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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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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북∙중 경제회랑’ 조성에 관한 소고

런밍(任明) 소속/직책 : 중국 지린대학교 동북아연구원 교수 2016-08-29

최근 들어 중국의 주변 환경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범대서양 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등을 추진하며 글로벌 경제무역 규칙 제정자(rule maker)로서의 지위를 미국 중심인 미국∙유럽연합(EU)의 손아귀 아래 두려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과 동아시아에 ‘경제 분야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확장판과 업그레이드판을 새롭게 출범시켜 중국의 부상 억제라는 목적을 달성하려 하고 있다. 이처럼 냉혹한 국제 정세 속에서 중국은 2013년 발표한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 구상을 바탕으로 주변 국가와 연계한 ‘중국-러시아-몽골 경제회랑’, ‘중국-미얀마-인도-방글라데시 경제회랑’ 등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를 기반으로 ‘중국-북한 경제회랑’이 조성될 경우 중국은 주변 외교협력 범위에서 단절되거나 모자란 부분을 이을 수 있고 중국 주변 지역의 ‘번영과 융성’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북-중 경제회랑’의 전략적 가치

북∙중 경제회랑 조성의 전략적 의의는 다음과 같다. 중국 투먼장(圖們江·두만강) 유역의 창지투(長吉圖·창춘-지린-투먼장) 발전전략 및 압록강 유역의 단둥(丹東) 연안 개발전략을 뒷받침하고 북한의 ‘경제강국 건설 전략’과 상호 연계하여 1300km가 넘는 북중 접경지역을 따라 대북 경제협력과 교류를 전개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중 변방 지대는 국경을 넘나드는 접경 지역이라는 약점을 뛰어넘어 오히려 접경 지역이기 때문에 요충지로써의 역할을 발휘할 수 있고, 창지투 발전전략과 단둥 연안 발전전략 실행에도 국제화의 길을 열어 줄 수 있다. 게다가 북중 접경지역은 동북아시아의 중추적 자리에 위치해 있고 이 곳을 통해 중·러·일의 틈새에서 살아남은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심화시킬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이 추구하는 호리공영(互利共贏·상호 이익과 공동 번영)의 주변 외교와 경제 발전 및 민생 개선이라는 전략적 계획을 전반적인 역내 발전 틀에 통합시킴으로써 중국의 내부 경제구조 조정, 주변 지역 안정 유지, 역내 경제 통합 추진에 중대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중국과 북한 경제가 지니고 있는 상호 보완성은 북중 경제회랑 조성에도 유리한 여건을 제공한다. 자금과 기술, 설비를 보유한 중국은 현재 인건비와 토지비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풍부한 염가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고 토지도 매우 저렴하며 교육이 보편화되어 우수한 인적 자원의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은 북중 협력을 통해 수출지향적 제조업의 새로운 산업역군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또한 중국은 경제 발전의 형태상 자원형 제품의 수요가 많은 데 비해 북한은 비교적 풍부한 광산 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자금과 기술 부족으로 자국의 광산을 제대로 개발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북중 간 지정학적 특성과 경제적 구조로 볼 때 중국은 북중 경제회랑 조성에서 다른 어떤 나라도 대신할 수 없는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북중 간에는 16개의 항구와 해상·항공 노선이 있어 만약 북한이 중국의 동북 지역, 보하이(渤海), 장강삼각주(長三角) 경제지대와 하나로 묶인다면 육·해·공 운송과 인적 교류에서 남다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또한 동북지역 노후공업기지진흥계획과 창지투 개발·개방 계획의 구체적인 이행을 통해 동북 3성(지린성·랴오닝성·헤이룽장성)과 북한 간 무역 및 투자가 확대되고 인프라 건설, 광산자원 개발, 광산품 가공, 변경무역 등에서 협력 한층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북중 경제회랑’ 조성의 제약 요소

1. ‘중국장악론’과 ‘북한의존론’

냉전 시기 내수지향적 경제개발전략을 고수했던 북한 경제에서 대외무역은 유무상통(有無相通·있는 것과 없는 것을 서로 보완하여 융통함)의 기능만을 수행했다. 통계를 살펴보면 1980년대 북한의 대외 무역의존도는 대체로 20% 수준을 유지했지만 1990년대 이후 경제 규모가 눈에 띄게 위축되면서 10%대로 떨어졌다. 1980년대 북한의 대외 무역의존도는 한때 한국과의 무역을 제외하고 20%대에 달했으나 1990년대에 들어서며 한국과의 무역을 포함해도 10%에 불과하다는 점에 비춰볼 때, 북한의 대외 무역의존도는 높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떨어졌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북한의 전반적인 대외 무역의존도는 크게 떨어졌지만 2000년대 들어 중국이 북한의 최대 교역대상국으로 떠오르면서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는 줄곧 높은 수준을 유지해 오고 있다. 북한의 대중 무역의존도는 1990년대에 25~30% 수준을 유지했지만 2014년에는 85.46%로 껑충 뛰었다. 이 가운데 중국에 대한 수입의존도는 90.4%에 달하고 있는데 이것은 그만큼 현재 북한 내부에 상품 품귀 현상이 만연해 있음을 잘 설명해 준다. 북한은 이런 상황에 비춰 중국이 머지 않은 장래에 경제회랑 조성을 계기로 점진적인 ‘확장’ 계획을 실행하여 북한의 경제적 이익을 잠식하고, 북중 경제회랑을 통해 북한을 중국의 ‘경제적 속국’으로 전락시키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2. ‘북중 경제회랑’이 안고 있는 통상협력 제약 요소

북한의 낙후된 인프라는 북중 경제회랑 조성을 가로막는 최대 난관으로 꼽힌다. 북한은 전기, 도로사정, 운송에서부터 항구시설과 하역능력까지 각각의 부분에서 모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북한의 전력공급은 안정적이지 않거나 안정도가 떨어져 기업이 생산 진척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을 정도다. 둘째, 북한은 교통시설이 열악하고 도로수송력이 매우 한정된데다 전력 부족으로 인해 철도와 항구수송력까지 크게 제약을 받아 무역상품의 수출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셋째, 북한은 인터넷망과 통신 시설이 뒤떨어져 북한 기업과 외부의 소통에 불편이 초래되고 있다. 위와 같은 물리적 시설뿐만 아니라 내부 시스템 역시 개선이 시급하다. 북한은 ‘전자통관’, ‘종이 없는 사무실(Paperless Office)’, ‘수출입 등록제’ 등을 이제 막 도입했거나 아직 시험 단계이다. 따라서 대북 투자 시 단일 항목에 대한 투자만으로는 제대로 된 경제적 성과를 거둘 수 없다. 제대로 된 경제적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처럼 방대한 투자는 결코 어느 한 기업이 감당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3. 북중 경협의 구조조정과 체질개선 문제

현재 북중 간 무역 구조와 질서는 단기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다. 중국의 대북 무역은 주로 전통적인 상품 거래 중심의 구조이다. 중국은 북한으로부터 자원 등 초벌 가공한 원자재의 수입 비중이 크고 대북 투자는 거의 광산업에 집중되어 있는데다 대부분의 광산품은 아무런 가공도 거치지 않은 채 중국으로 직접 수출된다. 북중 간 변경 인접 지역의 교역 질서 확립도 필요하다. 가령 현재 양자 무역에서는 국제결제와 사법중재시스템이 상대적으로 미비한 상황이다. 수출입상품 관리와 기술적 무역장벽제한, 통관, 검수 등에서는 양국 정부의 일부 정책이 서로 달라 신속한 수출입 무역 발전을 저해하고 있으며 따라서 북중 경협의 구조조정과 업그레이드가 시급한 상황이다.

‘북중 경제회랑’ 조성에 관한 소고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북중 경제회랑 조성은 몇 가지 객관적, 주관적인 제약 요소를 안고 있다. 이 같은 부정적인 요소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사항이 추진되어야 한다.

첫째, 소통과 상호신뢰 강화를 통해 양국의 정치적 협력 수준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정치적 상호신뢰는 중국과 북한의 전통적 우호협력 관계의 중요한 목표이자 건전한 양국 관계 발전의 구심점이면서 한층 더 깊은 차원의 협력을 위한 기본 바탕이다. 게다가 양국 간 전통적 우호 협력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닌 오랜 지정학적 변화와 발전으로 인한 결과이다. 양국의 전통적 우호 협력 관계가 새로운 단계에 들어서면서 양자 간 전략적 협력 심화의 산물로 나온 것이 바로 북중 경제회랑 조성이다. 양국은 외교부 협상 회담 메커니즘과 같은 기존 자원을 잘 활용하는 동시에 고위급 회담의 격을 적정 수준 높이고, 주권이나 안보, 발전 등 상대국의 핵심 이익이나 중대 관심사에 대해 계속해서 변함 없는 지지를 보내야 한다. 양국 정부는 또 구동존이(求同存異∙차이점은 인정하고 같은 점은 추구한다)의 원칙에 입각해 양국 간 초국경 경제협력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구체적인 이행 과정에서는 중국의 동북지역 노후 공업기지 진흥 전략과 북한의 경제강국 건설 전략을 상호 연계하고 계획된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여 협력의 가능성을 실질적인 성과로 이끌어 내야 한다.

둘째, 북한은 중국과 인접한 구역에 경제특구를 설립할 수 있다. 지난 몇 년 간 추진된 ‘양도일구(兩島一區·황금평과 위화도 경제지대 및 나진·선봉 경제특구)’ 사업은 상당히 의미 있는 시도였다. 경제특구 개발에 필요한 설비나 기술, 원자재는 모두 중국에서 수입하고 북한의 저렴한 토지와 염가 노동력을 활용하여 비용우위를 바탕으로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형태다. 북한은 외화 공급이 달리고 기술과 설비를 수입할 자금이 없는 상황을 고려하여 구상무역 방식을 취할 수 있다. 중국의 선전(深圳)특구 설치 당시 채택된 ‘삼래일보(三來一補·원료제공가공, 샘플제공가공, 부품수입조립 및 구상무역)’ 역시 이러한 방식이었다. 이 밖에도 북한은 지리적으로 한국의 동해가 외부로 뻗어나가는 길을 터 준다는 이점을 활용하여 러시아로, 한반도 동해안으로, 일본 서해안에서 북미와 북유럽 등으로 상품을 손쉽게 운반할 수도 있다.

셋째, 북한은 적절한 투자환경을 조성해 중국의 풍부한 자본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또 중국의 대북 직접투자 형식을 빌려 중국에서 성숙한 산업을 북한으로 이전해 산업이 새로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중국도 북한의 광산자원에 대한 투자를 통해 빠르게 발전하는 자국 경제에 필수적인 원자재를 확보하여 일부 자원의 결핍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한편, 북한은 대내적으로 적극적인 개혁을 통해 통상과 교역시스템을 개선하고 국제적 기준에 걸맞은 경제 규칙을 만들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에 따라 사무를 처리해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해외 투자기업에 대한 법적 보호와 이행을 통해 기업의 투자리스크를 낮춰야 한다. 어느 정도 안정화가 이루어진 다음 일부 지역에서만 운영되는 자유무역구를 전면적인 자유무역구로 전환한다면, 향후 중국과 북한의 발전에 전략적 의미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투자를 통한 무역 촉진과 맞춤형 투자’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중국 기업의 입장에서 대북 무역과 대북 투자는 상호 촉진적 관계에 있다. 대북 투자의 확대는 북한의 거시경제 환경을 개선하고 기업의 가동률을 높이며 무역의 상품 원산지 범위를 확대시킨다. 무역의 확대는 다시 새로운 투자를 일으켜 무역을 한층 더 확대시킨다. 양국의 무역 발전 가속화를 위해 요구되는 대북 투자 가운데 구체적인 투자 영역으로 현재 북한에 시급한 농업, 에너지, 인프라, 관광 등을 선택할 수 있으며 북한의 지불능력을 감안할 때 투자 방식은 구상무역의 형태를 취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겪고 있는 최대 어려움 중 하나는 바로 식량부족의 장기화이므로 중국의 대북 투자는 북한의 경제발전 계획과 보조를 맞춰 농업 생산 분야에 투자를 함으로써 북한의 자립능력을 키워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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