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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 정신’이 중국에 지니는 의의

장루친(張璐琴) 소속/직책 :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경제체제관리연구소 공공관리실(國家發改委經濟體制與管理研究所公共管理室) 부주임 2016-09-05

기업가는 그 자체로 한 나라의 귀중한 ‘자산’이다. 각종 자원을 효과적으로 결합하여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주체이자, 기술혁신 성과를 산업과 제도의 혁신으로 끌어오는 주체이기도 하다. 기업가 정신에는 기업가만의 고유한 품성과 가치관, 사고방식이 추상적으로 압축되어 있고 기업가가 지닌 역량을 본질적으로 뒷받침한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기업가 정신을 발판으로 발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기업가 정신이 무형의 생산요소인 까닭에 중국 사회에는 아직 전반적으로 기업가 정신의 가치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하다. 기업가 정신의 개념은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 보고서에서 ‘기업가 정신을 북돋우고 기업가의 재산권 및 혁신을 통해 얻은 수익을 적법하게 보호한다’고 언급함으로써 처음으로 학술적 연구 대상에서 정책 수립의 범주에 포함되었다. 중국 국무원에서 발표한 <2016년 경제체제 개혁 심화 중점 업무에 관한 의견>에서는 ‘기업가 정신을 북돋우고 보호를 강화할 수 있는 지도의견을 검토·제정하고 관련 제도와 정책 시스템을 정비해 기업가 정신이 혁신 드라이브와 산업체질 개선 등에 최대한 기여할 수 있도록 한다’고 명시하며 기업가 정신의 장려와 보호를 중요한 정책 목표로 삼았다.

 

1. 후퇴 기미를 보이는 중국의 기업가 정신

 

개혁개방 실행 과정에서 뛰어난 중국 기업가들이 대거 등장했다. 그들은 혁신과 도전, 명민한 시장 기회 포착, 과감한 리스크 감수, 자원 활용능력을 통해 놀라운 ‘기업 신화’를 일궈 냈고 기업가 정신이 지닌 막대한 역량을 증명해 보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의 기업가 정신은 경제와 기업 규모 확대에 비례해 한층 더 북돋아지기는커녕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민간자본 투자율 하락에서도 드러난다. 2015년 12월 중국의 전체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10.1%, 민간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10%를 기록했는데 2016년 1월에서 5월까지 전체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9.6%로 소폭 하락한 반면, 민간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3.9%까지 하락했다.

 

중국 기업가 정신의 ‘후퇴’는 다음과 같은 곳에서 나타난다. 첫째, 경제 전환의 압박에 직면한 전통적인 산업에 몸담고 있는 기업가들은 역량 부족으로 인해 기업의 체질개선 방향을 잡지 못하고 무력감을 보이거나  혁신 의지마저 움츠려 들어 ‘제2의 창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둘째, 대내외적 여건이 변화하고 부가 축적되면서 더 이상 모험이나 혁신을 감행하려 하지 않고 자신들의 자녀들에게 모험을 권유하거나 고생을 겪게 하고 싶어하지 않는 기업가들이 많아지면서 ‘사업가 정신’도 한풀 꺾이고 있다. 셋째, 경기하강 압박이 본격화되면서 업계 전반에 경영난이 심각해지고 기업가에 대한 사회적 인정이 약화되면서 기업가의 좌절감도 커졌다. 일부 기업가들은 “잘해보려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아예 그만두고 싶다”고 털어놓는다. 기업가로서 어떠한 사회적 이해나 관심도 받지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기업가 정신의 약화를 불러온 주요 원인은 불안정한 경기 전망치, 역량 미달, 자신감 부족, 팽배한 좌절감 등이다. 먼저 불안정한 경기 전망치를 살펴보면 기업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대체로 중국 시장의 미래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데 동의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경기 성장세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중국 주류 경제학계에서는 ‘L자형 불황’으로 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언제쯤이 저점인 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 사이에서는 현금을 보유하고 관망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두 번째로 정부의 불분명한 정책 신호를 들 수 있다. 일부 기업가들은 현 정책 가운데 기업을 옥죄는 것이 많고 정책의 신뢰도와 연속성이 떨어져 기업의 자주혁신을 제한하고 있다고 여긴다.

 

세 번째는 지식재산권 보호에 대한 우려다. 법 집행 과정에서 기업가의 개인 재산과 법인기업의 재산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금융담보를 설정할 때도 기업가 개인 및 가족의 재산과 법인기업 재산이 분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가족이 공동담보를 하는 경우도 있다. 지식재산권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결과 생겨난 부당경쟁도 기업의 혁신 동력을 갉아먹는다. 네 번째는 사회적 인정에 대한 고민이다. 오랫동안 기업가들이 하는 가치 창조 노동은 사회적으로 인정 받지 못했다. 이는 일부 기업이 정부 정책에 의존해 지대를 추구하며 성장을 구가해 온 것과도 관련이 있지만 더 큰 원인은 사회 전반적으로 보이지 않는 무형의 능력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측면이 크다. 최근 들어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사회 공평성에 대한 대중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각종 언론들은 ‘재벌 2세’에 대한 보도를 경제면이 아닌 연예나 사회면에서 ‘가십성 기사’로 다루고 있어 사회적으로 기업가 정신을 인정받는 일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2. 장기적인 정책 방향으로서의 기업가 정신의 장려와 보호

 

이처럼 기업가 정신이 전체적으로 후퇴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중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많은 기업가들은 혁신과 각고의 사업 의지를 통해 각자의 지역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며 중국경제 성장을 떠받치는 허리 역할을 담당했다. 가령 푸젠(福建)성은 ‘시대의 변화를 관찰하며 변화하되 흐름에 순응하고, 모험을 하되 경쟁을 즐기고 승리를 추구하며, 서로가 한데 뭉쳐 의리를 지키고, 자신의 출신을 잊지 말고 고향에 보답하자’는 뜻을 ‘민상정신(閩商精神·푸젠성 상업가 정신)’이라는 말에 담았다. 이들은 발빠르게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하면서 민간자본 투자팀을 꾸려 새로운 투자 영역을 함께 넓혀 가고 국유기업 개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또 중국의 일부 지역 기업에서는 ‘2세대’ 승계 열풍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젊은 기업가 세대는 해외에서 교육을 받고 소위 ‘인터넷 패러다임’을 갖춘 세대이며 대체적으로 윗대 기업가들의 경영철학과 혁신·창업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물려받을 기업의 내부적인 변신과 국가 경제의 질적 전환이라는 역사적 사명과도 마주하고 있다. 또 다른 예로 ‘대중창업, 만인혁신(大眾創業, 萬眾創新)’이라는 중국의 창업 장려 정책 속에 ‘서민 출신 창업자’ 집단 역시 기업가 정신을 가장 활발하게 내뿜고 있다. 이들은 현 업계 성장을 가로막는 아킬레스건을 포착하고 기존의 고착화된 이익구도를 탈피해 새로운 업태를 발전시키고 있다. 중국의 일부 기업들은 이를 기반으로 기업 내부조직 관리 혁신을 펼치고 있다. 기업은 직원들을 창업의 주체로 만들고 기업을 창업 인큐베이팅 공간으로 만들어 제품은 물론 기업가들까지 현장으로 내보내고 있다. 이런 기업가 정신은 모두 더없이 귀중한 자산이며 이들에게 더 많은 정책적 편의를 제공하고 더 나은 인프라를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수록 우리에게는 기업가 정신이 더욱 절실하다. 눈 앞의 경제 성장을 위해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고 보호해야 된다는 것이 아니라, ‘뉴 노멀(new normal)’ 시대의 중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동력이자, 공급 측 구조개혁의 핵심으로써, 우리에게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공급측 구조개혁의 본질은 모든 자원요소의 생산성을 높이고 기업가가 기술적 혁신을 산업에 응용하며 조직의 자원을 통합해 최적으로 배치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공급측 구조개혁이 짊어진 수급 불일치 문제 역시 기업의 시장수요 포착과 유효공급 확대를 통해 해결하여야 하며, 기존 소비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소비를 창출시켜 나가야 한다.

 

3.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통한 기업가 정신의 장려와 보호

 

기업가의 경영 행위는 제도적 환경에서 파생되며, 기존에 형성된 경제 환경을 바탕으로 내린 이성적인 선택이다. 따라서 제도적 환경은 기업가가 종사하는 업계의 수익을 바꾸어 기업가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적 환경의 조성은 정부의 손에 달렸고, 정부가 제 역할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제도적 환경과 가치를 존중하는 비제도적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제도적 환경은 공정성과 룰을 중시한다. 정부는 재산권을 보호하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드는 한편 다양한 기업가들의 평등한 발전권, 자주적 경영권, 자기 재산권, 자발적 철수권, 정책에 대한 알 권리, 의견 제시권 등을 보장해야 한다. 비제도적 환경은 변화하는 데 상당한 기간이 걸리지만 그 파급력은 막대하다. 비제도적 환경은 존중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인정이 강조되며, 여론 홍보와 교육을 통한 인식 전환 등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또한 기업가들의 가치 창조와 이로 인한 수익이 서로 대등해지도록 해야 하고 교육과 의료 및 환경생태 개선을 통해 중국의 기업가 등 각종 인재들이 본국으로 돌아와 창업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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