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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누구를 위한 논쟁인가?

강준영 소속/직책 :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 2016-08-17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싸고 홍역을 치르고 있는 한중관계가 복잡한 고차 방정식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지난 7월 8일 한국 정부는 지속되는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실험이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직접적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고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제, 즉 사드의 배치를 결정했다.

 

그러나 배치 발표 후 후보지로 결정된 경북 성주에서는 ​사드배치 반대투쟁위원회가 결성되어 연일 반대 시위와 집회를 벌이고 있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종말단계 고고도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사드로는 우리에게 직접적인 위협인 북한의 장사정포나 노동미사일 등 저고도 또는 중고도 미사일을 방어할 수 없고, 수도권 방위에 무용지물이므로 전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대로 정부와 찬성론자들은 점증하는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최소한의 장치조차 없는 상황에서 사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변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직접 나서 사드 배치는 한국의 안보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며 재고의 여지가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일부 정치권과 경제계에서는 섣부른 사드 배치 발표로 경제 보복 등이 현실화 될 것이며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연일 정부를 비판하는 중이다. 바야흐로 국내 정국이 사드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는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사드 문제가 이렇게 복잡하게 얽히는 것은 바로 중국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남중국해 문제 등을 둘러싸고 미국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은 한국 내 사드 배치를 중국의 핵심 안보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공격용 무기도 아닌 방어용 사드 배치를 두고 한국의 입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국의 안보 이익을 내세우면서 각종 위협적 언사를 연일 쏟아내는 지극히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중국이 한국 내 사드배치가 결국 미국의 대중 포위압박 전략의 일환이며 중장기적으로 한·미·일 3국 군사안보협력의 촉매제가 되어 중국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의 사드배치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미사일 방어시스템(MD) 및 군사체계의 최종 완성을 뜻하는 것인데 왜 한국이 앞장서서 나서냐는 불만을 계속 제기하는 것이다. 여기에 7월 12일 이미 중국에게 불리한 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됐던 헤이그 상설 중재재판소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발표를 앞두고 한국이 7월 8일 사드 배치를 발표함으로써 중국의 외교적 대응 역량을 완전히 분산시켰다는데 분개하면서 관영 매체를 통해 ‘전쟁 상황을 가정한 사드 괴멸론’이나 ‘경협 중단, 무역 보복’ 등을 언급하면서 대 한국 심리전까지 벌이고 있다.

이 상황에서 중국의 안보 이익만 중요하고 한국의 안보 이익은 중요하지 않은지, 중국은 반경 5,000Km에 달하는 JY-26 레이더를 운영하면서 한반도를 손바닥처럼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만을 탐지거리에 두는 레이더가 왜 불가한지, 자신들도 러시아 제 S-200, S-400 미사일 방어체계를 도입하고 한국의 사드는 왜 안 되는지 따지고 싶지 않다. 또 지속되는 북한의 핵 개발이 중국의 전략적인 북한 끌어안기 때문이라는 한미의 주장과 북핵 문제는 한미의 대북 압박 정책의 결과 때문이라는 중국의 주장 사이에서 접합점을 찾고 싶지도 않다. 결국 자국의 입장에서 현실을 인식하고 판단해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외교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미 강대국의 ‘힘의 논리’로 자신들을 포장하고 있는 중국은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의 판결을 애초부터 무시했고, 당연히 그 결과에 대해서도 따르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이는 중국이 여전히 ‘힘’이 지배하는 국제사회에서 기존의 미국, 러시아 등 소위 강대국들의 보인 자기논리 합법화에 따른 국제 규범 무시 단계로 진입했음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문제는 우리의 대응과 인식이 너무 추상적이라는데 있다. 외교 당국이 사드배치에 대해 중국이 보일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이는 정말 큰 문제다. 게다가 대응전략도 없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국내는 국내대로, 중국은 중국대로 전혀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일부 정치인들은 지나치게 중국의 ‘보복’을 강조해 국민들을 불안하게 했고, 충정은 이해하지만 준비 없이 중국을 방문해 사드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러 간 6명의 더민주당 초선의원들은 중국 측으로부터는 사드에 반대한다면서 왜 사드 얘기가 한마디도 없냐는 얘기를 들었고, 국내에서는 무슨 결과를 가져왔냐는 질타를 들었다. 적어도 중국의 위협적 언사를 동반한 여론전과 심리전 성격의 대응 방식이 한중 관계에 무슨 도움이 될 수 있냐고 한마디는 했어야 했다. 일부 학자와 정치인은 사드 배치가 북중 관계를 정상화 시킬 것이고 이는 한국 외교의 결정적 실패가 될 것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중국이 과연 자신들에게도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북핵을 용인하고, 자신들의 우려대로 한국의 대미 밀착, 나아가서 한미일 구도가 고착화되도록 방치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이미 체계화된 한중 산업 분업구조나 WTO 동시 회원국으로서의 통상 절차, 연내 시장경제지위 획득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사드 문제보다 훨씬 큰 파급력이 있는 남중국해 문제에 있어서의 대미 관계 설정 등 전략적 결정 사항이기는 하지만 사드 문제를 벼랑 끝까지 밀어붙이기에는 중국에게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

연일 한국을 때리던 관영 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는 8월 11일 사설에서 ‘사드 문제도 언젠가는 지나갈 것, 이웃인 한국과의 소통’ 등을 언급하면서 한걸음 물러선 자세를 보였다. 시기적으로 중국이 일단 9월 초 항저우(杭州)에서 열리는 G20 체제로 전환해 강도를 조절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도 잠시, 13일부터는 다시 익숙한 관변 전문가들을 동원해 다시 압박과 위협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중국식 문제 제기에 대한민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재고한다면 이야말로 중국에게 ‘한국은 밀어붙이면 된다’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주는 것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희망사항이기는 하지만 과도한 대 한국 압박과 위협이 오히려 민족 감정을 자극해 문제가 더욱 꼬일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았으면 한다. 중국의 고압적 외교는 이미 일부 동남아 국가들을 자극해 중국의 아세안 전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과거 양안관계에서 보인 과도한 위협이 오히려 대만 대중들의 반발심을 자극한 사례나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의 역효과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진행 중인 일련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중국적 인식과 위협적인 중국식 해결 시도 방식의 단면을 보았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우리 정부도 사드배치를 둘러싼 내부 논쟁을 속히 정리해야 하지만 한국 사회도 최소한 대외적으로는 일치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사드배치 자체에 대한 국론 통일은 어렵더라도 중국식 위협에 대해선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로 촉발된 한중 관계의 위기는 중미 갈등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영원히 해결되지 못할 문제는 아니다. 한중 관계는 세계 외교의 기적이라 불릴 만큼 짧은 기간에 급속한 성장을 했다. 관계가 좋을 때는 2보, 3보 전진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1보 후퇴도 감수 할 수 있어야 하며 좀 더 의연해져야 한다. 2보 전진, 1보 후퇴, 이것도 한 발 전진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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