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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중국 자본시장

김도현 소속/직책 : 삼성증권 차이나센터 부장 겸 연구위원 2016-10-07

드디어 많은 시장참여자들이 기다려 마지않던 선강퉁 제도의 출발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QFII(적격외국인기관투자자)제도와 RQFII(위안화적격기관투자자)제도, 그리고 후강퉁 제도의 시행에 이어 중국 주식시장이 외국인투자자들에게 개방되는 네 번째 이벤트다.

선강퉁 제도의 시행은 투자자들의 관점에서 보면 외국의 투자자들도 중국 대표 성장기업들의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기회를 누릴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중국 자본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단기적으로는 일정수준 수급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자본시장의 개방과정에서 큰 이정표를 세웠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다소 시간이 늦은 측면이 있겠으나, 선강퉁 제도의 시행은 투자자와 자본시장 모두에게 큰 기회를 제공하는 이벤트다.

2014년 11월에 시행된 ‘후강퉁’은 결과적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다소 실망감을 안겨준 측면이 보였던 아쉬운 제도였다. 무엇보다 중국기업에 투자하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이 가장 크게 기대했던 ‘성장’이라는 요소가 부족했다. 예를 들어 2014년~2015년 중 후강퉁 제도에 포함된 본토 A주들의 실적을 보면 매출은 1.6%, 영업이익은 1.3% 하락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급등하면서 비은행금융업종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상당히 실망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2014년~2015년 중 KOSPI200지수에 포함된 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만 봐도 각각 1.5%와 13% 성장하고 있어 상해A주와 뚜렷하게 비교된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앞으로도 상해에 상장된 본토 A주들이 투자자들이 원하는 수준의 ‘성장’을 보여줄 수 있을 지가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나 심천에 상장된 본토 A종목들을 살펴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가능해진다. 심천에 상장된 종목들 중 상해시장과 큰 차별화가 되지 않는 Main Board를 제외하고 계산해 보면 2014년~2015년 사이 매출과 순익이 13%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창업판 종목들의 경우 2014년~2015년 사이 매출은 29%, 순익은 25% 성장하는 등 매우 양호한 실적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심천시장의 개방은 외국인투자자들이 중국의 알짜 성장주들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자본시장 개방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상해에 상장된 종목들과 심천에 상장된 종목들간에 성장의 차이가 이렇게 명확한 이유는 역시 양 시장의 업종 구성비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상해시장의 경우는 금융과 산업재, 그리고 에너지 및 소재업종의 비중이 무려 71%에 달한다. 즉, 상대적으로 성장성에 매우 제한된 업종들이 절대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반면, 심천시장의 업종별 구성 비중을 살펴보면 IT산업이 21%, 경기민감 소비재가 16%, 헬스케어가 8.8%로써, 이 업종들의 비중을 합치면 46%에 이른다. 만일 창업판을 기준으로 업종별 구성 비중을 계산해 보면 IT와 헬스케어, 그리고 자유소비재의 비중은 70%에 이른다. 이렇듯 상장기업들의 대다수가 빠르게 성장하는 업종에 종사하다 보니 당연히 실적의 성장도 차별화 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심천시장의 성장성은 인정하지만, 그만큼 주가가 고평가 되어 투자매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수치인 PER 기준으로 보면 상해시장은 13배, 심천시장은 27배 수준이다. 미국시장을 보면 대형주로 구성된 S&P500지수의 PER은 18배, 나스닥시장의 PER은 22배 수준이다. 결국 성장하는 종목이 성장이 없는 종목 대비 어느 정도 프리미엄을 받는 것은 당연하며 눈에 보이는 실적의 성장만을 놓고 비교하더라도 심천시장의 주가가 상해시장 대비 무리하게 비싸 보이지는 않는다.

선강퉁 제도의 시장은 투자자뿐만 아니라 중국 자본시장의 관점에서 봐도 중요한 이정표이다. 그간 중국의 자본시장은 과도한 개인투자자들의 매매비중과 높은 회전율로 인해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아왔다. 또한 상장기업의 재무제표 및 공시의 투명성, 그리고 관리감독 체계의 미비 등은 중국자본시장이 세계로 진출하는 발목을 잡는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했다. 사실, 중국에 비해 경제규모가 매우 작은 남미의 국가들도 오래 전에 편입된 MSCI EM지수에 중국본토 A주들이 아직도 편입되지 못했다는 점은 중국자본시장의 한계를 반영하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심천시장의 개방은 위에서 기술한 중국 자본시장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장기적인 외국인 수급의 유입이다. 물론, 시장을 개방하자마자 엄청난 수준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후강퉁 제도의 사례를 볼 때 초기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규모는 미미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외국인투자자들도 결국은 연 10% 수준으로 성장하는 세계 1위의 소비시장을 고려해서라도 중국의 성장기업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에 상장된 중국본토 ADR이나 Tencent Holdings 등 홍콩에 상장된 중국본토 기업들의 사례를 고려해 보더라도 중국의 성장기업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자본시장에서 외국인지분의 확대는 단순한 수급개선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한국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자본시장의 발전에 있어 외국인주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기존 경영진을 지원하는 우호지분이 될 수도 있고 불투명한 지배구조에 대한 변화를 강요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외국인투자자들의 시장참여가 활발해 질수록 중국의 자본시장이 세계수준으로 도약하는 속도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국제수준 대비 지나치게 높은 중국기업들의 부채구조나 변칙적인 구조를 가진 금융상품 및 대출상품의 만연 등은 중국경제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 반드시 극복해야 할 장애물들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결국 지금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 근본원인 중 하나는 예금과 대출에 의존해온 중국 자본시장의 낙후된 구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즉, 장기적으로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투자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들도 자신의 투자성향에 맞춰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면 중국의 고민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은 자연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한국이나 대만의 사례를 봐도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대외개방을 통한 외국인 장기투자자들의 성공적인 유치는 거의 필수적인 과정이다. 성장의 프리미엄을 가진 시장이 개방됐으니 외국인투자자들의 시각도 후강퉁 제도를 시행할 때와는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선강퉁 제도의 시행은 단순한 시장개방의 의미뿐만 아니라 직접 금융시장 확대를 통한 중소기업을 육성하려 하는 중국정부의 전략을 구체화하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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