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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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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동북아 정세와 한중관계의 미래

신정승 소속/직책 : 동서대학교 중국연구센터 소장 / 전 주중한국대사 2016-05-16

1. 최근의 동북아 정세

최근의 동북아 정세에는 크게 보아 두 가지가 가장 큰 작용을 하고 있는데 하나는 중국의 부상과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며, 다른 하나는 북한의 핵개발이다. 중국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래 지난 30여 년간 급격한 경제 발전을 이루어, 2010년부터는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으며, 이에 따라 국제적 발언권도 크게 높아졌다. 2012년 등장한 중국의 시진핑 지도부는 2049년까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을 달성하자는 국가목표를 제시하면서 이를 이루기 위해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더불어 군사력 강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급격한 부상은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동아시아 지역의 안보환경에 도전이 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미중 상호간의 전략적 불신이 깊어지는 한편, 아시아 재균형 정책이라는 미국의 대응도 강도를 더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미국은 중국의 평화로운 부상을 환영한다고 하면서도 중국의 부상은 국제규범의 틀 내에서 이루어져야한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 호주, 한국 등과의 기존 양자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은 중국 주변 국가들과의 TPP(Trans-Pacific Partnership)를 통해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을 우회적으로 압박함으로써 동아시아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최근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에 중국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더불어 2015년에 일본이 안보법제 개정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케 함으로써 미일동맹을 강화시킨 것은 미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중국에 대응하는데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중국해 문제는 이러한 미중간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안이다. 미국은 국제법에 따른 항해와 상공비행의 자유를 주장하며 민감 수역에 군함과 항공기를 보내는 FONOP (Freedom of Navigation Operation) 작전을 진행하면서 중국이 시진핑의 약속과는 달리 남중국해를 군사화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미국은 또한 중국과 대립중인 필리핀이나 베트남과 합동 훈련 등을 통해 이들을 지원하는 한편, 한국에 대해서는 동맹국으로서 미국입장을 적극 지지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문제되고 있는 지역은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중국의 주권이 미치는 곳이라고 주장하면서 관련 문제는 직접 당사국간의 대화를 통해 해결되어야 하며 제3국이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또한 남중국해에 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항해의 안전을 위해 공공재를 제공하는 것이며, 일부 도서에 미사일 포대를 설치한 것은 방어용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필리핀은 중국과 영유권을 놓고 분쟁중인 Scarborough 암초(黃炎島) 문제를 국제중재재판소에 제소하였는데 멀지 않아 중재결정이 내려지면 남중국해 문제가 다시 한 번 크게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북핵문제는 한국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한국의 가장 큰 현안임과 동시에 강대국들이 주도하는 국제 비확산체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는 국제적 성격을 갖고 있다. 지난 1월 6일 북한은 국제사회의 강한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4차 핵실험을 강행한데 이어 2월 7일에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까지 감행함으로써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크게 높였다. 최근 개최된 북한 노동당대회는 북한의 핵과 경제 병진노선을 재확인하고 앞으로 핵보유국으로서 행동하겠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우리 정부는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라는 북한의 도발들이 과거와는 그 성격이 다르게 동북아의 안보지형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다는 엄중한 상황 인식을 갖게 되었고, 이에 따라 개성공단의 가동중단 등 고강도 대북 제재 조치를 취하는 한편, 한미합동군사훈련의 확대와 주한 미군의 THAAD 배치 문제 협의 개시 등 미국과 한미동맹에 기초한 군사적 대비 방안을 논의해 왔다. 이와 동시에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북한에 대한 다자적 제재가 이루어지도록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여, 북한의 금융활동, 교역과 수송을 크게 제한하는 매우 강력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2270호가 채택되기에 이르렀다.

대북제재의 효과 면에서 관건적인 중국은 과거와는 달리 이번에는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라는 점을 여러 채널을 통해 한국 측에 전달해 오고 있으며, 중국 정부는 제재 결의안의 충실한 이행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만 과거의 사례를 보면 이러한 중국의 태도는 일시적인 조치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실 지난 2013년 초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한 직후에 중국내에서는 북한을 무조건적으로 비호해주지 말아야 하며, 경우에 따라 북한을 엄격하게 제재하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한동안 존재하였으나, 2014년 하반기부터 중국은 다시 북핵문제 보다는 한반도의 안정이 우선적이며,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지지한다는 기존 입장으로 환원된 바 있다. 금 번에도 중국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이후 한편으로는 제재 이행을 강조하면서도, 제재는 대화를 위한 것이라고 하면서, 관련국들에 대해 비핵화와 정전협정의 평화협정대체 문제를 동시에 협의하자는 주장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또한 시진핑 주석은 얼마 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앞으로 보낸 축전에서 중국과 북한의 전통적 우의는 쌍방의 귀중한 재산이고 중국의 당과 정부는 중북관계를 고도로 중시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것들을 종합해 보면, 핵문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시대에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를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대북정책의 근본을 바꾸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중국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에서 북한의 민생, 중국의 국가이익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중국이 취하고 있는 제재조치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라고 볼 수 있다.

2. 한중관계의 미래

한중관계는 그 동안 비약적 발전을 거두었으며 2008년부터 양국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가 되었다. 현재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상대국이고 주요 투자대상국이며 한국 국민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이웃 국가이다. 양국관계가 이와 같은 발전을 이룬 것은 양국이 지리적으로 가깝고 오랜 역사를 통해 문화적으로 상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나 상호 보완적인 경제의 발전이라는 양국의 공통이익에 대한 인식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이러한 상황에 변화가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였으며, 이에 적극 대처하지 않으면 미래의 양국관계는 어려움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급격한 부상으로 한중 간 국력의 차이가 확대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양국 간 교류와 협력에 있어서 비대칭성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에 대한 중국의 자세에도 영향을 미쳐, 그간 잠재되어 있던 중국의 한국에 대한 대국의식이 표면화되기 시작하였으며 최근 한중간의 교류에서도 비대칭성이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한중관계가 큰 틀에서 호혜 평등, 상호 존중의 관계로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대국의식을 자제하고, 자신이 천명한 ‘친성혜용(親誠惠容)’의 동반자로서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며, 국력이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으로서는 현실적으로 중국을 인정하고 중시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물론, 중국의 비합리적인 요구나 압력에 대해서는 우리들이 단결하여 의연하게 대처한다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한중관계의 장기적 기초를 튼튼히 다지기 위해 양국민간의 우호 증진 및 정서적 유대감 강화를 위한 문화·인문분야 교류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제도적 기반을 확충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스러운 일이다.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통한 정보교환이 매우 활발한 시대에 있어서 배타적 민족주의로 인해 양국 국민감정에서의 갈등이 크게 비화되지 않도록 양국의 정책당국자들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최근 한국은 주한미군의 THAAD (종말 고고도 방어 미사일 시스템) 도입을 위한 협의개시를 발표하였고, 이에 대해 중국이 크게 반발하면서 한중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미국과 논의하고 있는 THAAD 도입이 중국에게는 중국을 겨냥한 한미동맹의 강화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동아시아에서의 미중 간 세력경쟁의 격화나 북한 문제를 둘러싼 한중간의 신뢰부족 등은 한중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과 중국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문제 등에서 형식적이 아닌 진정한 전략적 소통을 통하여, 한국은 한미동맹과 더불어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중시하고 있으며, 한국은 북한을 무력으로 흡수 통일할 의사가 없고, 한미동맹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함으로써 상호간 신뢰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다만, 기술적인 측면에서 우리로서 THAAD가 중국의 안보이익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며 북한의 핵무기나 장거리 미사일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안이라는 결론에 이른다면, 중국의 입장 때문에 배치를 주저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북핵문제와 관련, 현시점에서 한중 양국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앞으로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가 철저히 투명하게 이행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 노력도 시도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 6자회담은 과거 몇 차례 관련국간 합의를 도출한 바 있으며, 미래 동아시아 지역 지역안보체제의 원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유용성을 부인할 필요는 없다.

중국 경제와 산업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따라 양국의 산업은 상호 보완적인 성격에서 경쟁적인 성격으로 변화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양적 성장에서 질적 경제성장으로 성장의 기본 틀을 바꾸면서 다방면에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중국제조 2025’ 계획이나 ‘인터넷 플러스’, ‘신형도시화’ 정책과 ‘일대일로’ 전략 등을 통해 중국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내수를 촉진하여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으로서도 원자재나 부품 수출을 위주로 하는 기존 경제협력 방식에서 중국 내수시장을 직접 겨냥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자체의 산업기술 능력을 더욱 제고시켜, IT, BT, 환경보호, 에너지 절약 등 신성장산업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 등 한중간 경제협력에서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 요구된다. 2015년 말에 발효된 한중 FTA는 한중간 무역과 투자가 확대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이지만 양국의 정치적 고려에 따라 양허에서 제외된 품목이 많고, 서비스와 투자분야에 미진한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앞으로 양국 간 합의한 대로 2년 이내에 서비스와 투자에 대한 추가 협상이 이루어져 한국기업이 중국의 서비스 시장에 보다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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