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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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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로컬자동차의 기술혁신 과정에서의 두 가지 수수께끼

최의현 소속/직책 : 영남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 2016-10-26

중국 로컬자동차의 빠른 성장

중국의 자동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의 경제성장으로 1인당 GDP가 1만 달러에 근접하게 되자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중국 자동차 산업은 원래 중외 합작기업이 중심이었다. 폭스바겐, 도요타 등은 이치자동차, 상하이자동차 등과의 합작으로 오래 전부터 자동차를 생산하였고, 현재에도 중국 자동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도 베이징자동차와 합작하여 연간 100만대(2015년 기준 106만대) 이상의 자동차를 중국시장에서 판매하여 중국내 ‘탑 파이브’ 회사가 되었다.

그런데 최근 2~3년간 자동차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중국 로컬자동차(독자브랜드)의 부상이다. 2000년대 중반 치루이가 소위 짝퉁 자동차 QQ를 앞세워 5위권에 진입한 적은 있었지만, 로컬자동차는 글로벌 자동차와의 현격한 품질 차이로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 리스트에서 멀어졌다. 자동차 산업이 대표적인 자본집약적 산업임을 고려하면 고정비용이 크고, 연구개발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 이 산업은 정부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중국 로컬자동차에게는 상당히 불리한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청자동차와 창안자동차는 2015년 기준으로 시장점유율 8위와 9위를 기록하였고, 전통적인 로컬 브랜드인 치루이, 지리 그리고 비야디의 시장점유율도 상승 추세에 있다.

중국 로컬자동차의 주력 모델은 소형 SUV이다. 중국 소비자가 세단형보다 SUV를 선호한다는 점도 있지만, 소득수준이 저가의 자동차를 구매할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것이 판매 증가의 중요한 원인이다. 생산 측면에서 볼 때 중국 자동차의 품질 향상도 매우 중요한 변수이다. 신차를 대상으로 하는 품질조사(J. D. Power)에 따르면 비야디는 베이징 현대에 비해 2003년에는 약 4배 정도 불만족 비율이 높았는데 2013년에는 두 배 수준으로 그 격차가 줄었다.

판매량과 기술혁신의 불일치 문제

자동차 품질의 향상은 로컬 자동차의 기술력이 향상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중국 로컬자동차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기존의 자동차 업계에서는 볼 수 없었던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는 로컬 자동차끼리 비교할 때 판매량이 높은 기업이 상대적으로 기술혁신(특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로컬 자동차의 판매량은 2014년 이후 창청과 창안이 연 70만대 이상의 판매량으로 양강 구도를 이루고, 그 뒤를 지리, 치루이, 비야디가 연 50만대 수준으로 추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중국내 특허 등록 건수(2015년말 기준)는 비야디가 2,366건으로 1위, 치루이가 1,509건으로 2위이고, 지리(707건), 창안(393건), 창청(336건))의 순으로 판매량과 완전히 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창안과 창청은 최근 연도에서의 특허 공개도 적었고, 물론 엔진, 변속기 등 핵심 기술과 관련된 특허도 거의 없었다. 중국 로컬 기업 가운데에서도 기술혁신이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두 기업이 자동차 판매는 가장 많이 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혁신이 적은 기업이 현재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현상이 나타는데, 이는 이들의 시장 지배가 상당히 불안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로컬자동차의 인기는 앞으로 계속되겠지만, 시장을 견인하는 기업은 앞으로 자주 바뀌게 될 것이고, 소비자가 로컬 자동차를 선택할 때에는 품질보다 디자인이나 유행이 더 민감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 부품 아웃소싱의 성공 가능성

로컬 자동차의 기술혁신에 대한 두 번째 수수께끼는 모방을 바탕으로 한 저가혁신만으로 글로벌 메이커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로컬 자동차는 거의 대부분 스스로 엔진을 개발할 능력을 갖지 못하며, 글로벌 업체의 낙후 모델을 역엔지니어링 방식으로 생산하여 자차에 장착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존 기술을 변형할 필요가 생기고, 약간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게 된다. 모방과 그 과정에서 기술혁신(저가 혁신)이 이뤄지고, 관련된 특허를 취득한다. 예들 들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창청의 SUV인 H6에 들어간 1.5리터 터보엔진은 도요타의 1999년식 엔진에 델파이로부터 도입한 터보부품을 결합하여 생산한 것이다. 그래서 중국 로컬자동차의 기술혁신은 엔진이나 변속기와 같은 핵심기술보다는 주변부 기술에서 나타나게 된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경우,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삼성과 애플이 양분하였지만, 이제는 화웨이, 오포 등 중국계 업체가 장악하였고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휴대폰이나 가전 산업에서는 원천기술이 부족하더라도 핵심부품을 아웃소싱하여 충분히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아웃소싱에 의한 품질 향상이 자동차 산업에서도 가능한 지 여부이다. 자동차라는 제품은 수만 개의 부품을 조립해야 하고, 부속품간의 결합성 그리고 안전 문제도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중국 기업들이 다른 산업에서는 저가혁신으로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자동차 산업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새로운 변수가 나타났다. 전기자동차와 같은 차세대 자동차의 등장이다.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12만대(2015년 기준)로 세계 1위이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 중국 업체들의 기술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고, 무엇보다도 기존 내연기관에서 축적된 기술들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연기관에서는 엔진의 내구성, 소음, 전면 충격으로부터 승객을 보호하는 기술 등이 중요하였지만 전기모터에 의존하는 전기차에서는 그렇지 않다. 중국 로컬자동차의 입장에서 볼 때 지금까지는 내연 기관의 핵심기술을 모방하였지만, 이제는 그 핵심기술이 주변부 기술이 되고, 차세대 자동차의 핵심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한때 중국시장에서 한국계 가전제품의 점유율이 수위를 다툰 적이 있었고, 삼성의 스마트폰이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기록한 적도 있었다. 이제 이들 제품군은 모두 중국 로컬기업들의 몫이 되었다. 이에 비해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하는 자동차 산업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모방을 통해 저가혁신에 성공한 중국 로컬브랜드들은 자국 소비자의 눈높이에 적절히 타협하고 있으며, 자동차 시장의 중심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요동칠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참고문헌]
- 최의현, 박수열, 우싸이싸이(2016). 「중국 로컬 자동차의 기술 경쟁력 비교 분석 - 특허 자료를 중심으로」. 『동북아경제연구』:28-3
- 최의현, 황지에, 박수열(2016) 「중국 로컬자동차의 기술혁신에 관한 연구- 치루이, 지리, 창청의 엔진개발을 중심으로」. 『현대중국연구』:17-2
- Choi, Byung Hun, 2015, “Limitation of Alternative Fuel Vehicle (AFV) Development Plan in China: Mismatch between Government Initiative Model and Market.” China and Sinology,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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