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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타이(新常態)’ 중국경제와 한국의 대응

김시중 소속/직책 :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2015-02-11

2014년의 중국경제를 설명하는 키워드로 떠오른 것이 ‘새로운 정상상태’라는 뜻의 ‘신창타이(新常態)’다. 이 개념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경제의 저성장과 고실업이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뜻으로 사용된 ‘뉴노멀 (new normal)’에 해당한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가 2014년 5월 처음 사용한 이후 중국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이 개념은 중국경제의 성장률 하락이 새로운 상황이지만 정상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성장률의 하락이 경착륙으로 이어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한다. 결국 선진국 경제에 부정적으로 사용되었던 개념을 긍정적 의미로 재해석하여 중국에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경제의 ‘신창타이’가 어떻게 규정되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는 속도 측면으로 고속성장에서 중속 성장으로 성장률이 일정 정도 하락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개혁개방 이후 30년 이상 연평균 10%를 상회하였으며 특히 2007년에는 14.2%로 정점에 달했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의 충격과 이에 대응한 대규모 경기부양 과정을 거치면서 중국경제는 새로운 국내외 환경과 심각한 구조적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 결과 과거와 같은 고속성장을 지속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10년 10.4%를 기록한 후 계속 하락하고 있으며 2012년부터 3년 연속 7%대에 머물렀다 (첨부파일 그림 참조). 특히 2014년에는 7.4%의 성장률을 기록하여 천안문 사태 직후인 1990년의 3.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와 같이 성장률이 정점에 비하면 반 토막이 났고 2010년에 비해서도 약 3%포인트 하락한 것이 ‘신창타이’의 핵심 요소이다. 다만 향후 성장률이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창타이’가 수용 가능한 최저 성장률이 어느 정도인지 질문이 제기된다.  

 

둘째는 구조 측면으로 성장률의 하락에 경제구조의 변화가 수반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경제의 구조 변화 중에 가장 뚜렷한 현상은 ‘서비스화’이다. 고속성장기에는 제조업이 경제성장을 견인했는데, 제조업이 중심이 되는 2차 산업의 GDP 비중은 2006년에 48%로 정점에 도달하였다. 이 수준은 독일, 일본, 한국 등 제조업 강국들이 과거에 기록했던 최고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이 이유로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었을 것이다. 2007년 이후 3차 산업의 성장률이 2차 산업을 앞서기 시작하였으나 그 정도가 미약하다가, 2012년부터 서비스업의 성장이 보다 뚜렷해지면서 2013년에는 처음으로 3차 산업의 비중이 2차 산업의 비중을 넘어섰다. 2014년에는 3차 산업의 성장률이 8.1%로 2차 산업 성장률 7.3%를 상회하면서, 3차 산업의 비중이 48.2%에 달하며 2차산업 (42.6%)과의 차이를 더욱 확대시켰다. 


‘서비스화’로 요약되는 산업구조의 변화는 고용 측면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의 제조업이 보다 자본집약적이고 기술집약적인 성격으로 전환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 이후 서비스업의 고용 창출 효과는 제조업에 비해 30% 정도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서비스업의 상대적 고성장은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상쇄하였다. 실제 2013년 중국은 7.7%의 성장률로 1300만의 신규 도시취업을 창출했으며, 2014년 3분기까지 7.4% 성장률로 1080만의 신규 도시취업을 창출하여 연간 목표치인 1000만을 조기 초과 달성했다. 이 이유로 중국 정부는 성장률 하락에 보다 수용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게 된 것이다. 
 

한편 산업구조 이외에 수요구조의 변화도 나타나고 있는데, 중국이 추진하는 경제발전 방식 전환(‘轉變’)의 핵심은 투자와 수출의 비중을 낮추고 소비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에서 이러한 수요구조의 변화가 발생해 왔다. GDP 대비 수출의 비중은 2007년의 35%으로 정점에 도달한 후 계속 하락하여 2014년에는 23%에 이르렀다. 반면 가계소비의 GDP 비중은 2010년에 34.9%로 저점을 찍은 후 2013년에는 36.2%로 소폭 상승하였다. 다만 자본형성총액의 GDP 비중 곧 광의의 투자율은 2011년 48.3%에서 2013년에 47.8%로 극히 미미하게 하락하였다. 그러나 2014년에 수요구조 변화가 보다 뚜렷해졌는데,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15.7%로 전년 대비 3.9%포인트 하락하였지만, 사회소비품소매판매 증가율은 12.0%로 전년 대비 1.1%포인트 하락하여 투자에 비해 하락 폭이 훨씬 작았다. 즉 2014년에는 투자 비중의 하락과 소비 비중의 상승이 보다 뚜렷해졌다. 


‘신창타이’가 시사하는 구조변화에는 산업구조와 수요구조 외에 분배구조의 변화가 포함된다. 즉 국민총소득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면서 계층간 소득 불평등이 감소하며 도농간 소득 격차도 축소된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에서 이러한 분배구조의 변화가 확인되고 있는데, 2014년 주민 실질 가처분소득이 8.0% 증가하여 경제성장률 7.4%를 상회하였고, 지니계수와 도농간 소득격차도 2009년을 정점으로 이후 늦은 속도로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즉 중국의 경제구조에 ‘신창타이’ 기준에 부합하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 변화가 산업구조 측면에서는 보다 빠르고 명확한 반면 수요구조와 분배구조 측면에서는 다소 느리게 진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창타이’의 세 번째 기준은 성장 동력으로서, 기존의 주로 노동력, 자본 등 생산요소 투입의 증가를 통해 경제성장을 달성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제도 개혁과 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서 기술혁신과 개혁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이 창출되고 있다는 증거는 명확하지 않다. 단지 정보통신(ICT) 분야 기업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고, 연구개발(R&D) 투자가 계속 증가하여 2014년에 GDP 2%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에 비추어 향후 기술혁신의 속도가 빨라질 개연성이 확인되고 있을 뿐이다.

또한 금융, 재정, 국유기업, 토지제도, 호구제도 등 광범한 분야에 개혁이 추진되고는 있지만 이들 분야에 대한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개혁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이 창출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중국은 대외정책을 통해서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려고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2014년에 본격화된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이다. 중국 서부와 중앙아시아 나아가 러시아 유럽까지 연결하는 ‘실크로드 경제벨트(絲綢之路經濟帶)’와 중국 남부와 동남아시아 나아가 인도 아프리카까지 연결하는 ‘21세기 해상 실크로드(21世紀海上絲綢之路)’를 포괄하는 이 구상은 주변국과의 ‘상호 연결과 상호 소통(互連互通)’을 강조한다. 이 구상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중국 서(남)부 지역과 접경국을 연결하는 도로, 철도, 전력망 등을 구축하여 주변국 경제성장에 기여함과 동시에 새로운 시장을 확보함으로써 국내 과잉설비를 해소하고자 한다.


끝으로 중국경제의 ‘신창타이’는 위험 요인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새로운 국내외 경제 환경 하에서 성장률 하락과 여러 구조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과정에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핵심 위험 요인으로는 부동산 과잉 공급과 이로 인한 부동산 시장 침체, 다수 제조업 부문의 과잉 설비, 과잉 투자의 이면에 존재하는 과잉 부채와 이로 인한 잠재적 금융 부실 등의 문제가 있다. 특히 장기간 경제성장의 엔진으로 작용해왔던 부동산 부문에 2014년에 뚜렷한 거래량 감소와 가격 하락이 나타나면서 버블 붕궤와 금융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한 과잉 투자 누적의 결과인 철강, 시멘트, 조선 등 업종의 과잉 설비는 일부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성장률과 투자율 감속의 영향으로 충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2008년 이후 대규모 경기 부양의 부산물로 지방정부와 국유기업 부문의 부채가 급증하였고, 최근 일부 회사채 또는 대출 상환에 부도가 나면서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위와 같이 현재 중국경제는 근본적인 변화를 수반하는 전환기를 지나고 있는데, 중국 정부는 이를 ‘정상적’인 과정으로 해석하면서 단기적인 경기부양보다는 구조개혁을 통해 성장률의 하락을 수용하되 보다 질 높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중국경제의 변화는 한중 경제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한국은 1992년 수교 이후 20여 년 동안 중국의 고속 경제성장을 활용하여 경제성장과 구조 고도화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는데, 혹자는 이를‘중국 보너스’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중국의 산업 고도화 진전은 한국 기업들에게 큰 압박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중국의 성장률 저하와 경제구조의 변화는 기회의 축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이 이 새로운 도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한국경제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 요인 중 하나이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1992-2013 기간 연평균 21% 증가하였는데, 이는 이 기간 한국의 수출 증가율 9.9%의 두 배 이상에 해당한다. 이 성과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서 수출을 급증시키는 과정에 한국이 수출용 중간재를 공급한 분업구조에 기초해 가능한 것이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과 수출 증가율이 둔화되면서 한국의 대중국 수출 증가세가 꺾이는 것은 불가피한데, 실제 2014년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전년 대비 0.4% 감소했다. 그러나 중국경제의 변화 추세와 수입대체 산업의 성장을 고려하면 전과 같은 대중국 수출의 급속한 증가는 이제 불가능하다.


그러나 내수 위주의 대국형 성장 방식으로 전환해가는 중국경제의 구조 변화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가공무역형 중간재 수출은 점차 한계에 봉착하겠지만 대신 중국의 내수시장 진출 기회는 증가할 것이다. 한중 FTA의 타결은 경쟁국에 비해 유리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중국 내수시장 진출에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중국경제의 ‘서비스화’ 진전은 서비스업의 중국 진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지리적 인접성을 바탕으로 제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이 활발했던 것처럼 이제는 문화적 유사성을 바탕으로 서비스업의 중국 진출 증가가 기대된다.

또한 시진핑 지도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신형 도시화, 전략적 신흥산업 육성, ‘일대일로’ 구상 등의 정책은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것이므로, 이를 활용하기 위한 기업 및 정부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 다만 과거 무역과 현지 생산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활동만 수행하다가 이제는 내수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마케팅, 영업망 구축 등 보다 복잡한 활동이 필요해짐에 따라 현지화의 수준을 높여야 하는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한편 자본이동 측면에서 과거 한국 자본의 중국 투자가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쌍방향 자본이동 시대가 등장하고 있다. 중국 자본의 국내 유입이 이미 채권, 주식 등 포트폴리오 투자 방식으로 크게 증가하였고 부동산, 기업 지분 매입 등 직접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향후 더욱 증가할 중국 자본의 국내 유입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또한 최근 시작된 원-위안 직거래와 위안화 청산결제은행 설치를 어떻게 한국 금융시장 발전의 기회로 활용할지에 대해 창조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 산업의 성장과 경쟁력 강화가 우리 경제에 주는 압박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그런데 이 압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며 동시에 새롭게 등장하는 기회를 우리의 비교우위를 새롭게 창출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면 중국은 한국경제 쇠퇴의 원천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기회의 통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원문은 첨부파일을 참조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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