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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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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일대일로 3년의 평가와 전망

정유신 소속/직책 :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2016-10-26

'일대일로'란 2013년 중국의 시진핑주석이 제창한 아시아, 아프리카 및 유럽에 걸친 광대한 경제권 구상이다. 중국에서 시작해서 중앙아시아, 러시아 등을 관통해서 유럽으로 이어지는 실크로드경제벨트(일대)와 중국 연안에서 동남아시아, 인도양을 경유해서 유럽으로 향하는 21세기 해상실크로드(일로)로 구성된다.

또 이 구상과 관련된 것으로 6대 경제회랑도 제창됐다. 구체적으로는 중국, 몽고, 러시아경제회랑, 신 유라시아 랜드브리지, 중국, 중앙아시아, 서아시아경제회랑, 중국, 인도지나반도 경제회랑, 중국, 파키스탄 경제회랑, 방글라데시, 중국, 인도, 미얀마 경제회랑이 그것이다.

일대일로의 커버 범위는 어느 정도나 되나. 중국 국무원에 따르면 일대일로가 65개국, 관련국의 인구수는 약 44억으로 세계 전체의 약 63%를 차지한다고 한다. 단, 이들 국가는 대부분 개도국인 관계로 총 경제규모가 약 23조 달러. 아직 세계 전체의 29%에 불과하다.

중국이 일대일로에 주력하는 주된 경제적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첫째, 과잉생산업종의 수출처 확보, 둘째, 국제경쟁력이 약한 산업을 공장 이전 등을 통해 재활성화 셋째, 위안화의 국제화 가속 넷째, 외화준비고의 운용 다양화 다섯째, 에너지 조달수단의 다양화 등을 꼽는다.

핵심요인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 첫째, 중국은 철강과 시멘트 등 업종에서 지나친 과잉생산능력을 안고 있어서 설비가동률이 60~70%로 낮은데, 이들 업종은 대부분 인프라건설 수요가 많다. 따라서 주변국의 인프라 투자가 활성화되면 중국은 현재 구조조정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 업종에 숨통을 터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둘째, 중국에선 노동비용의 급격한 상승 등의 영향 때문에 노동집약적인 제조업의 국제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 게다가 2012년 이후부터 생산연령인구까지 감소하고 있어서 자칫 생산성을 향상시키지 않으면 소위 ‘중진국 함정’에 빠질 거라는 경고를 받고 있다. 물론 생산성을 향상시키려면 궁극적으론 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엔 R&D 투자에다 시간도 꽤 많이 든다. 따라서 생산성을 재차 올리기 위해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 기업 또는 기업의 공장을 주변국으로 옮겨 싸고 풍부한 노동력을 통해 가격생산력을 회복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는데, 이것이 일대일로전략의 또 다른 핵심요인인 셈이다.

파키스탄,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중심으로 프로젝트 진행

이러한 구상 하에서 프로젝트들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 육상 실크로드의 핵심이라 할 6대 경제회랑의 주요 프로젝트를 보면 대체로 파키스탄,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지역이 중심이다. 특기할 만한 점은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이다. 중국과 파키스탄은 인도와 영토를 다투는 공통점이 있어서인지 특히 긴밀하다. 일대일로에 있어서도 중국, 파키스탄-경제회랑을 첫 번째 프로젝트로 출범시켰고 규모도 460억 달러의 대형 프로젝트다. 즉, 중국은 2015년 파키스탄 중서부의 구와달항구를 43년간 조차(租借)하는 협약을 맺고, 구와달항구에서 북동쪽으로 파키스탄을 가로질러 신장 위구르자치구의 카슈갈까지 약 3,000km에 이르는 고속철과 고속도로, 또 파이프라인을 건설한다는 내용이다.

러시아와는 주로 에너지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2014년 러시아와 30년간 연 380억m³(중국의 연간 천연가스소비량의 20%)의 천연가스 공급계약을 맺었는데, 이에 따라 러시아에서 ‘시베리아의 힘(동루트)’이라고 하는 파이프라인 건설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양국은 2015년엔 또 하나의 ‘시베리아의 힘(서루트)’이란 파이프라인 건설을 계약해서 중국 내륙부에 연간 300억m³의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 이외의 협력으론 모스크바에서 타타르스탄자치공화국의 수도 카잔까지 약 800km를 잇는 고속철도 프로젝트가 있다. 이 노선은 향후 베이징까지 연장될 거라는 전망이다.

중앙아시아국가들과도 에너지 분야 프로젝트가 많다. 이미 건설돼 있는 중앙아시아-중국파이프라인(A선, B선 : 투르크매니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중국서부)에다 2014년엔 A선, B선과 병행해 달리는 C선 파이프라인건설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중국이 이들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입하는 천연가스는 연간 550억m³에 달할 거라고 한다. 또 철도 프로젝트 건설도 추진 중이다. 예컨대 진행 중인 우즈베키스탄의 앙글렌과 팟프 사이의 철도공사는 장래 우즈베키스탄뿐 아니라 키르키스를 통해 중국과 연결할 예정이다.

동남아시아에선 고속철도 프로젝트 수주는 꽤 이뤄지고 있는데, 발주지연 등 진행이 순조롭지는 않은 상황이다. 예를 들면 인도네시아에서 중국은 일본과의 수주경쟁에서 수주를 따내도 서류 불비 등의 이유로 건설은 지연되고 있다. 중국 남부의 윈난성과 라오스-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를 잇는 고속철도 건설도 중국의 영향력이 강한 라오스에선 건설이 시작됐지만, 태국에선 자금조달이 충분치 않아서 일부 구간만 태국측이 건설하고 그 외 구간은 아직 미정이다. 말레이시아-싱가포르간의 고속철도 프로젝트는 2017년에 입찰 예정이지만, 일본과의 치열한 수주경쟁이 예상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BCIM 경제회랑은 비교적 활발한 편이다. 방글라데시에서는 대표적인 하천 ‘파드마’의 교량 건설이 진행되고 있고, 지난 8월엔 파드마 다리위에 철도 부설공사를 중국이 수주했다. 또 미얀마에서는 2015년부터 북서부의 챠오푸와 중국의 윈난성을 잇는 파이프라인 건설이 시작된 데다, 수력발전소 건설도 진행되고 있다.

유럽에서도 중국은 착실히 포석을 놓고 있다. 예컨대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철도 중 하나인 新유라시아-랜드브리지에선 국제화물열차 ‘中歐班列’의 수송능력이 훨씬 좋아졌고, 그 결과 운행회수도 2015년 기준 전년대비 2.7배, 올해 상반기에도 작년 동기대비 2.5배로 급증하고 있다.

육상만큼은 아니지만, 해상 실크로드에서도 중국 주도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스리랑카에선 2014년에 착공한 콜롬보항의 정비공사가 일시 중단된 후 금년 3월부터 재개된 데다, 한반토크항 건설이 조만간 완공될 예정이라고 한다. 또 몰다이브에서도 금년 3월 국제공항과 수도 말리를 연결하는 교량건설이 개시되고 있기도 하다.

자금조달 창구인 AIIB, 실크로드기금, 세계은행, ADB 등과 경쟁적 협력관계

그럼 이들 일대일로의 건설 프로젝트의 자금조달은 어떻게 하나. 아시아 지역의 프로젝트 자금조달창구로선 세계은행, ADB(아시아개발은행) 등이 있지만, 아시아 개발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자금력이 워낙 작은데다, 중국의 발언권이 워낙 작아서 중국으로선 불만이 적지 않았다. 예컨대 ADB에서의 중국 의결권은 일본의 12.8%, 미국 12.7%를 크게 밑도는 5.5%에 불과하고, 총재 자리엔 늘 일본인이 선임돼온 게 관행이었다. 중국이 이미 세계 2위의 경제규모인 걸 감안하면 그에 걸 맞는 발언권을 요구하는 것도 크게 무리는 아닌 셈이다.

이런 배경 하에서 중국 주도로 설립된 국제금융기관 중 대표적인 것이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다. 당초 AIIB에는 회원국이 그다지 많지 않을 거란 예상도 일부 있었다. 하지만, 영국을 비롯하여 인프라건설 참여를 통해 경기를 회복시키려는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들이 가입하면서 회원국수는 경쟁적으로 증가, 2015년 12월 정식발족 때엔 무려 57개국이 가입했다. AIIB의 진리쥔 총재는 회원국수가 머지않아 90개국을 넘을 거라고 말한다. 자본금은 발족 때 1,000억 달러, 출자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중국으로 29.7%, 2위는 인도 8.3%, 3위는 6.5%의 러시아. 이어서 독일 4.4%, 한국 3.8%의 순이다. AIIB는 주요 안건의 승인에 3/4의 찬성을 필요로 하고 있다. 따라서 1/4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는 중국이 사실상 거부권을 갖는 유일한 국가인 셈이다. AIIB의 프로젝트는 아시아에서의 인프라 개발, 구체적으로는 에너지와 전력, 수송통신설비, 도시 및 농촌개발, 물 공급, 공중위생, 환경보호 등이 주력사업이다.

또 중국 단독자금으로 운영하는 실크로드기금도 있다. 설립시점의 자본금은 100억 달러였다. 외환보유고에서의 출자금과 중국투자유한책임공사(CIC), 중국수추출입은행 등 중국정부기관에 의한 출자금으로 구성되어 있다. 1호 안건은 파키스탄의 수력발전소 건설로 앞서 언급한 대로 중국의 파키스탄 중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외에도 브라질,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와 함께 설립한 자본금 500억 달러의 新개발은행 소위 BRICS은행도 있다.

물론 이들 중국 주도의 금융기관들이 세계은행, ADB 등 미국, 일본, 유럽이 주도하는 국제기관과 반드시 경쟁하는 건 아니다. 현재 AIIB는 출범 후 시작된 4개의 프로젝트 가운데 3개를 세계은행, ADB와 협조하여 융자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BRICS은행은 금년 9월 9일 세계은행과 인프라 정비에 관한 협력 강화를 골자로 하는 이행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협력융자를 통해 채무불이행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데다가, 개발금융 경험이 적은 AIIB로선 경험과 실적이 많은 세계은행이나 ADB와 협력을 통해 기술연마와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 있다. 따라서 AIIB는 당분간 기존 금융기관과 때로는 경쟁, 때로는 협력관계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일대일로의 전망과 과제

일대일로의 성과에 대해선 중국내외 평가가 다소 다른 것 같다. 밖에서는 아직 뚜렷한 가시적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고 보는 반면, 중국내에서는 성과평가에 상당히 긍정적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지난 8월 왕이 외교부장의 발표를 통해 “일대일로 건설은 3년간 커다란 조기수확을 얻었고, 이제 일대일로는 제도정비에서 실행단계로 심화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시장에선 향후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등 이미 프로젝트가 전개되고 있는 지역에선 프로젝트의 완성에 노력하는 한편, 아직 프로젝트 진행이 더딘 서아시아, 유럽에선 프로젝트를 책정하는데, 속도를 붙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국가로는 이란을 꼽는다. 이미 2016년 2월 중국-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을 경유, 이란의 수도 테헤란으로 가는 화물열차가 매월 1회씩 운행되고 있는데, 조만간 이를 연장해서 유럽까지 연결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 파키스탄에서 아프가니스탄을 거쳐 이란으로 가는 파이프라인 건설도 예상된다.

일대일로의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첫째, 프로젝트의 관리, 운영체제의 정비다. 예를 들면 인도네시아에서 진행 중인 고속철도 건설 프로젝트는 중국기업의 서류 불비로 건설허가가 나지 않아서 프로젝트 개시 후 건설에 착공할 수 없는 상태가 한동안 지속되는 문제점이 노출됐다.

둘째, 수주 프로세스의 투명성 때문에 비판받는 일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예컨대 스리랑카에선 중국과 우호적이었던 前정권 때는 중국이 콜롬보항의 정비공사 등 많은 인프라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했었지만, 2015년 시리셀라 新정권이 탄생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일변했다. 前정권 때의 콜롬보항공사 등 많은 프로젝트계약들이 적절한 승인절차를 받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셋째, 환경배려도 과제 중의 하나다. 미얀마에선 2011년 중국기업이 주도한 수력발전시설(미손댐) 건설 중 주민들로부터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서 미얀마 정부가 프로젝트를 중지시킨 사례가 있었다. 중국은 중국내에서도 최근까지 경제성장을 우선으로 하고, 대기, 토양 및 수질오염 등 환경 배려는 그다지 중시하지 않았다. 주변 국가들이 중국 주도의 인프라건설 때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건 이상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넷째, 안전보장측면에서의 긴장고조도 중요 과제다.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의 경제적·문화적 측면을 주로 강조하고, 지정학적 야심은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국가에선 중국이 건설한 철도와 항만 등이 유사시에 군사목적으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중국과 영토문제를 안고 군사충돌을 반복하고 있는 인도의 반발이 강할 가능성이 높다. 인도에선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의 실태는 소위 ‘진주목걸이’ 전략 즉, 중국이 정비하는 항구를 연결하면 인도의 목을 조이는 목걸이 같다고 보고, 강한 경계감을 갖고 있다. 중국의 원자력 잠수함이 콜롬보항에 기항한 사례라든지 몰다이브에서 외국인에게 토지소유를 허용하는 헌법 개정이 실시된 것 등도 인도의 불신감을 증폭시킨 것으로 보인다. 또 인도 입장에서 보면 중국과 협력하는 파키스탄의 국력이 세지는 것도 불안요인이다.

일대일로는 인프라건설을 통해 주변국의 성장률을 높여주는 점, 교역확대를 통한 상호 시너지 등 경제적 이점이 크지만, 운영의 투명성, 환경보호, 지정학적 야심의 불식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많은 셈이다. 향후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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