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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민영기업의 해외투자 특징과 시사점

강승호 소속/직책 : 강릉원주대학교 국제통상학과 부교수 2016-11-08

중국기업의 해외진출은 정부의 ‘쩌우추취(走出去)’ 정책을 반영하여,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자원획득형 투자가 대부분이었다. 최근에는 투자 목적이 다양화되어, 국유기업뿐만 아니라 민영기업도 주체적으로 나서는 등 저변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본고는 중국의 해외투자를 기업의 국제화, 기업의 글로벌 경영-해외와의 관계에서 기업의 수입, 수출 등의 해외의존, 투자유입과 해외투자 확장 측면에 초점을 두어 해석해 보고 우리기업에의 시사점을 도출해보고자 한다.

◇ 중국기업의 해외 투자 특징

1) 해외투자 목적과 주체의 다양화

해외직접투자 잔액 규모는 2000년에 대내 외국인직접투자 잔액의 10%정도에 불과하였지만 2012년에는 60%까지 증가하였다. 중국기업의 해외진출은 현재까지 대기업이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점차 중소기업도 수출 확대와 함께 이를 지원하는 유통업체의 해외 설립 또는 전세계에 퍼져 있는 화교네트워크의 힘을 빌려 해외에 생산거점을 설립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에는 중국인 이민에 의한 기업이나 중소기업의 진출을 통해 중국계 중소 제조업 집적지가 여러 개 존재한다. 예로부터 섬유도시로 번성했던 프라토에는 저장성(浙江) 온주시(温州) 출신을 중심으로 한 섬유 공장의 집적이 이루어져 업체의 40%가 중국계라고 한다. 정부의 ‘쩌우추취’ 정책은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대외투자에 대한 신용보증 제공, 해외 전시회 비용이나 해외 인재에 대한 교육·훈련비용 보조 등에 대한 지원책을 포함한다. 이것은 산업구조 고도화, 즉 산업구조를 노동 집약형에서 자본집약형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국 경제의 과제가 되고 있어, 노동집약형 산업에 종사하는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해주기 위해서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투자주체가 기존의 국유기업 중심에서 민영기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국유기업의 해외직접투자 잔액의 점유율은 2006년에 80.1%에서 2012년 59.8%까지 하락했다. 이처럼 중국기업의 대외 진출 목적을 보면 전체 산업에서는 건수에서 ‘자원획득’, ‘시장획득’, ‘전략적 자산 획득’이 대개 4대 3대 3 정도인데, 제조업으로 한정하여 보면 '자원획득'과 '전략적 자산 획득‘의 비율이 3.5대 3.5로 대등한 정도에 이른다. 효율성 확보 목표는 전산업, 제조업 모두 적은 비중을 점하는데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에서 인건비를 비롯한 제반 비용의 상승이 두드러지면서 향후 효율성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중소기업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추론해 볼 수 있다.

2) 전략적 자산의 취득 목적 M&A 확대

전략적 자산의 취득이나 시장 획득을 목표로 하는 중국기업의 대외 직접투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부동산 분야의 직접투자는 오피스 빌딩이나 호텔의 건설을 통해 유치국 국가 고객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며, 진출 목적별로 보면 ‘시장획득’에 해당한다. 2013년에는 광저우에 소재하는 푸리그룹(富力地産; R&F PROPERTIES)에 의한 말레이시아 상업·주거용 부동산 시설을 건설하기 위한 투자, 다롄완다(大連万達)그룹에 의해 영국에 특급호텔을 건설하기 위한 투자, 국유 상하이녹지(上海緑地)그룹에 의한 미국의 복합시설 건설프로젝트와 관련된 소유권을 캘리포니아 교직원 연금기금에서 구입 등이 진행됐다.

한편 운수, 농업·식품기술 분야의 투자는 선진국의 기술과 브랜드 등 '전략적 자산의 획득'을 목표로 하는 것이 많다. 2013년에 이루어진 투자 가운데 최고액인 민영 육류가공 업체 만저우(萬洲)국제그룹에 의한 스미스 필드 푸드 인수이다. 이는 당시 중국기업에 의한 미국 기업의 인수 건으로도 역대 최고액이다. 스미스 필드의 가공 돼지고기의 중국 내 판매뿐만 아니라, 스미스 필드가 지닌 육류가공 및 위생 관리기술의 취득도 겨냥한 것이다.

기술 분야에서 화웨이는 영국에 2억 달러 규모의 R&D센터를 설립하였다. 세계적으로 뛰어난 영국의 기술 인력을 활용하여 광전자 공학 제품 디자인, 소프트웨어 개발에 종사하고 있다. 민영의 인터넷 서비스 기업인 騰訊(텐센트)에 의한 미국 게임 소프트 개발 회사 Activision Blizzard의 소수 지분 인수는 온라인 게임의 콘텐츠를 중국 본토에서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선진국 기업들은 이미 보유하고 있는 기술과 브랜드 등의 전략적 자산을 무기로 ‘시장획득'과 '효율성 획득'을 목표로 대외 직접투자를 실행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위 사례에서 보듯이 중국기업은 오히려 '전략적 자산 획득'을 위해 해외 직접투자를 하고 있다. 이 때 중국기업의 무기는 윤택한 자금, 국내의 거대한 생산·판매 기반, 정부의 지원 등이다.

3) 핸즈오프형 M&A​1)

선진국에서의 대외 직접투자 중에서도 난이도가 높은 M&A에서, 현재 중국기업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 핸즈오프형 M&A이다.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는 이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다. 많은 경우 피인수 기업을 중국본사와는 독립적인 조직구조로 운영하고 회사이름도 바꾸지 않는다. 경영진과 직원을 가능한 유지하고 공장 등을 폐쇄하지 않는다. 경영방침과 경영의 방향성은 중국기업 본사에서 결정한다고 해도 일상 업무에 대해서는 자주성·독립성을 존중한다. 피인수기업에서 기술제공을 받고 공동으로 연구개발센터와 생산기지를 설립하여 인재교류를 실시하고 있다. 구체적인 예를 몇 가지 들면 먼저 완저우궈지(萬洲国際)는 스미스 필드 푸즈 인수에 있어, 스미스 필드의 기업문화를 존중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전처럼 경영할 것을 공포하였고, 2010년에 민영 자동차 생산업체인 저장성 지리가 포드 산하 볼보자동차를 인수할 때 스웨덴과 벨기에 공장 유지, 볼보 브랜드와 지금까지의 경영기법 존중 등을 합의하였다.

중국기업들이 이러한 핸즈오프 접근 방식을 취하는 가장 큰 요인은 M&A 이후 조직 융합과 해외에서의 사업 경영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며, 그들을 담당 할 수 있는 인재가 부족한 것, 게다가 그 사실을 중국기업 측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중국기업 측에 자사가 보유하지 않은 전략적 자산을 M&A를 통해 선진국 기업과 공유하고 싶다는 분명한 의도가 있기 때문에 선진국 기업 측도 M&A 협상시 협상력이 비교적 강해져서 경영진과 직원의 유지 등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런 점이 선진국 기업이 중국기업의 M&A 허용을 확산시키고, 나아가 중국기업에 의한 선진국에서의 M&A가 증가하는 요인의 하나가 되고 있다.

4) 글로벌 민영기업의 대두

독자적으로 첨단 기술을 갖게 된 중국기업도 출현하고 있다. 그러한 기업은 전략적 자산 취득을 위해 일찌감치 해외 진출에 나서거나 적극적으로 제휴나 기술공여를 통해 선진국 기업의 기술을 흡수·발전시켰다. 그리고 자사 내에서의 연구개발 노력과 함께, ‘웬만한 품질·성능'의 영역을 벗어나 비가격경쟁력이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 할 수 있게 된 기업으로 화웨이를 들 수 있다. 자기 부담으로 개발한 기술을 지렛대로 먼저 국내시장 다음에는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급성장한 이 회사는 2000년대 들어 선진국의 유력기업과 잇따라 제휴하여 공동실험 실습실 및 개발센터를 설립했다. 파트너도 시스코시스템즈, 썬 마이크로시스템즈, 모토로라, 보다 폰, 지멘스 등 다방면에 걸쳐 있다. 그 중 시스코와 모토로라에서 지적 재산권을 침해했다며 고소되기도 했지만, 제휴를 통해 자사의 기술력과 인지도가 향상되었다. 세계 주요 서비스 제공자에게 설문한 결과 광네트워크 장비업체로서의 인지도 순위에서 화웨이에는 2011년 4위에서 2013년에는 3위로 올라섰다.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화웨이에게 가격만 아니라 서비스지원 솔루션 능력, R&D투자 등의 비가격면에서도 높게 평가했다.

텐센트도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다. 텐센트는 중국 국내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회사가 제공하는 커뮤니케이션 어플리케이션인 微信(WeChat)은 기능의 다양성과 독특함 측면에서 뛰어나 해외 전문가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동남아시아와 중동을 비롯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해외 이용자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레노버도 IBM에서 기술을 취득한 후 그것을 발전시켜 자신의 강점을 확보하였다. 이들 3사는 현재 대외 직접투자를 통해 전략적 자산을 계속 획득하고 있다. 텐센트는 미국 Activision Blizzard(2013년), 미국 Riot Games(2011년), 미국 Epic Games(2012년) 한국의 Kakao(2012년) 등의 게임 소프트 개발회사나 인터넷 서비스업체에 출자하고 있다. 화웨이 의한 영국의 R&D 센터 설립(2013년), 레노버의 IBM 저가 서버사업 및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이상 2014년) 등 이들 3사는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는 민영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중국의 글로벌 기업에는 아직은 국유기업이 중심을 차지한다. 국유기업은 정부의 보호 아래 중국 국내 시장에서 독점 내지 과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 따라서 급속히 확대되는 중국 내수 속에서 기업 규모가 세계적으로 거대화하는 측면이 강하다. 또한 해외도급공사나 자원의 획득을 위한 대외 직접투자 등에서 중국 정부의 경제적 지원도 얻으면서 글로벌 기업이 된 경우도 종종 있다. 그렇지만 이들 민영기업은 기본적으로는 자신의 경영 판단에 따라 위험을 감수하면서 해외 진출을 적극화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 기업에의 시사점

그동안 해외시장에서 한국 기업과 중국기업의 경쟁은 대체로 보면 고부가 품목은 한국, 저가는 중국기업으로 차별화되어 왔다. 그러나 중국 제품의 비가격경쟁력이 크게 향상하여 차별 구도에 변화가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주로 중국기업이 한국기업과 경합하게 되는 신흥국시장에서는 소득면에서의 제약이 크기 때문에 요구하는 품질·성능과 가격이 적당한지가 선진국보다 중시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요자가 요구하는 이상의 훌륭한 품질·성능을 갖추고 그만큼 가격이 높은 한국산 보다 수요자가 요구하는 정도의 품질·성능 수준에 달하고 가격도 이에 상응하는 저렴한 중국산이 선택될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이라 하더라도 경제회복이 저조한 EU, 일본 등과 같은 시장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일어나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높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중국기업의 선진국 진출은 우리에게 시장기회와 기술격차를 모두 축소시켜 큰 위협이 될 우려가 있다.

중국기업이 한국에 투자할 이유는 시장획득과 부족한 자산획득 뿐이다. 일부 지역에서 시장기회를 추구하기 위한 부동산개발이 가능하겠지만 전국적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과거 쌍용차나 하이디스반도체의 경우처럼 중국기업의 부족한 자산획득 투자는 앞으로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에는 우리의 협상력을 높여 중국기업의 선진국 투자 사례처럼 핸즈오프형이 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나아가 선진국 시장에 함께 진출할 수 있는 협력적 투자도 모색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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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국기업에 의한 핸즈오프형 M&A의 합리성은 기업이 보유한 지식의 성격에 초점을 맞춰 설명할 수도 있다. 피인수기업이 보유한 특정기술이나 그것을 만들어 낸 지식이나 노하우는 기업조직 속에 포함되어 있어 용이하게 분리 추출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자사의 브랜드를 보호 양육하기 위하여 축적되어 온 지혜도 기업에서 분리할 수 없다. 그러한 암묵지는 이른바 기업의 DNA와 문화로 대대로 조직 속에서 뿌리내린 것으로 볼 가치가 있는 것이다. 만일 일부를 분리할 수 있다 해도 그 가치는 제한적이며, 또 자사에 포함시키려 한다면 전체에 흡수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하기 위해 우선 자신의 조직부터 변화시켜야 하므로 비용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오히려 피인수 기업에 그러한 지식을 남겨 두어 지식을 유지·발전이 계속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비용이 훨씬 덜 들고 얻을 수 있는 효과도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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