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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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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중국기업의 해외직접투자 현황과 이슈

백권호 소속/직책 : 영남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 2016-04-04

활발한 정도를 넘어서 공격적인 중국기업들의 해외직접 투자 움직임

중국기업들의 해외기업 인수합병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표1> 참조) 2015년 한 해 동안 중국기업들은 글로벌기업 인수합병에 무려 135조원을 투자하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금년 들어서 첫 6주 동안에만 중국기업들은 무려 700억 달러 규모의 M&A를 발표했다.(아시아투데이, 2016. 3. 22.) 마치 여기에 기름이라도 붓듯이 리커창 총리는 지난 3월 24일 하이난다오(海南島)에서 열린 제15차 보아오포럼 기조연설에서 향후 5년간 6,000억 달러(약 700조원) 이상을 해외에 투자할 것이라고 공언하였다. 매년 1,200억 달러 이상을 해외직접 투자 및 국제인수합병에 쏟아 붓겠다는 것이다. 이와 아울러 대형 프로젝트 수백 건을 추진하고 외국 기업에도 개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

 

<표1> 중국기업의 2015년 10대 국제 M&A 추진 프로젝트 (단위: 억달러)

2015년10대 국제인수합병 추진프로젝트로 인수기업,피인수기업,인수금액순임 이미지

중국은 10차 5계획 규획(2001~2005)에서 처음으로 ‘중국기업의 국제화(走出去)’를 제시한 이래, WTO 가입을 계기로 본격적인 국내시장 개방에 대응하여 막강한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중국기업의 국제화(走出去)를 정책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불과 15년만인 2015년 기준으로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매출기준)에 중국계 자본 기업은 106개가 진입하였다. 이 가운데 시노펙(2위), 페트로차이나(4위), 궈쟈뎬왕(國家電網)(7위) 등 에너지기업 3인방이 글로벌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FT 글로벌 500대기업(시가총액 기준)에는 3위의 페트로차이나를 비롯하여 8위의 공상은행 등 무려 38개 기업이 포함되었다. 특히 중국 IT 업계 3인방인 알리바바(24위), 텅쉰(26위), 바이두(133위) 등의 괄목할만한 성장이 두드러진다. 이렇듯 중국기업들이 글로벌 대기업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룩한 것은 중국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 실적추이에서 이미 예고된 바와 같다.

글로벌 해외직접투자 2위국으로 부상

중국이 2015년도 해외직접투자에서 전년대비 150억 달러 증가한 1,180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플로우 기준 글로벌 해외직접투자에서 미국에 이어 실질적인 2위의 투자대국으로 올라섰다. 2016년에는 동 1,3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가발전개혁위에 따르면 처음으로 외자유치액 전망치 1,280억 달러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표2> 참조)

 

<표2> 중국의 외국인투자 유치와 해외직접투자 추이(단위: 억 달러)2010년이전부터 2016년까지의 중국 외국인투자 유치와 해외직접투자 추이임 이미지

<그림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난 5년간 중국의 외국인 투자유치와 해외직접투자 추이를 살펴보면 외국인직접투자 유치 규모는 확연한 둔화세를 보이는 가운데 중국기업의 해외직접투자는 지난 5년간 가파르게 증가하여 2016년 이후 양자가 1,200억~1,300억 달러에서 균형을 이룰 가능성이 있다. 리커창 총리가 향후 5년간 매년 1,200억 달러의 해외직접투자를 공언하는 것은 inward와 outward FDI 규모간 균형을 유지할 것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림1> 중국 해외직접투자 외자유치 추이(단위: 억 달러)
2011-2016년 중국 해외직접투자 외자유치 추이임 이미지 


한편, 중국통계공보(2014)에 따르면 중국의 해외직접투자는 2014년 말 스톡 기준으로 8,826억 달러로 집계되고 있다. 2015년 1,180억 달러의 해외직접투자 실적치를 추가하면 2015년 말 현재로 중국의 해외직접투자 누계는 이미 1조 달러 규모를 넘어선 것이 확인된다. 2014년 스톡 기준으로 중국의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글로벌 직접투자국 랭킹에서 8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4위를 차지하고 있는 홍콩(중국)을 포함하면 스톡기준 글로벌 직접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로 늘어나 이미 스톡기준으로도 미국에 이어 실질적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표3> 국별 FDI outward (2014년 스톡기준, 단위: 억 달러)

순위,국가,2014년말FDI스톡액,비중순임 이미지 

중국기업들의 차별적 역량, 시장혁신과 비즈니스 모델 혁신

중국기업들의 공격적 해외직접투자와 진출업종 및 진입방식의 선택은 저임금 생산기반 구축을 위하여 1980년대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국가들로 진출하기 시작했던 우리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 경험과 큰 차이를 보인다. 전통적인 해외직접투자 이론에 따르면 해외직접투자를 감행하려는 기업은 해외시장에 직접 진출해서 외국인기업으로서 현지 시장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당면할 수밖에 없는 소위 외국인비용(liability of foreignness)이라는 불이익을 극복하고 경쟁적 우위에 설 수 있는 기업특유의 경쟁우위요소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중국기업들은 이러한 경쟁우위를 축적할 수 있는 연륜과 경험을 갖고 있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국기업들은 핵심기술능력, 설계능력, R&D 자금투입 등에서 아직은 미흡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해외직접투자에 나서는 경쟁의 원천은 무엇인가? 우선 중국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는 정책적 지원방향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즉, ‘2가지 자원을 이용하고, 2개 시장을 결합한다(利用兩個資源, 結合兩個市場)’가 그 골자이다. 즉, 중국기업들에게 기술과 시장 요소는 국제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근본적 요소이다. 중국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 역량은 독점적 기술개발 역량에 기반하는 전통적인 다국적기업들의 그것과 상이하다. 첫째는 중국기업들은 이미 외형적인 자산규모 면에서 글로벌기업과 어깨를 겨룰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둘째로 중국기업들은 이미 사반세기동안 시장경제를 학습하였으며 WTO 가입 이후에는 국내시장에서 다국적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학습하고 그들의 경영관리 방식을 학습하였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어쩌면 중국기업들의 가장 중요한 강점이기도 한 그들 특유의 유연성과 학습능력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중국기업들의 역량은 시장 장악력에서 우위를 보인다. 해외직접투자에 과감히 나설 수 있는 것도 바로 중국기업들이 방대한 국내시장에서의 시장우위에 기반하고 있다. 결국 기업의 경쟁우위란 궁극적으로 시장점유율 확대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중국기업들에게 국내시장과 해외시장의 결합은 이러한 전략을 지원하는 효과적인 정책지원 방향이다. 레노버는 IBM 노트북(Think Pad) 사업부문을 인수한 후 7건에 달하는 지속적인 인수합병을 통하여 세계 1위 노트북업체로 부상하였다. 상하이자동차 사례처럼 영국계 MG, ROWE 인수에 기반하여 성공적인 독자모델 개발에 나서는 기업도 보인다. 이들 사례는 중국기업들이 인수한 해외기업들의 중국시장 진입을 효과적으로 확장시켜 줌으로써 이들이 가진 시장개척 및 중국시장과 글로벌시장의 통합 능력이 중국의 해외직접투자가 성공하는 중요한 경쟁력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좀 더 색다르게는 글로벌 전자상거래시장을 통합하는 소위 WTO2.0을 주장하는 알리바바가 보여주듯이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최근에는 2012년 중국자본이 인수한 미국 AMC 엔터테인먼트가 대형극장체인인 카마이크시네마즈를 인수하여 미국에서 가장 큰 극장체인업체가 중국자본의 손에 넘어가게 됐다는 뉴스가 전해지기도 했다. 미·중 통합 극장체인업체가 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중국기업들은 시장을 찾고 시장기회를 포착하고 제품/기술과 시장을 연결하는 능력에서 발군의 능력을 보여준다. 이러한 역량으로 방대한 내수시장에서의 우위를 기반으로 글로벌시장에 진입하거나 새로운 업종에 진입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국제 M&A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리커창 총리가 향후 5년간 6,000억 달러 이상을 해외에 투자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이와 함께 대형 프로젝트 수백 건을 추진하면서 외국 기업에도 개방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중국 내수시장과 글로벌시장의 통합(結合兩個市場)에서 중국기업이 성장기회를 찾을 수 있고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이 과정에서 과잉 생산능력 해소 등 비효율적인 공급을 줄이면서 소위 공급 사이드 개혁 즉, 효율적인 공급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해외 선진기업을 인수합병하는 전략적 계산도 깔려있다.

중국기업들의 글로벌 진화와 미국의 견제

물론 중국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가 성공적인지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없지 않다. 구체적으로 밝혀지진 않았지만 무리한 자원개발 투자와 자원가격 폭락에 따른 해외자원개발 투자사업의 채산성 악화라든지 해외투자경험 부족에 따른 post-entry management의 취약성 등이 나타날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기업의 해외직접투자가 신흥개도국의 자원개발 투자에서 벗어나 ICT, 바이오, 금융 등 선진국의 첨단기술 보유기업의 인수합병으로 확산되면서 그 성패가 피투자국을 포함한 글로벌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기업 생태계에 미치는 충격과 파장 때문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중국의 공격적 해외직접투자에 대한 우려 섞인 시각도 존재한다. 미국의 견제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다.

<표4> 최근 중국의 글로벌 M&A 실패 사례

주요인수합병 실패사례임 이미지 


중국의 거침없는 해외기업 인수합병에 미국이 이를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2015년 한해에만 중국기업들이 인수한 유럽기업들은 총 136건에 313억 달러(약 38조원)에 달하였다. 미국의 견제를 우회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미국은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통하여 표면상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기업의 미국기업 인수합병을 견제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중국기업의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기업 인수합병이 증가하면서 진화를 거듭할수록 이를 둘러 싼 견제와 갈등은 더 커 질 수밖에 없다. 막강한 기술개발능력을 DNA로 글로벌 500대 기업의 25.6%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기업들과 ‘비단장수 DNA’인 시장장악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500대 기업의 21.2%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기업들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되면서 에너지에서 금융, ICT, 바이오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관전 포인트는 중국기업들이 막강한 학습력과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제조업 2025 규획’을 완성하면서 산업혁명4.0 시대의 선두대열에 나설 수 있는 창의성을 보여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아쉽게도 2015년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가운데 한국기업은 삼성전자를 필두로 13개 기업들만이 이름을 올렸다. 수적인 열세보다도 미래의 글로벌기업 생태계를 둘러싼 경쟁 판도에서 주도적 플레이어로서의 역량을 확보하는 노력이 다소 지체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 깊은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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