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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비즈니스, 선수 교체의 시기

한우덕 소속/직책 : 중앙일보중국연구소 소장 2016-05-27

중국 경제는 지금 거대한 전환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그들은 이들을 ‘좐벤(轉變)’이라고 말한다. 성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어제까지의 중국은 ‘무엇을 만드는 나라’ 였다. 13억 인구가 내뿜는 거대한 생산력은 중국을 세계 최대 수출국가, 세계에서 가장 큰 제조업의 나라로 만들었다. 그 성적표가 바로 G2다.

그러나 앞으로는 ‘만드는 경제’에서 ‘소비하는 경제’로 바뀔 것이다. 중국은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에서, 수출보다는 내수시장에서 성장의 동력을 찾고자 한다. 임가공에 의존한 조립공장은 고부가 첨단공장으로 바뀌고 있다. 앞으로 3년, 길게는 5년여 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이 전환의 시기를 성공적으로 거친다면, 중국은 ‘강한 제조, 거대한 시장’의 나라로 우리 옆에 다시 다가올 것이다.

‘제조업 시대’ 중국의 가장 큰 성장동력은 ‘노동력(Labor force)’이었다. 9억 명에 달하는 노동력이 중국을 ‘세계공장’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 인구는 이제 ‘구매력(Purchasing Power)’라는 측면에서 중국 경제를 견인해 나갈 요소로 변해가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두터운 중산층이 형성되고 있고, 소비의 고급화가 진행되고 있다. 중국 중산층 인구가 이미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대로 늘었다는 연구도 있다.​1)

중국산업에는 요즘 선수교체 작업이 한창이다. 미래 산업을 이끌 주자들이 속속 등장한다. 샤오미(小米), 바이두(百度), 화웨이(華爲), 레노버 등이 활약하고 있는 IT분야에서는 인터넷모바일혁명이 진행 중이다. 알리바바는 유통구조를 혁신하며 고유의 유통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전역에서 대중창업만중창신(大衆創業萬衆創新)이라는 슬로건하에 벤처기업이 쏟아지고 있고, 자금력이 풍부한 기업들은 해외에서 선진기업을 인수하고 있다. 중국은 M&A 분야에서도 미국을 추월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을 정도다. 올 1분기 중국의 M&A 규모는 전세계의 32.4%를 차지해 16%를 차지한 미국을 제쳤다.​2)

중국의 변화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는 순전히 우리의 몫이다. 돌이켜보면 1992년 한-중수교 후 우리는 중국의 변화에서 많은 기회를 찾았고, 중국과 더불어 발전할 수 있었다. 중국이라는 ‘세계공장’은 우리기업에 거대한 수출시장을 제공했고, 한 발 앞선 우리나라 제품은 그 시장을 파고드는 데 성공했다. 중국으로 인한 성장혜택, 즉 ‘중국보너스’를 누렸던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중국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기업이 실력을 갖추게 되면서 산업계에서는 ‘홍색공급망(Red Suply Chain)’이 형성되고 있다. 더 이상 부품을 해외에 의존하지 않고 중국 내에서 조달하는 구조다. 그 동안 중국에 부품이나 반제품을 수출했던 우리기업에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수출의 약25%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성장률 둔화는 이미 많은 국내기업에 견디기 어려운 시련을 던져주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기술경쟁력을 갖추게 되면서 더 이상 한국 제품을 찾지 않는다. 덩치가 커진 중국기업들은 우리 기업에게 가공할 만한 경쟁상대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의 많은 산업과 기업이 중국이라는 거대한 블랙홀에 빠져들어 갈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중국과잉 상품이 국내시장에 쏟아져 들어오면서 많은 중소기업이 한계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 역시 중국의 변화에서 한중 경제협력의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 중국의 성장 동력이 수출에서 내수로,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바뀐다면 한국 기업도 그 흐름을 타야한다. 이제까지 중국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하면 중국에서 싸게 생산할 것인가’에 모아졌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하면 중국 소비자에게 비싸게 팔 것인가’를 연구해야 하는 시대다.

그 동안 중국을 향한 전략 상품은 철강과 기계, 석유화학, 자동차 등 제조업 위주였다. 앞으로는 중국 소비시장을 겨냥한 상품이 중국 비즈니스 업계에서 각광을 받을 것이다. 필자는 그 핵심으로 ‘3고’ 상품을 제시한다.

우선 ‘먹고’다. 농산물, 식음료, 가공식품 등이다. 흔히 농산물 분야는 한중FTA에서 가장 피해를 많이 보는 영역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곳에 기회가 있다. 한국의 신선우유가 중국 어머니들 사이에서 히트치고 있는 게 이를 보여준다. 삼계탕도 중국에 수출된단다. 머지않아 중국인들의 식탁을 파고들 명품 김치 브랜드도 나올 수 있다. 한국의 돼지고기는 구제역에서 안전한 청정식품이다. 가공만 잘 하면 고가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 중국 여행객들이 한국에 와 사가는 것 중의 하나가 과자다. 초코파이가 장수 식품으로 자리 잡은 이유다.

다음은 ‘꾸미고’다. 한국에는 패션이 있고, 뷰티가 있다. 그것도 미래에는 중국 비즈니스의 핵심이 될 수 있다. 성형수술이 인기를 끄는 이유를 봐야 한다.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급등한 것은 중국 소비자가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국인들이 입을 옷은 만들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이 입고 싶어 하는 옷을 디자인은 할 수 있다.

셋째는 ‘놀고’다. 엔터테인먼트다. 드라마, 영화, 공연 등과 같은 창의 산업에서 우리는 이미 중국인들을 사로잡고 있다. ‘사랑이 뭐길래’로부터 시작된 한국의 히트 드라마는 ‘대장금’, ’별에서 온 그대’를 넘어 ‘태양의 후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요즘에는 예능이 대세란다. ‘아빠 어디가’라는 프로그램이 히트치고 있는 이유를 잘 봐야 한다. 게임도 결국 노는 것이다. 게임은 중국 공략의 한 분야로 이미 자리 잡았다.

그렇다고 제조업 상품 분야를 버리자는 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중국에서 형성되고 있는 ‘홍색 공급망’과 결합할 지 고민해야 한다. 기술력만 앞선다면 그 공급망에 올라타기는 점점 더 쉬워지고 있다. 홍색 공급망에는 분명 약점이 있게 마련이다. 그들이 못하는 분야가 있다. 내 기업이 속한 산업의 중국 서플라이 체인이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 지 면밀히 연구하면 보인다. 그 허점을 노려야 한다. 그 공간을 우리의 기술력으로 채울 수 있다면 기회는 무궁하다. 그게 바로 FTA를 체결한 이유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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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크레딧 스위스, ‘2015 부 보고서, 2015.10.​​

2) LG경제연구원, '중국의 거침없는 해외 M&A 최근의 특징과 명암'보고서, 2016.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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