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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연계 의미와 제언

런밍(任明) 소속/직책 : 중국 지린대학교 동북아연구원 교수 2016-08-29

2015년 10월 31일 한국과 중국은 각각 2013년 9월과 10월에 선언한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을 바탕으로, 자국의 정책 조정과 양국 간 정책 공조를 위한 세부 단계의 일환으로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실크로드 경제벨트 및 21세기 해상실크로드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전략 연계가 지니는 함의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라시아 대륙과는 계속해서 멀어져 왔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선언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구체적인 연계 방식인 ‘실크로드 익스프레스’와 ‘중국 동해(한국의 황해)연안 해양공동체’는 이미 정책적으로도 공식 제안되어 세부 논의 단계에 있다.

하지만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는 아직 인적 교류와 문화 교류, 무역과 외교를 장려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순수한 상징적 의미의 철도 계획에 불과하다. 동해연안 해양공동체의 경우 중국 동해 주변 지역 경제협력을 위한 특별공동체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모델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개념은 현재 중흥기를 맞고 있는 중국 북부와 러시아 극동 지역에도 막대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시베리아, 중국, 몽골, 한국-북한 국경을 넘나드는 각 횡단철도를 연결하고 아시아 접경지역 국가들을 연결하는 선을 유럽까지 연장하겠다는 계획이 핵심이다. 열차페리를 이용한 중국과 한국 간 과도기적 연결 계획도 이미 협의사항에 포함되어 있다.

한편 일대일로가 관련 당사자 누구의 이익도 해치지 않으며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기회라는 중국 정부의 거듭된 강조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현재 이에 대해 ‘미온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일대일로의 반대 진영에서는 최소한 단기적으로 보더라도 철도 간 필수적인 연결에 과도하게 높은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며 예상 이익의 실현 가능 여부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또 한국의 일부 논평가들은 이를 무역과 경제발전을 넘어서는 ‘무언가’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들은 다른 지정학적 목적과 아시아 지역의 세력균형이 간섭 받을 가능성에 주목하며 일대일로가 결코 아시아와 유럽 간 경제·물류의 상호 연동에 변화를 주는 계획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같은 한반도에 위치한 북한 역시 일대일로 참여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듯하다. 앞서 작년 4월 리진쥔(李進軍) 평양 주재 중국대사는 북한의 리룡남 대외경제상에게 일대일로 구상과 비전을 소개했지만 북한 당국은 이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작년 9월 중하순경 옌볜(延邊)대학교에서 주최한 ‘투먼장(圖們江·두만강) 포럼’에서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의 학자들은 북한이 아직 일대일로에 대해 국가 차원의 공개적인 입장을 발표한 바 없다고 밝혔고,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인 <로동신문> 등의 언론에서도 아직 관련 내용이 보도된 적이 없다. 이로 미루어 보아 현재까지 북한 내부적으로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듯하다.

북한은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대해서는 반기를 들고 나섰다. 최근의 한 가지 사례가 이를 잘 보여 준다. 작년 6월 초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장관회의’에서 한국의 정회원 가입안이 또 다시 북한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됨에 따라 한국은 시베리아횡단철도와 중국횡단철도 등의 철도망을 이용한 대륙 간 철도 운행권을 얻지 못하게 됐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경우도 북한이 재정투명성을 더욱 높여 협력에 진정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시장 개척과 북방자원 개발을 통해 북한에 주어질 상업적 이득도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상적으로 생각했을 때 중국 북방, 러시아 동부, 한국과 북한을 가로지르는 철도를 비롯해 한국과 북한의 철도를 서로 잇는 통합된 육지운송시스템 구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전략 연계에 있어 한국에게 드리는 제언

1. 한국은 정치와 경제를 분리시키는 역량을 보여야 한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은 다음의 가능성을 말해준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는 모두 미국이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조치로 묘사되고 있고 한중 관계를 심각하게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중국과 한국은 끈끈한 역사적·문화적 배경을 공유하고 있고 양국 간에는 해양 영토분쟁 이슈도 존재하지 않는다. 한반도 문제가 걸려있긴 하지만 여전히 적극적인 군사 교류와 협력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은 한국에 없어서는 안 될 경제적 파트너이며 중국도 이러한 관계로부터 큰 이익을 얻고 있다. 중국은 한국에 가장 중요한 시장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의 경제성장이 침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은 근래 빠르게 증가하는 중국의 직접투자를 반기는 분위기다. 이런 점에서 한국이 경제와 정치적 이슈를 분리하는 용기를 보여준다면 일대일로 구상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연계는 양국의 자연스러운 협력의 한 분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2. 미∙중 사이에서 ‘균형 줄타기’를 꿈꾸는 한국

최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한국은 특수한 전략적 지위를 이용해 역내 평화와 번영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고 표현한 바 있다. 물론 한국이 현재의 외교 전략을 통해 중국과 미국이라는 역내 대국 간 영향력의 균형을 이룰 수만 있다면 한국도 이 가운데서 응당 ‘자신의 몫’을 챙기고 이를 만끽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한국과 중국은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양국의 인적, 기업, 공공기관 간 네트워크는 상호 공유의 형식을 띠고 있으며 이 때문에 한국의 일대일로 참여는 중국에 다른 어떤 국가에서는 얻을 수 없는 많은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미국이 분노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대신 자신이 일대일로와 긴밀히 협력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중국과 미국에 명확히 밝혀야 한다.

최근 한국은 도전에 대응할 만한 자신의 역량을 한차례 드러낸 바 있다. 그 도전이란 바로 두 강대국 사이에서 등거리(等距離)를 유지하며 자주적 지위를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비록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과 TPP 가입 협상은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지만, 한국이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창설 회원국으로 가입하고 일대일로 협력에 참여한 행동 역시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미∙중 모두와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일대일로 참여는 스스로에게도 도전을 불러올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에 현명하고 흔들림 없이 대처해야 한다. 여기에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막대한 경제적 이익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3. 대북 경제협력을 위한 전기(轉機) 마련​

일대일로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연계로 중국과 한국에 새로운 대북 경제협력 여지가 마련됐지만 그 효과나 전망 면에서는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 만약 북한이 이를 계기로 대외 경제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주변 국가와의 호연호통(互聯互通·서로 연결하고 통함)이 가능해진다면 북한을 비롯해 중국 동북지역과 한반도 전체, 러시아 극동지역 등에 내재된 막대한 경제적 잠재력이 활성화되면서 장기적으로는 한반도 핵문제의 해결과 동북아 역내 평화와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중국과 한국 간 충분한 정책 공조를 통해 각자의 대북 경협이 제로섬 관계가 아닌 윈윈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여 두 전략의 연계 과정에서 자칫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전체적인 설계 면에서는 북한을 참여시키는 방식에서부터 구체적인 사업 선정까지 충분한 소통과 조율이 필요하다. 북한의 민감한 신경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공평하고 효과적인 룰을 만들어야 북한의 역내 경협 구상에 대한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 중국과 한국이 북한과 각각 접촉할 경우에도 각자의 구상에 관해 북한과 충분히 협의하고 북한의 의구심을 없애며 북한 경제의 필요성과 각자의 구상 간 접점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가령 한국은 북한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관해 협의 시 해당 구상과 박근혜 정부의 여타 대북정책 간의 관계를 충분히 설명하고, 먼저 대북 경제·안보 관계를 둘러싼 자국 내 정책을 가다듬는 한편 해당 사안에 대한 각계의 공감대를 높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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