제·추가 공제)가 포함되었다. 아울러 자본시장 투자와 민간연금에 대한 인센티브도 함께 도입되었다.
재무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패키지를 통해 기대되는 경제적 효과는 민간자본 동원, 고숙련 일자리 창출, 세수 증대, 무역적자 축소, 탈탄소화 목표 달성, 자본시장 강화, 재정 지속 가능성 확보, 거시경제 안정 및 회복력 제고 등 다방면에 걸쳐 있다.
이에 앞서 2025년 8월 시행된 두 번째 재정 패키지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부가가치세(VAT) 표준 세율을 19%에서 21%로 인상하고 5%·9% 경감 세율 폐지. 인체용 의약품·식품·상수도·도서·일부 문화 서비스·음식점 및 숙박 서비스에 11%의 신규 경감 세율 적용 및 개별소비세 10% 인상
•배당소득세율을 10%에서 16%로 인상(개인 및 법인, 2026년부터 적용)
•금융기관에 대한 법인세 외 매출액의 2~4% 추가 과세
•도박 소득 최저세율을 3%에서 4%로 인상
•건강보험료 납부 면제 범위 축소
•유한책임회사(SRL)의 최저 자본금 요건을 200레이(lei)에서 8,000레이로 상향
정부 당국은 2025년 재정적자 수치를 제시하며, 최근 시행된 재정조치의 효과를 강조하였다. 이에 따르면 재정적자는 2024년 8.67%에서 2025년 7.65%로 축소되는 등 긍정적인 개선 흐름을 보였다.
<그림1. 2025년 루마니아 예산 대비 집행 실적>
출처: 루마니아 재무부 (Ministry of Finance), 2025.
그러나 예산 구조를 면밀히 살펴보면 재무부 발표 수치 이면의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난다. 수입 측면에서는 VAT 및 개별소비세 수입의 목표 미달과 EU 기금 활용 실적 저조로 인해 전망치와 실제 집행 수치 간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였다. 반면 지출 측면에서는 공적 연금 지출과 재화·서비스 관련 경비가 모두 예산을 상회하였다. 이는 루마니아 재정 구조의 경직성과 지출 통제 역량의 한계를 보여준다.
루마니아 재정 정상화를 위한 진단과 제언
루마니아의 재정적자 감축 문제는 수년간 주요 정책 의제로 부각되어 왔으며, 사회적으로도 광범위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수년간 이어진 재정적자 누적은 세입·세출 양 측면에서 구체적인 조치가 시급함을 보여준다. 루마니아는 현재 안정성장협약(SGP)에 따라 과도재정적자 시정 절차(EDP) 대상국으로 지정되어 재정적자 축소 의무를 이행 중이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주요 정책 권고 사항을 제시한다.
•조세 회피 축소. 루마니아는 세율 인상보다 세정 효율화를 통한 세수 확충에 집중해야 한다. 이미 추진 중인 국세청(ANAF) 디지털화 정책(전자세금계산서(e-Factura) 의무화, 현금 거래 실시간 모니터링, 납세자 위험도 기반 세무조사 시스템)을 적극 확대하고, 이행 실적을 EDP 재정 조정 계획에 연동하여 관리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부가가치세(VAT) 누락 비율(VAT gap)이 EU 평균의 두 배 수준임을 감안할 때, 전자신고 인프라 확충과 세무조사 역량 강화를 통한 자발적 납세 순응도 제고는 단기 세수 확충의 핵심 수단으로 기능한다.
•쌍둥이 적자 구조 완화. 루마니아는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가 동시에 누적되는 쌍둥이 적자(twin deficits) 구조를 보이고 있으며, 두 적자는 상호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재정지출 확대는 내수 및 수입 증가를 통해 경상수지 악화를 유발하고, 경상수지 적자는 해외 차입 의존도를 높여 국가 신용위험을 가중시킨다. 이는 다시 재정 차입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따라서 재정적자 축소만으로는 구조적 취약성 해소에 한계가 있으며, 에너지 수입 의존도 완화(재생에너지 확대), 제조업·방위산업 육성을 통한 수출 기반 다변화, 디지털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 등 경상수지 개선을 병행할 때 재정건전화의 지속 가능성이 높아진다.
•공적 연금 체계 불형평성 해소. 루마니아의 공적 연금 지출은 GDP 대비 비중이 높고 구조적 불형평성이 존재한다. 사법부 등 특수직역 연금은 일반 연금보다 현저히 높은 급여 수준을 보장하면서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개혁의 방향으로는 ① 특수직역 연금의 일반 연금 체계로의 단계적 통합, ② 연금 상한액 도입을 통한 고액 연금 지출 억제, ③ 정년 연장 및 수급 개시 연령 조정을 통한 재정 균형 회복이 필요하다. 헌법재판소의 반복적인 개혁 지연으로 약 2억 3,100만 유로 규모의 EU 회복탄력기금(Recovery and Resilience Facility) 수령에도 차질이 발생한 만큼, 법제도적 개혁 경로를 재설계하여 EU와의 이행 약속을 조속히 이행할 필요가 있다.
•EU 자금 흡수율 제고. 배분된 EU 재원을 적기에 집행할 수 있도록 행정 역량과 사업 기획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상의 조치와 제언은 공공재정의 지속 가능성 확보와 경제 거버넌스 역량 강화, 이 두 가지 정책 목표를 동시에 실현하는 방향으로 이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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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Observatory of Economic Complexity (OEC), 2024. https://oec.world/en/profile/country/rou
Atlas of Economic Complexity, 2024. https://atlas.hks.harvard.edu/countries/642
루마니아 재무부(Ministry of Finance), 2025. https://mfinante.gov.ro/ro/domenii/bugetul-de-stat/informatii-executie-bugetara
루마니아 재무부(Ministry of Finance), 2026. https://mfinante.gov.ro/presa-comunicate-de-pre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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