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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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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유기업 개혁을 우리가 주목해야하는 이유: 문화혁명도 막지 못한 중국의 유화산업 정책의 변화

오광진 소속/직책 : 조선비즈 국제부장 겸 베이징특파원 2016-11-09

문화대혁명이 한창이던 1971년 여름. 마오쩌둥(毛澤東)은 정치적 고향인 후난(湖南)성 창사(長沙)를 시찰하면서 수행원들에게 현지에서 눈에 띄는 물건을 사오도록 했다. 민중의 생활을 살피기 위한 그의 습관 중 하나였다. 폴리에스테르 바지를 사왔다는 부하는 꽤 인기 있는데 옷감을 구하기 힘들어 줄을 서서 사야했다고 들려줬다. 베이징에 돌아온 마오는 폴리에스테르를 많이 생산할 수 없는 이유가 기술이 없다는 보고를 받고 방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문화대혁명으로 정체됐던 석유화학산업은 이듬해 화학섬유와 화학비료 플랜트와 기술 수입이 재개되면서 다시 시동을 건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시장환기술(市場換技術, 시장을 주는 대신 기술을 확보)전략을 통해 해외 선진기술과 자본을 유치한다. 중국 석유화학산업도 이 흐름을 타고 급성장해왔다. 초기엔 중화학공업 필요 논쟁을 거치기도 했다. 원로경제학자인 우징롄(吳敬璉∙86) 국무원발전연구중심 연구원과 리이닝(厲以寧∙86)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 명예원장간에 벌어진 중화학공업 논쟁이 그것이다. 우징롄이 에너지 위기를 거론하며 중화학공업 육성에 치중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자, 리이닝은 대국은 자체 공업체계를 갖춰야하기 때문에 중화학공업 발전 단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며 맞섰고, 중국 정부는 리이닝의 손을 들어줬다.

중국에서 석유화학산업은 이미 전체 공업에서 차지하는 비중(6월말 매출 기준)이 11.8%에 달할 만큼 성장했다. 중국에 석유방(石油幇)이 생길 만큼 정∙재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중국석유(Petrochina) 총경리(CEO)를 지내며 석유방의 대부(代父) 역할을 해온 저우융캉(周永康)전 상무위원이 부패혐의로 무기수로 전락하면서 석유방은 해체됐지만 그만큼 석유화학 산업의 중국내 위상을 보여줬다는 평을 듣는다.

표1. 중국 2015년 석유화학산업 주요 지표

2015년 석유화학산업 주요 지표임 이미지

표2. 중국 석유화학 업체수(단위: 개사)

중국 석유화학 업체수임 이미지 

중국 석유화학 업계는 최근 경기둔화와 공급과잉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석유화학산업 전체 매출은 6조 2,300억 위안(약 1,046조 6,4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이익도 2887억 위안(약 48조 5,000억원)으로 7.2% 줄었다. 12차 5개년 계획 기간(2011~2015년) 석유화학 산업의 연 평균 매출증가율은 9.2%에 달했지만 마지막해인 2015년만 놓고 보면 5.5% 감소했다.

중국 당국은 석유화학 업계에 국유기업 개혁의 칼을 들이대는 것으로 돌파구 마련을 시도 하고 있다. 국유기업의 독점을 깨거나 인수합병을 통해 과잉중복을 막는 게 중국 국유기업 개혁의 큰 방향이다. 석유화학 산업 역시 그 방향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중국은 2015년 7월 민간 정유회사에 원유 수입권을 허가했다. ‘찻주전자(teapot)’로 불리는 민간 정유사들의 원유수입이 늘면서 중국의 경기둔화속에서도 9월 원유 수입량은 전년 동기 보다 18.3% 늘어난 3,306만 톤으로 사상 두 번째 수준에 달했다. 미국의 수입량을 제쳐 올해 들어 이미 두 번째 월간 기준 세계 최대 원유수입국이 됐다. 중국의 국유기업  개혁이 글로벌 원유시장 판도에 영향을 줄 새 변수인 찻주전자를 만들어낸 것이다. 외부효과(spillover effect)는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민간정유회사들이 수입한 원유로 가공한 정유를 해외로 밀어내기 수출을 하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9월까지 정유 수출량이 39.2% 급증한 게 이를 보여준다. 물론 같은 기간 정유수출 금액은 4.1% 감소해 저가 정유 수출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철강과 석탄 등에 이어 정유도 중국산이 글로벌 과잉공급의 주범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3,615만 톤의 정유를 수출하면서 1994년 이후 첫 순수출을 기록했다. 특히 정유제품의 질을 높이는 중국 내 규제강화로 내년에는 중국산이 한국시장에도 밀려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석유화학업계에서 민간기업의 약진은 한국의 전통 먹거리였던 유화업계가 효율이 더 높아진 중국 기업과 경쟁해야하는 상황을 만들어낸다. 중국 석유화학산업에서 연간 매출 2,000만 위안(약 34억원)이상 기업은 2만 9,765개사(2015년말 기준)로 이 가운데 54.5%가 민영기업으로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 민영기업의 외형은 작아 매출 비중은 30.9%에 그쳤다. 하지만 이익 비중은 47.3%에 달해 효율이 더 높다는 평을 듣는다.

국유기업의 인수합병(M&A)등 구조조정도 예전보다 강해진 경쟁자에 한국 유화업계를 노출 시킬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 업종의 전체 기업수는 올해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국유기업의 구조조정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10월 중순 외신을 통해 흘러나온 중국 최대 화학업체인 켐차이나(중국화공그룹)와 대형 화학·정유업체인 시노켐(중국중화그룹)의 합병설이 대표적이다. 양사는 부인했지만 성사가 되면 중국석유(Petrochina) 중국석화(Sinopec) 중국해양석유(CNOOC)의 3대 석유기업이 주도하던 업종 구도가 합병기업이 CNOOC를 제치며 큰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켐차이나는 특히 세계 3위 종자·농약 기업 인 스위스 신젠타를 인수하기로 하고 국내외 관계당국의 반독점 심사 등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과잉업종의 국유기업 개혁을 두고 대규모 해고에 따른 사회불안을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하지만  국유기업 개혁은 더 강한 기업을 탄생시키기 위한 치열한 생존환경을 만들어내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그 변화가 중국을 넘어 한국 경제에도 외부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내년 한국 정유시장에 중국산이 밀려들면 이 같은 우려가 고개를 들 것이다. 중국의 국유기업 개혁을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치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중국은 올해 시작한 13차 5개년 규획(2016~2020년)의 석유화학산업 부문 가이드라인을 통해 2015년 13조 3,500억 위안(약 2,242조 8,000억 원)에 달한 매출을 2020년 18조 4,000억 위안(약 3,091조 2,000억 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핵심 부품과 원자재를 자국 내에서 조달하겠다는 중국 당국의 산업정책 방향과 관련이 있다. 수입에 의존해온 중간재 국산화에 박차를 가해 완결형 가치사슬을 만드는 중국의 홍색공급망(紅色供給網·Red Supply Chain) 구축 전략에서 석유화학산업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한국은 이미 중국의 고성장 시기 홍색공급망의 큰 축을 차지한 토종 석유화학산업의 성장에 직격탄을 맞은 경험을 갖고 있다. 화학제품인 테레프탈산(TPA)이 대표적이다. 폴리에스테르섬유, 페트병 등의 원료로 쓰이는 TPA의 대중국 수출량은 2010년 309만 t에서 2015년 32만 t로 급감했다. 중국 내 TPA 생산이 늘어난 변화가 한국의 수출량을 5년 사이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뜨린 것이다. 그런 충격을 안긴 중국이 또 다른 변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혁신 녹색 품질을 내세우고 국유기업 개혁의 페달을 힘차게 밟고 있다. 중국의 국유기업 개혁은 한국 경제의 전통적인 먹거리 역할을 해온 유화업계에 대한 구조조정 압력을 키울 수 있다. 중국에 맞서기 힘들면 올라타라는 이야기가 있다. 중국 석유화학산업의 변화에 담긴 개혁 코드에서 협업의 기회를 찾는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협업은 우리가 줄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가능하다. 중국의 큰 시장과 넘치는 자본에 부족한 건 혁신기술이다. 유화업계 역시 중국의 도전에 대한 응전의 카드는 중국 산업 수요의 흐름에 맞춘 기술개발에 있는 것이다.

[참고문헌]
- 중국근현대사 5 개발주의 시대로 삼천리 2015년
- 조선비즈 중국 교역 4대 의문점...원유 사상 최대 수입 2016년 10월 14일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0/14/2016101400367.html
- Oil Producers Tap Brewing Demand From China’s ‘Teapots’ 2016년 9월 26일
http://www.wsj.com/articles/oil-producers-tap-brewing-demand-from-chinas-teapots-1474789780
- 2015年中国石油和化工行業經濟運行回顧与2016年展望(中国石油和化学工業聯合會발표), 2016년 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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