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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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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한중 수교 24주년과 한중관계의 지향점

이태환 소속/직책 :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2016-09-01

한중 수교 24주년이 되는 올해 한중관계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한중 수교이후 한중관계는 양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교역규모가 1992년 63억불에서 2015년 2,274억불로 36배가 증가했고 상호인적 교류는 13만 명에서 1,042만으로 80배가 증가하여 1주에 항공편 운항횟수가 1,100회(2015년 기준)에 이를 정도이다.

한중관계를 규정짓는 관계의 명칭도 수교 시 ‘우호협력관계’에서 1998년 ‘21세기를 향한 협력 동반자 관계’, 2003년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거쳐 2008년에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변화하며 양국관계가 발전해왔다.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의 전승절 기념식 참가는 중국으로 하여금 한국을 다시 인식케 하는 계기를 만들었고 이후 한중 양국은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 양국 간 정상회담도 박근혜 정부 시기에만 7차례 가질 정도로 빈번해졌고 고위급 전략대화가 이루어졌다. 2015년 12월에는 국방부간 직통망 개설 등 경제와 사회만이 아니라 정치, 군사안보 면에서도 교류 협력이 확대되면서 질적인 성장도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

그런데 그렇게 좋다던 한중관계가 지난 7월 사드 배치 결정 발표이후, 다방면에서 불협화음을 내며 껄끄러워지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류에 대한 제한이나 압박을 의미하는 ‘한한령(限韩令)’이라는 용어도 유포되고 있다. 중국은 한류 콘텐츠 수출액 비중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최대 한류 소비 국가이기 때문에 중국정부의 공식적인 지침이 마련된다면 그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 중국정부가 공식적인 지침을 내려 보낸 것은 없다. 그러나 분위기상으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과연 사드로 인해 그 좋던 한중관계가 악화 될 것인가.

북핵, 사드와 한중 관계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드 문제로 인해 한중관계가 일시적으로 소강상태를 유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첫째, 사드문제는 국제정치적 이슈로서 한중 양자관계를 추동하는 근본적인 요인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드문제는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군사 기술적이라기보다 정치적, 전략적인 문제이다. 즉 미중과 중일의 사이에서 한국이 어떠한 전략적 입장을 취할 것인가를 중국이 시험해 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8월 25일 중국 국방부는 미국의 한국내 사드 배치가 전술적 문제가 아니라 한중, 중미 간 전략적 상호신뢰를 해치고 중국의 전략이익을 훼손하는 전략적 행위임을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사드 배치로 한국이 미국과 일본의 MD 체제에 편입되고 한미일의 군사동맹으로 발전해 갈 것으로 중국이 인식하는 한, 아무리 군사 기술적인 측면에서 사드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북한을 겨냥한 것이라고 중국을 설득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드에 배치된 레이다가 중국 견제를 위한 것이 아니라 대북 공조를 위한 한미일 협력에 국한된다고 인식이 바뀐다면 한중관계는 악화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입장이 한미 동맹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것으로 바뀌지 않는 이상 중국이 한중관계를 악화시켜 한국을 미국 측으로 밀어낼 이유가 없는 것이다.

둘째, 북핵과 미사일이 사드 배치 결정의 원인인데 사드문제로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한중 협력에 균열이 가는 것을 한중 모두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입장에서 사드 배치 결정은 국가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당연한 조치이자 주권적 권리이다. 이러한 권리를 행사함에 있어 중국의 입장을 고려하는 이유는 북핵과 한반도 통일에 중국의 도움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도 핵과 미사일 대북 제재에 있어서는 유엔 및 국제사회와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4차 핵실험 후 대북제재 유엔 안보리 결의에 동참하였고 최근의 북한 잠수함 발사 미사일(SLBM)에 대한 유엔제재에도 동참한 것이 그 예다. 또한 한국과도 북핵에 대해서는 공동의 입장을 취해왔다. 2015년 9월 한중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 회견에서 한반도에서의 어떠한 긴장행위 조성도 반대 한다는 공동의 입장표명을 한 바 있다. 북핵과 미사일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중국의 입장을 고려할 때 중국의 전략적 이익이 미중관계와 한중관계를 훼손하면서 북중 관계 강화로 더 커질 것으로 보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에서 중국은 한중관계 악화보다는 사드 배치를 최대한 지연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차원의 한중관계를 위한 한국과 중국의 선택

작금의 상황은 한중관계의 시련이자 위기일 수 있다. 한중이 진정한 신뢰 구축을 통해 질적으로 심화된 새로운 차원의 협력관계로 나아갈 것인지 아니면 갈등속의 제한적 협력관계로 나아갈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국 정부가 어떠한 자세로 나아가느냐에 따라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한중관계는 수교 시부터 국제정치적 대전환기에 대응하는 한중 양국의 정책변화와 더불어 이루어졌다. 80년대 말 동유럽 붕괴로 냉전 구조의 국제체제가 변동되는 대전환기에 적응하기 위한 한국의 북방정책과 중국의 개혁개방 확대 정책이 맞물리며 수교가 이루어 진 것이다.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의 변화도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 중국의 부상에 따른 중일의 갈등 고조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 등의 전환기속에서 한국과 중국의 전략적인 선택에 의해 이루어진 관계 발전이었다.

이제 다시 한 번 동북아에서 중국과 한국의 전략적 선택이 이루어져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 정부는 2013년에 ‘일대일로’ 전략을 천명하고 신형대국관계와 주변외교를 강조하며 전략적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2017년에 개최되는 제 19차 당 대회에서 2기를 맞는 시진핑 총서기 체제하에서 중국에게는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와 경제협력체제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도 내년에 새 정부가 시작되고 후년에는 한국의 새 정부가 시작된다.

공동 운명체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중국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도 아시아 지역의 질서를 한국과 미국의 새 정부와도 평화적으로 협력하며 재건축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경제적으로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TPP)이 이미 타결되어 구축된 상황에서 중국이 주도하는 지역경제협력기구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를 구축해 나가는데 한국과의 전략적 협력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TPP 가입 신청에 앞서 한중 FTA를 체결하였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비롯해 RCEP등에서 중국과 협력해왔다.

또 중국은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고려할 때 북핵은 미루어둔 채 사드에만 매달릴 수도 없다. 북한 핵의 실전 배치가 가까워질수록 중국은 전략적인 선택을 해야 될 것이다. 북한 핵 보유를 묵인하면서 한미일과 전략적 대결 구도를 만들어 갈 것인지 아니면 북한을 국제사회와 함께 더욱 압박하여 비핵화로 유도하는 견인차 역할을 함으로써 조화로운 동북아 질서 구축으로 나아갈 것인지 결단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 동맹 강화와 더불어 자주적 국방 안보강화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나갈 의도를 갖고 있다. 사드 배치에 대한 이해는 한중 신뢰 강화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한중 협력 강화는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동북아의 미래를 위해 더욱 중요하다.

동북아 미래를 위한 한중의 공동 비전

한국과 중국은 양국만이 아니라 동북아 지역, 나아가 아시아의 미래에 대한 공동의 비전을 갖고 협력해 나가야 한다. 중국이 꿈꾸는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과 일대일로 전략의 성공은 북핵문제 해결과 한국이 꿈꾸는 한반도 통일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온전히 실현될 수 없다.

중국은 해양강국 건설을 목표로 해양진출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해양세력인 미일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러한 갈등을 완화하고 지속적으로 부상하기를 꿈꾸는 중국에게는 상징적인 의미에서나 지정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주변국들 중 한국과의 전략적 협력이 가장 중요하고 필요할 것이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전통적인 미일 해양세력과 전통적인 대륙세력인 중국과의 교차로에 위치해 있다. 한중수교가 냉전시기 대립으로 단절되어 있던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교차점의 통로에 물꼬를 텄다면 한반도의 통일은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공동의 번영을 이루어나가기 위한 대로를 건설하는 일이 될 것이다. 과거 북한을 중국과 미일과의 대결구도에서 완충지대로 생각하던 시대의 사고방식으로는 일대일로 전략의 성공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꿈도 이룰 수 없다. 미국도 중국의 협력이 없이 북한 비핵화를 이룰 수 없음을 알고 있고 한국도 한미 동맹 강화로만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통일을 이룰 수 없음을 알고 있다. 북핵문제 해소와 한반도의 통일을 이루고 동북아의 미래 번영을 위한 한국과 중국의 공동비전이 필요한 이유이다.

중국이 주관하는 G20 정상회의가 성장을 위한 신 활로 개척, 효과적인 글로벌 경제금융 거버넌스, 견고한 국제무역 투자, 포용적 연계적 개발 등을 핵심의제로 하여 9월 4일 항저우에서 개최되는데 중국은 이를 일대일로 전략 구상을 현실화하는 기회로 삼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G20 정상회의에서 한중정상이 만나는 기회를 활용하여 사드문제를 넘어 한중양국이 공동으로 발전해 나갈 비전의 기초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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