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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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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각론(各論) 없는 중국 내수시장 진출 이제 그만!!!

김상철 소속/직책 : G&C Business Factory 대표 / 前 코트라 상하이무역관 관장 2016-07-22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진지 이미 오래고, 수출로 먹고 사는 사람들의 걱정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데다 그나마 믿는 구석이라고 여기던 중국 시장마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비즈니스가 이루어지고 있는 최전선, 즉 핫스팟(Hotspot)에서는 벌써부터 볼멘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측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는 크게 달라지고 있다는 것까지 확연히 눈에 띈다. 혹자는 한국과 중국 간의 비즈니스 골든타임(Golden Time)이 거의 종착역에 이르고 있다는 불길한 예감을 내놓기까지 한다.

작년 메르스 사태 이후 중국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지하철이나 명소, 쇼핑몰 등에 북적거리던 그들이 모습이 이제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여행업계에서는 앞으로 3년, 길어도 5년 이내에 중국인들의 방한이 끊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한다. 의료, 스터디(Study)에 더하여 기업 인센티브 관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테마의 상품을 개발하여 대체 관광객 수요를 늘리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각오로 배수의 진을 치고 있는 셈이다.

한류의 최대 수혜자라고 하는 화장품 수출도 큰 전환점에 봉착하였다. 중국 정부의 불법 무역 단속이 강화되면서 소위 ‘따이공(代工:보따리상)’들에 의해 움직이던 큰 물량들이 대거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중국 시장에서 잘 팔리는 우리 화장품 브랜드는 기껏해야 20개 내외이다. 위생허가를 받지 않은 상품들도 이들에 의해 중국 내에서 버젓이 유통된다.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우리 수출업체가 아니고 ‘따이공’들이다. 상황이 급변하다 보니 이제 위생허가를 받겠다는 우리 화장품업체들로 중국의 접수창구는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한중 FTA도 발효되고, 화장품 관세도 점진적으로 인하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수출 여건은 더 악화되고 있다고 불만이다. 위생허가 조건이 까다로워져서 오히려 비관세장벽이 높아졌다는 것이 이유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따이공’들의 농간과 쉽게 수출하려는 우리 업계의 이해관계가 일치해 한동안 잘 해 먹었다. 비정상적인 수출 방식에 대해 늘 걱정을 하면서도 미래에 대비하지 않은 우리 수출업계의 관행이 한심할 따름이다. 이미 이에 대해 간파하고 있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들은 중국에 공장을 만들고 한국의 원료와 링크시키는 작업을 수년 전부터 해 나오고 있다. 식품에 이어 화장품까지 ’Made in Korea'가 아닌 ‘Made in China'가 속속 등장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들, 한국 기업에 불만 노골적으로 토로

요즘 중국 기업인들을 만나보면 한국 기업의 비즈니스 관행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한다.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나머지 중장기적인 협력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토로한다. Win-Win이 아닌 일방적인 자기 이익 챙기기에 혈안이 되었다고 비판한다. 한 술 더 떠 이제는 한국 기업이 아니더라도 우리와 협력할 기업이 많다는 것을 당당하게 말한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 기업들이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포괄적인 협력을 하기 위해 중국 기업의 먼저 손을 내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 기업은 이제 신물이 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DNA적으로나 관행적으로 보면 한국인과 중국인의 비즈니스 코드가 썩 잘 맞지는 않는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중국인의 욕심이 과다하며, 상품보다는 기술이나 브랜드 혹은 디자인 등을 빼가려는데 목적이 있다고 간주한다. 반면 중국인은 한국인들이 같이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의심이 지나치고, 상대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기중심적인 논리로만 일관한다고 비평한다. 이러한 상호간의 불신으로 인해 보완적 내지 시장확장적 비즈니스 구도가 조성되고 있음에 불구하고 협상 초기 단계에서 깨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국 기업이 한국 기업을 부러워하는 것이 하나 있다. 수출 지원을 위해 한국 정부가 발 벗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고사하고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우리나라와 같은 수출 지원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과거 50여 년간 우리의 이러한 수출 총력 체제가 먹혀들어 가기도 했다. 자원이 없는 나라가 이 정도 수출대국이 되기까지는 좋은 품질이나 가격대의 상품을 만들어내기도 하였지만 유능한 세일즈맨들이 세계 곳곳에서 맹활약을 하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서는 이러한 강점들이 잘 통하지 않고 있다. 어려운 시장이기도 하거니와 그들의 독특한 상관습을 뚫고 나가기가 여간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중국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우리 기업이 현지에 직접 뛰어 들어가 배수진을 치면서 나름대로 반사이익을 누려왔다. 우리가 잘 했다기 보다는 물타기에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이다. 10여 년 전부터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으나, 구호만 요란했지 속빈 강정이다. ‘Made in Korea' 소비재 상품의 중국 수출비중은 10% 내외의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 우리에게 도전적이긴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우리 내부에 있다. 시장은 변하는데 전략적 사고는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있고, 변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돈은 펑펑 쓰는데 당연히 성과가 나지 않는 것이다.

시장에서 먹힐 수 있는 플랜 B 혹은 C 필요

이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총론(總論)은 있는데 각론(各論)이 없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리는 늘 같은 플랜으로 생산성 없이 무모하게 시장에 덤벼든다. 플랜 A만 있고, B 혹은 C가 없다. 중국 시장이 어떠한 상품을 요구하는 지에 대한 인식은 물론이고 바이어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충족시켜 주려는 배려가 전혀 없다. 마냥 우리식으로만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성과가 나지 않는 데는 다 분명한 이유가 있다. 디테일이 없는 단발성 이벤트에다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 이루어지지 않는 지금과 같은 마케팅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가 운운하는 중국 내수시장 진출은 더 많은 우리의 신(新)상품이 현지 시장에 뿌리를 내리게 하는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안타깝게도 중국의 바이어들은 현재 잘 팔리는 상품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새로운 상품이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된다는 것이 이유이다. 때로는 우리측 공급업자에게 마케팅 비용의 일부를 분담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돌아오는 반응은 매우 냉담하다. 우리 수출업체의 입장은 중국에 물건을 팔기만 하면 되지 부대비용을 부담하는 것에 대한 인식이 없다. 실제로 이들에게는 이런 비용을 부담할 여유가 전무하다.

그렇다면 이런 병목 현상을 풀어줄 처방전이 필요하다. 우선 중장기적으로 한국 상품을 지속적으로 취급해 줄 수 있는 현지 플랫폼이 발굴되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하여 새로운 소비재 상품이 유통의 흐름을 탈 수 있도록 하는 판촉비용에 우리 정부의 마케팅 지원 자금이 투입되도록 하는 것이다. 즉, 우리 기업을 지원할 것이 아니라 시장성이 있는 우리 상품이 시장에서 순항할 수 있도록 현지 플랫폼과 공동으로 프로모션 활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일종의 역발상(逆發想) 전략이다. 전략의 출발이 우리 쪽에 있는 것이 아니고 중국의 플랫폼이다. 플랫폼은 구태여 온라인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오프라인 쪽이 블루오션이 될 확률이 더 높다.

아직도 중국 내수시장에 사활을 걸고 있는 우리 소비재 기업이 많다. 하지만 중국 시장의 우리 상품에 대한 러브콜은 갈수록 희석되어 가고 있다. 더 이상 우왕좌왕 하기에는 남은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중국 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상품이 계속 나와야 하지만, 현지에서는 중국 바이어들을 유혹하는 다른 국적의 경쟁 상품이 줄을 대고 있다. 단선적인 시장접근만으로는 이러한 경쟁에서 결코 승리하지 못한다. 수출유망상품 개발에서부터 마케팅 프로모션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우리 기업의 목소리도 중요하지만 시장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이 적극 반영되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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