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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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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정치·외교, 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주요 이슈에 대한 동향을 정리하여 제공합니다.

한반도 정세와 미중관계

박홍서 소속/직책 :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2016-02-16

■ 미중관계의 기본구조: 협조체제(concert system)속 경쟁

 

- 강대국들은 상호간 무력충돌로 인한 비용이 상호 협조를 통해 획득되는 효용보다 크기 때문에 국제질서의 ‘안정’을 유지하려는 속성을 보임. 이러한 구조는 거대 기업간 형성되는 카르텔 구조와 유사하며, 상호충돌로 인한 공멸 방지라는 대원칙 속에서 상대의 ‘배반’ 가능성을 견제하는 형태임.
ㅇ 역사적 사례: 1815년 유럽협조체제, 1921년 워싱턴체제, 1945년 얄타체제

 

- 특히, 핵무기의 등장 및 자본주의 체제의 확산으로 강대국간 협조체제는 20세기 후반 보다 공고해지기 시작함. 미소 얄타체제의 붕괴가 유럽협조체제 및 워싱턴체제의 붕괴처럼 폭력(1,2차 세계대전)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함.

 

- 현재의 미중간 협조체제는 이미 1960년대 후반부터 형성되기 시작함. 미국의 베트남전 패착에 따른 동아시아에서의 세력축소(닉슨독트린) 및 그 대안으로서의 대중국 접근이 그 기원이라 할 수 있음. 특히, 미중수교와 맞물려 진행된 중국의 개혁개방은 중국이 미국 주도의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수혜자 및 수호자로서 기능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함.

 

- 현재 미중관계를 설명하는 개념들인 ‘신형대국관계(new type of great power relations),’ ‘이익상관자(stake-holder),’ ‘차이메리카(Chimerica)’ 등에는 현 국제질서의 안정적 유지에 대한 미중 양국의 희망이 내재되어 있음.

 

- 물론, 미중 협조체제가 모든 영역에 있어서의 양국간 ‘완전한’ 협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 카르텔 관계에서처럼 협조라는 대원칙 아래에서도 상대방의 배반가능성을 경계해야할 필요가 있기 때문임. 미국의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나 ‘재균형(ebalancing)’ 전략, 이에 대항한 중국의 ‘반접근(anti-access)’ 전략, 그리고 최근 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 모두 미중 협조체제안에 상존하는 견제의지를 드러냄.

 

■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미중간 갈등

 

- 2016년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2월 7일 로켓 발사에 대한 미중 양국의 대응에는 상기한 협조체제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음. 즉, 미중 양국은 한반도 안정 유지라는 대원칙에는 공감대를 이루고 있으나, 북한 문제를 각각 자국의 안보이익과 결부시킴으로써 갈등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음.

 

- 미중 양국은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발사를 지역 안정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규탄하고,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에 동의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방법론’에 있어서는 이견을 드러내고 있음. 특히,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를 국가안보의 핵심이익으로 간주하는 중국은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는 미국의 요구에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음. 북한의 핵실험이후 미중간 협의 및 이견은 다음과 같음.
ㅇ 1월 7일 미중 외교장관 전화통화: 양측은 북핵문제 대응에 긴밀히 협력할 것에 동의하였으나, 케리 장관은 중국의 대북정책이 성공적이지 못했으며 북한 문제를 더 이상 ‘기존 방식대로(business as usual)’ 처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
ㅇ 1월 8일 화춘잉 중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일관되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북핵문제의 원인과 해결의 관건은 중국에게 있지 않다”고 강조함으로써 케리의 주장을 반박함.
ㅇ 1월 27일 베이징 미중외교장관 회담: 양국은 안보리의 대북 추가 제재안에 동의하였으나, 왕이 외교부장은 “제재가 오히려 한반도의 긴장을 격화시켜서는 안되며, 제재 그 자체는 목적이 될 수 없다”고 발언함으로써 미국의 강경한 대북 제재 의지와 분명한 차이를 보임.
ㅇ 2월 2일 대니얼 러셀 미 동아태 차관보이 북한의 핵실험은 “대북제재를 반대해온 국가에 싸대기를 날린 것”이라며 중국을 간접적으로 비판하자, 3일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자회담이 중단되고 대북제재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 것은 결국 그 타깃이 미국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응수함. 아울러,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과정 중 사익을 도모하려는 어떠한 국가의 행태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함. 
ㅇ 2월 12일 뮌헨 미중외교장관 회담: 양국은 안보리의 추가적인 대북제재안과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에 동의하였으나, 중국은 제재가 목적이 아니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함. 특히, 왕이는 미국의 한국내 사드 배치계획이 중국의 안보이익을 심각히 훼손한다고 비판함.

 

- 물론,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반복적인 강압외교에 대한 ‘피로감’이 증대되고 있는 것이 사실임. 시진핑 집권이후 빈번한 한중정상회담에 비해 북중 정상회담이 아직 개최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함. 관영언론에서는 북한이 지속적으로 역내 긴장을 고조시킨다면 중국도 상황을 제어할 수 없다는 대북 경고성 메시지를 표출하고 있음(环球时报, 1월 30일자)

 

- 그러나, 중국의 북한에 대한 피로감과 실제로 중국이 북한을 포기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별개의 것이라 할 수 있음. 한미일 동맹 강화를 통한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노골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을 포기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함. 이러한 중국의 태도는 김정은 정권에 대한 호불호와는 상관없는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라는 구조적 원인에서 비롯되고 있음.

 

- 현재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중인 대북 제재안은 미중 양국의 입장 차이가 절충될 가능성이 높음. 따라서 북한으로의 자금 유입을 차단하는 ‘세컨더리 보이콧’과 같은 미국의 독자적 대북제재안에 비해 그 실제적 제재효과가 미약할 것으로 전망됨.

 

■ 사드 배치와 한중관계

 

- 중국은 기본적으로 한국의 사드 배치를 미중간 세력경쟁의 맥락에서 이해하고 있음. 즉, 사드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의 범위를 벗어나 중국의 대미 미사일 능력을 견제하려는 위협적 행태로 간주하고 있음.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비판은 다음과 같음.

ㅇ 1월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사드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 중국외교부는 “한 국가가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려 할 때는 필히 여타 국가의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고 비판함.

ㅇ 1월 27일 관영 환구시보는 사드배치는 한중간 신뢰에 엄중한 손상을 입힐 것이며, 그로인한 대가를 한국이 치러야 할 것이라고 비판함.
ㅇ 2월 7일 북한의 로켓발사 직후 한미 양국이 사드배치를 협의하기로 하자, 중국은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를 초치해 이에 강력히 항의함.
ㅇ 2월 7일자 관영 환구시보는 한국의 사드배치가 현실화되면 중국 역시 이에 대비한 상응한 군사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함.
ㅇ 2월 12일 미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이 외교부장은 미국이 한반도 정세를 명분으로 중국의 안보이익을 침해하지 말 것을 요구함. 아울러 로이터와의 회견에서는 사드의 X밴드 레이더의 작전범위를 문제 삼으며, “항장(항우)이 칼춤을 추는데 뜻은 패공(유방)에 있다”는 중국 고사를 인용해 미국의 대중국 견제 의도를 비판함.

 

- 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드배치가 강행될 경우, 한중관계는 급속히 경색될 가능성이 높음. 중국은 ‘세력균형(balance of power)’ 논리에 근거해 다음과 같은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망됨.
ㅇ 북한과의 동맹관계 강화: 최고위급 외교 재개, 전투기 등의 무기 수출, 합동군사훈련 등
ㅇ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러시아와의 외교적 공조 강화 및 군사부문 교류 강화 등
ㅇ 한국에 대한 제재: 2000년 ‘마늘파동’ 당시와 같은 한국산품의 수입중단 및 ‘의도적’ 차별, 언론을 통한 반한 여론 조성 및 민간교류 제어 등

 

- 사드배치로 인한 한중관계의 악화 및 북중관계의 복원은 북한의 대외적 위협능력을 오히려 증가시킨다는 측면에서 북한의 안보이익에 부합하는 상황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됨. 북한이 합리적 행위자라면, 자국의 강압외교로 인해 사드가 배치되고 또 그로 인해 한중관계가 훼손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임. 결국 사드배치는 시진핑 집권이후 전개된 한중간 ‘밀월관계’를 붕괴시키고 중국에게 김정은 정권의 전략적 가치를 증가시키려는 북한의 전략적 의도에 휘말리는 역설적 상황을 초래할 수 있음.

 

■ 한국의 정책 대안

 

- 북핵문제 해결의 관건은 결국 중국의 적극적 역할이라 할 수 있음. 중국은 자국의 대북영향력이 실제로 크지 않으며 문제의 핵심은 북미관계에 있다고 항변하고 있으나, 자국의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유지해 가려는 전략적 행태라 할 수 있음. 중국의 영향력은 다음과 같이 설명 가능함.
ㅇ 이론적으로 강대국-약소국 동맹관계에서 약소국에게는 강대국과의 동맹관계가 붕괴될 때 발생하는 비용이 강대국의 요구를 수용할 때의 비용보다 크기 때문에 강대국의 요구에 순응하는 것이 합리적인 행태라 할 수 있음.​1) 비록, 북한이 그 지정학적 가치로 인해 중국에 ‘약자의 힘(power of the weak)’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중국의 지원 없이는 정권의 생존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최종’ 순간에는 중국의 요구에 순응할 가능성이 높음.
ㅇ 실제적인 측면에서도 북한은 대외무역의 90% 정도를 대중무역에 의존하고 있으며, 원유공급 역시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임. 중국의 대북 원유공급이 기술적․정치적 이유에서 중단될 경우 북한의 생산 및 군사 능력은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음.

 

- 북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결국 중국에게 향후 한반도 상황변화가 중국의 안보이익을 침해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줘야할 필요성이 있음. 따라서 현재와 같이 한미동맹이 공고한 상황에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음. 구체적 대안은 다음과 같음.
ㅇ 북한급변사태시 주한미군이 북한지역으로 배치되지 않을 것임을 확약
ㅇ 장기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포함하는 ‘한반도 중립화’ 방안 수립 및 이에 관한 중국과의 소통 강화

 

-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동북아 동맹체제의 다자안보체제로의 변화가 필요함. 중국이 동북아에서 미국주도의 동맹체제를 위협적으로 간주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한미일 동맹관계를 동북아 국가들이 모두 참여하는 안보공동체로 변화시켜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함.

 

- 실제로 중국은 1990년대 중반부터 소위 ‘신안보개념(new security concept)’을 통해 공동안보체제 수립에 대한 열의를 보이고 있으며, 노무현 정권 및 하토야마 정권이 추진하였던 ‘동북아공동체’에 대해 매우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하였음. 중국이 6자회담에 대해 강력한 열의를 보이는 이유 역시 장기적으로 동북아 안보공동체를 수립하려는 의지와 맞물려 있음.

 

- 미국으로서는 자국의 ‘사유자산’인 한미일 동맹체제를 다자간 공동안보체제로 변화시켜야 할 합리적 필요성이 약할 수밖에 없음. 따라서 동북아 다자 안보체제 수립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 태도는 한미동맹의 균열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음.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이 북핵문제를 관리하고 종국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역내 동맹체제의 ‘균형적인 ​​조정’을 현실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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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Glenn H. Snyder and Paul Diesing, Conflict among Nations: Bargaining, Decision Making, and System Structure in International Crises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77), pp. 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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