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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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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한ㆍ중 사드(THAAD) 갈등과 우리의 대응방향

박병광 소속/직책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 2016-08-17

최근 종말단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싸고 한중관계가 수교 이후 최대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사드 배치에 강렬하고 결연히 반대하며, 사드 배치는 중국의 전략적 안전이익을 심각히 훼손한다.”라고 주장하였다. 중국 국방부도 대변인 담화를 통해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위해서 필요한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특히 『環球時報』와 『人民日報』 등 중국 관방언론은 적극적 반발 분위기 조성을 통해 한국에 대한 심리전과 압박의 선봉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주한미군의 한반도 내 사드 배치를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과도한 반응’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중국 견제용’이라는 시각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주장은 중국이 한국보다 북한 편에 서 있으며, 북한의 점증하는 핵과 미사일 위협을 애써 외면한 채, 한국의 정당한 안보 우려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실상 사드 배치 이슈는 보다 광범위한 북한 문제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데, 중국은 북한의 증폭되는 핵과 미사일 위협, 국지적 도발, 그리고 국제법 위반보다도 이에 대한 한국의 정당한 대응에 더 비판적이라는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중국 정부의 반발과 더불어 관방언론이 앞장서 보복 조치를 주장하고,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을 실명으로 거론하면서 강한 어조로 불만을 표시하고 압박하는 중국의 전략적 의도와 목표는 무엇일까? 최근 중국의 거친 행보에서 발견되는 목표는 다음의 네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내년 말로 예정된 사드 배치 시기까지의 기간을 최대한 활용해 한국 내 사드 배치를 철회시키는 것이다. 중국은 사드 배치가 박근혜 정부에서 이루어지기보다는 차기 정권으로 넘어가게 만들어 변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보하고자 의도하고 있다.

둘째, 비록 한국과 미국이 사드 배치를 강행하더라도 사드 체계의 레이더 등 탐측 기능을 최소화하여 자국에 대한 안전을 최대한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에 배치될 사드 레이더는 일본에 배치된 것과 달리 탐측 거리가 800km 이하로 축소된 상태이며, 성주 배치 결정 역시 중국의 반발을 고려한 결과이다.

셋째, 한국의 사드 배치 여부에 상관없이 향후 한국이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MD) 체제에 편입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려고 한다. 중국은 향후 일본 역시 사드 체계를 도입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한ㆍ미ㆍ일 삼각 MD체계가 구축되는 것을 저지하고자 의도한다.

넷째, 사드 문제로 한국을 최대한 압박하여 향후 한국이 미ㆍ중간 갈등 및 대립사안에서 일방적으로 미국편에 서지 못하도록 ‘학습효과’를 주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에 대한 사드 압박을 통해 한미동맹의 ‘내구성’을 시험하고 ‘냉전의 산물’이란 여론을 조성함으로써 미국 주도 동맹체제를 흔들고자 의도하고 있다.

중국은 사드 배치 철회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국의 정부와 민간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압박을 단행하면서 이른바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 전략을 실시하고 있다. ‘스트레스 테스트’란 상대방에 대한 고도의 심리적 압박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가함으로써 상대방의 의도를 스스로 포기시키고 실행한다 해도 추후에 적잖은 심리적 부담의 ‘트라우마’를 형성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중국의 이러한 對韓 압박은 한국 내의 ‘자중지란’을 유도하여 국론을 분열시키고, 스스로 사드 배치를 번복하고 한미동맹을 흔들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렇다면 사드 문제가 갈수록 복잡해지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까?

첫째, 당당하고 원칙 있는 외교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상황이 복잡하고 어려울수록 ‘기본’이 중요하고, 국제사회의 보편적 상식과 한미동맹에 기초하여 ‘당당한 원칙외교’를 펼쳐야 한다. 중국이 자국의 ‘핵심이익’에 대해서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하듯이 우리 역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가안보 사안에 대해서는 당당하고 원칙 있는 태도를 유지하여야 한다.

둘째, 중국의 반발에 대해 우리의 일관된 주장을 설파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사활적 방어조치의 일환으로 선택한 것이 사드체계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결국 사드 배치의 본질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도발에 대한 대응이며, 이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해소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사안이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야 한다.

셋째, 한중간 전략적 소통과 신뢰를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한국은 사드문제로 인한 갈등상황 속에서도 중국과의 전략적 신뢰 및 협력을 일관되게 중시하고 있음을 강조해야 한다. 중국의 반발은 한국보다도 미국에 대한 전략적 불신이 작용하는 것으로써 한중관계가 직접적으로 공격과 훼손의 대상이 될 필요는 없으며, 한국은 사드 배치 이후에도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제(MD)에 가입하지 않을 것임을 설명해야 한다. 또한 한국이 최근 헤이그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판결 결과에 대해서도 특정 국가의 편에 서기보다는 중립적 불개입 입장을 유지함으로써 중국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지원하였음을 알릴 필요가 있다.

넷째, 필요할 경우 한국은 중국의 안보주권 침해 및 내정간섭에 대한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중국은 사드 반대론자들의 기고를 관방 관방언론에 대서특필하고, 각종 언론에서는 마치 한국사회에 사드 반대론자만 존재하는 듯 보도하여 한국사회에서의 국내정치적 논란을 부추기는 등 위험 수위에 도달하고 있다. 중국이 자국의 입장을 개진하는 수준을 넘어 이웃나라 최고지도자를 거론하면서 정치권과 국민을 분열시키고 이간질하는 것은 사실상 내정간섭이라는 점을 경고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특사파견 및 정상회담 개최 등 적극적 외교 행보로 대중국 설득을 병행해야 한다. 사드 문제로 야기된 한중간 갈등을 해결할 ‘출구전략’으로 대중국 특사 파견을 통해서 양국 최고지도자의 간접대화를 추진하고 논란을 봉합할 수 있는 외교적 노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중국도 2003년 동북공정과 고구려사 왜곡 논란으로 한국내 대중 여론이 악화되자 서열 5위 자칭린(賈慶林)을 파견하여 우리 측과 구두 양해각서를 교환하여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있다. 만일 특사 파견이 어렵다면 오는 9월 초 항조우(杭州) G20 정상회의에서 한ㆍ중 정상회담을 개최하여 최고지도자 간에 허심탄회한 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내년 하반기 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있으며, 국내 경제가 좋지 않은데다 대외적으론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센카쿠), 황해(사드), 대만(민진당) 등 이른바 ‘사해(四海)문제’와 싸우고 있는 실정을 감안할 때, 점진적으로 사드 갈등에서 벗어나는 출구전략을 원하고 있을지 모른다.

여섯째, 만일 앞에서 제시한 우리의 노력들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거나 중국의 거부로 성사되지 못한다면 한국도 중국의 압박조치에 상응하는 단계별 조치를 수립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내년 말로 예상되는 사드 배치를 감안할 때, 同 사안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로 향후 중국의 압박이 지속적으로 고조되거나 구체화 될 경우 이에 대비한 우리의 대응조치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의 유화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일방적 압박과 위협이 계속될 경우에는 한미동맹 및 한미일 안보협력을 위한 구체적 조치들을 실행에 옮길 필요가 있다. 국가관계란 힘의 크고 작음을 떠나 상호존중과 호혜공영의 원칙을 기본으로 한다고 볼 때, 한국이 언제까지나 중국의 ‘갑질’ 행태를 감내하면서 ‘속국’처럼 살아가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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