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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관계와 북핵 게임 체인지(Game Change)

김동엽 소속/직책 :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조교수 2016-05-03

핵 과시욕과 대외전략의 실종

북한이 지난해 10월 36년 만에 ‘제7차 당대회’를 개최할 것이라 발표하자 대부분 핵실험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북한은 이러한 우리의 희망적인 예상을 깨고 1월 6일에 제4차 핵실험을 전격적으로 단행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2월 7일에는 인공위성 광명성 4호라고 주장하며 장거리 로켓까지 발사했다. 3월초 러시아를 제쳐두고 이제는 G2인 미국과 중국이 중심이 되어 UN 대북제재 결의 2270호를 채택했지만, 제7차 당대회를 목전에 둔 3월과 4월에 들어와서도 북한의 핵과 관련된 발걸음은 거침이 없어 보인다.

이처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 속에서도 오히려 자신감 넘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과시욕을 지켜보면서 김정은이 과연 미중관계이니 북미․북중관계와 같은 대외문제에 관심이 있는 것인지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과연 미중사이에서 북핵을 움켜잡고 있는 북한에 대외전략이 보이지 않은 것이 과연 김정은의 실수인지 그렇지 않으면 의도된 것인지 궁금하다.

북한식 미중관계 독해와 북핵 게임체인지(Game Change)

북핵문제는 현안문제인 동시에 중장기적 문제로 한반도 평화정착 뿐 아니라 동북아 역내 평화와 안정의 실현과 직결된다. 특히 이제는 미중관계 틀 속에서 북핵문제가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되는지에 따라 한반도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보아도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 동안 북핵문제를 둘러싼 북한, 미국 그리고 중국이 이루고 있는 역학관계는 변화를 거듭하였다. 기본적으로 우선 힘의 비대칭이 존재하며, 북한은 미국, 중국과 같은 위상에 있지 않고 약소국에 입장에 서있다. 그러나 약소국인 북한은 강대국인 미중관계 변화를 활용하여 끊임없이 강대국들의 주의를 집중시킴으로써 북핵문제의 경로를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근본적인 의도와 최종 목표가 ‘정권 생존’과 더불어 국제사회에서‘정상국가’로 나서는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북한이 변화하는 국제관계의 역학 속에서 핵을 이용해 누구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정권의 생존을 보장받을 것인지에 따라 북핵 게임의 룰을 변해왔다. 미국과 중국이 아니라 북한이 주도적으로 이미 두 번의 ‘북핵 게임 체인지(Game Change)’거쳐 현재는 세 번째 게임을 진행하고 있다.

첫 번째 북핵 게임은 1차 핵 위기가 발생하여 1994년 제네바합의부터 6자회담 이전까지 이르는 기간이다. 사회주의체제 붕괴 속에 소련과 중국으로부터도 안전보장을 받을 수 없었던 상황에서 북한은 핵을 통해 미국과 양자간 게임을 진행했다. 두 번째 북핵 게임은 6자회담 기간으로 중국을 포함한 다자의 틀 속에서도 미국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는 북미중간 불균형 게임이었다. 이 시기 북한은 중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가능성을 조심스레 모색해 보고 있었다.

2008년 김정일 와병 이후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인 세 번째 북핵 게임은 중국에 한마디로 미중관계에서 핵을 움켜쥐고 자신의 길을 걷겠다는 것이다. 2009년 미중전략경제대화로 시작을 알린 G2로 대변되는 미중관계 등 주변 안보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핵을 체제생존을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핵개발 및 보유에 대한 전략 변화를 기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 협상용과 보유용의 이중성을 지닌 핵개발에 대해 과거에는 미국으로부터 생존을 보장받기 위한 협상용에 무게를 두었다면 이제 보유용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일면 더 이상 미국이 아닌 중국에 기대어 가는 듯하나 중국에 완전한 편승이 아닌 핵과 미중관계를 이용해 스스로 체제보장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My Way”인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바로 “경제핵무력병진노선”이다.

김정은의 핵독트린과 제7차 당대회 이후 북핵 게임체인지(Game Change)

지난 4년여 간의 김정은 정권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프레임은 김정은의 핵독트린이라고 할 수 있는 바로 “경제핵무력병진노선”이다. 그리고 2016년 한 해 북한과 김정은 정권을 읽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제7차 당대회’이다. 5월 6일 개최되는 제7차 당대회는 김정은 집권 5년차를 맞아 최고 지도자로서의 권위와 체제의 안정성을 과시하면서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와 함께 강성국가 진입을 공식적으로 대내외에 알리는 무대로 활용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성공적인 당대회 개최를 위한 준비과정을 위해 지금 북한은 ‘경제건설과 핵무력 병진노선’이라는 프레임 속에 경제문제와 안보문제라는 커다란 두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36년 동안이나 열리지 못했던 당대회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경제적 성과만이 아니라 대외적 위협 해소라는 안보문제 해결도 필요하다. 당대회를 앞두고 핵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은 당대회에서 김정은의 핵독트린인 “경제핵무력병진노선”의 성과를 극대화하여 핵보유를 정당화고 이를 확고한 통치전략으로 내세우려는 의도일 것이다. 지난 1월 4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끊임없는 핵무력 과시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보여준 행동방식과 미국과 중국의 대응을 보면 이는 미중관계의 무시가 아니라 오히려 더 잘 이해하고 활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이번 당대회를 어떻게 치르느냐에 따라 당대회 이후 북핵문제의 진행 방향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는 두 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한 가지는 지금까지처럼 ‘자강력’을 내세우고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는 정면 돌파의 승부수이다. 여기에는 ‘제5차 핵실험’까지 포함된다. 결국 북한이 당대회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고 평가한다면 제5차 핵실험 실시라는 일방적 행보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한 가지는 핵과 미사일 개발 모라토리엄(moratorium·유예)을 선언하고 미국과 협상을 통해 핵문제를 해결하자고 적극적인 유화국면으로 나올 가능성이다. 여기에 중국역할론이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다. 미국은 북미간 주도적 해결을 선호할 것이고 중국은 6자회담 틀을 앞세워 역할 확대를 노릴 가능성이 높다.

당대회 이후 북핵문제 진행방향을 결정할 열쇠는 사실상 중국이 쥐고 있다. 김정은이 당대회 이후 언제쯤 중국을 방문할 것인가가 또 한 번 북핵 게임체인지(Game Change)를 가져 올 수 있다. 현 재제국면에서 중국도 김정은의 방중을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지만 김정은의 방중이 이루어진다면 북한은 보다 적극적인 대중 접근을 통해 미국을 압박하고 차기 행정부와 통 큰 거래를 시도하려는 공제적인 대북협상전략을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 당대회 이후 북한의 선택지를 예측할 때 과속론을 경계할 필요도 있지만 지나친 신중함보다는 과단성도 필요하다. 이미 중국의 평화협정 제기, 미북간 접촉설이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향후 북핵문제에 있어 우리가 주도권이 아닌 참여조차 못하고 객이 될 수도 있다. 북한을 궁하필위(窮下必危), 궁지에 몰려 고양이를 물게 만들 수 있는 현 제재국면를 강화해 나가는 입구론이 아닌 이제 보다 과감하고 포괄적인 출구론을 모색할 때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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