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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정세변화] EU 원전 정책 전환 속 중동부유럽 SMR 사업 확대
중동부유럽 일반 이혜빈 EC21R&C 연구원 202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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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부유럽, 에너지원 다각화위한 원전·SMR 단계별 추진
2022년 이후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축소하는 과정에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Liquefied Natural Gas) 수입 확대와 재생에너지 보급을 병행했다. 하지만 전쟁 장기화와 전력 수요 증가가 이어지며 간헐성 보완이 가능한 기저전원 확보 필요성이 다시 부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하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EU 집행위원장은 원전 비중이 1990년 30%에서 2026년 약 15% 수준까지 하락한 점을 지적하며 기존 정책 기조를 ‘전략적 실수(strategic mistake)’라 발언하기도 했다.
EU 집행위원회는 2025년 제8차 원자력 시현계획(PINC: Programme Indicatif Nucléaire pour la Communauté)*을 통해 2050년까지 약 2,410억 유로(약 361조 5,000억 원) 규모의 원전 투자 수요를 제시했으며, 2026년에는 소형모듈원자로(SMR: Small Modular Reactor)** 전략을 공식 채택하며 대형 원전과 SMR을 병행 도입하는 방향을 정책적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정책 변화 속에서 중동부유럽 권역에서는 국가별 정책 여건과 기존 인프라 수준에 따라 상이한 추진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체코·헝가리·루마니아는 기존 원전 운영 기반 위에서 SMR 도입과 신규 대형로 건설을 병행하는 형태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폴란드와 튀르키예는 신규 원전 도입을 통해 전력 구조 전환을 추진하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역 내 원전 사업은 대규모 자본이 요구되는 구조로, 미국 수출입은행(EXIM Bank: Export-Import Bank of the United States), 러시아 국영 원자력기업 로사톰(Rosatom), EU 현대화기금(Modernisation Fund)*** 등 외부 재원이 결합된 형태로 추진되고 있으며, 기술 공급 측면에서도 미국·영국·러시아 기업 간 경쟁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 PINC(Programme Indicatif Nucléaire pour la Communauté): 유라톰 조약(Euratom Treaty) 제40조에 따라 EU 집행위원회가 수립하는 원자력 투자 계획으로, 회원국의 중장기 원전 투자 수요를 제시함
** SMR(Small Modular Reactor): 단일 모듈 300MWe 이하 규모의 소형모듈원자로로, 공장 제작 후 현장 조립 방식으로 건설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함
*** EU 현대화기금(Modernisation Fund): EU 배출권거래제(ETS: Emissions Trading System) 수익을 재원으로 회원국의 저탄소 에너지 전환을 지원하는 기금
권역 내 국가별 원전·SMR 사업 추진 양상
⑴ 체코, 테멜린 부지 확정하며 롤스로이스 SMR 도입 절차 착수
체코는 두코바니(Dukovany)와 테멜린(Temelín) 원전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기존 대형 원전 체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소형모듈원자로 도입을 병행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체코 국영전력공사 ČEZ(ČEZ Group)는 2024년 10월 롤스로이스 SMR(Rolls-Royce SMR) 지분 20%를 취득한 이후 협약 체결과 부지 검토 절차를 단계적으로 진행해 왔으며, 2026년 4월 조기공사계약(EWC: Early Works Contract)*을 체결하면서 테멜린 부지를 첫 SMR 도입 대상지로 확정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양사는 단일 모듈 470MWe 기준 최대 3GW(약 6기) 규모의 SMR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후속 부지로는 데트마로비체(Dětmarovice)와 투시미체(Tušimice) 등 석탄화력 폐쇄 부지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번 조기공사계약은 투자결정이나 착공 단계에 해당하지 않으며, 환경영향평가와 인허가 준비 등 부지별 사전 절차 수행을 위한 단계로 한정된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다니엘 베네시(Daniel Beneš) ČEZ 최고경영자는 2030년까지 인허가 확보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으며, 첫 호기 상업운전 시점은 2030년대 후반으로 설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체코 정부는 2026년 2월 정책프로그램에서 원자력을 ‘안정의 기둥’으로 규정하며 신규 원전 건설과 SMR 개발을 병행하는 방향을 공식화했으며, 이는 에너지 안보와 전력 공급 안정성 확보를 위한 정책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 조기공사계약(EWC: Early Works Contract): 환경영향평가, 원자력 인허가, 건설허가용 문서 준비 등 부지별 사전 절차 수행을 위한 계약으로, 투자결정(FID) 및 착공 단계와는 구분됨
⑵ 루마니아, 도이체슈티 SMR 투자 확정하며 원전 확대 단계 진입
루마니아는 기존 원전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소형모듈원자로 도입과 대형 원전 확장을 병행하며 원전 비중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026년 2월 12일 루마니아 국영 원전사 누클레아렐렉트리카(SNN: Societatea Națională Nuclearelectrica) 주주총회는 도이체슈티(Doicești) SMR 프로젝트의 최종투자결정(FID: Final Investment Decision)*을 승인하며 사업을 실행 단계로 전환했다. 해당 사업은 NuScale 모듈 6기, 총 462MWe 규모로 기존 600MW 화력발전 부지를 대체하는 형태로 추진되며, 총사업비는 약 49억 달러(약 6조 8,6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 최종투자결정(FID: Final Investment Decision): 사업에 필요한 자금 투입을 확정하는 단계로, 타당성 검토 중심의 준비 단계에서 실제 건설 및 투자 단계로 전환되는 시점을 의미한다.
다만 루마니아 에너지부는 초기 리스크 관리를 위해 첫 모듈 1기를 우선 건설한 이후 상업운전 결과를 검증한 뒤 나머지 모듈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조건을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첫 모듈 상업운전 시점은 기존 2030년 목표에서 2030년대 초로 조정된 것으로 전해지며,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일정 변동 가능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한편 루마니아는 SMR 도입과 병행해 체르나보다(Cernavodă) 원전 3·4호기 건설도 추진하고 있으며, 해당 사업은 캐나다형 캔두-6(CANDU-6: Canada Deuterium Uranium)* 노형을 기반으로 2031~2032년 가동을 목표로 설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6년 4월에는 미국 수출입은행(EXIM Bank)이 사전엔지니어링 단계 자금 지원을 위한 후속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는 대형 원전 사업의 재원 조달 구조가 구체화되는 단계로 해석되고 있다.
* CANDU-6(Canada Deuterium Uranium): 캐나다가 개발한 중수로형 원자로로, 천연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며 일부 중동부유럽 국가에서 상업 운전 경험이 축적된 노형이다.
⑶ 폴란드, AP1000 건설허가 신청과 SMR 설계계약 병행하며 원전 도입 본격화
폴란드는 기존 원전이 없는 국가로 석탄 중심 전력 구조를 유지해 왔으나, 에너지원 다변화 필요성이 커지며 대형 원전 도입과 SMR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한 것으로 평가된다. 2026년 3월 31일 폴란드 국영 원전 사업자 PEJ(Polskie Elektrownie Jądrowe)는 국가원자력청(PAA: Państwowa Agencja Atomistyki)에 루비아토보-코팔리노(Lubiatowo-Kopalino) 부지 AP1000 원전 3기 건설허가를 신청하며 원전 도입을 위한 인허가 절차에 진입했다.
해당 사업은 총 3,750MWe 규모로 1호기 상업운전은 2036년, 2·3호기는 각각 2037년과 2038년으로 계획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기존 목표 대비 일정이 조정된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PEJ는 약 600억 즈워티(약 24조 원) 규모의 국가지원에 대해 EU 집행위원회 승인을 확보한 상태이며,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와 벡텔(Bechtel) 컨소시엄과의 EPC 계약 체결은 2026년 중반으로 예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폴란드는 대형 원전과 병행해 SMR 도입도 추진하고 있으며, 2026년 2월 24일 오를렌(Orlen)과 신토스(Synthos)의 합작사 OSGE(Orlen Synthos Green Energy)는 GE 히타치(GVH: GE Vernova Hitachi Nuclear Energy)와 BWRX-300 일반설계협정(PGDA: Poland Generic Design Agreement)을 체결했다. 해당 사업은 6개 부지에 총 7.2GW 규모로 BWRX-300 24기를 배치하는 계획으로, 첫 부지 블로츠와벡(Włocławek)에서 2032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설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⑷ 튀르키예, 아쿠유 1호기 가동 앞두고 신규 원전 8기 계획 공식화
튀르키예는 첫 원전인 아쿠유(Akkuyu) 1호기 가동을 앞두고 추가 원전 건설 계획을 병행 추진하며 원전 확대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아쿠유 원전은 러시아 로사톰이 메르신주에서 건설 중인 사업으로, 2010년 체결된 BOO(Build-Own-Operate)* 방식 계약을 기반으로 총 4기, 4.8GW 규모로 추진되고 있다. 2026년 1월 기준 1호기 공정률은 약 99%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연내 가동이 이뤄질 경우 튀르키예 전체 전력 수요의 약 10%를 충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튀르키예 에너지천연자원부는 2026년 3월 시놉(Sinop)과 트라키아(Trakya) 부지에도 총 8기 규모의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공식화했으며, 해당 사업에는 대형 원전과 함께 SMR 도입 가능성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튀르키예 정부는 2050년까지 원전 설비 용량을 약 20GW 수준으로 확대하는 목표를 제시했으며, 이는 기존 단일 프로젝트 중심에서 다수 부지로 사업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전환된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신규 원전 사업은 기존 아쿠유 사업과 달리 다국 기술 공급사 간 경쟁 구도로 추진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는 공급 구조 다변화를 통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려는 정책 방향과 연관된 것으로 평가된다.
* BOO(Build-Own-Operate): 사업자가 발전소를 건설·소유·운영까지 모두 담당하는 방식으로, 아쿠유 원전은 해당 모델이 적용된 대표적 사례로 알려져 있다.
⑸ 헝가리, 러시아 원전 건설 유지하며 미국 SMR 협력 병행 추진
헝가리는 기존 러시아 중심 원전 건설 사업을 유지하는 가운데 미국 기업과의 SMR 협력을 병행 추진하며 기술 공급 구조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헝가리는 로사톰(Rosatom)이 수행하는 팍스 II(Paks II)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해당 사업은 2014년 정부 간 협정에 기반해 러시아 국영 차관 약 100억 유로(약 15조 원)가 전체 사업비의 약 80%를 충당하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팍스 II 원전은 VVER-1200* 노형 2기로 구성되며 가동 목표 시점은 2031~2032년으로 설정된 상태이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일정 및 비용 관련 변동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2026년 4월 헝가리 국영 전력회사 MVM은 GE 버노바(GE Vernova), 홀텍 인터내셔널(Holtec International),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등 미국 SMR 기업 3사와 각각 협력 양해각서(MOU: Memorandum of Understanding)를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력은 특정 기술 도입을 확정하는 단계는 아니며, 향후 SMR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초기 협력 단계로 평가되고 있다.
* VVER-1200: 러시아가 개발한 가압경수로형 원자로로, 1,200MWe급 대형 원전 노형이며 동유럽 및 일부 신흥국에서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중동부유럽 원전 사업, 국가별 공급 구조 변화
중동부유럽 권역의 원전·SMR 사업은 단일한 확산 경로를 따르기보다 국가별 정책 여건과 기존 인프라 수준에 따라 서로 다른 단계로 분화된 구조를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단계 차이가 권역 내 사업 전반의 구조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으로 체코는 조기공사계약(EWC)을 통해 사전 준비 단계에 머물러 있는 반면, 루마니아는 최종투자결정(FID)을 통해 투자 단계에 진입했고, 폴란드는 건설허가 신청을 통해 신규 원전 도입 초기 단계에 들어선 상태로 국가별 사업 위치가 뚜렷하게 구분되고 있다. 튀르키예는 기존 원전의 상업운전 진입과 신규 프로젝트 확장을 병행하고 있으며, 헝가리는 러시아 중심 사업을 유지하면서도 미국 SMR 협력을 추진하는 등 사업 모델 자체에서도 차별화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단계 분화는 기술 공급 구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초기 단계에 있는 국가들은 설계 협력과 기술 검토 중심의 접근을 취하고 있는 반면, 투자 또는 운영 단계에 진입한 국가들은 특정 노형과 공급사를 중심으로 사업 구조가 구체화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기존 공급 구조를 유지하면서 신규 협력을 병행하는 복합적 형태도 나타나고 있다.
재원 조달 방식 역시 사업 단계와 밀접하게 연결된 구조를 보이고 있다. 초기 단계에서는 공공 재정과 정책 지원 중심의 접근이 나타나는 반면, 투자 단계 이후에는 외부 차관과 민간 자본이 결합된 형태로 재원 구조가 확대되고 있으며, 국가별로 서로 다른 금융 방식이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결과적으로 중동부유럽 원전·SMR 사업은 추진 단계에 따라 기술 공급과 재원 조달 구조가 함께 변화하는 다층 구조로 형성되고 있으며, 향후 인허가 절차, 금융 환경, 정치적 변수 등에 따라 이러한 구조적 차이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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