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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국 내 사드 배치로 아태지역 안보 지형 흔들

장잉춘(張迎春) 소속/직책 : 평론가 2016-07-22

지난 7월 8일, 한미 양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선포한데 이어, 7월 13일 한국 국방부가 한미 양국이 경상북도 성주(星州)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이는 1962년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을 배치한 '쿠바 미사일 사태'의 아시아판으로, 이번 조치로 인해 역내 군비경쟁의 도화선에 불이 당겨지지는 않을지, 나아가 아태지역 안보정세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지는 않을지 우려스럽다.

사실 한국 내 사드 배치는 오래 전부터 거론되어 왔고 관련 국가들이 '신경전'을 벌여온 사안이다. 한미 양국은 올해 2월 23일 협정을 체결하고 공동 실무단을 구성하였으나, 한반도 내 사드 배치에 대한 최종합의를 미뤄왔었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 발사가 수 차례 반복되면서 이에 위협을 느낀 한국이 결국 사드 배치를 결심하게 된 것이다. 한미 양국은 사드 배치에 관한 공동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는, 제3국 혹은 다른 지역을 겨냥하기 위함이 아니라, 북한의 핵무기 및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적 방어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미 양국의 이러한 외교적 입장 표명은 ‘수사(修辭)’에 불과하며 설득력이 부족하다. 사드는 미국의 탄도미사일 방어시스템의 핵심으로, 대기층 내외에서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고 방어할 수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미국의 최첨단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의 정밀 X-밴드레이더 탐지거리가 3,000킬로미터를 넘어선다. 이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중국도 사정거리 안에 들어간다는 의미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 화북지역, 화동지역, 발해, 황해, 동해 및 러시아 극동 지역의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포착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은 ‘전방 감지장치(Front detector)’ 기능을 하는 사드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 양국의 군사기지 위치, 육군 및 공군 군사훈련, 미사일 실험 등 기밀 데이터를 손바닥 들여다 보듯 다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사드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가 쌓이면 미국의 對중국 및 러시아 미사일에 대한 추적 및 요격 능력이 강화될 것이고, 결국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이익에 해(害)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사드의 커버리지가 한반도 범위를 크게 넘어섰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에서 평양은 200킬로미터, 38선까지는 겨우 40킬로미터밖에 되지 않으므로 사드는 한국의 실질적인 방어 수요를 크게 초과한 것이다. 한국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함이라면 미국이 일찌감치 배치해 놓고 있는 패트리어트 미사일 방어체계로도 충분하다. 이에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마치 ‘항장(項莊)이 검무를 추는 것은 유방((劉邦)을 죽이려는 의도’인 것처럼, 겉으로는 북한을 겨냥하고 있지만 실상은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미 양국이 7월 12일 남중국해 중재안 최종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한반도 사드 배치를 대외적으로 발표했다는 것인데, 이는 실로 '불순한 의도'가 드러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배후에서 남중국해 중재안을 종용하고 동시에 한국의 사드 배치를 추진함으로써 전략적으로 남중국해 문제에 한반도 문제를 가세해 중국을 압박하여 중국을 양쪽으로 모두 싸워야 하는 ‘곤경’으로 몰아 넣어 있다”며, 이는 위기를 틈타 중국의 ‘힘’을 분산시키려는 의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태지역의 지정학적 정치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한국의 사드 배치는 6.25전쟁이 종결된 이래 동북아 지역이 반세기 넘게 유지해 온 전략적 균형을 깨뜨렸을 뿐만 아니라, 현재 미국이 추진중인 '아태지역 리밸런싱'전략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 양국은 전략적 안보를 위해 미국의 이번 조치에 대응해야 하며, 군사적 방어도 가동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정말로 역내에서 또 한번의 치열한 군비경쟁이 불붙기 시작한다면, 동북아시아와 극동지역은 새로운 화약고로 전락할 수도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무엇보다도 위험한 것은 사드 배치로 인해 그간 유지되어 온 ‘No 핵무기, No 전쟁, No 혼란’의 동북아 질서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이번 사드 배치 결정은 남북한을 군사 대립으로 몰고 가, 한반도 정세를 긴장으로 몰아 넣는 화근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한국이 최종 결정을 발표한 다음날(7월 9일) 오전 9시,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쏘아 올렸는데, 이는 한국과 미국이 내린 결정에 대한 '반격'으로 풀이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 것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핵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원칙은 서로 상충한다는 것이며, 북한을 미국과 한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더 격렬한 저항만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이미 한국에게 사드 배치에 동의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며, 사드 배치는 미국의 이익만을 위한 것으로, 이로 인해 한국은 더욱 불안해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사드 배치를 허용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고 나설 것이고, 북한과도 더욱 대치하게 될 텐데, 한국이 주변국으로부터 오는 압박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를 지적하였다. 당초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려 했던 본질적인 목적은 날로 심각해지는 북한의 핵무기 및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겠지만, 사실상 그런 효과는 기대할 수 없고 오히려 기대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만 초래하였다.

결론적으로, 미국이 한국 내에 사드를 배치하면 아태지역의 불안정이 초래될 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도 피해를 보게 된다. 그러나 가장 큰 피해자는 한국이며, 미국 역시 승리자라고 할 수 없다. 사드 배치로 인해 관련국 간의 갈등이 고조된다면, 모두가 피해를 보게 된다. 중국 관영 언론이 지적한 바대로, 미국이 동북아 및 남중국해에서 역내 안보와 안정을 파괴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면, 이는 미국이야말로 아시아의 안보를 위협하는 ‘근원’이라는 판단을 입증하는 꼴이 될 것이다. 
 


출처: 중평사, 2016-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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